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은 동전의 양면

장점이 윗면이 되느냐 단점이 윗면이 되느냐 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

창밖을 바라보면 뙇 이런 풍경이 있는거야. 여행 가야 볼 수 있었던 이 예쁜 자연이 우리집 앞마당이래. 믿겨져?


제주에 온지도 어언 두달 반이 지났다. 

두달만 더 있으면 전국일주 시작한지 딱 1년이 된다. 

여행을 시작하고 두세달마다 짐을 싸느라 달력을 자주 보다보니 우리의 시계는 예전보다 더욱 빨리 흐르기 시작했다.

 

 이 예쁜 해변에 집에서 차로 10분거리라는게 말이 되냐고오~ 


김삿갓처럼 유유자적 살겠다며 이 여행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먹고 사는 문제는 변함이 없더라. 여행을 시작하고 나는 묘하게도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프리랜서라는 번지르르한 이름을 달았지만 자칫 조금만 게을러지면 백수와 동의어가 되기 때문에 더욱 아둥바둥해야 한다. 눈앞에 앉아 눈치주는 상사가 없는 대신 맨땅에 머리를 열심히 밖아야 입에 밥풀이라도 몇개 붙일 수가 있다. 

오이군 역시 재택근무라는 황제의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매일 저녁(시차때문에) 클라이언트와 3-4시간씩 눈에 핏발 설 정도로 인터넷 미팅을 하고, 날밤을 꼬박 새 가며 자판을 두들겨 바보들의 왕고갱님의 입맛에 맞춘 코드를 짠다.

결국 프리랜서든 재택근무든 밥줄 안뺏기고, 입지를 세우려면 회사 다니는 것과 똑같이, 아니 사실 그때보다 더 열심히 파닥거려야 한다. 그렇다. 팔자 좋아 보이는 여행하는 삶의 수면아래에는 이렇게 백조의 힘찬피곤한 바둥거림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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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주고 몰디브를 왜가나. 집앞이 몰디븐데. 므하하!


뭐 어쨌든 뭐가 불만이겠는가.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었어도 가보고 싶은 곳에 가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

다만 몸뚱이가 겁나게 피곤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기 좋고, 맑은데서 사니 얼굴이 훤해지겠다고? 천만의 말씀. 피곤해서 다크써글이 전신으로 퍼지고 있다는 사실. 남들과 똑같은 하루 24시간에 일도하고, 여행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전보다 수면 시간이 훨씬 줄었다. 집도 뺐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통장 잔고는 자꾸만 줄어 간다. 

그럼 왜 사서 고생이냐고?

저 위에 사진들을 보시라. 사서 고생 안하게 생겼는가. ^^


이야기가 시작부터 삼천포로 빠졌는데, 오늘은 떠돌이 삶에 대한 하소연이 아니라 제주 생활의 좋은 점 몇가지와 힘든 점 몇가지를 아주 주관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일단 구태여 설명 필요 없는 제주의 좋은 점


6월 중순, 제주 도착 첫주 풍경 일단 감상 하시고요


우리가 제주에 와서 좋았던 점은 첫째도 바다, 둘째도 바다다.

동물 좋아하는 우리는 물속 생물들 구경하는 것도 너무 너무 사랑하는데, 제주에 오니 아무때나 나가서 수중 세계에 심취할 수가 있는게 아닌가. 


 집 앞에 슬슬 나가서 물속에 머리를 툭 담그니 눈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속은 참 신기한게 육지에는 사람 이외의 동물들 구경하려면 한참 찾아다녀야 하고 밀도도 높지 않은데, 바닷속엔 어디나 머리만 담그면 어렵지 않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물고기들을 만날 수가 있다. 게다가 제주에는 요런 이쁜 색깔의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매일 봐도 계속 반하는 제주의 바닷속.


집 마루 창밖 풍경. 벽에 걸린 액자가 아니고 우리집 창밖이라니까?


그리고 이번에 제주로 와서 새로이 알게된 사실은 제주는 미친 노을의 섬이었다는 것이다.

뭐 물론 섬이나 서쪽 도시에 가면 다 노을이 다 멋지겠지만 서울에 줄곳 살았던 나는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장대하게 물드는 노을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서울보다는 자연이 더 가까왔던 오이군의 고향 뉴샤텔에 사는 동안도 서쪽이 산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노을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제주에 오자마자 서쪽의 전망트인 집에서 살게 되어 매일저녁, 습도, 바람, 구름에 따라 각양 각생으로 물드는 노을을 만나게 되었다. 

