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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강력추천 액티비티 카약 반딧불 투어

보홀 선착장에서 숙소까지 무료 픽업 받기

제스트 항공으로 세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이었으나 택시, 페리를 갈아타고 보홀 섬 선착장 (딱빌라란)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 보홀섬에는 딱히 대중교통이나 택시 같은게 없어서 숙소까지 가려면 숙소에서 제공하는 픽업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항구에 대기하고 있는 봉고차 또는 툭툭이 택시와 흥정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갔던 2013년 3월에는 딱빌라란 항구에서 숙소가 모여있는 알로나 비치까지 약 250-300페소였다. 그러나 이렇게 바로 숙소로 들어가 버리면 여행 첫날을 모두 이동에만 소비하는게 아닌가. 아쉽다. 황금같은 연휴를 그렇게 보낼 순 없지. 그래서 우리는 도착 첫날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저녁에만 할 수 있는 반딧불 카약 투어를 신청해 두었다. 그러면 투어업체에서 항구로 마중을 나오고, 투어를 마친 후에는 숙소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항구-숙소간 이동비용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

그러나, 이게 웬 생각치도 못한 변수 인가.
항구에 배가 예정보다 30분쯤 늦게 도착해 버린 거다. 혹시나 투어팀에서 우리를 버리고 가버린 건 아닐까 조마 조마 했지만, 다행히 내 이름이 크게 적힌 피켓을 든 사람이 초조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출발하는 투어인데, 이렇게 늦어버려서 엄청 미안하네… 배가 늦은 건 내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해가 질 무렵부터 카약을 시작해서 일몰도 보고, 어둠이 깔리면 반딧불을 보는건데, 일몰을 보려면 총알택시 전법을 사용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픽업 봉고차를 타고, 열심히 카약을 탈 아바탄 강으로 달려 가는데, 또 다른 변수가 길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 때는 부활절 연휴 기간 (스위스회사에서 일하는 오이군의 휴가에 맞췄다) 이었는데, 필리핀은 독실한 천주교 국가인지라 거리에 부활 전 예수님 상을 싣고 애도하는 꽃수레 행렬이 곳곳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별로 행사를 각각 하는지 100미터 간격으로 한무리의 사람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지만, 성스럽고 진지한 행사라 빵빵거리거나 마구 차를 들이밀 수가 없었다. 결국 여러번 행렬이 비켜주기를 기다리다보니 카약 출발지에는 이미 해가 지고나서 도착하고 말았다. 아바탄 강의 낭만적인 일몰이여, 안녕~ ㅠ_ㅠ

노를 저으면 힘들지 않을까?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예약했던 카약 아시아 출발지에 도착했고, 3-4팀의 한국인 커플들이 오늘 함께할 일행이 되었다. 이곳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홀 섬의 원더라군 리조트에서 예약대행을 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인이 많이 늘어난 모양이다. 그렇다고 스텝들이 한국어를 하는 건 아니어서 간단한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된다. 필리핀 사람들은 식민지의 영향으로 다 영어를 잘 할 줄 알았는데, 거기도 사람 나름. 나의 카약의 노를 저어 준 사람은 영어가 짧아서 아주 고요하게 노만 젓더라. 오이군의 카약을 저어 준 사람은 수다가 멈출 줄 모르던데 ^^;;
그런데 가만, 카약을 저어 준 사람이라고!?

이곳에도 역시 귀여운 게코들이 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렇다. 이렇게 출발전에 모두 간단히 카약 젓는 방법을 교육받지만 사실은 형식상이다. 2인승 카약에 승객 한명, 가이드 한명이 타는데, 사실 상 뒤에 탄 가이드가 노를 다 젓기 때문이다. 승객은 재미삼아 몇번 휘젓다가 힘들면 그냥 노를 가만히 내려 놔도 배의 속도는 크게 변함이 없다. ^^;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건만 별로 도움이 안됐던 모양이다.

반딧불 투어는 반드시 무동력 수단으로!

