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위의 풀뜯는 말들, 평화로운 제주풍경

꿩대신 닭, 용머리대신 말머리


내가 상상하던 바로 그 제주 Meet the Jeju island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제주 남서부의 얼굴마담을 보러 왔는데, 아쉽게도 용머리해안 산책길 입구에 기상관계로 오늘은 통행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또 오늘만 휴일 징크스 발동. -_-; 하늘에 구름이 오락가락 하긴 했는데, 길을 막을 정도는 아닌 것 같구만...아쉬운 마음에 투덜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무심코 언덕위를 바라봤는데, 아~나도 모르게 발바닥이 땅에 붙은 듯 멍~해졌다.

세상에 이렇게도 평화로운 풍경이라니...



조우 Encounter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더운줄도 모르고 멍때리고 있는 내 팔을 툭툭치며 오이군이 사진 안찍니? 하고 묻는다. 그 한마디에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 순종적으로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엄청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용머리해안을 보지 못하게 했던 야속한 구름덕에 일몰도 더없이 오묘하고 아름다워 졌다. 

어릴 적 제주에 한번도 와 보지 않았을 때 상상했던 바로 그 제주의 풍경을 오늘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




너 미용실 어디 다녀? So who is your hair dresser?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흠...비밀 지킬 수 있지? Well...can you keep the secret?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하룻강아지의 모험 My true adventure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그곳에는 총 7마리의 말들이 띄엄 띄엄 묶여 있었는데, 동물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 우리들은 정신줄 홀딱 풀어 놓고 한마리씩 돌아가며 인사하느라 너무나 행복해 졌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인사순례에 동참하는 이가 하나 있었으니...어디선가 강아지 한마리가 촐싹맞게 달려왔다. 등치가 좀 있어서 처음에는 다 큰 개인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앳된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너무 이쁘게 생긴 녀석이라 쓰다듬어 주고 싶어 불렀건만 호기심에 다가 왔다가도 손이 닿기라도 할 새면 바람같이 달아난다. 어딘지 사람에게 딱히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듯 싶어 안타까왔다. 



목줄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원래 이 동네 개인 줄 알았는데, 말에게도 조심스레 다가가 탐색하는 폼이 말을 처음 본 듯 했다. 한참 이리 저리 훑어 보고, 킁킁거리더니 말은 사람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장난을 걸기 시작하더니 점점 혼자 신이 나서 말 주변을 날듯이 빙빙 돌기 시작한다. 말꼬리를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풀뜯고 있는 말 입에 뽀뽀도 하고, 고삐 줄을 물고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고, 이말 저말 번갈아 가며 어찌나 괴롭히던지 ^^;;

말들이 귀찮아 하며 뒷발질을 해 대서 한대 얻어 맞고 날아갈까봐 무지 조마 조마했는데, 어찌나 잽싼지 다행히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말은 귀찮아 죽겠다는데, 녀석은 그게 놀아주는 건 줄 아나보다. 귀엽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평화로왔던 그때 그 시절 Before the dog happen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고독 씹는 소리  Lonely boy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7마리의 말 중 2마리는 몇주 안되어 보이는 망아지였는데, 두마리의 성향이 매우 다르다.

앞머리를 예쁘게 넘긴 이 녀석은 겁도 많고, 가까이 가니 한쪽으로 비켜서며 경계하는 눈치가 빤하다.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쫓아댕기길래 어린 녀석들끼리 즐겁게 놀까 싶었는데, 웬걸. 완전 정색하며 심하게 뒷발질을 해 댄다. 까불이 강아지도 이 망아지가 워낙 거세게 싫은 기색을 비치니 다시 순딩해 보이던 커다란 말에게로 돌아갔다.

다른 말들보다 삐쩍 마른 것이 예민한 녀석인 듯 하길래 우리도 이녀석에게는 짧게 인사를 하고 다음 말로 넘어갔다.



애마부인 바람났네 What did you do, Welsh corgi?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이녀석은 산방산을 뒷배경으로 멋진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어째 뭔가 좀 이상한데...?

