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쪽 나라를 꿈꾼다

매력 포인트를 콕콕 집은 남도 2주 여행코스


통영에서 두달을 보내면서 나는 왜 사람들이 남도앓이를 하는지 온몸으로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대한민국 하늘임에도 조금 더 쨍 하고 밝은 햇살에 화사하게 빛나는 투명한 쪽빛 바다, 신이 그림을 그리다가 녹색 물감 묻은 붓을 툭 한번 털어낸 듯 파란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 수도권 주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남국 향기 묻어있는 나무들, 꽃들, 새들



이사를 거듭하며 나름 짐이 조금 줄었다. 작년 10월에는 짐을 모두 실으면 뒷 유리가 안보였는데, 이제 뒤가 보인다 ^^;


그래서 우리는 다음 여행지로 가기 전에 2주동안 남도 구경을 조금 더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진짜 휴가를 내서 일과 병행하는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만을 위한 이주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새로운 곳을 본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내일 아침에는 일을 안하고 놀아도 된다는 기쁨이 큰법인데, 그간 그런 것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간만에 오이군도 나도 설레임으로 가득찼다. 


대신 우리는 정해진 집이 없기 때문에 통영 숙소를 반납하고 우리의 작지만 든든한 애마, 양파에 짐을 모두 싣고 여행을 해야했다. 2주 여행을 마치고 바로 네번째 정착지로 향해야 해서 짐을 어디다 맡기고 찾으러가고 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레이는 몸집에 비해 바퀴가 매우 작은 편이라 이렇게 짐을 가득 실고 자전거 두대까지 매달에 놓았더니 바퀴가 사람이 타지 않아도 늘 잔뜩 눌려 뭔가 아슬해 보인다. 흠...소심한 나는 바퀴쪽 충격흡수 관련된 부품들이 고장날까 조마조마 하며 2주를 보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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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 여행의 마지막에 가면 딱 좋을 알로에 테마 파크


여행은 통영 옆동네 거제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바로 옆동네라 두달동안 충분히 이곳까지 커버하리라고 생각했건만 수선화철에 공곶이에 간 것을 제외하면 시간 날 때마다 통영 구경하기에도 벅차 거제는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알로에와 크게 관계 없어보이지만 입구에 트릭아트 포토존이 있었다. 이렇게 찍는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오이군이 몸을 불살라 생쇼를 하기에 남겨둔 사진


여행날 아침.

전날 미리 짐을 다 싸서 차에 실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것 저것 점검하고, 집청소하고 났더니 어느새 시계 바늘은 오후 2시를 넘어서고 있다. 

이거 이미 여행 한참 하고, 슬슬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 아닌가...

그냥 하루 늦게 출발할까 고민도 했는데, 주말에 급작스러운 일이 좀 있어서 서울에 다녀오는 바람에 이미 하루가 늦어져 있어진 상황. 게다가 지금이라도 출발하지 않으면 내일이라고 더 일찍이 될 것 같지도 않기에 그냥 열심히 거제도로 향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날씨마저 흐리멍텅 한 것이 어째 여행이라기보나는 동네 밤마실 나가는 기분.



이번 여행은 정해진 타임스케줄 없이 대략적인 루트만 정해놓고, 볼 수 있는대로 보자 컨셉이었기 때문에 길목에 눈에 띄는 곳에서 멈추기로 했다.


첫번째로 멈춘 곳은 거제 알로에테마파크

통영에서 신거제대교 건너서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첫번째로 눈에 띈 곳이었다.

거제도에 알로에가 유명했나? 선인장이니 남쪽에서 자라기는 하겠구나. 

호기심에 슬쩍 기웃거렸는데, 어쩌다 보니 그날의 오후를 전부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작은 온실정원으로 딱히 볼게 많은 곳은 아닌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앵무새 꽥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 알로에 음료를 홀짝거릴 수 있다. 그리고, 온실 가운데 족욕장도 마련되어 있어 5천원을 내면 알로에를 푼 물로 족욕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주 내내 짐싸느라 정신사나왔던 것과 주말에 예정에 없던 급작스런 서울행에대한 피로를 이곳에서 풀었다. 싱그러운 분위기 속에 뜨거운 물에 발 담그고 앉았더니 도무지 다시 일어날 수가 없더라. 평일이다보니 방문하는 이도 전혀 없어서 오이군과 뜨건물에 발담그고 나란히 누워 오붓하게 각자의 스마트 폰을 즐겼다. (^^;)


일반적인 거제 여행이라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집어 넣어 족욕으로 피로를 풀면 좋을 것 같다.