크게 감탄사를 내뱉지 않는 오이군도 제주는 노을의 섬이었다며 흐믓해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같은 장소 다른 노을


역시나 같은 장소. 습하고 열대야갸 괴롭히는 날은 노을이 조금 더 새빨간 색으로 물든다


우리가 사각형 건물안에 갇혀 아둥바둥 감정없이 살아가던 순간에도 해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주로 오니 일하다가도 창밖으로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다.


그러다 삘받으면 급히 맥주 한병을 손에 들기도 한다. 이러니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온다 할지라도 불만을 가질 수 없지 않겠는가


난 그냥 동네에 하나 있는 편의점에 갈 뿐인데 가는 길이 이래. 수퍼마켓 갈 때 카메라 안들고 갈 수 있겠냐고


또한 딱히 유명 여행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그냥 집 밖이 예술이다. 며칠간 미친듯이 비가 와서 집안에 계속 갇혀 있다가 해가 좀 들길래 동네 딱 하나있는 편의점에 콜라랑 김치를 사러 나왔다. 집에서 1km쯤 떨어져 있는데, 뭐 시골살이에 이정도는 기본이지. 그런데, 하늘좀 보소. 누가 붓으로 휙휙 그려 놓은 것 같네?


김치랑 콜라를 사러 나왔다는 사실은 완전히 까먹어서 장바구니가 텅~ 사진만 백장 넘게 담아 왔더란...


정신을 차려보니 편의점은 지나친지 이미 오래전이고, 동네 밭사이를 하염없이 헤매고 있더라. 물론 폭염이라 몸이 녹아 사라질 지경이었지만 너무 예뻐서 사진 몇장 찍다보니 땡볕에서 두시간을 홀딱 넘겼더라는. 사진 찍는 것 좋아하고, 제주에 산다면 일사병 주의. ^^;


집에 갈 무렵에는 당 떨어져 손떨리길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빵으로 점심을 때웠다. 수퍼마켓 가는 길이 생각보다 훨씬 더 파란만장해 졌다


아, 물론 집 밖에 바다가 있고, 오름이 있는 것은 제주 시골 마을에 살았을 경우에 이렇다는 이야기다. 집안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것도 집이 서향이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제주에서도 제주시내, 서귀포시내에 산다면 노을은 주변 건물 막힐 것이고, 창밖은 푸른 들판이나 바다대신 도로가 보일 것이다. 물론 시내에도 전망과 편의를 다 갖춘 집이 있겠지만 그러면 가격이 비싸겠지. 개인적으로는 도심에 살 바에야 서울에 살지 뭐 제주까지 내려오나 싶다. 맨날 밖에만 있을 수는 없는데, 도심에 살면 서울이랑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 그래서 우린 제주의 시골을 주거지로 잡았는데, 당연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로망과 환상이 장점으로 고스란히 살아 난다. 전망 좋은 카페, 음식점이 어딜가나 널렸고, 바다에 맨날 갈 수 있고, 지형이 평평하니 30분 정도 등산 높이의 오름에만 올라도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보며 정복자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들도 들판에서 뛰놀 수 있고, 반려동물들도 신나게 달려다니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천국이 아니고서야 지상의 모든 낙원이라 칭해지는 곳 중 단점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한국의 낙원, 제주에도 단점은 있다


동네 수퍼마켓 ^^; 어릴적 시골집 놀러 갔을 때 생각이 난다. 들어가면 할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시느라 누가 들어왔는지도 모르신다


뭐 편의 시설이 멀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도심이 아닌 작은 마을에 살면 그건 육지나 제주나 편의 시설이 멀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 호주나 스위스에 살 때도 그랬고, 대형마트가 멀어서 차로 일주일분의 음식을 사다 쟁여 놓는 것이 나름 익숙해져서 그건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비싸다. 아무래도 섬이라서 그렇겠지. 대형 슈퍼마켓 물가도 육지에 비해 쬐끔씩 더 비싸고, 음식점도 싼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서울의 싼집보다 메뉴당 1-2천원씩 더 비싼 것 같다. 멀리 큰 수퍼 가기 귀찮아서 동네 구멍가게라도 갔다하면 부르는게 값이더라. 인터넷 쇼핑을 해도 배송비가 1-2천원 더 나오며, 동네 카페가 전부 관광지 카페이다보니 커피값도 비싸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관심 없고, 우리집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집도 전세가 없고, (뭐 그건 요즘 서울도 없어서 대란이긴 매한가지지만) 년세나 월세 시스템이다보니 집없는 사람은 조금 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달살기 집도 월에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정도 육지보다 더 비싸다. 그래서 제주에 온뒤로 통장이 파산나고 있다는... 

