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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오모리] 불금을 부르는 하치노헤, 여덟개의 요코초
2016. 7. 28. 12:59

이야기가 있는 8가지 색깔 골목길 탐방
여기 우리동네 하고 싶다...

 

 

하치노헤는 시 전체가 박물관, 그 중에서 제일은 먹거리 박물관

 

아오모리의 동쪽, 하치노헤는 시 전체를 8가지 테마로 나눠 필드 뮤지엄이라고 부른다. 문화, 축제, 자연, 먹거리, 전통공예, 산업 등등의 테마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에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가 아니겠는가? ^^; 아오모리는 자연이 아름다워 유명한 곳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아무리 멋진 풍경도 배가 고프면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지의 호감도를 200% 높여 주기 위해 우리는 맛난 것을 먹어주고 시작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로 했다. ^^;

 

하치노헤의 먹거리를 다양하게 섭렵하려면 단연 필드 뮤지엄 중 먹거리 뮤지엄에 해당하는 8개의 요코초(골목길)로 가야 한다. 각각 특색이 다른 8개의 골목길에 가면 하치노헤의 특산물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테마와 메뉴를 가진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어느 누구나 입맛에 맞는 가게를 한곳쯤은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B1 그랑프리의 창시자, 키무라 사토시상과의 조우

 

하치노헤 시내 풍경
길가에 놓인 느낌있는 바위조각품(좌) / 고래고기를 파는 모양이다. 그림이 인상적이라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는데, 멸종 위기에 있는 고래들은 제발 이제 먹지 말아줘 ㅜ_ㅜ (우)

 

이름이 요코초, 골목길이라고 해서 외진 구석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내 중심가에 있다. 혼-하치노헤 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 이동하면 요코초가 모여있는 거리에 도착할 수 있다. 하치노헤 시내는 대단히 번쩍 번쩍 화려한 도심은 아니지만 나름 큰 도시인데, 이런 곳에 옛 일본 골목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줄 요코초가 정말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어딘지 풍모가 은근히 백선생을 떠올리게 했던 키무라 사토시 상. 요리 전문가들의 공통점인걸까? ^^

 

일단은 이 골목길을 구석 구석 안내해 줄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 오늘의 해설은 영광스럽게도 B1 그랑프리의 창시자인 키무라 사토시 상이 맡아주시기로 했다. B1 그랑프리는 전국의 B급 음식들, 즉 예술 요리가 아닌 분식 같이 서민적인 음식들을 모아 놓고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하는 일본의 유명한 음식 경연대회이다. 원래는 근처에서 작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국에서 참여하는 아주 큰 요리 대회가 되었다고 한다.

이분은 원래 이동네 토박이는 아니신데, 하치노헤의 매력에 홀딱 빠져 이곳에 자리잡으셨다고. 원래 동네 사람보다 타지에서 관심을 갖고 온 사람이 그 동네를 열심히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너무 가까우면 그 소중함을 못느낀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이 분은 정말 골목길을 눈감고 걷다가 옆에 있는 간판이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석구석 빠삭하게 알고 계셨다.

 

 

요코초 정보 수집 :  하치노헤 포털 뮤지엄, 하치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야와타우마가 박물관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해설사님과의 미팅 포인트는 하치라는 이름의 종합 박물관으로 하치노헤에 관한 것들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인포메이션 센터도 겸하고 있다. 만약 요코초를 찾아 가고 싶은데,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면 일단 박물관에 들러 정보를 입수하도록 하자.

 

박물관 벽에 걸려있는 나무 사자탈 시계. 매 시간마다 박력있는 사자춤 알람을 구경할 수 있다. 고개도 좌우로 움직이고, 입이 딱딱 부딛치며 소리를 낸다
해설사님과 만나 첫번째 요코초를 찾아가는 길목에 발견한 멋진 음식점. 입구 양쪽으로 하치노헤의 상징, 초대형 야와타 목각 말이 장식되어 있다

 

 

Yokocho 1.  하나코지

 

 

드디어 첫번째 요코초, 하나코지에 도착했다.

