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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오모리] 하치노헤 아침식사는 무쓰미나토역 앞 아침시장에서
2016. 7. 31. 21:56

생선회로 아침식사 해보셨나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숙성회를 초저렴하게

 

어시장의 마스코트, 오징어든 아줌마. 푸근한 인상이 우리네 시장 어머니들과도 닮아있다

 

아오모리의 둘째날 아침, 완벽한 저녁형 인간인 내가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생선회를 먹겠다며...

 

아오모리 동부에 있는 도시 하치노헤의 무쓰미나토 역 앞에는 아침마다 어시장이 열린다. 새벽 4시즈음 시작해서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는 이곳에서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생선구이와 생선알, 미소국 등으로 아침식사를 즐겨하는 일본인들에게 인기있는 곳으로, 다양한 종류의 회와 알, 절임류를 1인분씩 포장해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한다.

 

 

 

 

가지런한 일본의 생선가게

 

평상시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행이라는 마법이 아침을 차타고까지 가서 먹는 묘기를 부리게 했다. 그렇다. 이건 차라리 내게 묘기에 가까왔다. 아침을 먹는 일도 드문데, 아침식사를 하겠다고, 그것도 회를 먹겠다고 7시부터 설쳐나오다니...

 

 

어시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당연히 어수선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에 약간은 지저분 하게 생선 국물도 조금 흐르고, 반짝반짝 윤기나는 생선아래 얼음 녹은 물이 흥건하며, 내장이 담긴 쓰레기통이나 생선대가리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어시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수산시장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장소나 건물이 협소하고, 낡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가지런하다. 일단 사람들이 어수선하거나 분주하게 움직이지를 않고, 어시장임에도 바닥이 깨끗하게 말라 있다. 어떻게 수산시장 바닥이 늘 그렇게 건조하고, 깨끗할 수 있는지 미스테리하게 느껴질 정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한두번에 먹기 좋게 포장된 어류들이 가지런히 열맞춰 놓여있다. 특히 이곳은 소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더더욱이나 깔끔했다. 대부분 손질된 생선을 판매하는데, 양도 많이 가져다 놓지 않는다. 딱 그날 팔 것만 차분하게 놓고, 고요하게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시장 풍경을 보면 참, 일본스럽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요일 아침에는 역 근처에 약 35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는 대규모 어시장이 열리는데, 평일에는 이곳에서 작은 규모로 상설시장이 열린다.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회 종류였는데, 일본은 우리같이 활어회를 잘 먹지 않고, 대부분 숙성회를 먹기 때문에 횟감을 준비하는 곳도 활어와 물이 담긴 수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위에 물기없이 정돈된 생선 살들이 덩어리째 놓여있다.

 

나는 숙성회의 보들보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을 너무 좋아해서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식욕이 마구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어떻게 회를 먹냐며 나왔는데, 위 상태를 보니 망언이었던가보다. 

왜 못먹냐, 회를. 이렇게 맛있게 생겼는데!

 

 

숙성회는 생선이 살아있을 때 피를 빼고, 내장을 제거하여 손질한 후 저온에서 적게는 3시간, 많게는 3일정도 숙성시킨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숙성회가 죽은 생선을 묵혔다 줘서 기생충이 감염되네, 신선도가 떨어지네 하는데, 기생충은 활어회보다 숙성회가 감염확률이 더 낮다는 통계가 있다. 활어회는 생선도 막 살아 움직였던 것 처럼 기생충도 싱싱하게(?) 살아 있는데, 숙성회는 저온에 머무는 동안 기생충도 기력이 다해 죽기 때문이라고. 생선도 오해하고 있는 것 처럼 죽은 생선을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선을 손질해서 생선 살(근육) 부분만 경직이 풀리도록 보관하는 것이고, 매우 낮은 온도에 보관하므로 여타 세균들이 증식할 걱정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탱글탱글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활어회를 먹으면 되고, 입에서 버터녹듯 녹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숙성회를 먹으면 된다.

 

 

일본 사람들은 생선알도 참 좋아하는데, 어떤 어시장엘 가도 주황빛의 탱글탱글한 연어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격도 처럼하다. 아주머니가 정리하고 있는 저 한팩이 약 5천 5백원 정도. 명란도 마찬가지이다. 과메기 비슷한 것도 있는데 한팩에 약 3천원 정도. 전부 참기름이랑 밥비벼 먹으면 밥솥하나 통째로 비울 수 있는 밥도둑 들이다.

 

 

성게알도 있는데, 커다란 조개 껍질에 이쁘게 줄맞춰 담아 판매한다. 이건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 너무 이뻐서 하나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도 저렇게 수북히 담겨 있는데, 가격이 착하기도 하지. 

그런데, 우린 성게알을 날로 먹는데, 여긴 저 채로 전자렌지에 몇 분 돌려서 뜨끈하게 익혀먹는다. 성게알은 날것이 제맛인데...

 

일본인들은 살이 붉은 생선의 숙성회를 선호한다고 한다
삭힌 고등어. 가격도 참 착하다. 한팩에 1천 5백원

 

그리고 이것은 하치노헤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것으로, 식초와 소금에 삭힌 고등어이다. 아오모리에서 잡히는 고등어들은 타지역보다 지방 함유량이 높아 고소하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여러 고등어 요리가 발달했는데, 이것도 그 특산물 중에 하나이다. 맛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새콤 짭짤 고소한 맛인데, 은은한 비린 맛도 좀 있어서 예상하기로 과메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게 눈 감추듯 할 것이고, 그런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 같다.

