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불어오면 그리워지는 그곳, 숲속의 온천

그곳에서 숲이 되다


슬슬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니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숲속의 노천온천탕.

뜨끈한 옹달샘에서 마치 숲의 요정이라도 된 듯 숲속에 그대로 녹아들 수 있는 그곳.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심장속까지 힐링되는 그 느낌을 맛보았다면 가끔 그곳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했던 오이라세계류 호텔도 멋진 노천 온천탕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일본에서 온천수 용출량이 네번째로 많다는 아오모리의 질좋은 유황 온천수를 느껴볼 수 있다.



  노천온천 : 야에코코노에유



일본의 료칸 노천온천들은 대부분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데, 오이라세계류 호텔의 노천온천은 특이하게 호텔에서 셔틀을 타고 5분정도 이동해야 한다. 숲속의 작은 폭포아래 조금 더 은밀하게 만들어 놓기 위함이었으리라.

내가 갔을 때는 여름이 시작하던 무렵이라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했는데, 사실 이곳은 가을에 더욱 인기있는 곳이라고 한다. 숲 전체가 활엽수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온통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다. 단풍 가득한 숲가운데 온천에 앉아있는 순간을 상상해 보시라.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서 오전 6-9시, 오후 2시-10시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야에코코노에 온천은 숲속에 지어진 아늑한 통나무 건물 뒤에 위치하고 있었다. 셔틀버스는 매시간 정시에 호텔 서관 2층 현관에서 출발해서, 45분간 온천에 대기했다가 투숙객들을 태우고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45분부터 정시까지 15분간은 온천을 정리하는 시간이라 들어갈 수 없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이때 호텔측에 양해를 구하고 내부 모습을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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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은 하루 12회 운영되는데, 이 중 4번은 여성 전용, 1번은 남성 전용, 그 외의 시간은 혼용으로 운영된다. 혼용으로 운영될 때는 온천장 입구에 준비된 입욕 가운과 반바지를 입게 되고, 각 성별 전용일 때는 일반 온천장 처럼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커플이나 가족이 함께 놀러 왔을 때도 입욕복을 착용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복도를 지나 남녀 탈의실에서 각자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다시 노천탕에서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단, 일본의 온천은 문신이 있으면 입욕이 금지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문신들은 야쿠자를 상징하므로 다른 이용객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작은 패션 문신 정도는 봐주는 경우도 있고,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패션문신조차도 허용을 안해주는 곳이 있으므로 문신이 있다면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그냥 용감하게 가서 탕에 들고 갈 수 있는 작은 수건으로 열심히 가리던지. 
당연히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멋진 온천을 보면 블로거 정신을 발휘해서 이용객이 있는데도 슬쩍 사진을 담아오는 케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러다 걸리면 개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대한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니 지킬 에티켓은 꼭 지켜 자제하도록 한다. 아니면 온천 이용시간이 아닐 때 료칸측에 문의하면 사진을 찍도록 허용해주기도 한다. 



일본 온천의 탈의실 특징은 대부분 락커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바구니가 있어서 여기에 옷가지와 개인소지품을 넣어두고 온천으로 향하게 된다. 좋은 치안과 신뢰가 바탕이 된 시스템이지 싶다. 그래도 고가의 물건이나 거액의 현금 등은 가져가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아무것도 팔지 않는다. 현금 전혀 불필요.)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푸른물이 가득한 숲속 옹달샘. 유황성분이 들어있는 온천들이 이렇게 푸른 색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신비롭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하늘색 물감이라도 풀어 놓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색이 하늘색이다. 




작은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리는 쪽 온천에 기대 앉아 가만히 하늘을 보고, 숲을 감상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어쩌구 하는 식상한 표현들이 온몸으로 실감되는 순간이다. 그냥 내 자신이 숲이 된 듯한 느낌.



그러나 좋다고 온천 이용시간 45분 내내 뜨거운 물에 앉아 있으면 어지럼 증이 올 수 있으므로 중간 중간 물 밖에서 휴식을 취해준다.

