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만 테이스팅 하나요? 일본에 간다면 사케 테이스팅!

사케향기 솔솔~ 하치노헤주조 견학


산좋고, 물좋은 아오모리. 

물맑은 곳에서는 좋은 술을 만드는 양조장도 한개씩 따라오기 마련이다. 아오모리 동쪽 하치노헤에는 현지의 맛있는 쌀과 질 좋은 물을 이용해 향긋한 사케를 만드는 240년 역사의 양조장이 하나 있다. 오랜 전통이 있는 곳이니만큼 이곳에서는 양조장 시설견학과 함께 사케 테이스팅을 진행하고있다.

고양이가 생선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맛있는 사케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는데.


사실 사케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그냥 '술'을 뜻한다. 우리에게는 사케가 일본주를 의미하는데, 일본 술집에 가서 사케를 달라고 하면 눈이 동그래지며 무슨 사케를 줄거냐며 리스트를 들이민다. 그런데, 그 리스트에는 맥주도 있고, 청주도 있고, 소주도 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케를 주문하고 싶으면 일본주(니혼슈)나 청주(세이슈)를 주문해야한다. 물론 일본주에도 종류가 많이 있어서 리스트를 들이밀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일단 원하는 부류를 받을 수가 있다. 우리는 처음 일본에 갔을때 멋모르고, 아무거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사케를 달랬더니 나름 고심하더니 그곳에서 직접 만든다는 맥주를 가져다 주더라...-_-;




작은 강가에 평화롭게 자리잡은 양조장은 하치노헤 시내에 있어서 찾아가기가 수월하다. 다리를 건너면서 햇살아래 기분좋게 빛나는 하얀 외벽과 일본건물 특유의 검은 지붕을 가진 양조장을 볼 수 있다. 


구름이 흘러가지 않았더라면 시간이 정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믿을 만큼 평화로운 풍경이다. 

풍류하면 빠질 수 없는 술 한잔. 이곳에서 사케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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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문화재 양조장 견학



주조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오토코야마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의 대중주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한 오토코야마는 하치노헤주조의 대표 브랜드로 오랜세월 하치노헤 어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옛날에는 술 이름에 오토코야마라는 이름을 즐겨 사용했는데, 하치노헤주조 이외에도 전국에 약 20여개의 양조장에서 같은 이름의 술이 생산된다고 한다.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데, 남자다운 강인함과 깊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 그런지 일본 곳곳에서 같은 이름의 술이 생겨났다.



양조장은 술보관창고, 제조실, 발효실, 사무실, 연회장 등등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6개 동으로 되어 있는데, 외관에서부터 연륜이 느껴졌다. 그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의 2층에는 양조장을 9대째 물려받아 운영해 오고 있는 사장님의 가족이 살고 있다.



양조장 입구에는 말라버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는 둥근 장식이 달려 있었다. 가까이 가면 아직도 은은하게 삼나무 향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스기다마라는 것으로 술을 만들기 시작하는 11월에 초록색의 스기다마를 달아 놓아 그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술이 익어감과 함께 스기다마의 색깔도 깊은 느낌의 갈색으로 바뀌어가 숙성정도의 지표가 되어준다.



이 붉은 건물도 역시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영국인 건축가가 영국에서 가져온 벽돌을 이용해 영국식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올린 건물이었는데, 지진에도 더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획기적인 방법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술을 숙성시키는 탱크. 한통에서 약 2000병의 사케가 생산된다


술빚기는 추수를 끝내고,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부터 시작해서 이른 봄까지 이어지는데, 그때 이곳을 방문하면 술빚는 과정도 견학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때는 초여름으로 양조장의 휴지기라 매우 한적했다. 이때는 시설을 정비&보수하며 다음 술빚는 시기를 기다린다.



술을 보관하는 창고에 들어서자 공기가 매우 시원해진다. 한여름에도 피서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은은한 청주의 향기와 오래된 목조건물의 향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머릿속으로 바로 들어오는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서 술을 보관해야 하므로 창문이 하나도 없는데도 공기가 청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흙벽으로 지어져 벽을 통해 공기순환이 잘 이루어 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건물은 옛날에 지어 졌음에도 넓은 공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술을 차곡 차곡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1층 기둥없는 공간의 비밀은 바로 2층에 있다. 나무를 대각선으로 받쳐 서로 지지하게 만들어서 거대한 지붕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벽쪽으로 이어진 대각선 기둥은 2층 바닥을 뚫고, 1층의 벽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진 덕분에 이곳은 유형문화재로도 지정이 되어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오래된 추억을 불러 온다. ( 어릴적 초등학교 교실 나무 바닥에 왁스칠 하던 기억에 났다 ^^; )


술을 만드는 풍경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건물 자체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관광거리가 되어 준다. 

나무 향기가 기분 좋았던 2층 공간은 아티스트들에게 대여해 갤러리나 전시회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로까지 지정된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 마모되고, 파손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렇게 사람이 오가야 공기도 순환이 되어 곰팡이도 생기지 않고, 구석 구석 관리를 하고, 보수를 하게 되기 때문에 더 오래오래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사케의 부드러움, 입으로만 느끼지 말고, 피부로도 느껴보자



드디어 기대하던 사케 테이스팅 시간이 되었다.

원래는 이렇게 생긴 조그마한 바에서 진행이 되는데, 오늘은 사케 제조과정 영상도 함께 볼 겸 강당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마시기에 앞서서 사케를 피부에 발라보기로 했다.

무슨 소린가? 사케를 바르다니.