높은 건물들 사이의 미로같이 좁은 골목. 포장마차 수준의 작은 가게들이 주루르륵 이어져 있다. 원래 채소와 과일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그보다 꼬치집과 우동가게 등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날은 하필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화려한 도심의 허를 찌르는 서민적인 풍경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해설사님을 따라 미로같은 골목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니 또다른 별세계가 펼쳐진다. 건물안에는 라이브 클럽과 작은 펍들이 모여있어 바깥과는 달리 홍대앞 골목 어딘가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지한 분위기의 라이브 펍들을 보니 오래전에 감명깊에 봤던 만화책 '나나'가 떠올랐다. 저 문을 열면 블래스트의 나나가 노래를 부르고 렌이 연주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

맥주 한잔을 손에 들고, 인디 밴드의 음악에 몸을 맡겨 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오늘은 일요일, 라이브홀을 포함한 요코초의 상점들이 대부분 일요일날 쉰다고 ㅠ_ㅠ

 

 

Yokocho 2.  미로쿠 요코초

 

 

두번째 요코초는 미로쿠 요코초이다. 미로를 연상시키는 발음에 미로 골목길인 줄 알았더니 양쪽으로 길 이름이 미 길과 로쿠 길이라 그 사이에 위치한다고 해서 미로쿠가 되었다고. 이유가 심심한 것과달리 이곳은 하치노헤 여덟 요코초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들어서는 순간 일행 모두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렸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위치한 작은 박스형 포장마차들은 전부 8명의 손님이 들어가면 가게 안이 꽉 찬다. 주인이 가운데서 술과 안주를 서빙하고, 그 주위에 손님들이 둘러 앉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곳이다. 워낙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이게 되다보니 이곳에 오면 누구나 주인과 친구가 되고, 낯선이의 말동무가 된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이라 일행 모두의 감탄사를 불러 모았던 화롯불 꼬치 사케집

 

그런데, 왜 가게들이 전부 손님을 8명까지 받는 걸까? 그건 가게들이 너무 작아 종업원을 둘 수 없어 주인 혼자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데, 한명이 커버할 수 있는 최대 인원수가 바로 8명이기 때문이라고. 

 

이 가게들은 서민 창업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데, 가게 계약은 무조건 3년까지라고 한다. 이곳의 작은 가게에서 3년간 부지런히 일해 모아서 진짜 가게를 내라고 격려해주는 차원. 모든 요코초들이 비슷 비슷한 실정인데, 다행히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라 대부분 정말 3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포장마차가 아닌 진짜 가게를 낼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이 너무 매력있는지라 가게 주인들이 다들 더 길게 머무르고 싶어하지만 기간은 엄격하게 3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야하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서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도입되면 좋을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미로쿠 요코초에는 총 26개의 포장마차가 있는데, 분위기도 다양하고, 메뉴도 다양하다. 정통 이자카야에서부터 랍스터를 비롯해 해산물을 파는 레스토랑, 꼬치를 전문으로 하는 집, 여심을 자극하는 핑크로 꾸며진 집, 양식, 일식, 분식 등등 누구나 취향에 맞는 곳을 한곳 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는 음식을 포장해와 물이 졸졸 흐르는 미니 인공폭포 앞에 앉아 운치있게 먹을 수도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 놓았다. 

 

 

골목길 이름이 미로라는 뜻이 아니라 할지라도 길은 정말 미로같이 생겼다. 별로 크지도 않은 시내에서 어이 없게 길을 잃기 일쑤. 그건 관광객 사정만은 아닌지 곳곳에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Yokocho 3.  타누키코지

 

 

세번째 길은 타누키코지, 즉 너구리 길이다. 너구리 굴을 떠올리는 길일까?

그런데, 키무라 아저씨가 길을 안내할 때 한번에 데려가지를 않고, 건물의 숨은 길을 통과하며 이쪽 저쪽 골목길로 안내를 한다. 도무지 어떻게 해서 이 길이 나왔는지 감도 안잡히네.

 

일단 이곳은 사카나 마치라는 길로 예전에 생선과 얼음을 팔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생선가게를 상상하기에는 길이 너무 깨끗하다. 현재에는 생선가게 대신 이자카야와 고등어 전문점이 있는데, 고등어집은 도쿄돔 덮밥 대회에서 일등을 한 곳이라고 한다. 이 지방의 고등어는 다른 곳보다 지방을 30퍼센트나 더 함유하고 있어 훨씬 고소하므로 지역 특산물이 되었다. 소금과 식초로 절인 고등어를 꼭 먹어봐야 하고, 고등어 꼬치도 파는데, 꼬치는 꽃여있는 순서대로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자카야는 원래 미로쿠 요코초에 있던 가게인데, 3년동안 돈벌어서 따로 가게를 차려 나온 곳이라고 한다.

 

 

키무라 아저씨는 어디론가 미로같은 건물 길로 우리를 또 안내했는데, 복도 중간에 이상한 구조물이 있다. 벽으로 막힌 창문 같은 것이 있네? 혼자 갔더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겠지만 아저씨가 퀴즈를 낸다. 

 

이게 뭐에다 쓰는 것일까요?

배달 음식점 창구요.

쓰레기 배출구요.

전당포요.