그리고, 성수기라면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는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의 극 성수기에 집을 못구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극 성수기에는 한달살기 집들이 거의 1.3-1.5배 가량 가격이 오르는데, 그것마저 이미 6개월 전에 다 예약이 되있더라. 그리고 대부분 일일 렌트로 바꿔버리기 때문에 월단위 렌트가로 빌려주는 곳이 거의 없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집이 나가고, 일일 렌트가 훨씬 짭짤한데,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뭐 물론 손님 바뀔 때 마다 청소해야하는게 귀찮지만 그것도 한때 인데...



어쨌든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조금 큰 원룸이나 방 하나 마루 하나 있는 집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평소에 80-100이면 구하던 것들이 전부, 16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었고, 그 마저도 남아 있는 게 없더라. 좀 괜찮다 싶으면 막 2-3백을 부르기도 하니 재벌이 아니고서야 한달에 2-3백을 월세로 어떻게 내나...


집 찾다가 입이 떡 벌어져서 결국 서울이나 육지로 잠시 돌아가 있어야 하나보다고 체념할 무렵 적절한 가격과 크기의 집이 하나 나타났다. 마을 안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의 부속 건물인데, 다른 집들과 옹기 종기 모여 있지만 마당이 있고, 작은 대나무 숲도 있었다. 시골집 좋지~ 이런곳도 매력을 함 느껴보자며 감지덕지 하며 들어갔는데...

여기서 사단이 나고 말았다.


살아있는 제주의,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제주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것.


시골에 살면 곤충도 좀 나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모기야 도심에도 있고, 나방이나 풀벌레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 모른 바는 아니나....


혐오사진 주의. 곤충류 못보시는 분들은 그냥 휙~넘겨주세요



제주에는 지네가 있었다.

사실 이 사진은 이 농가주택에서 나온 지네는 아니고, 첫번째의 전망좋던 집에서 찍은 것으로 거기는 바닷가에서 도보 5분 거리 다세대 연립주택 2층인데도 이런 것이 출몰했다.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사가기 이틀전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있는데, 나타나더라. 당연 난생처음 본 야생지네(한약방 마른지네 말고)에 오랜만에 목청 테스트를 제대로 했음은 물론이고, 지네가 없는 나라에서 온 오이군도 경악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오이군이 스위스에는 지네가 없다길래 그럴리가 없다며 열심히 인터넷 뒤졌는데, 진짜 없나보더라.) 근데, 그는 생명을 죽일 수 없다며 이 무시무시한 넘을 통에 담아 연립 화단에 놓아주려고 했다. 물론 조준을 잘못해서 통에 담는 것이 아니라 통 모서리로 목을 쳐버렸지만... 지네를 잡을 때 그냥 때려잡으시길. 오이군처럼 중간을 절단하거나 하면...정말 못볼 꼴을 보게 된다. (>___< 오싹...)


그런데, 이 농가주택은 어쩌다 한마리가 아니라 들어간 첫날 매트리스 위 이불 밑에 한마리가 미리 대기하고 계시더라는...

충격에 휩싸여 방안을 휘저었더니 책상 밑에서 한마리가 더 나왔고, 화장실 틈에서도 그날 저녁 한마리, 다음날 아침 또 한마리가 출몰했다. 나는 밤새 한잠도 못자고 공포에 떨었고, 지네가 밝은 것을 싫어한다는 말을 믿고 불을 켜 놓는 바람에 오이군도 핏발선 눈으로 아침을 맞이해야했다.


저 앞뒤로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에는 지네가 안나올까?


바닥에 앉지마! 지네 물린다


그 뒤로는 제주의 아무리 멋집 집이나 풍경을 봐도 모든 것이 지네로 촛점이 맞춰 졌다.

저 집은 너무 풀숲에 있네. 지네 들어오겠다.

저 카페는 정원으로 문이 활짝 열려있네. 지네 들어 올거야.

저 넓은 들판에는 얼마나 수많은 지네가 살고 있을까.

오이군, 바닥에 앉지 마라. 지네 물린다.


