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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오모리] 며느리도 몰라, 시라카미 산지의 푸른 호수 아오이케
2016. 10. 19. 12:26

시라카미 산지의 신비로운 남색 호수
그 이유는 과학자들도 밝혀내지 못했다는데...

 

물색이 남색을 띠는 신비로운 아오이케

 

아오모리는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인 만큼 대자연에 촛점을 맞춰 여행을 했다. 덕분에 여느 일본 여행과 달리 트레킹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세번째 트레킹 장소는 아오모리 서쪽의 시라카미 산지였다. 시라카미 산지는 일본 본섬 북서쪽의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에 걸쳐 있는 산악지대이다. 그 중심부에는 고대부터 유지되어 온 너도밤나무 원시림이 있어 1993년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 자연유산에도 등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이 신비로운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비로운 짙푸른색의 호수, 아오이케가 있기 때문이다.

 

 

 

 

 

 

열두개의 호수, 쥬니코

 

 

아오이케는 시라카미 산지에서도 쓰가루 국정공원 안에 있는 쥬니코라 불리는 지역에 있다. 12개의 호수라는 뜻의 쥬니코. 산 꼭대기에서 보면 12개의 호수가 보여서 붙은 이름인데, 사실 이곳에는 총 33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1700년대에 화산활동으로 산이 무너지면서 이곳에 여러개의 호수와 저런 하얀 절벽지대를 만들었다. 저 하얀 절벽은 일본 캐니언 (니혼 캐년)으로 불리는데, 그랜드 캐년을 벤치마킹한 이름이리라. ^^; 멀리서 보니 캐년이란 이름이 좀 무색한데, 가까이 가서 보면 웅장한 맛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구간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위의 지도에서 보면 짙은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시라카미산지 세계자연유산 구역인데, 보존을 위해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너도밤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고, 길도 전혀 없어서 들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일반인에게 출입이 허용된 구간은 지도상 초록부분 주변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완충지대 인데, 이곳에 오늘 우리고 보고자 하는 쥬니코가 있다.

 

 

때는 여름의 길목으로 한들 한들 산수국이 자라고 있었다. 산수국은 정원에서 기르는 커다란 수국과 달리 꽃이 가장자리에서만 핀다. 가운데 봉오리들은 그냥 저 상태로 머물다가 끝나버린다고. 화려함은 덜하지만 그 청순미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우리는 머무르고 있는 호텔에서 왕복교통 포함, 가이드 트레킹을 예약했다. 이분은 뭔가 자연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분으로 일행이 사진 찍느라 뒤쳐져도 아랑곳 하지않으시고, 씩씩하게 혼자 저만치 앞서 가신다 ^^;; 걸음거리도 성큼 성큼 영락없는 산사람. 그러다 어떤 새소리가 들리자 귀를 쫑긋 하시더니 이게 이 지역에서 서식하는 유명한 새(갈색 호반새)인데, 자기도 아직 실물을 본 적을 없다며 이리저리 기웃기웃 새를 찾으신다. 뭔가 엘프족같은 느낌이랄까 ^^;;

 

오후의 아오이케, 오전에 햇빛이 수직으로 비춰들 때는 햇살이 물 바닥까지 닿아 물 아래서 빛이 올라오는 듯 신비로운 푸른 색을 띤다고 한다

 

하늘에서 보면 닭벼슬을 닮아 케토바이케 (닭벼슬호수)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해 약 20분쯤 걸어가면 오늘의 주인공 아오이케를 만날 수 있다. 이름이 아오이케, 즉 푸른 호수라 물빛이 푸르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짙은 남색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일행 모두 깜짝 놀라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물빛이 어쩌면 이럴 수가 있지?

 

대부분의 물은 하늘이 비춰보여 파랗게 보이는데, 이 호수는 나무가 빽빽한 숲속에 있기 때문에 하늘색이 반사굴절되어 보여 그런 것일리가 만무하다. 그냥 물색이 이리 파란 것.

 

 

호수라 부르기에는 그 규모가 작아서 연못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겠지만 주변의 초록빛 숲과 조화를 이루어 정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롤플레잉 게임속에 등장하는 힐링 연못 같은 느낌이랄까? 그 위에서 작은 요정들이 금빛 날개를 팔랑이며 날아다니고 있나 한번 찾아보게 되더라. ^^;

 

 

더욱 신기한 것은 물빛이 저렇게 짙으니 웬지 불투명할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맑고 투명하다는 것. 9미터나 된다는데, 바닥이 보일정도로 물이 맑다. 쓰러져 물속에 잠긴 너도밤나무가 훤히 비춰 보인다. 

사진으로 담으니 뭔가 컴컴한것이 조금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햇살이 밝고, 숲이 초록초록해서 정말 싱그럽고, 아름다운 느낌이다.

 

 

숲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듯한 파아란 물 속에는 물고기도 산다. 푸른 물에 사니 웬지 푸른 물이 들었을 것 같은 물고기들. 고요한 숲속에 사람들이 와서 두런거리니 무슨일인가 궁금했는지 한마리가 퐁당 점프를 했다. 쥬니코 지역의 호수 중 가장 큰 오오이케를 제외하고는 모든 호수에서 낚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학자들도 이 물이 왜 파란색인지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신기하게스리 호수가 겨울에도 얼지 않고 약 9-10도 정도를 유지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물색이 그냥 일반 호수처럼 무색투명하게 변한다고. 모습도 신비한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더욱 더 신비로울 수 밖에.

쥬니코의 33개 호수중에 두개가 이렇게 푸른 색을 띤다. 