  거제 - 명사해변, 첨들어 보는데 이렇게 이뻐도 되는건가요?



첫날은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거제도 서부에 있는 명사해변에서 하루를 묵었다. 통영에 살때 왔더라면 한시간이면 집에갈 거리인데, 펜션비를 지불하려니 뭔가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창밖 풍경을 보고는 마음이 확 바뀌었다. 

이 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눈을 뜰 수 있다니!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 눈뜨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덕분에 머리가 흩날리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단, 이날은 정말이지 도로시처럼 아침에 눈뜨면 다른 나라 와 있는 건 아닌지 수차례 확인해야 했을만큼 강풍이 휘몰아졌다. 덕분에 구름과 안개, 먼지, 해무 등등이 싸악 걷혀 새파란 하늘과 넓은 시야를 자랑했지만 사실 눈뜨고 똑바로 걷는 것 조차 힘들어서 제대로 감상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바람도 사진 중독을 멈추지는 못했다.



얼굴이 안나와서 대충 누구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만 수백장의 대머리 굴욕컷 사이에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장 섞여 있어서 살포시 투척


마누라가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대니 질려서 그런 건지 사진찍는 것과는 담쌓고 지내는 오이군이 가끔 따발총 빙의 될 때가 있는데, 내추럴한 사진을 빙자해서 나의 순간포착굴욕샷을 찍을 때가 바로 그때이다. 그런데, 가끔 그가 날린 무한 연사 사진 중엔 내가 먹던 음식을 포기하는 빈도수 만큼 ( =: 0 ) 괜찮은 사진이 걸리기도 한다. 



  거제 - 지중해 부럽지 않은 여차 몽돌해변



황화코스모스 한들 한들 거제 해안도로



명사해변에서 바람과 싸우며 치열한 아침을 보내고, 주황빛 황화코스모스가 한들거리를 해안도로를 느긋하게 따라가는데, 또다시 우리의 눈을 사로 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여차몽돌해변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래해변이 아닌 자갈해변인데, 윗쪽에서 보는 물빛은 (안가봤지만) 지중해 부럽지 않다. 게다가 반도 지형이라 저편 마을 뒷쪽이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사진에서는 마을 뒷쪽 바다가 아주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선명하게 보인다.)


으아아. 이거 너무 멋지잖아.

보면서도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고. (집에가서 사진 정리하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왜 매번 이렇게...-_-;)



결국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해변으로 내려왔다.

해변은 중간에 바위를 기점으로 마을쪽과 산쪽으로 나뉘는데, 이 마을은 미역이 특산물인 곳이라 마을쪽 해변에서는 끝도 없이 늘어선 미역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 물놀이하고 놀기에는 산쪽 해변이 더 넓고, 깨끗해서 좋은 것 같다.


우리는 원래 이번 여행 중간 중간에 수영도 하고, 썬탠도 해가며 낭만을 곱씹어 줄려고 했는데, 오늘 목표는 사람들 대머리 만들기라고 결심이라도 한 듯 미칠 듯이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아쉽게도 추워서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꿩대신 닭...참새로 마을 주민이 급조해 만든 듯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으며 소소한 낭만을 즐겼다. 재밌는 건 라면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가게 주인 할머니가 자기 해변에 좀 나가봐야된다며 가게문을 닫을거니 그만 가달라고 부탁을 하셨던 것. 그때가 한시도 안됐는데 가게 문을 닫으시겠다고. ^^; 이곳엔 편의점 이름을 단 구멍가게 두곳이 있는데, 모두 관광객의 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즉, 사람 없을 때는 대부분 닫혀있다 ^^;



  거제 -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의 진수를 맛보다



바람 너무 분다고 투덜거렸더니 뭘 그정도 갖고 그러느냐 퉁이라도 주는 듯 엄청난 바람세례를 준 곳이 있었다.