사람 좋은 주인 아저씨가 미안하다며 집 주변에 해충약을 잔뜩 뿌려주셨고, 나도 판데스라는 가루약을 사다 집주변을 빙 두르고, 틈이란 틈은 모두 방충약 가루로 막아버렸다. 그러자 집 주변에 지네를 비롯한 각종 사체들이 눈에 띄었지만 집안은 잠잠했는데, 사람의 힘으로 비가 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나면 약은 모두 씻겨 내려갔고, 그러면 어김없이 무서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렇게 비가 야속하고 미웠던 적이 또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

지네를 방어하기 위해 인터넷을 엄청나게 검색해서 지네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결론은 완전방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얘들이 집안에서 사는 곤충은 아니고, 열대야가 지속되는 더운날 밤 돌아다니다가 선선한 집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건데, 생긴 것과 달리 순면같은 재질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일 많이 발견되는 곳이 이불 아래래나 뭐래나...@_@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집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무서운데, 자고 있는 이불아래로 기어 들어온다니. 그래서 자다 물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였다. 제주 뿐만 아니라 육지의 농가주택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제주 정원이 있는 자연속의 집에서의 한달살기를 꿈꾸며 내려왔던 많은 사람들을 가장 많이 포기하고, 갈등하게 하는 것도 지네라고 했다. 

줸장. 왜 나는 전혀 몰랐지.


지네 방충약을 사러 갔더니 약국아저씨가 껄껄 웃으면서 집에 정원이 있나보지요? 그거 자다 물리면 참 짜증나지요. 아프기는 하고, 잠은 오고...라고 하신다. 자기네 집도 정원이 있어서 가끔 물린다면서...

뭐 불행중 다행인 것은 울나라에 사는 지네도 독이 있어서 물리면 퉁퉁 붓고 겁나게 아프기는 한데, 3-4일 지나면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증상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죽지는 않으니 암모니아같은 것을 발라주면 덜 아프다고. -_-; 지네독은 산성이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암모니아는 소변이다. OMG


다시 곤충 사진 이어집니다. 시각 공해 조심!



사실 나타나는 곤충이 지네 뿐만은 아니다. 다른 애들은 딱히 무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노이로제까지는 오지 않았을 뿐.


첫번째 집 복도 벽에 꽃게같은 것이 붙어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대형 거미더라. 호주에서 처음 봤던 다리길이 합쳐 10센티에 육박하는 거미들이 제주에도 있었다. 다행히 이 거대거미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비교적 작은 것들만 간혹 집안에서 발견된다. 뭐 도심 아파트에도 거미는 있으니까 그렇다 치자. 그런데, 어느날 오이군이 화장실에서 신음소리를 내서 가보니 이렇게 거미가 화장지를 못쓰게 막아서 있더라. 

너 비켜! 우리 변비 걸리겠다.

각종 벌레는 잘 잡으면서 이상하게도 거미를 무지 싫어하는 오이군을 위해 이번엔 내가 이 아이를 통에 담았다. 오이군 보다는 조준을 잘하기 때문에 (으쓱~) 잘 담아서 정원에 던져 버리고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오이군이 죽을 상을 하고 있다. 거미 갔어. 울지마~ 라고 위로 했는데, 나중에 이사 나올 때 오이군이 사실은...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날 지네도 한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에 앉아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데, 다리가 근지러워서 손으로 슥 문질렀더니 작은 지네 한마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는 거다. 다행히 물리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놓아주네 어쩌네 할 마음이 들지 않아 슬리퍼로 때려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다시는 화장실에 못갈까봐 그 당시 내게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흑흑. 눈물나는 배려.


그리고 민달팽이도 빼 놓을 수 없다. 숲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민달팽이가 왜 화장실에 있을까. 대체 어디로 들어왔을까. 내가 그렇게 화장실을 락스로 범벅해 놓고, 창틈은 전부 가루약으로 무장해 놨는데, 날개도 없는 민달팽이가 대체 어디로! 응?! 어떻게 왔냐고오~ 게릴라 같은 넘들, 고문해서라도 경로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일단 나는 샤워를 하고 자야했기때문에 오이군을 시켜 정원에 던져버리고, 미친듯이 화장실 청소를 했다. 내 평생 한 청소보다 이 집에서 한 청소 횟수가 훨씬 많은 듯...


