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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 Day 1. 비행하는 야채들
2013. 8. 22. 18:03

8 : 34 | Neuchâtel  뉴샤텔

Sleepy Stuff


제대로 눈 뜨기도 어려웠던 여행 당일 아침

 

오늘은 감자(루나)와 오이(키키)가 분갈이를 하는 날이다. 5년 반이란, 개인적으로 정말 길게 느껴졌던 시간동안 스위스 축축한 땅에 담겨있다 보니 갑자기 다른 대륙의 땅맛은 어떤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위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다른 대륙도 조금 맛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고른 곳은 북아메리카 대륙. 유라시아 대륙과 오세아니아는 가봤고, 아프리카와 남미는 준비기간이 길 것 같아 빼고나니 남는 것은 북미. 그리고 기왕 볼 것, 북쪽부터 차근 차근 보자는 단순한 이유로 목적지는 캐나다로 정했다.

 

나에게는 애증의 스위스를 떠나는 날이기도 했고, 캐나다는 처음 가보는 곳이니 여행 날 아침 무척 설레여야 함이 마땅하지만, 전날 늦은 시간까지 즐긴 빗속에서의 페스티 뉴쉬 Festi Neuch(뉴샤텔 음악 축제)와 살림을 일찍 처분해 버리는 통에 일주일간의 찬바닥에 침낭생활은 우리에게 피곤한 몸뚱이와 무딘 심장을 선사했다. 아마도 저 깊은 어딘가에서 설레이고 있었던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외관상으로는 겨울철 밭에 잊혀진 야채같은 얼굴로 앉아서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9:45 - 12:05 | Genève  제네바

안녕, 스위스!


나에겐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들(결혼을 했고, 프랑스어를 배웠고, 전공을 바꾸는 등)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끊임없이 욕구불만이 치밀어올라 나를 잃은 듯 길게만 느껴졌던 스위스 생활. 아, 드디어 여길 떠나는탈출하는구나! 너무 급작스럽게 오이군이 한국으로 이사를 가자고 했고, 결정하자마다 방이 뚝딱 나가버려서 별로 실감이 안났었는데, 살던 집과 가구들을 처분하고 빈 집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정말 떠나긴 하나보다 싶다. 조금 섭섭하지 않냐고? 글쎄...영영 안올 곳이 아니라 시댁이다보니 앞으로도 계속 들러야 해서 뭐 그다지 섭섭한 기분은 없었다. 마냥 홀가분 할 뿐 ^^;

 

칙칙한 스위스 날씨 안녕! ㅋㅋㅋ

 

공항에 널부러져 대기하고 있는데, 비행기가 10분 일찍 출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살다보니 이런일이 다 있군. 맨날 연착만 하던 비행기가 빨리 떠나주기도 하고. 역시 이래서 공항에 한참 일찍오라나보다. 뭐 어쨌거나 나는 이 지겨운 공항의 기다림에서 조금 빨리 벗어난다니 갑자기 기운이 난다.

구름낀 제네바를 뒤로 하고, 우리는 유럽대륙에서 폴짝 뛰어 올랐다.

 

상공에서 본 제네바 제도 Jet d'eau

 

 

 

 

12:05 (Swiss time) - 14:25 (Montreal time) | Atlantic Ocean  대서양

비행하는 야채들


아 드디어!

이륙에 의한 약간의 두통과 배고픔이 느껴졌다. 그렇다. 내 뇌가(위가) 슬슬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옆에서 토닥토닥 스크린을 두드리며 영화를 고르고 있는 걸 보니 오이군도 드디어 깨어났나보다.

그래서 어서 빨리 점심을 나눠 주기만을 학수고대하였으나 영 줄 기미를 안보인다. 아...이런...기절할거 같네...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어보려는 발버둥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복도 쪽에 앉아있어서 본의아니게 오이를 으깨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구름 위치가 높아서 꽤나 괜찮은 사진을 몇개 건졌다. 뿌듯.

