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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Jeju | 제주도
[365일 전국일주 중] 내차 가지고 떠나는 제주도 여행
2016. 7. 12. 19:02

네번째 머무를 곳, 제주로!
제주로 미니 이사가기

 

요즘엔 제주로 가는 고속(완도-제주는 겨우 1시간 40분) 카페리가 도입이 되어 자차로 떠나는 제주 여행이 한결 편리해졌다

 

2주간 남도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대망의 네번째 머무를 곳, 제주로 가는 날.

원래는 지리산 쪽에서 3개월쯤 머무르고 제주는 가을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차 저차한 사정으로 일정을 조금 앞당기게 되었다. 지리산은 언젠가 또 기회가 있기를 소망하며...

 

우리는 차 한대와 자전거 두대, 약한 오이군의 허리를 위한 책상의자를 비롯해서 약간의 짐이 있으므로 배편을 이용해 제주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여행의 마지막이 완도가 되었던건데, 이거 날씨가 와 이리 흐리노. 

 

 

 

 

 

그냥 흐리기만 하면 괜찮은데, 아침부터 비가 주룩 주룩 내렸다. 물에 젖으면 양파(자가용) 뒤에 매어 놓은 자전거 거치대 줄이 느슨해지는데...마음이 조마조마.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는 길이 즐겁고 상쾌해야 하는데, 이거 어째 뭔가 조마조마하고, 구질구질하다.

 

출발 시간 한시간 전부터 미리 차를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아침에 완도 한두곳을 더 구경하려고 오후 배편을 예약해 두었는데,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그냥 걸었어...가 아니라 그냥 숙소에서 밍기적거리다가 바로 완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원래 예약한 사람도 1시간 30분정도 일찍와서 차를 대기하라고 했는데, 우리는 세시간 일찍 가는 바람에 아직 예약한 티켓 수령 창구도 열려있질 않았다. 

이거 해외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배타는데 게으른 내가 3시간 전에 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완도에서 제주로 차가지고 가는 방법

 

무한대기 중. 스마트폰 없었으면 이런 시간에 뭘하고 보냈을꼬...

 

제주로 가는 배편 중 차량 선적이 가능한 곳은 목포, 완도, 해남(우수영), 여수, 장흥, 부산이 있는데, 그 중 완도에서는 고속 페리를 이용하면 1시간 40분이면 제주까지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짐도 많고, 특히 나는 조그만 진동에도 배멀미를 많이 해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완도 출발을 선택하게 되었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당연히 차량까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전화로 차량과 사람을 예약해 놨다 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해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일단 여객선터미널로 가기 전에 차량 선적장 사무실로 가서 운전자 이름으로 된 차량 승선 티켓을 교부 받는다. 배 출발 한시간 전부터 차량선적을 시작하는데, 실질적으로 1시간 10분 전부터 시작되므로 운전자는 차와 함께 최소 1시간 30분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게 좋다. 예약을 했다면 당연히 내자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늦게 가면 예약이 무효화 되므로 일찍 일찍가서 대기하자.

 

양파는 차종이 레이인데, 내부가 나름 커서 꽤나 많은 것을 실을 수가 있다. 뒷자리에는 책상의자 하나와 옷가지, 약간의 가재도구, 책, 텐트 등이 실려있고, 차뒤에는 자전거 두대가 매달려 있다. 우리처럼 자전거를 차에 매달거나 내부에 실으면 자전거 운임을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운임료는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약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완도-제주 편도 가격은 주말에는 인당 38,600원(일반), 46,000원(우등) 이고, 차량은 78,540원부터 225,440원까지 차종에 따라 상이하니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를 참고 하시길.

 

완도-제주
한일 익스프레스www.hanilexpress.co.kr

여수-제주
한일 익스프레스www.hanilexpress.co.kr

장흥-제주
제이에이치페리 www.jhferry.com

목포-제주
씨월드 고속페리 www.seaferry.co.kr

우수영-제주
씨월드 고속페리 www.seaferry.co.kr

부산-제주
서경 카페리 company.haewoon.co.kr

 

 

 

긴긴 대기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선적시간이다. 이때는 운전자와 차만 승선이 가능하고, 동승자는 내려서 여객선 터미널로 가야한다.

 

 

그러나 운전자 역시 차를 선적하고나면 터덜 터덜 걸어 나와 다시 여객선 터미널로 가서 신분증 확인을 받아야 한다. 차 선적할 때 운전자 신분확인도 같이 하면 좋겠구만 어째 비효율적인 것 같네... 어쨌든 세월호 사고 이후로 신분증 검사가 강화되어 생긴 정책이라고 한다.