재밌는 대답들이 나왔는데, 사실 이것은 빠찡코 코인을 바꾸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니 옆쪽 벽에 CCTV가 이 창문을 향하고 있다. 예전에 이 건물이 전부 빠찡코장이었는데, 여기서 코인을 바꿔줬다고. 지금은 이자카야나 음식점이 들어섰지만 옛 추억을 되살려 창문과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CCTV는 그냥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알수 없는 건물 미로를 돌고 돌아 드디어 타누키코지에 도착했다. 이 길은 가장 오래된 요코초로 기차 신칸센이 새로 들어오면서 광고를 찍을 때 사용되었다고 한다.

 

 

조그마한 뒷골목.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친구들을 불러내기 딱 좋아 보인다.

아닛, 그런데, 중간에 웬 배추도사같이 생긴 나무 조각상이 하나 있다. 알고보니 이것은 술취한 멍게 아저씨로 요코초의 마스코트. 멍게가 주인공인 것을 보니 회와 스시의 나라 일본답게 술이 나오면 자연스레 해산물이 나오나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딘지 우리의 회사원들과 닮아 있어 안스러운 느낌이 든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반쯤 풀어진 눈, 흔건히 취했는지 어느새 실종되어 버린 하의(?). 회사원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회사생활은 고달픈 모양이다. 하의가 실종되도록 마셔서 풀어야 할 스트레스가 쌓이니 말이다.

 

 

그럼 이곳 하치노헤의 중심에는 왜 이런 요코초가 발달을 하게 된 것일까?

오래 전 부터 항구도시였던 하치노헤는 선원들이 돌아오면 밥을 먹을 수 있게 일단 주변에 음식점과 주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 시설들이 점점 많아지자 근처에 유락 시설 즉 빠찡코와 극장, 당구장, 오락실 등등 술문화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함께 생겨났다. 그렇게 오랜 세월 소박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중심가 역할을 해 왔는데, 약 20여년 전 부터 이곳도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모든 유흥시설을 함께 담은 커다란 건물들이 들어서자 작은 극장, 오락실들은 점점 손님을 잃고 사라지게 되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음식점과 주점만 남게 되었다. 한국도 그렇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체인들이 시설과 서비스가 좋으니 나부터도 그곳으로 가게 되지만 가끔은 예전의 소박한 동네 극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일본의 많은 대도시들에 사람냄새나는 요코초들이 정비되고, 사라져 버린 반면 이곳은 오히려 지역의 자랑거리로 세워 유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술집과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어딘지 옛추억을 되살려주는 이 요코초 골목들에 정이 가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저 건물 고깃집의 수많은 연통이 동네 명물인데 (별게다 명물 ^^;) 원래는 주차장 자리에 큰 극장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대형플렉스에 밀려 극장이 문을 닫자 건물을 헐고, 주차장으로 만들었는데, 그때 건물에 가려져 있던 연통들이 밖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상징물들을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은 관광와서 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

 

 

 

 

 

Yokocho 4.  고방 가이

 

길 중간에 촘촘히 배치된 작은 맨홀 뚜껑이 인상적이었다

 

네번째 골목은 고방가이, 즉 5번가이다. 5번가면 5번째 골목이어야지 왜 4번째냐고?

골목의 순서야 골라 들어오기 나름이므로 우리가 네번째에 들렀을 뿐 골목마다 번호가 매겨진 것은 아니다 ^^;

 

 

이 골목은 정말 길이 좁았는데, 그래서 정오에도 햇빛이 정통으로 들지 않아 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고 한다. 어딘지 해리포토의 마법상점이 있는 거리의 뒷골목 같은 느낌이랄까. 뭐 가게문을 열었더라면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역시 일요일은 전부 문을 닫아 분위기가 덜 했지만 설명에 의존해 그 모습을 상상해 본다. 왼쪽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연륜이 묻어나는 건물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라고 한다. 지금은 더이상 영업을 하지는 않고 1층의 상점만 운영한다.

 

 

Yokocho 5.  하치노헤 쇼와도리

 

 

쇼와는 일본의 시대 (1926년 12월 25일 - 1989년 1월 7일) 이름 중 하나인데, 이곳에 자리잡은 많은 상점의 주인들이 이 쇼와시대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으로 이 거리는 다른 곳과 달리 폭이 꽤 넓다. 