이름하야 바람의 언덕.

해금강쪽에 있어서 거제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데, 이름이 바람의 언덕인 걸 보니 원래도 바람이 많이 부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날은 거제 전역에 나무가 다 뽑혀나갈만큼 요란한 바람이 불었으니 이곳은 오죽하랴.


바람이야 어쨌건 그 유명한 푸른 언덕위의 풍차는 건재하게 아름다움을 뽐냈다. 정말 멋져서 차분히 감상하고 싶었으나 머리카락이 입때리고, 눈때리고, 바람이 입, 코로 들이쳐 숨쉬기도 어렵고...전혀 차분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강풍에 거세진 파도가 요란하게 등대를 뒤덮는 풍경이 시원하니 마음에 들어서 계속 멍하니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오이군이 이쪽 저쪽 벤치 뒤로 바람피해 도망다니며 불쌍하게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나던 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주머니에 손 넣을 정신만 있다면 동전이라도 하나 던져 줄 것 같네. 왜 저렇게 불쌍해 보이나...결국 그와 함께 차안으로 대피하고 말았다.



  거제 - 해금강의 매력 포인트는 진도코기 금강이



바람의 언덕을 내려와 이번에는 거제도의 메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해금강을 보러 왔다. 배를 타고, 저 섬 뒷쪽에 있는 십자동굴도 보고, 바다위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섬 전체의 모든 배가 결항되었다고 한다. 

흙. ㅜ_ㅜ

어째 수십년째 여행갈 때 오늘만 휴일, 오늘부터 폐업, 금일임시휴업이 우리를 따라 다니는 느낌.


그래도 근처 호텔에서 키우는 개, 금강이가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길동무가 되어 주어 아쉬움이 좀 덜했다. 생사가 불분명해보일만큼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자고 있던 녀석이 어느새 깨어나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바다도 구경하고, 산도 구경하고, 마을도 구경한다. 이녀석 진돗개랑 웰시코기 혼혈인듯한데, 짧은 코기의 다리와 진지한 진도의 얼굴 조화가 어찌나 웃기고 친근하던지. 



게다가 녀석 덕분에 드물다는 까치살모사도 구경할 수 있었다.

배를 못타서 아쉬운대로 마을과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새 금강이가 촐랑 촐랑 따라와 신나게 앞질러 풀숲으로 달려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닷물 위로 날치가 뛰어오듯 무성한 풀숲에서 녀석이 화들짝 놀라 뛰어 오르는게 아닌가. 


다리도 짧은 녀석이 저렇게 높게 뛸 수 있다니 신기하구나. 그런데 대체 뭘 봤길래 저러나.

궁금한 마음에 근처로 가서 살폈더니 싸르르르 하며 무언가 한참 열이 올라 독기를 뿜어대며 풀숲이 가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처음엔 뭔지 안보였는데, 눈이 풀숲에 익숙해지니 뱀한마리가 머리를 치켜들고 잔뜩 긴장한 채 도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왓. 마침 며칠전에 오이군이 한국에서는 뱀을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 이렇게 뱀이 뙇하고 나타났구나.  

우리는 무슨 종의 뱀인지 몰랐는데, 영상을 본 분들이 까치살모사라고 한다. 검색해보니 정말 그런 듯. 독사인데, 요즘에 보기 드문거라더만 금강이 덕분에 귀한 구경했다.

아참, 녀석이 물렸나 놀래서 구석 구석 살피고 한시간 가량 지켜봤는데, 아주 멀쩡하고, 뽈뽈대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물린 것 같지는 않다. ^^




  거제 - 오이군 때려잡을 뻔 한 학동 흑진주몽돌해변



저녁식사를 하려고 음식점을 찾다가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에 도착하게 되었다. 구경을 하기보다는 유명한 해변가라 음식점이 많을 것 같아서 찾아간 거였는데, 유명한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허기졌음에도 불구하고 꺅꺅거리며 달려내려가 바다구경을 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던 것 ^^;
음식점에 갈 거라 발이 젖지 않게 하려고 파도를 피하다 고프로 카메라로 오이군을 때려잡을 뻔 했지만 배고픈 오이군이 화도 내지 않을만큼 예쁜 곳이었다.