 

아기자기한 프랑스 들판 (이륙하자마자 순식간에 프랑스로)
들판위의 양떼 구름
그리고 우주! (기분상 ^^;)

 

 

 

 

??:?? | Atlantic Ocean  대서양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점심시간


헤드셋 껴서 비행기 기장 같은 느낌(?) 사실은 영화 보는 중. 근데, 입이 왜 오리?

 

아하하하~ 대서양 어딘가를 날기 시작하자 드디어 스튜어디스들이 점심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음식을 들고 다정하게 닭을 먹을건지 파스타를 먹을건지 물어보는 그녀. 하늘과 가까운데, 천사인가?

 

오이군은 스튜어디스들의 독특한 퀘벡 억양을 들으니 드디어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며 흥분했다. 나에게 있어서도 퀘벡 프랑스어의 억양은 굉장히 강렬하더라. 분명히 프랑스어인데도 절반 정도는 못알아 듣는 이 오묘함. 프랑스나 스위스 프랑스어권쪽의 억양과는 판이하게 다른 높낮이를 가지고 있고, 'e, eu, ois' 등의 모음에서 입을 훨씬 더 많이 벌리는 경향이 있는듯 하다. 파리의 프랑스어를 표준어라 가정했을때 스위스 프랑스어는 충청도 느낌이고(발음이 어딘가 순박하고, 느림), 프랑스 남부는 경상도 느낌이며(느낌이 쎄고, 높낮이가 많음), 퀘벡 프랑스어는 제주도 방언 같은 느낌이다. (시작부는 대략 알겠는데, 끝까지 듣고 나면 도통 이해가 안가는?) 게다가 문장에 영단어가 섞여있을 경우 퀘벡사람들은 완벽한 영어 발음을 구사해서 더욱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든다. 사용하는 몇몇 단어와 표현들이 완전히 다름은 물론.

다행스러운건 스위스 친구들의 경고(?)와는 다르게 퀘벡쪽 프랑스어도 5-70%정도는 알아들을만 했다는거다. 뭐 사실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했던 얘기라고는 영어로 말할까, 프랑스어로 말할까 하는거랑 뭐 먹고 마실거냐고 물었던거 밖에 없지만...^^; 있다가 가서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음식양이 평소 보다 적은거 같다. 게다가 매쉬 포테이토가 나왔다. 나에게 동족상잔을 시키다니...근데, 맛은 참 좋구나~ ^^ 

 

영화 두편과 단편영화 몇개를 보고나니 다시한번 간단한 치킨랩이 나온다. 근데, 무슨 치킨랩의 유효기간이 1년이 넘어가나? 이것 먹고나면 나도 유효기간이 1년 늘어날까?

 

 

 

 

 

 

??:?? | Atlantic Ocean  대서양

무서운 질서 정연함


오호호호~ 캐나다!

멀리 평평한 땅덩이가 보이더니 금새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그렇다. 드디어 캐나다 상공에 도착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밭, 도시, 집들이 소름끼치게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는 것! 유럽이나 아시아의 대부분의 큰도시들은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도시가 이루어져 선이 불규칙한 반면, 북미의 큰 도시들은 개척시대 이후에 급격히 조성되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이미 현대의 기준에 맞게 건설되었다. 논밭도 자동화에 편리하도록 일직선이고, 도시의 건물들도 자동차 도로를 내기 좋도록 일렬도 맞춰 건축되었다. 상공에서 보니 줄자로 그은 듯한 라인들이 신기하기 그지 없다.