사케를 직접 바르는 것은 아니고, 술을 만들고 남은 발효된 쌀 즉 술지게미로 팩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막걸리 화장품이나 술지게미에 들어있는 피테라 성분을 함유한 S모 화장품 등으로 술지게미가 피부 노화방지와 각질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 외에도 비타민과 아미노산 등등 좋은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술지게미가 화장품 성분으로 각광받게 된 이유가 재밌는데,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얼굴은 늙어가도 손은 늘 곱다는 것을 알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가공된 화장품은 아니고, 시원하게 냉장해 둔 술지게미를 테이스팅을 하기 전에 손에 발라두고, 15-20분 즈음 후에 제거하는데, 정말 곱고 촉촉해 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 물론 손에 불에 불린 휴지 조각을 올려 놓아도 20분뒤 제거할 때 보면 역시 곱고 촉촉해져 있으므로 한번에 모든 팩이 그렇 듯 그 팩의 효과가 엄청나게 나왔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 꾸준히 해야 진짜 효과가 있을 듯. 어쨌든 더운날 시원하고 기분이 좋으니 한번 해 볼만 하다.



술지게미로는 팩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유제품을 섞어 푸딩을 만들기도 한다. 술향이 솔솔나는 고소한 푸딩이 일품. 시제품으로 판매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치노헤주조의 또다른 대표 브랜드는 핫센(八仙)이다.  오늘 우리가 테이스팅할 술로 지역 농부들과 계약을 맺어 100% 아오모리 품종, 하치노헤 쌀만으로 만들어지며, 화학비료 없이 자연농법을 고집한다고 한다.


사케는 쌀을 얼마나 도정하느냐에  등급이 나뉜다. 술의 뒷면을 보면 정미율 즉 깍아내고 남은 흰쌀의 비율이 표시되는데, 낮을 수록 고급 술이다.

왼쪽으로 갈 수록 고급 술로 점점 입안에서 맹물같이 넘어간다. 도정을 많이 할 수록 술맛이 부드러워지는데, 전반적으로 핫센은 아주 은은한 향이 있고, 입안에서 도드라지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핑크 라벨은 내입맛엔 조금 뭔가 독한 느낌이 들었고, 레드 라벨이 은근한 술맛도 좀 나면서 적당히 부드러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사실 사케는 입에서 너무 튀지 않고, 맑을 수록 고급 술이라고 한다. 따라서 살짝 어딘지 밍밍했던 브라운 라벨이 가장 고급이고, ANA항공 일등석에 기내주로 제공된다고 한다.

알콜 돗수는 13-16도 사이로 와인과 비슷하다.


맨 오른 쪽의 술은 스파클링 사케이다. 와인이든 소주든 맛에 기교부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였는데, 아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여자 아닌가?!) 밀키스 색의 사케는 보기에는 웬지 달 것만 같은데, 전혀 달지 않고, 사케에 약간의 탁한 맛이 섞여 있다.



핫센만 맛보니 대표 브랜드라는 오토코야마도 궁금해졌다. 그러자 원래 테이스팅 리스트에 없는 것인데, 인상좋은 경리겸 영업부장님이라는 분이 쿨하게 한병 꺼내주셨다. ^^;


두근 두근. 

사케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핫센과는 꽤나 다르다. 처음에는 뭐지? 아무맛이 안나나 싶었는데, 입안에서 음미할 수록 깔끔함 속에 깊은 맛이 베어난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동네에 사는 서양인들이 반주로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물같이 깔끔해서 음식의 맛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름은 남자의 산인데, 맛을 보면 의외로 맑고, 깨끗해서 여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알콜 도수까지 낮은 것이 아니니 조심하시길. ^^


테이스팅이 끝나고 디저트로(?) 역시 술지게미가 들어간 도넛 케익도 받았다. 식감은 촉촉하고, 사케향나는 파운드 케익크 라고 보면 되겠다.


현미와 50%를 도정한 쌀. 최고급 술을 만들 때 50%까지 도정한다고 한다



주조 시즌이 아니라 술 만드는 방법을 영상으로 시청했는데,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날이 쌀쌀해져서 효모의 활동이 둔해져야 부드러운 맛의 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술 시즌은 초겨울에 시작한다. 봄에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 그해 가을에 수확된 쌀만을 이용해 만드는데, 대형 찜통에 밥을 하고, 물과 누룩을 넣어 발효시킬 때 온도가 무지 중요하다고 한다. 긴 막대 온도계로 틈틈히 온도를 측정해 줘야 하는데,  발효할 때는 알콜과 가스가 올라오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단다. 저기서 취해 술독에 빠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므로 조심해야한다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배웠다.

전통적으로 술은 남자만 만들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술의 신이 여자라서 여자가 만들면 (특히 예쁜여자가!) 질투를 하기때문에 술맛이 시큼해진다고 한다. ^^


술 좋아하실 것 같은 해맑은 웃음의 영업부장님. 그 웃음 뒤로는 최고의 술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 났다


양조장에는 사장님까지 총 2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양조장이지만 일본 다른 지역에도 판매가 되고, 미국, 대만, 한국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시던 사케에 대해 배워볼 수 있었던 시간이고, 조금 더 알고 맛을 보니 뭔가 맛이 다른 것...같지는 않고(^^;), 더 즐겁게 음미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 하치노헤주조

주소 |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 미나토마치 혼초 9, 031-0812
전화 | +81 178-33-1171
체험비 | 2000엔 (시음 + 푸딩 + 핸드팩)

주조기는 11월-3월이다. 술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 이때 이용할 것

| 여행날짜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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