 

 

 

차는 오이군이 몰고 들어갔는데, 투박한 선원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함소리에 기분이 조금 언짢아져서 나왔다. 이리로 대라는 건지 저리로 가라는 건지 전혀 알수 없는 수신호(출차할 때 보니 안내해 주는 사람이 계속 손을 빙글 빙글 돌린다. 나는 오이군이 한국말을 못알아 들었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어디로 가라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오이군이 조금 망설였더니 아저씨가 소리를 버럭 버럭 질렀다고 한다. 통영의 배들도 그렇고, 완도의 배들도 그렇고, 선원들은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건지. 사실 그들은 그냥 이야기 한 걸 수도 있는데, 그 동네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장에서는 화내는 걸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

 

완도-제주행 블루나래호는 길이 61m, 폭 26m의 중형 선박으로 2016년 현재 육지에서 제주로 가는 가장 빠른 배편이다

 

어쨌든 파란만장한 차량 선적이 끝나고 드디어 배에 올랐다.

차 하나 배에 싣는데 뭐가 파란만장까지 하냐고? 

거기엔 또다른 사건이 있었다. 

 

모든 것은 오이군 혼자 차를 선작하러 가면서 시작됐다. 나보다 운전이 훨 능숙하다는 이유로 오이군을 보냇는데, 나보다 한국말이 서툴다는 걸 너무 간과했던 모양이다. 표준어로 또박 또박 말해도 잘 못알아 듣는데 전라도 사투리까지 섞어 마구 소리를 지르니 무척 당황했던 듯. 우리도 영국이나 호주 시골에 가면 사투리 섞인 영어가 잘 안들리는 것과 마찬가지. 하긴 영어까지 갈 것도 없다. 한국 사람도 한국말 사투리 심하면 잘 안들리는데, 오이군은 오죽했겠는가. 차에는 자전거 거치대까지 달려 있어서 차간 간격도 신경써야 하고, 이래 저래 정신없는데, 욕을 한바가지 먹더니 정신이 가출했는지, 결국 차 안에 지갑을 놓고 내려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우리는 배 출발 20분 전까지 터미널에서 아침부터 긴장했다며 느긋하게 명상의 시간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가졌다.

 

몸도 마음도 조금 여유로워져서 기분좋게 승선을 해 볼까 하는데, 웬걸. 오이군 지갑이 사라졌네. 신분증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티켓이 있어도 승선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오이군은 차량선적표를 보여주고 지갑채로 옆에 던져두고 차를 몰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신분증과 티켓이 있었던 내가 10분안에 터미널에서 배까지 뛰어(터미널에서 배까지는 왜 이렇게 멀고, 배는 또 왜 이렇게 큰가) 차량선적실 가장 안쪽에 주차되어있는 양파를 찾아 헤메서, 아수라장인 차 안에 팽개쳐져 있던 오이군 지갑을 기적적으로 발견, 다시 그 먼 거리를 뛰어 터미널로 돌아와 오이군을 구조(?)해 와야했다. 배에 양파만 실어서 보내게 되는건가 초 긴장했으나 다행히 가까스로 우리도 승선할 수 있었다. 

 

휴우...온몸이 빗물인지 땀인지에 범벅이 되서 얼빠진 상태로 배 낭간에 기대어 멀어져가는 터미널을 쳐다 보았다. 배 놓칠까봐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화들짝 놀랜 동네 강아지마냥 미친듯이 뛰었더니 나도 정신이 삼만리쯤 나간 것 같았다. 

터미널에 뭐...놓고 온 건 없겠지? -_-;

 

 

 

 

 

출발! 제주로

 

비오는 날의 완도

 

기대하고 기대하던 제주도로 이사가는 날인데, 날씨 좀 보소. 

몽환적일세...

 

맑은 날 완도

 

완도 선착장은 내 평생 딱 두번 와 봤는데, 그게 전부 올해였다. 3월에 청산도 들어갈 때랑 이번 제주 행. 그런데, 분위기가 천지차이다. 3월에 왔을 땐 날이 맑아서 하늘도 바다도 온통 푸르렀는데, 오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구름속의 완도 타워
맑은 날 완도 타워

 

3월에 시간이 안되서 가지 못했던 완도 선착장 앞 전망대(완도타워)도 이번에 올라볼 예정이었는데, 어찌나 안개가 잔뜩 꼈는지 전망대 자체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전망대를 포기했는데, 또 완도에 올 그 다.음.에.는 언제가 될까.