 

근데, 여기 날씨 또 왜 이럼?! -_-;

 

 

 

 

14:25 - 16:30 | Montreal 몬트리올

무서운 친절함


제네바에서 부터 총 7번의 여권 검사를 받고 드디어 캐나다 땅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비자를 미리 내지 않는대신 여권 검사를 많이 하나보다(이 당시에는 전자여행허가란 것이 아직 없었다). 게다가 입국심사 받을 때 여행기간이 얼마냐고 해서, 3개월이라고 했더니 오이군과 나를 경찰 취조실같이 생긴 이미그레이션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 30분 넘게 취조를 하더라. 왜 길게 왔냐? 어디서 머무냐? 정말 여행을 하는 거냐? 현금은 얼마 있냐? 신용카드 한도는 얼마나 되냐? 등등...우리가 그렇게 불법체류자 같이 생겼나...-_-;

 

공항으로 나와 처음 마신 캐나다의 공기는 예상과 달리 약간 후덥지근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음~이 냄새...다른 곳에 왔나보다. 어떤 나라에 도착하면 처음 나는 냄새같은 것이 있는데, 이게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딱 꼬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그 나라만의 냄새.

 

8시간을 지겹게 날아왔건만 아직도 오후 2시 25분이다. 마치 2시간 반밖에 안걸린것 처럼. 긴긴하루가 되겠군.

 

마지막 여권검사를 하던 경찰에게 서브웨이(지하철)는 어딨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정말 친절하고 자세하게 길을 가르쳐 주더니 한마디 덧붙인다. 이 먼거리를 겨우 서브웨이 샌드위치 사먹을려고 날아왔냐고. -_-; 그냥 되묻기 귀찮아서 어정띈 미소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이번엔 관광안내소로 가서 메트로가 어딨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공항에 연결된 메트로는 없으니 버스타고 가라며 집까지 가는 길을 작은 지도에 잘 표시해서 준다. 우리는 즉시 한달 교통권 (73 캐나다 달러. 스위스나 6년 전 호주 시드니에 비해 대략 절반 정도의 가격!)을 사서 버스에 올라 탔다. 종종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길이 그렇듯, 공항서 몬트리올 중심까지 가는길은 다 공사중이거나 메마른 느낌의 벌판으로 그닥 볼 것이 없었다. 

 

사소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신호등을 보면 '아~외국이구나.' 싶다

 

잠시 졸고나니 드디어 몬트리올 시내 도착!

"아~ 쉬고 싶다. 빨리 우리의 '사랑스런 홀리데이 아파트'로 가자~"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오이군이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지도를 살며시 잃어버린 것이다. 앞으로 오이에게 좀 더 기름진 거름을 주어 주머니를 꽉 달라붙게 함으로써 낯선곳에서 헤메는 모험을 줄여보도록 해야겠다. -_-; (당연히 이때는 우리가 첫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했던 때였다. 부피큰 노트북이 있었지만 무선 인터넷이 길에서 팍팍 잡히지도 않던 때)

결국 본의아니게 도착하자마자 모험이 시작되었다. 지하철 역근처서 방황하고 있는데, 길가던 아줌마가 우리에게 달.려.든다.(정말 느낌이 그랬다.)

 

"어디 찾아요?"

(엄마야, 깜딱이야.) "미...밀튼 스트리트요." (이집트에서 처럼 길 가르쳐주고 돈달래면 어떻게 하지? (-_-?) )

"음, 그 큰가방 끌고 무거울텐데. 거기 좀 멀어요. 80번 버스를 타세요."

(에이, 모르겠다. 돈 달래면 1달러 주면 되는 거겠지?) "아, 그래요? 버스 타고 정거장은 어디서 내리나요?"

"음...그게 잘 모르겠네. 대충 XXX쯤이면 될텐데. 음. 흠. 잘 모르겠어요. 버스기사한테 물어보세요."

 

그러더니 총총 사라진다. 아, 정말 친절한 사람이었구나. 이런 사람, 시드니에서 살 때 이후로 오랜만이다.