 

 

 

 

고대의 너도밤나무 숲속으로

 

 

아오이케의 신비로움을 뒤로 하고, 두번째 푸른호수를 찾아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대부터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가느다란 길을 만들며 쏟아진다. 너무나 기분 좋은 공기를 코끝에 느끼며 고개를 들어 투명한 연두색으로 빛나는 나뭇잎들을 바라보았다.

 

 

앗, 그런데, 나무 틈 사이로 하늘이 열려있는 곳이 하트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싱그러운 너도밤나무들이 고개를 맞대고, 하트를 날려주는 시라카미 산지. 어찌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목아프게 계속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데, 가이드아저씨가 불러세운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뭔가를 줏어서 까더니 그 씨앗을 먹어보라며 손을 불쑥 내밀었다. 뭔지 전혀 몰랐지만 순종적으로 낼름 받아 먹었는데, 오? 이거 고소하니 맛있네? 작은데도 캐슈넛 비스므레한 고소한 맛이 입안에 확 풍긴다.

이것이 바로 너도밤나무 열매로 가을에 나는데, 고소하게 볶은 메밀맛이 나서 메밀밤나무라고도 불린다. 사람 입맛에도 맛있지만 다람쥐나 곰 같은 동물들도 아주 좋아한다고. 고옴? 그...그러니까 여기 곰이 있다는 말인가?

놀라서 물었더니 껄껄 웃으시며 일본 북부와 북해도에는 곰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꽤 많이...

 

엘프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타는 가이드 아저씨

 

나무들은 보통 키가 무지하게 큰데, 어떤 나무들은 키 뿐만 아니라 굵기도 무지 굵은 것들이 있다. 이것은 너도밤나무의 자라는 습성 때문인데, 수령이 100년이 될때까지는 위로 계속 자라고, 100년이 넘어가면 키는 이만하면 됐다 싶은지 그때부터 굵기가 굵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렇게 굵기가 굵은 것들은 최소한 200년 이상 된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너도밤나무는 물도 엄청 많이 흡수하는 나무라 나뭇잎에 검게 물흐른 자국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나뭇잎을 오그려 물을 고이게 해서 그것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숲을 걷다가 아저씨가 바닥에 풀을 꺾더니 또 불쑥 내민다. 이것은 천연 모기기피제로 으깨서 피부에 바르면 모기들이 물지 않는다고. 숲이다보니 당연히 숲모기가 좀 있어서 귀찮은 참이었기에 이것도 낼름 받아서 몸에 치덕 치덕 문질렀다. 음...효과가 조금 있는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

그나저나 여기 국립공원이라 풀한포기 꺽으면 안된다고 그러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이래도 되는거임? ^^;

 

 

이곳에도 오이라세계류가 있던 곳 처럼 머위와 고사리가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머위 잎이 자랄대로 자라서 우산같이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줄기의 표면이 뱀가죽 같은 식물
숲이 워낙 울창해서 빛이 별로 들지 않다보니 고사리가 많이 자란다

 

 

 

 

 

 

아오모리현의 명수를 맛보다, 와카츠보 호수

 

 

너도밤나무 원시림을 지나니 또다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냇물을 따라 가보면 또다른 푸른호수를 만날 수 있는데, 이 호수는 와카츠보 호수로 그 물맛이 뛰어나 아오모리현의 명수로 지정되어 있다.

 

 

아오이케와 같은 푸른 색의 호수인데, 그 깊이가 3미터 정도로 얕기때문에 색은 조금 더 옅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은 쪽으로 가면 역시나 그 특유의 신비로운 군청색이 빛난다.

 

약수터로 가는 길목에 만난 오오바유리. 꽃봉우리가 올라와 꽆을 피우는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꽃은 약 일주일간 피어있는 백합과의 흰꽃

 

와카츠보 호수에서 약 5-10분정도 걸어가면 약수터가 있다. 이 물은 와카츠보호수에서 흘러 내려오는 것으로 아오모리현에서 손까락에 꼽히는 명수라고 한다. 그대로 받아 마실 수도 있고, 옆에 있는 쥬니코암에서 녹차로 마실 수도 있다. (호숫물을 그냥 퍼서 마시면 안됩니다.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하는 여기 약수터에서만 드세요 ^^;)

 

와카츠보 호수의 명수로 만든 녹차를 마실 수 있는 쥬니코암. 아쉽게도 우리는 오후 늦게 도착해서 영업시간이 끝나있었다
쥬니코암 앞에 있는 낙구호수

 

호수 앞에 '세세라기'라고 써 있어서 호수 이름인 줄 알았더니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모습을 말한다고 한다.

 

 

쥬니코암 앞에 있는 낙구호수는 물빛은 평범하지만 넓고 잔잔해서 숲이 거울처럼 반영되는 아름다운 호수이다. 특히 가을철에 단풍이 들었을 때 그 화려함이 이루말할 수 없다고 한다.

 

쥬니코 암 앞에 앉아 낙구호수 위로 오리들이 평화롭게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구경하며 우리는 이날의 트레킹을 마무리 했다. 

 

 

 

 

 

 

보너스 : 아오모리 서부의 황금빛 일몰

 

 

우리는 숙소를 이와키산 기슭에 있는 락우드 호텔로 잡았기 때문에 아오모리 서쪽의 해안선을 따라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때는 마침 해질 무렵이어서 바다위로 찬란하게 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닷가 작은 마을의 논위로 지는 해

 

 

일본에서 손꼽히도록 온천수의 용출량이 많고, 고대부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원시림이 있으며, 그 신비로움의 비밀이 벗겨지지 않은 푸른 호수가 있는 아오모리. 그 멋진 곳에 한국에서 겨우 2시간 2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니. 아오모리는 대자연 속에서 힐링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던 바로 그 여행지가 아닌지 싶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오모리현 서울 사무소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06.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