엄마가 웰시코기랑 바람 났었니? 워째 말 다리가 이리 짧은 걸까. ^^;

오늘 말들을 찬찬히 살펴 보며 느낀건데, 이녀석들은 스위스에서 보던 말들에 비해 현저히 키가 작고, 다리가 짧다. 스위스 살적에는 집 주변에 말 목장이 많아서 말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었는데, 대부분 키가 무지 훤칠하고 다리도 엄청 길었다. (스위스엔 취미로 말타는 사람들도 많을 뿐더러 소, 돼지처럼 말고기도 흔히 먹는 육류 중 하나라서 말목장이 많다.) 올라가면 땅이 하도 멀어서 무서울 정도. 그런데, 제주 조랑말은 키도 아담한게, 다리까지 좀 짧아서 어딘지 동양적인 체형이랄까...쿨쩍. 사람 뿐만이 아니라 말까지도 기럭지가... 그 중에서도 이녀석은 특히 짧았다. ^^;



첫눈에 반하다 At first sight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그리고 오늘의 사랑스러운 마지막 말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 얼룩 덜룩 흰색과 갈색이 섞여 혼자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말들과 달리 쓰다듬어 주니 풀뜯기를 중지하고 고개를 번쩍들어 우리를 지긋히 바라본다. 게다가 마침 하늘은 원자폭탄 맞은 것 같이 구름이 피어 오르며 노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환상적인 풍경.



사랑에 빠진 망아지 Is this what love tastes?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이 어린 말은 누군가의 사랑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쓰다듬어주니 잠시 낯설어하며 바라보더니 나중엔 그 느낌이 좋았던지 머리를 들고 옆구리에 부비적 거리기까지 한다. 아직 어려서 몸통이 어찌나 보들보들 한지. 게다가 애교쟁이이기까지 하다. 쓰다듬는걸 멈추면 다가와서 계속 하라는 듯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는다. 들판에 구르던 녀석이라 흑먼지로 우리 옷을 전부 검게 물들였지만, 이렇게 사랑스럽게 구니 안아주지 않을 수가 있나. 조금 더 친해지니 오이군 팔뚝을 막 핥아보기도 하고...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핥는 말은 처음 보네. 매우 어려보이는데, 혼자 떨어져 풀밭에 묶여있다보니 엄마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뭔가 응석부리는게 안스러워서 한참을 어루만져주고 떠날려는데...



가지마... Don't leave me alone

용머리해안 초지

Dragon head coast


세상에. 가지말라고 말이 붙잡아.

그래도 해도 지고 풀밭에서 말들과 잘 순 없으니 인사를 하고 떠나왔더니 묶여있는 줄이 닫는 끝까지 따라와서 더이상 따라올 수 없자 크게 히히히힝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아...대체 어떻게 널 떠날 수 있겠니.

결국 되돌아 가서 다시 한참을 쓰다듬어 주니 중간 중간 눈도 스윽 감고 너무 좋아한다.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나이인걸까.


그러나 모든 만남엔 헤어짐이 있는 법. 해가 거의 질 무렵 이녀석의 애처로운 부름을 뒤로 하고 떠나와야 했다. 돌아오며 보니 아까 그 강아지는 여전히 순딩이 말 괴롭히느라 정신이 없더라. ^^;;

오이군은 집에 와서도 녀석의 히히히힝하는 울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고 한다. 나중에 우리가 나이들어 정착해서 살 때 쯤 키울 동물중에는 말도 살포시 추가되나보다. 개, 고양이, 미니 돼지, 말...감자오이네 동물농장 ^^;


여행날짜 | 2016.08.07



하트를 꾸욱 눌러 

집없는 커플 감자오이의 전국일주를 응원해주세요 ^^


신고

©

모든 사진과 게시글 내용은 포스팅 URL 링크 공유만 가능합니다. 스크랩, 복제, 배포, 전시, 공연 및 공중송신 (포맷 변경도 포함) 등 어떤 형태로도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블로그 소유자, 심상은에게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허가 신청방법은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허가신청방법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