그나저나 참 부실한 설명이다. 80번 버스는 또 어디서 찾으란 말인가. 게다가 그 말로만 듣던 퀘벡 프랑스어의 위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나. 나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오이군도 절반밖에 못알아듣고 만 것이다! 야채둥절해서 갸웃거리고 있는데, 그때 저만치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 경찰 한쌍을 발견했다. 자립심이 강한 오이군은 혼자 길을 찾아내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댕겼지만, 난 배낭에 짓눌려 매쉬 포테이토가 되는 중이었으므로 별로 헤메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씩씩하게 경찰에게 다가가 길을 물었다. 그러자 이 경찰, 굉장히 민첩한 동작으로 튀어 오더니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용감하게 도로 한가운데로 달려 들어가 나에게 길을 보여준다. 한마디 덧붙이면서...

 

"나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어요. 대략 이쪽인거 같아요. ^^ "

 

그냥 보도블럭 위에서 가르쳐도줘도 괜찮은데, 왜 위험하게 굳이 도로로 뛰쳐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의 설명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쭉쭉 걷다가 다시 물어보고 걷고를 반복하다 힘들어서 서로 빈정이 상해갈 무렵(대략 1시간 정도?)드디어 우리의 사랑스런 홀리데이 아파트에 다다랗다. 

흠...근데, 그 어렵게 찾아온 사랑스런 홀리데이 아파트를 보는 순간 눈앞이 아찔하며 그냥 계속 걷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냐, 이 건물일리가 없어. 아닐거야. 아니어야만 해!!!'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한달을 계약한 방인데, 인터넷 사진과는 한점의 공통점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낡고, 더럽고, 누추하며, 냄새나는 미니 사이즈의 원룸 아파트였던 것이다! 특히 복도에서 나는 그 1년간 안씻은 홈리스에서 날법한 냄새라니...

그렇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구매의 위험성이다. '뽀샵질을 했음' 이라고 사진에 표시하도록 인터넷 법률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 가격이라도 쌌더라면 그냥 조용히 있을텐데, 아무리 살림살이가 다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몬트리올 물가에 비해 거의 두배가 되는 가격이었는데...ㅠ_ㅠ 게다가 우리가 고른 방과 인테리어가 약간 달라 호스트에게 연락을 했더니

 

"어차피 그 빌딩에 있는 방들은 다 똑같이 생겼어요, 그냥 벽에 걸린 사진만 좀 다를 뿐. 지금 F1 경기가 있어서 가격이 평소보다 조금 높은건 인정을 하는데, 방을 바꿔줄 수는 없어요. 다 손님이 들어 있거든요. 환불도 안돼요. 정 못지내겠으면 2주치 금액을 떼고 환불을 하시던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차가운 태도에 열이 받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싸울 기운이 없는고로 방에 짐을 던져 놓고, 잠시 우울해서 침대에 오이군과 멀뚱히 앉아 한시간을 보냈다.

 

'에잇, 그래도 오늘은 여행 첫날이 아닌가! 우울해할 시간따윈 없다. 어서 이 새로운 도시를 탐험해보자!'

 

급히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여행모드에 돌입,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 당시 에어비앤비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지금처럼 이용자가 많지 않아 리뷰가 많이 없었고, 당연히 본사에서 숙소들을 직접 체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개인보다는 업자가 건물 전체를 통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던 시절이었다. 물론 아직 한국에 에어비앤비가 들어오기 전이라 한국어 고객센터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초창기에는 본사 고객 서비스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었다. 지금은 세계 숙박업계를 장악한 서비스이니만큼 매우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고객서비스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이런 사진과 판이하게 다른 황당한 컨디션의 집은 사진/비디오 등을 증거로 제출하여 에어비앤비에 클레임을 넣으면 인근 다른 에어비앤비 숙소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당 숙소 금액만큼의 쿠폰으로 변경해 주거나 마땅한 대체 에어비앤비가 없을 경우 환불해 준다.