한입 무는 순간 비린것들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불쑥 떠올랐는데, 어찌 보관했다가 가져갈 방법이 없네 ㅜ_ㅜ

 

 

 

 

 

생선류 이외에도 다양한 절임과 무침류의 밑반찬을 판매하는데, 재래시장임에도 포장의 깔끔함이 대형마트도 울고 갈 정도.

 

 

생선을 구워서도 판매한다. 이것은 집에 가져가 먹기 보다는 구입해서 바로 그자리에서 아침식사로 먹어야 더 맛있다. 미끈한 생선 만지는 것 싫어하고, 집에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질색 했던 이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옵션. 양도 한번 먹을만큼 소포장되어 있는데, 연어 두조각에 2천 5백원, 이름모를 생선 두마리 2천원, 참치는 조금 비싸서 4조각에 약 1만 2천원 정도다. 물가비싼 일본치고, 가격도 착해서 생선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인 것 같다.

 

 

생선의 잡내를 잡아주는 쌀겨가루를 발라 놓은 것도 있다. 쌀겨가루(미강)는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루로 아시다시피 쌀의 대부분의 영양분이 고스란히 담긴 쌀눈이 이때 떨어져 나가버린다. 그래서 사실 쌀겨가루에는 쌀의 거의 모든 영양분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생선을 이렇게 덮어 놓으면 비린내를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쌀겨가루를 구입할 수 있다. 우유랑 섞어 마사지도 하고, 된장국, 생선구이 할 적에 한스푼씩 넣기도 하는 모양.

 

 

그럼 구경 재미나게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도 먹어 볼까나?

 

상설 어시장의 1/4 공간은 식당으로 운영되는데, 이곳 저곳 상점을 돌며 생선회나 알, 밑반찬 등을 사서 이곳에서 바로 먹을 수가 있다. 밥 한공기에 100엔, 미소국 한그룻에 역시 100엔. 그 외에 추가로 생선구이, 튀김 등을 주문할 수가 있다. 조식 운영 시간은 7시-10시. 원래는 어시장의 상인들이 자기 좌판에서 생선 몇가지와 조식을 먹었는데, 그걸 본 손님들도 먹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식당코너를 운영하게 되었다 한다.

 

 

일행들과 한번씩 함께 돌며 각자 관심 가는 것들을 골라왔는데, 어쩌다보니 가벼운 조식이 아니라 아침부터 회 파티가 열려버렸다. 사실 우리만 관광객이라 호기심에 이것 저것 집어와서 이렇게 푸짐하게 되어 버렸지 현지인들은 알 한종류, 구이 한가지 뭐 이렇게 놓고 먹는 것 같다.

참, 물건을 살 때 주인 아저씨나 아줌마에게 상냥하게 웃어 주면 서비스로 뭘 더 얹어 주신다. 안그래도 저렴한데, 시장의 푸짐한 인심까지 얹어지니 아침시장의 매력에 홀딱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들이 한국에서 왔다 하고, 지역에서 저명한 키무라상과 함께 왔더니 서비스가 넘쳐난다. 비싼 참치 뱃살과 참치 뽈떼기살 구이가 나왔고, 가리비 관자회, 명란젓갈을 각 한팩씩 주셨다. 감사하긴 한데, 아침부터 이 짭쪼름 한 것들을 어찌 다 먹으라고...그러나 애정을 담아 서비스를 주셨는데, 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의견이 모였다. 그럼 싸가서 점심때 먹어야 하는 걸까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일행 중에 밥 진공청소기 같은 분이 있어서 그분이 밥을 무려 세공기나 드시며 남은 것들을 모두 해치워 주셨다. ^^;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연어알, 보드랍게 녹는 새우회, 고소한 연어회. 아침식사의 신세계가 열렸다!

 

내 입맛에는 청새치회와 새우회, 연어구이가 제일 맛있었다. 특히 새우회가 자꾸만 생각이 나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이 맛이 그리워 몇 번 찾아봤건만 이때의 적정온도와 비린내가 아닌 향긋한 새우향을 가진 회를 아직 못만나 본 것 같다. (새우회 맛있는 집 추천 받습니다 ^^)

 

미소국에는 미끈미끈한 해조류가 들어있다

 

밥을 먹고나니 잠도 좀 깨고, 머릿속에 에너지도 공급이 되서 주변을 조금 둘러 봤다.

그런데, 남자건 여자건 혼자 조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일본은 1인 생활이 보편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시장의 모든 메뉴를 1인분씩 소포장 해서 판매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 전일본공수(아나ANA)항공 비지니스석에 탔더니 1인 여행자를 위해 좌석이 한줄로 배치되어 있었고, 음식점에 들어가면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해 창밖을 바라보게 배치된 작은 1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침시장앞 소품 가게에서도 항구도시임을 느낄 수가 있다

 

아침시장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일본의 문화체험과 함께 기분좋은 (배가 든든해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는 매력적인 장소 인 것 같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오모리현 서울 사무소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06.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