 

 

제주로 가는 페리는 소요시간에 따라 내부 시설이 다른데, 블루나래호는 겨우 1시간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고속 페리라 모두 좌석으로 되어 있다. 소요시간이 긴 선박들은 좌석도 있고, 호텔같이 스위트룸이나 디럭스룸 등으로 나뉘는 침대 객실도 있다.

 

 

블루나래호에는 일반석과 우등석이 있는데, 우등석은 윗층에 분리된 좌석으로 24개밖에 없다. 가격은 일반 3만9천원, 우등 4만 6천원으로 약 7천원 정도 차이가 나길래 큰맘먹고 우등을 예약했다. 우등좌석이 뒤로 더 많이 기울어지기는 하는데, 의자 자체가 일반보다 대단히 편안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등객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무지 무지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점에 가느라 잠시 일반석 쪽으로 내려왔는데, 단체 관광객들의 흥겨운 술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오는 날은 소리도 웅웅거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저들과 함께 1시간 40분을 보냈어야 했더라면...7천원 아깝지 않구나~

 

안녕, 완도! 다음엔 파란 하늘로 만나~

 

보통은 배를 타면 갈매기들이 따라오는데, 오늘은 왜가리가 신나게 따라오고 있었다. 얘도 새우깡 던져주면 받아 먹을까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새우깡이 없었다.

 

 

선상만찬. ^^;

매점에서 전투적으로 쟁취해 온 음식들이다. 줄 안서고 막 커피 달라고 소리치는, 술이 흥건히 취한 아저씨들 사이에서 어렵사리 받아왔다. 가격은 배 위니까 당근 더 비싼데, 그래도 이정도 가격이면 과일을 씻어서 팩에 넣어 팔아도 될 법하고만, 먼지와 이물질이 그대로 있어서 먹기에 조금 번거롭더라. 

 

 

이때 시각은 겨우 3시 반이었건만 창밖은 밤이래도 믿을만큼 어둡고 흐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다는 잔잔해서 배멀미는 하지...별로 하지 않았다. 나는 행여 멀미가 심하게 날까 두려워 최대한 자려고 노력하거나 창밖을 열심히 보며 널부러져 왔는데, 오이군은 언제나 배나 차안에서 책도 읽고, 이메일도 쓴다. 참 부러운 신공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제주항에 거의 다왔다며 (아저씨들의 고함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미리 미리 잽싸게 차량으로 가서 시동 걸고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꽉 막힌 공간에서 수십대의 차들이 전부 시동을 걸었더니 으아...가스실이 따로 없다. 차문을 다 닫아놨는데도 매연냄새가 스물 스물 기어들어와 머리가 어질 어질 할 정도. 오분만 더 있으래면 기절하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문이 열리고 차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영광의 탈출 OST가 딱 흘러줘야 하는데.

 

 

 

웰컴투 제주!

이쁜 승무원 언니대신 무뚝뚝한 아저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색다른 제주 가는 길. ^^;

 

 

사실 야자수가 쫘악 깔린 공항과 다르게 제주항은 별로 제주 분위기가 안났는데, 그래도 제주가 맞긴 맞은가보다. 엪에 써있는 걸 보니.

 

 

차량은 전부 이렇게 소독을 당하고, 제주시내로 내보내진다.

 

 

꺄하하하.

무사히 제주 도착.

오랜만에 오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여행으로 올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10개월간 우리 동네란 말이지? 급 친근감이 밀려온다.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 하고,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기분은 360도 달라져 있었다.

상쾌하고, 후련하고, 설레이고...

 

 

오이군도 기분이 좋은지 손가락이 음악에 맞춰 까딱 까딱 춤을 추고 있다.

빗물에 느슨해진 끈 때문에 떨어질까 조마 조마 했던 자전거도 무사히 잘 매달려 있다.

뛰어 다니고, 배멀미로 우주선 탄 정신이 슬그머니 돌아오는지 나도 어느새 셀카를 찍고 있다.

 

드디어 우리는 제주, 제주에 도착했다!

 

 

 

토감수오 전국일주는 제주에서 10개월동안 쉬었다 갑니다. 

제주에서도 집없기는 매한가지, 잘 살아 남으라고 응원의 하트 꾸욱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