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Jeju | 제주도
[365일 전국일주 중] 해바라기 함박웃음 짓는 여름의 제주, 김경숙 해바라기 농원
2016. 7. 21. 20:20

해처럼 밝은 제주의 표정
여름의 태양 닮은 꽃, 해바라기 가득 핀 제주도

 

 

제주에 와서 매일의 일상을 간단히 올리려고 했는데, 역시나 초등학교 때 그림일기 숙제처럼 매일 포스팅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동네 골목길 마저도 그림같은 제주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시간 나면 돌아다니기 바빠서 대체 사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

 

보여드리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 많지만, 어떤 여행지는 시간이 좀 지나서 써도 상관이 없는데, 자연이 여물어 가는 풍경은 때를 놓치면 좀 엄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일단 요맘때 한창인 해바라기 풍경부터 풀어보기로 한다.

 

 

 

 

 

요즘 인터넷의 여행사진들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해바라기 였다.

시원 시원하게 커다란 얼굴, 활짝 웃는 듯 밝은 표정, 늘 해를, 세상의 밝은 면만 바라보는 긍정적인 꽃 해바라기. 

 

느림보 꽃 한송이. 남들 보다 한발 늦었다고 아름답게 피지 말라는 법 없다. 다 자기만의 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언젠가 한번은 누구나 예쁘게 피어날 테니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4살 때 였나? 사촌언니들과 동네에서 놀다가 화단에 피어있던, 내 키의 두배도 더 되는 그 꽃을 보는 순간 나는 낚시 배 불빛에 홀린 오징어처럼 그 앞에 멈춰 서버렸다.

'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것이 꽃이란 말야? 키도 크고, 꽃은 또 어떻게 저렇게 크지? 노오란 것이 참 기분 좋게 생겼네.'

 

아마 그 전에도 해바라기를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꽃을 제대로 인식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그 밝고 커다란 얼굴이 어찌나 기분좋게 느껴지던지. 그래서 그 뒤로도 친구들과 뛰놀다가 틈틈히 그 화단에 가서 해바라기를 쳐다보곤 했었다. 여름날의 소소한 나만의 즐거움. 그때부터 해바라기는 나의 인생의 꽃이 되었다.

 

 

꽃을 선물할 때도 늘 해바라기였고, 이를 아는 친구들이나 오이군도 늘 내게 해바라기를 선물 했다. 심지어는 결혼식장도 해바라기로 도배를 했더랬다. 

그러다 얼마전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바로 나의 탄생화가 해바라기 였던 것! 탄생화는 월별이 아니라 일별로 정해지는데, 딱 내 생일날의 탄생화가 바로 해바라기였다.

너는 내 운명이었어!

 

일별 탄생화 보기 링크 (해바라기가 탄생화인 날은 7월 6일과 8월 15일 두번이다)

 

 

제주에도 해바라기 밭이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이 예쁘기도 하고, 입장료도 무료라 인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7월 초 어느 날 늦은 오후 해바라기 농장을 찾았다. 때가 일러 아직 꽃이 안피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웬걸. 입구에 들어섰더니 꽃이 미이 다 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역시 제주구나. 꽃 계절이 다른 곳 보다 한달정도 빠른 듯 하다.

 

 

아쉬움에 입맛을 쩝쩝 다셨지만 다행히 농장에는 해바라기 말고도 다른 여러 꽃이 피어 있어 위로를 건넸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 귀요미들

 

입구에 해바라기들이 다 져서 아쉬웠지만 포기가 빠른 나는 주변의 꽃들을 담는데 정신이 없었다. 애 태워봤자 마음만 아프고, 이미 진 꽃을 다시 피워낼 수는 없는 걸. 그러나 오이군은 다른 꽃따위 관심 없다는 듯 성큼성큼 안쪽으로 들어간다. 

아니 그런데 꽃과 남자가 이렇게 잘 어울려도 되는 거야? 오이군의 오렌지색 컬러 미 래드 안경과 원추리인지 나리인지가 셋트로 어울려 여름의 푸르름 속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눈에만 콩깍지 ^^;) 

 

 

나리꽃과 오이군을 함께 조금 더 담고 싶었는데, 이 싸람이 빨리오라고 손짓을하며 혼자서 언덕 넘어로 성큼성큼 가버리네.

기다려봐아~ 앵글 딱 좋은데...아이참, 뭐가 있는데 거기이~

 

궁금함에 따라갔더니 앗, 그곳엔 한참 만개한 해바라기들이 방글방글 웃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와하하. 그래, 바로 이느낌이야!

 

농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 구획별로 나누어 꽃을 심는 모양이다. 밭이 4-5개로 분리되어 있어 밭마다 꽃의 상태가 달랐다. 입구쪽은 이미 져서 고개를 숙였고, 안쪽에는 이렇게 만개한 밭이 있었으며 그 맞은 편엔 아직 키가 작은 어린 해바라기들이 자라고 있었다. 덕분에 9월까지는 매달 활짝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포토 배틀. 네가 날 찍어대면,

 

그런데, 해바라기는 늘 해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녀석들 전부 해를 등지고 있다.

알고보니 해바라기는 꽃봉우리일 때와 잎, 줄기 등은 해를 열심히 쫓아 다니지만 일단 꽃이 피면 너무 무거워서 대부분 그냥 남쪽을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해바라기의 팔처럼 느껴지는 잎이 모두 해를 향해 활짝 벌린 채 따라 가다보니 우리는 한낮에 남쪽을 보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고 이들이 해를 바라본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동안 내가 속고 살았어!

 

나도 널 찍겠다!