마지막으로 무서운 사진 한번더~


동네길을 걷다 보면 길 한가운데 유유자적 누워 일광욕을 하는 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어느 시골이나 마찬가지고, 집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 그렇게 괴로운 일은 아니다. 그저 산책할 때 조심해야 할 뿐



어느날은 노트북 화면에 뭐가 뛰어다녀서 보니까 깡총거미 한마리가 놀고 있더라. 얘는 2-3미리정도로 작은 녀석인데, 얼굴이 귀엽게 생겼다고 소문이 난 애라 급히 마크로 링을 끼고 접사로 담았다. 근데, 찍으면서 창가를 보니 커튼에도 두마리가 붙어있네. 이거 남들은 정원에 가서 힘들게 쪼그리고 찍는다는데, 나는 편안하게 집안에 앉아서 잘 찍었다만...다 찍었으니까 이제 좀 나가주라...이날 총 7마리의 깡총거미를 통에 담아 전부 방사했다. 딱히 나를 물지 않으면 나도 죽일맘은 없는데, 어쨌든 집에서 보고 싶은 생각은 없구나.

계속 이 집에 살다가는 파브르도 울고갈 곤충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여행기로 만족하련다. 

제발 꺼져줘 얘들아 ㅠ_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지네 두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던 어느날, 카페로 도망나와 진지하게 서울로 돌아갈까에 대해 고민했다. 

제주고 나X이고 더이상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고, 즐길 마음도 들지 않았다. 대체 남들은 이 무서운 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거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정원있는 집이나 오래된 주택, 특히 제주의 중간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네에 많이 시달린다고 한다. 새로 지은 집도 틈을 꼭꼭 잘 막아 놓지 않으면 지네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2층, 3층도 거뜬하게 올라온다고 했다. 고급 펜션에도 저층에는 간혹 출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말 다했지 뭐. 

시골에 살아도 다세대 연립주택에 살면 훨씬 덜한 모양인데,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법은 시내에서 사는 수 밖에 없다고. 그러나 시내로 가면 창밖의 바다로 지는 노을과 푸르른 들판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아침은 포기해야한다.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물건너 간다. (우린 아이가 없지만 가족이 내려와 한달살기를 하는 경우)


정말 예쁜데. 진짜 예쁜데. 그런데...


한달살기 집에서 지네와 맞닥트린 사람들은, 특히 아침에 자고 일어난 이불에서 커다란 지네를 발견한 사람들은 고민을 엄청나게 많이 했지만 결국 제주의 아름다움에 굴복해 지네방어를 연구해가며 머물렀다는 후기들을 볼 수 있었다. 동전의 양면 중 장점을 위로 올려 놓은 것.


퓨후후후...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지만 지네 어택은 우리에게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나는 벌레를, 특히 무는 것들을 무서워 하고, 오이군은 내가 지네 방어하느라 거의 밤낮을 바꿔 살기 때문에 (지네는 야행성이라 밤중에 집으로 들어 온다) 매일 잠을 설쳐서 뭔가 멍해 보였다. 산에 들에 갔을 때 벌레가 나타나는 것 까지야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키우는 건 무지 곤란한데. 물가 쎈것도, 편의시설 먼 것도, 동남아 뺨치게 엄청나게 습한 것도, 밭에서 소똥냄새 올라오는 것도 내가 다 용서해 주는데, 지네만은 안된다구!


미치도록 아름답지만 이제는 살짝 무섭기도 한 너를 어쩌면 좋니...


지금 우리는 연립주택 4층에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지네 노이로제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자기 전에 이불을 들춰 보고 침대밑을 확인한다. 화장실 하수구엔 자기 전에 락스를 잔뜩 뿌리고, 방충망 틈이 벌어졌나 매일 매일 확인한다. 벽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털끝이 곤두서며 공황상태의 눈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다행히 지금 집은 방충이 잘 되어 있는 편인지 아니면 4층이나 되니 힘들어서 올라오다 마는 건지 모르겠지만 작은 거미 몇마리 말고는 발견된 것이 없다. 그러나 10월에는 중간산에 있는 집으로 갈 예정이라 벌써부터 걱정으로 심장이 두근두근. 그렇다고 그곳을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어떤 곳인지는 그때 공개하기로 ^.~)

이럼에도 아직 제주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알게 모르게 동전의 양면 중 장점을 위로 올려놨나보다. 그러나 이 동전이 가끔 살아 움직이듯 단점이 위로 뒤집히려고 펄떡댈 때가 있다. 

살.아.있.는. 제주처럼.


제주살이 세달째, 다크써클이 느는 이유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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