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인 줄만 알았던 아키타에 지옥이 웬말?
새하얀 지옥, 가와라게 지고쿠
아키타의 작은 (집이 겨우 10채 정도 모여있는) 온천마을 도로유에서 기분좋게 온천욕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지옥 구경에 나섰다. 지옥을 구경한다고? 아니 푸르른 숲과 6월이 다 되도록 녹지 않은 눈이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아키타에 지옥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일본은 땅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는 곳이 많다보니 물이 솟아 올라 온천을 이루는 곳도 있지만 가스가 솟아 오르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에 대부분 지고쿠 즉 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성이 강한 황화수소가스때문에 그 주변엔 아무것도 자랄 수 없어서 푸른 숲 가운데 대지가 허연 분칠을 한 얼굴을 멀뚱히 디밀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만도 하겠다.
5월의 마지막 주였음에도 응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어 아쉽게도 지옥길은 아직 통제가 풀리지 않아있었다. 이곳은 눈이 완전히 녹아야만 통제가 풀리는데, 그 이유는 눈이 쌓인 곳 아래에 뜨거운 가스가 분출되면 눈더미 아래 가스가 모여있는 눈동굴이 생기고, 누군가가 그 위를 지나가다가 눈동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 색깔도 워낙 하예서 자칫 한눈이라도 팔면 아직 녹지 않은 눈인지 산성화된 땅인지 헤깔릴 수도 있다.
눈이 모두 녹는 7-9월, 아키타 산 꼭대기와 온천지역까지 모두 통제가 풀리게 되면 저 하얀 길도 걸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길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황화수소가스가 적은 양일때는 계란 썪은 냄새가 나서 금새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지면 무색, 무미, 무취로 느껴져서, 즉 아무것도 안느껴져서 모르는 새 그냥 기절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양이 많으면 독성이 더 강해져서 생명까지 위험하니 꼭 지정된 산책로 안쪽으로만 걸어야 한다.
햇살이 가득한 곳도 땅이 하예서 마치 눈이 쌓인 듯 하얗고, 그 가운데 옅은 하늘빛의 물까지 고여 있으니 신비롭기 그지없다. 덕분에 예로부터 이곳은 마을 주민들에게 신성한 땅으로 여겨져서 많은 불교신자들이 이곳에서 수련을 했다고 한다.
저 푸른 물이 천연 온천 같이 느껴서 풍덩 빠져보고 싶지만 이곳은 통행이 금지된 구역이고 진짜 천연 온천은 이곳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다고 한다. 온천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곳인데, 완전 야외 자연 온천이므로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7월-9월 중순에는 이 고요한 곳이 천연폭포온천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편의 시설같은 것도 없고, 그냥 산속 폭포수 이므로 각자 수건과 수영복등을 챙겨와야 한다. 그러나 간간히 동네 아저씨들이 그냥 시원하게 나체로 온천욕을 즐기신다고 하니 눈이 조금 아플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하겠다. ^^;
온천은 겨울에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곳은 눈이 오면 도로가 모두 폐쇄되는 곳이므로 자연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계절은 여름이 유일하다. 당연히 우리도 이 자연 온천이 너무나 궁금했으나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아직까지 도로 통제가 풀리지 않아서 가 볼 수 없었다.
가와라게 지고쿠의 현지 주소는 秋田県湯沢市高松字湯尻沢 인데, 구글 지도에 영문표기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자와역에서 관광지도를 받으면서 위치를 표기해 달라고 하세요. GPS를 그 위치에 맞추고 찾아가시면 됩니다. 유자와 역에서 약 한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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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사무소에서 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일부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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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자 |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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