권장하는 입욕법은 일단 물에 들어가기 15분 전에 충분한 물을 마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해주고, 물 밖에서 약 10바가지의 물을 몸에 끼얹어 준다. 몸이 미리 물 온도와 온천 성분등에 익숙해지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탕에는 3번에 걸쳐 들어가는데, 각 5분, 8분, 3분에 걸쳐 들어가 있도록 한다. 과하게 긴 온천욕은 오히려 몸을 지치게 한다고 하니 너무 길게 들어가 있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이건 이론이 그렇다는 것이고, 막상 들어가보면 신선한 야외공기는 살짝 차갑고, 온천은 따뜻해서 한없이 노곤해진 나머지 20-30분도 멍하니 앉아 있게 되더라. 실내온천에서는 5분도 앉아 있기 힘든데, 야외는 하염없이 앉아있어도 그다지 지치지 않는다.



몸이 너무 뜨거워지면 물밖에 나와 의자에 앉아 있던지, 발만 담그고서 열기를 조금 식힌다



하염없이 앉아있다가 셔틀버스를 놓치면 안되니 탈의장 건물위에 부착된 시계를 틈틈히 확인한다. 여성전용 또는 남성전용시간에 들어가 올누드로 앉아 있는데, 셔틀을 놓치고, 설상가상으로 다음 타임이 남녀혼욕 타임이어서 입욕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 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



탈의실에서 현관쪽으로 올라오면 앉아서 수분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천온천 이용시간의 마지막 타임인 밤 10시가 여성전용 시간이었다. 그래서 밤온천을 느긋하게 즐기고 돌아오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갑자기 차를 컴컴한 공터에 세우신다. 바로 쏟아질 듯 가득했던 별을 구경하는 시간. 마지막 타임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받을 수 있었던 서비스다. 정말 수많은 별들이 영롱하게 반짝였고, 온천욕으로 매끈해진 살갗위로 시원한 밤바람이 기분좋게 스치고 지나간다.

아~ 심장 깊숙한 곳 까지 피로가 풀리는 느낌. 진정한 힐링의 정수를 맛본 듯 했다.

아쉽게도 온천장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별은 담을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아오모리의 강렬한 이미지로 남게 되었다.



  실내온천 : 하가시노유 (동관 2층)


야외 온천에 가기가 귀찮다면 실내 온천도 있다. 동관, 서관에 각 하나씩 있는데, 동관 2층에 있는 하가시노유는 하루씩 번갈아가며 남자용, 여자용으로 바뀐다. 밤보다는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이용하면 좋은데, 5시부터 이용가능하다기에 사진을 찍으려고 5시에 딱 맞춰 갔더니 이미 어떤 할머니 한분이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계셨다. 따라서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모든 실내온천 사진은 이때 함께 여행했던 친구 박은하양(엘레나 언니)가 제공해 준 것이다. 이 친구는 15분 먼저 개장전에 들어가 찍었다고.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하가시노유에는 작은 노천온천도 딸려있는데, 규모는 매우 작지만 역시나 느긋하게 바람을 쐬며 노천욕을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일본 온천에 가면 항상 가장 감동적인 것이 바로 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목욕도구들이다. 아침에 직원이 정리해 놓은 그대로 이용객들도 물건을 사용한 후에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나간다. 일본인다운 깔끔한 온천문화는 조금 도입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실내온천 : 니시노유 (서관 3층)



서관에있는 니시노유는 계류쪽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실내온천 두곳 중 한곳만 이용한다면 서관의 니시노유를 추천한다. 노천온천은 없지만 숲으로 시원하게 난 전망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



탈의실 시설은 양쪽이 거의 동일하다. 목욕용품이 모두 구비되어 있고, 다양한 스킨, 로션, 바디로션 등등이 비치되어 있다. 일본의 온천장은 호텔내에서 판매하는 목용용품과 화장품들을 테스터 개념으로 비치해 두기 때문에 대부분 품질이 좋으니 딱히 개인적으로 목용용품을 챙가지 않아도 된다.


푸른 숲이 아름다운 아오모리. 그 숲속에서 즐기는 온천이야말로 아오모리 여행의 메인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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