 

 

 

 

 

 

18:00 - 20:30 | Place des Arts 플라스 데 자르

St Hubert


다행히 집에 인터넷은 잘 되었으므로 이번에는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아 헤매지 않고, 근처 예술의 거리(플라스 데 자르 Place des Arts) 근처로 음식점 탐색을 나서며 알게된 사실은 집을 찾아 헤메기 시작한 지하철 역부터 우리 아파트 까지 사실은 7분 거리라는 것이다. 경찰은 정 반대의 길을 가도록 권유했고, 아줌마가 말한 80번 버스는 우리집과는 관계가 없는 곳으로 가는 버스였다. 친절함이 꼭 도움과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아보이는,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을 골랐다. 이름은 생 유베르 St. Hubert. 나중에 알고 보니 대략 패미리 레스토랑과 페스트푸드점의 중간정도 되는 곳이었다.

음식과 환영 칵테일을 주문했다. 물론 환영 칵테일은 이집트 상점들 처럼 공짜가 아니었다. 거의 음식값과 맞먹는 가격이었지만 우리들의 여행 첫날을 기념하기위해 상큼한 모히또 Mojito를 아낌없이 주문했다. 훗. 스위스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 오후에 카페에서 알바뛸때 주구장창 만들었던 음료다. 남이 만들어주는거 마시니까 더 좋구나~ 근데, 이거 알콜을 넣은거야, 만거야? 나는 아낌없이 술을 팍팍 넣어주곤 했는데...

 

몬트리올 도착을 매우 기뻐하는 것이 분명한 표정의 오이군

 

곧이어 음식이 나오고 우리는 전율했다. 둘다 우리가 북미는 음식양이 많다는 소문을 가만해서 평소 시킬것의 절반 사이즈로 주문을 했건만 한국이나 스위스에서의 보통분량이라 할만한 양이 나온것이다. 게다가 코울슬로 샐러드가 무한 리필이란다. 가격도 저럼하고 맛도 나름 괜찮았는데... 1/4 사이즈 치킨과 감자튀김이 12CAD (한화 약 1만원 정도) 하는데, 칵테일이 9CAD였으므로 음료가 좀 비싼편이라 할 수 있겠다.

 

1/2 사이즈 립과 1/4 사이즈 치킨, 만원으로 푸짐한 양의 립을 먹을 수 있다니!

 

 

 

 

20:30 - 22:00 : Montreal Street 몬트리올 거리

맛보기 관광


으아. 진짜 피곤하다. 6시간의 시차덕분에 엄청나게 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저녁 6시 부터 이미 눈이 까끌거리기 시작해서 밤 9시 부렵에는 온몸이 흐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굴의 호기심으로 저녁 식사 후에는 집까지 걸어가며 차이나 타운 근처를 빙 돌아가기로 했다.

 

'으흐흐흐. 이것 저것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구나!'

 

게다가 이번주 목요일부터 다음주 토요일까지 열흘간 우리 집 바로 앞에서 크고 작은 무대가 7개나 있는 큰 뮤직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80% 이상이 무료 공연이랜다. 대박, 왠떡이냐!

 

 

집에 거의 다 올 무렵 구제 옷가게가 있었는데, 앞에 붙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가져오신 옷을 선택 후 바로 그자리에서 전부 삽니다. 어쨌거나 당신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답지 않나요?'

 

입은 것 까지 사겠다는 건가? 가게 앞에 하루쯤 죽치고 앉아서 옷팔러 온 사람들을 구경해야 하나하고 잠시 고민.

그리고, 우리의 슬픈 홀리데이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전히 복도의 냄새는 역겨웠고, 사진보다 1/3크기인 미니 원룸방이었지만 그곳에는 침대가 있었다.

 

"아~진짜 침대!"

 

7일간의 침낭생활 후엔 이 평범한 흰 침대마저 호화로와 보이는구나. 오랜만에 정말 푹 잘것 같다며 방에 들어서자마자 오이군과 침대로 기절하듯 쓰러져 잠이 들었다.

 

 

 

 

 

       

몬트리올, 한달 여행 Day 1

201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