드디어 휘엉청 보름달이 떠 있는 아바탄 강으로 출바알.
저멀리 가로등 처럼 허옇게 나온게 사실은 달이다. 사진엔 왜 저렇게 폼안나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조용하고, 깜깜한 강위에 떠 있는 달은 그야 말로 자체발광.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고요한 달빛아래 눈이 익숙해 지자 까맣게만 보이던 강과 숲에도 차츰 음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싱그러운 물 냄새가 기분좋게 코를 간질였고, 고요한 정글에 사악사악 노젓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이군의 가이드가 약간 수다스러웠지만 자연의 휴식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 출반 전 어두운 강물을 바라보며 한밤중에 정글 사이로 뻗은 강에서 카약을 타면 무섭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정말 손가락에 꼽힐만큼 낭만적이고 기분좋은 시간.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반딧불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 멀리서 어슴푸레 눈에 들어오는 불빛이 있었다.
아~ 이거구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라고들 표현해서 매우 밝은 빛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은은한 느낌이다. 벽에 붙이는 야광별같은 밝기인데,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꽤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물이 아무리 잔잔할 지언정 움직이는 카약위에서 카메라가 이 약한 불빛을 잡아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 색도 이런 연두색보다는 거의 흰색으로 느껴지는 푸른 연두색인데, 사진에는 이렇게 밖에 나오질 않네…마음에 꼭꼭 담는 수 밖에.

암수가 불을 깜빡이는 리듬으로 교신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반딧불들이 리듬에 맞춰 불빛을 깜빡인다. 정말 크리스마스 트리가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점멸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

요건 카약아시아 소개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육지에 올라가 삼각대 놓고, 장노출로 찍으면 요렇게 찍히는데, 실제론 이것보다 더 환상적인 느낌이라는. ^^

우리는 그렇게 어두운 강위를 구석구석 다니며 반딧불이 모여있는 나무들을 구경했다. 반디들은 많은 나무 중 맹그로브 나무에만 모이는데, 그 중에서도 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는 나무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 매일 같은 곳에 모인다고 한다. 반디는 수영도 할 수 있는지 물 속에서도 반짝거려, 별빛이 반사된 건지 반딧불이 물에 빠진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중 한마리가 날아와 내 팔위에 앉기도 했는데, 사실 반디는 그 모습이 무지 못생겼다고 들은 바 있어 애써 쳐다보진 않고 날아가길 기다렸다. ^^;; 

이렇게 고요한 밤 기분좋게 밤의 요정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요란한 모터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매케한 매연 냄새가 코를 찔렀고, 시끄러운 확성기로 관광객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곧 꽤 커다란 보트가 나타났는데, 타사에서 운영하는 반딧불 투어인 듯 했다. 그들은 그 큰 몸집으로 나무 가까이 배를 대는 바람에 주변 가지들을 마구 쳐 흔들었고,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엄청난 매연을 반디들이 모여있는 메인나무와 우리들 위로 내뿜고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데도 한참을 요란한 모터소리와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우리는 한쪽에 가만히 모여 그 요란한 배가 돌아가길 기다렸는데, 가이드 리더가 아쉽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반디는 오염에 매우 약한 곤충이라 조금만 공기가 오렴되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저들이 저렇게 매번 저렇게 매연세례를 주는 바람에 이미 반디들이 엄청 줄었다는 거다. 특히 맹그로브 4-5 그루에 엄천난 수의 반디가 모이던 곳이 있었는데, 지난해 그들이 배를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중앙에 있는 나무의 커다란 가지가 부러지면서 강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 반디들이 놀라 뿔뿔히 흩어져 버렸는데, 아쉽게도 일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많은 반디들이 다시 모이진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예전엔 카약으로 그 나무들 바로 아래까지 가까이 대고 요정들의 향연을 조용히 음미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큰 배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바리케이트를 쳐버리는 바람에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 아름다운 곳에 생뚱 맞은 바리케이트라니…

신비로운 분위기에 한참 취하다 돌아오면 선착장에 요렇게 필리핀 현지식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대나무에 넣고 찐 찰밥과 잘익은 생선 구이가 꽤나 입맛에 맞았다. 당연히 상큼한 망고는 말할 것도 없고~