 

해바라기는 키가 2미터까지 훌쩍 크는 식물인데, 이곳의 해바라기들은 어째 키가 전부 자그마 하다. 물론 덕분에 꽃대에 파묻히지 않고, 멋진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해바라기는 내 키보다 훨씬 커서 우러러 봐야 제맛인데.

 

 

 

 

나는 꽃 관심 없다. 훗~

 

어쨌든 해바라기 밭에 파묻히니 좋긴 좋았던가보다. 집에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전부 헤벌죽한 표정이다 .

사실 이날은 습하고, 쨍한, 전형적인 여름 날씨로 어지럼증을 유발할 정도였지만 아름다운 꽃들의 환대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기분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실 해바라기는 저 커다란 것이 한송이의 꽃이 아니라 여러개의 작은 꽃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꽃을 이루는 꽃차례이다. 둥근 원판위에 가장 자리에는 혀모양을 닮아서 설상화라 불리는 노란 꽃이 여러 송이 피고, 가운데는 길죽해서 관상화라 불리는 갈색 꽃이 빼곡피 피어난 것이다. 기다란 장대같은 줄기위에 꽃이 하나만 핀 것 같지만 사실은 작은 꽃들이 수백송이 피어나 모여 있는 것. 크고 단순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참 오묘하고, 복잡하게 생긴 꽃이다.

 

 

'자기야, 내가 당신의 꽃 ^_______^'

'.......왜 이러니...'

 

 

'싫어? 그럼 자기가 꽃 해 ^_______^'

'.......-_-;;...왜...이러니...'

 

 

그래그래. 같이 하자 같이. 우리 둘다 꽃 (건성 건성)

꺄악, 씐나! (열심)

 

 

정상적으로 하나 찍자. 응?

에이. 밍숭밍숭하게스리...

 

 

농장 중간에는 구름다리가 하나 있고, 이 다리는 농장 사무실로 연결된다. 실내라서 잠시 에어콘바람을 쐴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바람 한점 없는 실내는 바깥보다 더 찜통이었다. 그래도 이곳에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 하시길.

 

 

7월 현재 만개해 있는 밭은 구름다리에서 왼쪽 대각선 방향 밭이고, 구름다리 왼쪽 밭의 해바라기는 아직 키가 50센티정도 되는 어린 나무이다. 오른쪽 밭(입구쪽)의 꽃은 이미 져서 고개를 숙였고 이제 씨가 여물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8월에는 왼쪽밭이 만개해서 구름다리 위에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바라기 밭 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사무실에서 구름다리로 가다 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입구 왼쪽에 황구 한마리가 홀로 묶여 있다. 자리는 불편하고, 목줄은 짧고, 날은 덥고, 혼자 심심하고...표정에 괴로움이라고 쓰여 있는 듯.

 

하루 종일 혼자 짧은 쇠줄에 묶여 있는 시골개들을 보면 늘 마음이 아프다. 가끔 너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몰래 목줄을 끊어주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범죄라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내가 책임도 못질 아이들 길거리에 풀어 놔 봤자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어서 꾹 참고 안타깝게 머리만 쓰다듬어 주다가 돌아오고 만다. 

 

오이군의 나라 스위스는 개를 키우려면 모두 의무적으로 동물 이해 교육을 받아야 하고, 내용을 잘 들었는지 시험도 본다. 개들은 의무적으로 산책을 시켜주게 되어 있으며, 심지어 기니피그나 앵무새 같이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은 법으로 두마리 이상을 키우도록 되어 있다. 진정한 복지 국가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녀석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며 우리나라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해바라기의 아름다움이 더위를 식혀 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입구에 있는 간식 판매대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농장에서 재배된 해바라기 씨앗과 씨앗이 든 아이스크림, 뻥튀기, 초컬릿 등을 판매한다. 우리는 볶은 씨앗과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인심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께서 초콜릿과 뻥튀기를 시식하라며 마구 안겨 주셨다.

 

 

 

 

원래는 씨앗이 갈려 들어있는 하얀 소프트 아이스크림인데, 후한 인심의 주인장께서 각종 토핑을 얹어 주셨다
여름날 원두막 아래 앉아 먹는 아이스크림은 천국의 맛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자기야 꽃을 봐~자연을 보라구우~ / 해바라기 밭에서 모바일 웹서핑 해 봤니? 두배로 재밌다. 꽃따위 관심없는 ㅆ...상남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주친 삼양검은모래 해변의 불타는 일몰
곽지과물해변의 여름 밤바다. 난생 처음 보는 바다로 지는 초승달

 

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삼양검은모래 해변에서 화려한 일몰을 보고, 곽지과물해변에서 세월에 네월아 시간을 보냈다. 곽지해변은 토요일인데도 별로 붐비지 않아서 좋다.

밤이 되자 깜찍한 초승달이 서쪽으로 넘어왔다. 매일 손톱처럼 가는 달이 조금씩 차오르며 바다로 지는 풍경만으로 신비롭기 그지없었는데, 이날은 친구 별까지 옆에 데리고 나와서 나의 애간장을 녹였다.

 

아~ 난몰라. 너 왜 이렇게 이쁜거니!

 

사랑해 마지 않는 해바라기 구경에 해변에서의 잉여로운 저녁 그리고 앙증맞은 초생달.

제주에서는 일상이 매일 작은 축제가 된다.

 

 

INFORMATION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번영로 854-1
064-721-1482
입장료 무료


여행날짜 | 2016.07.09

 

응원의 하트를 꾸욱 눌러 

집없는 커플의 전국일주를 응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