이곳에도 역시 마스코트인 멍게 아저씨가 해맑은 표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는 멍게 껍질에서 짜잔하고 튀어 나와 진짜...술취한 사람의 포스를 보여준다 ^^;

 

 

이 분위기 넘치게 생긴 목조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키무라 상이 눈을 반짝이며 이곳이 정말 대단한 음식점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셨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야끼도리 (닭꼬치구이)집인데, 늘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 먹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역시나 일요일은 휴무, 문을 닫아 그 대단하다는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건물에서부터 이미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Yokocho 6.  하모니카 요코초

 

 

또 한번 심쿵하게 했던 분위기 좋은 요코초를 만났다. 주욱 가게들이 늘어선 모습이 하모니카를 닮았다고 해서 하모니카 요코초라 불리는데, 요즘들어 인도,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들을 선보이는 가게가 많이 늘어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다고 한다.

 

하모니카 요코초의 음식점들은 가게 장식에서 다른 곳보다 젊은 분위기가 많이 묻어난다
이곳 역시 내부 좌석이 5-8개로 매우 작은데, 어떤 집은 장사가 너무 잘되서 가게 앞에 추가 의자와 테이블을 놓기도 한다
일본어를 읽을 순 없었지만 네팔음식일 것 같다고 짐작

 

이곳에도 우리의 귀여운 멍게아저씨가 헤벌죽 웃으며 서 있다. 손에든 저 선물 꾸러미는 초밥이라고. 일본 아빠들은 술마시고 집에 들갈 때 가족들 선물로 초밥을 사들고 온다고 한다. 우리는 통닭이나 투게더 아이스크림인데, 내용물은 다르지만 술취한 아빠들은 어딘지 다 비슷한 구석이 있나보다. ^^;

 

 

Yokocho 7 & 8.  로초 렌사 거리 & 나가 요코초 렌사 거리

 

 

마지막으로 간 곳은 렌사 거리이다. 이 거리는 길모양이 특이한데 의자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또는 누운 h)으로 생겼다. 의자 등받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로초 렌사거리이고, 의자 네개의 다리에 해당하는 ㄷ자 모양의 거리가 나가 요코초 렌사거리이다. 렌사는 연사라는 뜻으로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이어져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은 정통 이자카야 분위기가 나는 곳이 많았는데, 여름 이벤트로 3천엔으로 5개의 가게에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판매하기도 하나보다. 8월 1일날 한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하치노헤에서 열리는 산샤 타이사이 축제포스터도 붙어있었는데, 대형 퍼레이드가 열리는 신나는 축제라고 하니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날짜는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그리고 이곳에는 기무라 아저씨의 단골 술집이 있었다. 하치노헤 주민이라면 대부분 이 여덟개의 요초코 중 한곳 쯔음은 단골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저씨의 취향은 바로 이러했다.

 

 

쨔잔.

오래된 느낌의 장식과 주인 아저씨의 보라색 셔츠가 인상적인 양주나 칵테일을 파는 바. 뭔가 70-80년대의 느낌이 가득 묻어나 아저씨의 연배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키무라 아저씨와 비슷한 나잇대의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유명인들도 엄청 다녀갔는지 한쪽 벽면은 싸인으로 가득했다. 사실 분위기가 재밌어서 우리도 칵테일이나 한잔해볼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흡연 자유구역. 애연가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담배연기에 질색했던 우리들은 금새 눈이 시뻘개져서 밖으로 도망나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딱히 흡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갇힌 공간에서는 개인과 타인의 건강을 생각해 자제하는게 맞는거 아닌감..그러나 그들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술집의 낭만이라고 했다. ^^;

 

 

다시한번 등장한 술취한 멍게 아저씨.

이번에는 아예 술잔에 풍덩 빠져있다. ^^;

곳곳에 놓인 이 멍게 아저씨 작품들은 지역 작가가 전기톱으로 통 나무를 잘라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요코초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겨울이면 목도리를 둘러주는 사람도 있다고 ^^; 

 

 

우리도 한잔 할까?

 

 

여덟개의 요코초를 탐방하고나니 해가 뉘엇 뉘엇 기울며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찌 고양이가 생선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우리도 한잔 기울이며 여행 첫날을 자축하기로 했다. 장소는 아까 우리의 마음을 홀딱 빼앗은 미로쿠 요코초로 의견이 모아졌지만...아쉽게도 일행이 다 들어가 앉을만한 공간이 없었다. 가게 정원이 8명인데, 이미 가게가 대부분 차 있고, 5명이 들어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뭐 이 많은 밥집 중에 우리가 갈 곳 한군데 없을까.

우리에겐 동네 토박이보다도 구석 구석을 더 잘 꿰고 있는 키무라 아저씨가 있지 않은가. 그가 우리를 맛의 신세계로 안내해 주리라.

 

하치노헤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즐거움을 모두 다독여 주는 듯한 요코초, 짧게 둘러 봤지만 그 매력에 홀딱 빠져버렸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나는 알코홀릭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

 

요코초 지도.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오모리현 서울 사무소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 투어)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