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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 유럽/Switzerland | 스위스댁 이야기
스위스댁과 키서방 스위스로 돌아왔습니다
2017. 5. 20. 01:04

토종감자 수입오이는 스위스댁과 키서방으로
오이군의 고향 소식

 

폴짝! 한국땅위에서 뛰어 오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새파란 하늘이었다. 아...어릴적 봤던 황사없는 한국의 봄이 너무나 그립다

 

오이군의 고향 스위스. 나에게도 결혼해서 신혼집을 꾸렸던 곳이기도 하고, 집떠나서 가장 오래 살아본 동네라 돌아올 때면 제2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드는 곳. 살면서 지루하고, 불편하다고 불평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지만 사실은 참 예쁘기도 한 애증의 땅이다.

 

한국을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며 야심차게 선언했는데, 고작(?) 떠나온 곳이 또다시 스위스라니, 뭔가 너무 약한거 아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년에 한번씩 오이군은 스위스 회사에 얼굴 좀 비춰서 '나 아직 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어필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내게도 볼일이 좀 생겼기 때문이다.

 

 

 

 

비행기 고도가 낮아진 걸 보니 저기 보이는 것이 라인강인 듯 하다. 스위스와 독일의 국경. 오랜만이야, 오이 나라!

 

결혼하고 우리가 살았던 뉴샤텔은 작은 도시라 클럽 몇개를 빼 놓고는 밤에 문여는 곳도 없고, 너무 작아서 흥이 날 만한 '도시 중심'이라는 것도 없었다. 취리히, 제네바, 베른, 로잔 정도를 빼놓고는 스위스 도시들이 다 그렇지만 말이다. 심지어는 저녁과 주말은 모두가 쉴 권리가 있다라는 훌륭한 정부 방침 덕분에 쇼핑할만한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아버리기 까지 했다. 그렇다고 값비싼 스위스 레스토랑에서 짬날때마다 먹방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붙잡을만한 것은 스위스의 대자연 뿐이었다. 지금이야 오예 땡큐인 아름다운 스위스의 대자연이지만 사실 그때는 그닥 산과 들에 관심이 없었던 나이라 욕구불만을 완전히 해소해 주지는 못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지. 절대 가만히 못있는 성격이라 학교 끝나고, 일 끝나고 틈만 생기면 정말 미친듯이 전국을 뽈뽈대고 돌아다녔었다. 밥값은 비싸니까 집에서 샌드위치 만들어 싸들고서...

 

제주의 유채 시즌이 끝나고 왔더니 봄이 우리보다 한발 늦은 스위스는 이제 유채가 한창이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지에는 유채기름을 많이 소비해서 5월에오면 어디에서나 방대한 유채밭을 볼 수 있다

 

교통비도 비싼 스위스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스위스에는 1년짜리 교통패스가 있는데, 오이군은 이것을 사는 것을 좋아(?) 했다. 이게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나 뭐라나. 패스 자체가 드럽게 비쌌지만 일년 내내 짬날때 마다 아무 기차나 눈에 띄는 것 잡아타고 돌아다니면 본전은 두세배 이상 확실하게 뽑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격이 궁금하실텐데, 올해는 그때보다 올라서 무려 연 3,860CHF, 즉 한달에 한화 37만원이 교통비로 나가는 것이다. ( 만 30세 미만 학생은 2,650CHF, 월 한화 25만원 정도. 흑흑. 아무리 다이어트 해도 절대 받을 수 없는 나이 제한 할인. 미워. 이제 남은 것은 경로 할인뿐! ) 얼핏 들으면 비싼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KTX타고 지방에 내려가거나 비행기타고 제주도 가고, 한강에서 유람선 타고 어쩌고 하면 교통비 그정도는 들지싶다. 게다가 저기에는 평소 출퇴근(통학) 비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나쁘지 않은 가격. 버스, 푸니쿨라, 기차, 배, 유람선 전부 포함이고, 외국인 여행자용 스위스패스가 안되는 구간도 저 패스는 되는 경우가 있어서 꽤나 괜찮은 조건이었다. 솔직히 스위스에서 저 패스 없으면 서울에서 수원정도 가는 것도 두렵다. 기차표가 월매나 비싼지...

아쉽게도 이것은 내국인과 정식거주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다. 무비자 입국 외국인은 오로지 스위스 패스만이 답이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그래서 내가 그렇게 싸돌아 다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냥 심심해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맨날 꽃길만은 아니어서 스트레스 풀러 그리 돌아다녔던 건데, 또 이렇게 써먹을 일이 생길 줄이야. 바로 스위스 가이드북을 쓰게 된 것이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스위스 가이드북 작가를 찾고 있다고 했다. 막노동일 것 같아서 멈칫했으나 잠시 고민해 보니 그리 불가능해 보지이도 않았다. 잡지나 기업 블로그, 내 블로그 등등에 여행지 소개야 몇년간 해왔던 일이고, 스위스 구석구석은 저때 하도 돌아다녀서 머릿속에서 한방에 딱 대략 견적이 나오더라. 단발성 원고 요약 묶음 쯤 되는거 아닌가. 하지 뭐! 어차피 맨날 하는 게 그건데. 겁나 쿨하게 오케이! 를 외쳤다. 순진한 시골감자 같으니라고...

 

뙇. 여기 스위스 맞습니다. 맞고요! 취리히 공항근처 밭 가운데 새겨진 스위스 칼 광고! 저 회사에서 과도칼도 만드는데, 오이군은 심지어 과도칼도 저기것을 사서 여행갈 때 들고 다닌다. 숨은 애국자

 

그리하야 한번의 끄덕임으로 몇달간 족쇄를 차고, 국내일주 마지막을 제주도 방구석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조사하며 보내게 되었다. 아무리 잘 아는 동네라도 소개하는 곳 주소, 전번, 홈피 찾고, 교통정보에 가는 길까지 정리하려니 생각한 것의 4배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 '여유로운' 제주는 내겐 너무나 먼 이야기 였다. 제주를 떠나는 것이 더 아쉬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속 시원히 뭘 제대로 못 즐긴 것 같은...^^;; 

 

그래도 어쨌든 오이군의 원산지이자 내게도 제 2의 고향같은 곳을 여러분께 소개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은근설레인다. 이번에 스위스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그런 것. 전국을 훑으며 정보 업데이트도 할겸, 새로 사진도 찍을 겸 ^^

이렇게 우리는 다시 스위스댁과 키서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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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계일주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책 자료 조사에 원고 쓰느라 밥먹을 시간도 거의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블로그에도 틈틈히 스위스 이야기 들려드리도록...하고 싶지만 사실 잠잘 시간도 잘 없어서 블로그는 정말 가뭄에 콩날것 같네요. 대신 스위스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궁금하시거든 인스타그램으로 놀러오세요. 스토리에 데일리 영상 종종 올리고 있거든요. 블로그에는 이쁘게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마음만 굴뚝. ㅜ_ㅜ

 

토감수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omadslunakiki/

 

언제나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헤헷, 이렇게 썼던 가이드북이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러 출간이 되었습니다. 진짜 파란만장했던 3년이었네요.

스위스 여행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책을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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