카약투어는 커다란 모터보트에 비해 약간은 불편할 수가 있다. 노에서 튀는 강물에 옷이 젖을 것이고, 열심히 노를 젓는다면 팔도 아플 것이다. (그럼 그냥 가이드에게 미안하지만 살포시 노를 내려 놓아도 된다. 숙련된 가이드는 혼자서도 엄청 잘 저으므로 ^^;) 앉은 자리에서 옴쌀달싹 할 수 없어 다리도 불편할거다. 그러나 카약 투어가 불편한대신 좋은 점도 많다. 나무 바로 아래까지 다가가 반디들이 머리위에서 반짝이며 별과 하나되는 것을 구경할 수 있고, 물에 앉아 노는 것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구석 구석 좁은 수로도 지날 수 있으므로 고요한 정글 밤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반딧불이 많았다고 하는데, 도시화와 함께 어느덧 거의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이제는 그 불빛을 보기가 매우 드물어서 제주도 또는 외국에 나가서야 구경할 수 있는게 되어 버렸는데, 이렇게 외국의 반딧불 마저도 오염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언젠가는 반딧불이 책속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생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나 여러분도 동남아의 어떤 곳에서라도 반딧불 투어를 가시거든 꼭 무동력으로 운행되는 투어를 이용하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카약, 카누, 조각배 뭐든 좋으니 모터가 달리지 않은 배 말이다. 반딧불을 보기 위해 반딧불을 죽이고 온다면 안되지 않겠는가. 그들의 터전을 방문하는 만큼 그들의 삶이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깨끗하게 보고 돌아와 주는 센스~ 사람들이 더이상 이용하지 않는다면, 분명 언젠가 모터 보트를 이용한 반딧불 투어도 반디의 터전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을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까?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fin

카약아시아

홈페이지

kayakasiaphilippines.wordpress.com

요금

1950 peso ($45)

전화

+63 932 8552928

이메일

kayakbohol@gmail.com

소요주면

픽업, 드랍오프 포함 약 4시간 (카약 타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됩니다)

※ 반딧불 카약 투어 업체는 여러곳 있겠으나 저희는 카약아시아라는 업체를 이용했습니다. 직접 연락해서 예약하셔도 되고, 보홀 원더라군 리조트에서 예약대행을 해주나 봅니다. 직접 예약시 가격은 1950페소 또는 45달러 입니다. (저희는 원더라운 리조트와 친분이 없습니다. 업체에 직접 영문으로 신청하는 것이 어려우면 한글로 도와주는 곳이라 편리하시라고 링크해 드린 겁니다.)

※ 비오는 날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옷도 흠뻑 젖고, 반디도 많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예요. 투어업체는 비가 와도 진행을 하는 모양입니다만, 비가 온다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COPY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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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스™

반딧불도 볼 수 있군요. 전 낮에만 가서 ㅠㅠ 실제보면 넘 아름다울것 같네요

『방쌤』

사진을 아무리 잘 찍어도 원래의 그 멋진 풍경은 담지 못할것 같아요
반딧불 가득한 길…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네요

드래곤포토

반딧불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환상적이겠네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큰 혜택인지도 모르겟습니다.
먹거리 사진도 너무 맛있게 보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

톡톡 정보

다녀갑니다^0^
건강과 함께 활기차고 행복이 가득한 한 주 되세요^^

알 수 없는 사용자

게코는 한번 보고싶네요 얼핏봐도 완전 귀여운듯^^
그런데 언제 다녀오신거에요?ㅎ

워크뷰

마지막 사진 진수성찬이 부럽습니다^^

여행쟁이 김군

와 좋은 경험하셨군요~~^^
저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그런 체험이네용^^
토종감자님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좋은 꿈 꾸시길 바랄게요

이노(inno)

보홀섬은 처음 들어봤어요.
예전에 세부로 여행갈려다가 하와이로 바꿨다가 이 이후로 하와이에 빠져 살고 있답니다

소이나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본적이있는데..
큰 것은 아직 못봤어요 ^^ 불빛과함께 어스프레한 밤하늘 아래 그림처럼 있네요 ~
별도 많고 ^^ 별도 보고싶어요~ 고딩때 트럭 뒤에 친구들이랑 누워서 바닷가에서 밤하늘에 별 본게 가장 별을 많이 봤건 기억이있어요 ㅎㅎ
너무 황홀했는데.. 요즘은 별 보기가 많이 함드네요 ㅠㅠ

카멜리온

게코도마뱀? 귀엽네요 ㅎㅎㅎ 가까이서 실제로 보면 또 모르겠지만… 그보다 저는 노를 저어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뭐, 노를 저어도 속도는 똑같다니 ㅋㅋ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