멋지게 폼잡아 달랬더니 이렇게...가만보면 패션 테러리스트에 폼도 테러인데, 비율과 기럭지가 좋으니 대략 커버된다. 부럽...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은 이름처럼 흑진주 같이 검고 동글 동글한 자갈이 끝없이 깔려있는 해변인데, 마른 돌과 젖은 돌, 흰 파도, 파란 바다 그뒤로 펼쳐지는 하늘이 층을 이루어 아름다운 색의 조화로 넋을 잃게하는 매력이 있다.



오늘 아침에 요 앞바다에서 잡은 거라며 신선한 한치인지 오징어인지를 삶아 서비스로 내오셨으나 오이군에게는 밥상 테러일 뿐. 이 몬스터는 대체 뭐란 말인가...


저녁식사는 근처 밥집 중 오이군이 먹을 수 있는 어린이 돈까스 메뉴와 황태해장국이 있는 곳을 선택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해장국은 점심메뉴라 안돼고, 어린이 돈까스는 지금 돈까스가 없다는 거다. 뭔가 사기당한 느낌이었으나 배고파서 옮기기 뭐해 그냥 멍게비빔밥과 물회를 주문했다. 단, 정통 알프스 산 사람인 오이군은 (알프스 산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면서) 해산물을 먹지 않으므로 멍게비빔밥의 멍게는 모두 나의 물회 속으로 쏙 들어갔다는.



  부산 - 눌차도, 애수가 묻어나는 풍경



양파가(자가용) 힘들게 지고 온 자전거를 이곳에서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 밤은 가거대교 건너기 전에 있는 모텔에서 묵었는데, 느긋하게 차 한잔 할 수 있는 베란다도 있고, 바다위로 전망이 참 좋았다. 음료 두캔이랑 차, 커피도 제공되고, 시설이 웬만한 펜션보다 좋은데, 가격은 훨씬 저렴. 옛스런 네온 등이 없고, 담배냄새만 나지 않았더라면 비싼 펜션 다시 찾지 않을 것 같은데, 아쉽기 그지없다. 그런데 오이군은 담배냄새가 거슬리지 않았는지 모텔 홀릭이 되어 이제 저렴하고 시설좋은 모텔만 가겠다고...-_-; 


이날도 사실 거제도의 해변들을 돌아다니고 싶었으나 그러다 거제를 못벗어나고, 여행을 마무리 할 것 같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산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가덕도를 지나게 되는데, 가덕도 동북쪽에 눌차도라하는 작은 섬이 하나 붙어 있다. 원래는 따로 있던 섬이었으나 2010년 가덕도와 다리로 연결되며 사실상 육지가 되었다. 

그와 함께 눌차도에 있는 4개의 작은 마을 중 정거마을은 예쁘게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나서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이다. 마을 풍경과 마을 사람들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았는데, 그림도 예쁘고, 색도 아름다워서 여느 벽화마을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 정말 엄청나게 많은 조가비껍질 목걸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섬에서 벽화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끝없이 쌓여있는 조가비 껍질 더미. 이 섬은 서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갯벌이 드넓게 발달되서 굴과 조가비 양식이 주업인 모양이다. 그런데, 조가비 껍질을 이렇게 목걸이 꿰듯 연결해서 마을 길가에 끝도 없이 쌓아둔 것이다. 어떤 용도가 있어서 이것들을 바닷속에 묻어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줄로 꿰는 수고까지 해 가며 이쁘게 쌓아뒀는지 잘 모르겠는데, 양이 어마어마해서 엄청나게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산 - 나 어릴적의 추억, 다대포해변



다대포해변의 황금 일몰. 오이군 다대포에 가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아버지 일 때문에 부산에서 6개월씩 세번정도 산 적이 있다. 그 중 마지막 부산살이는 7살때였는데, 그때 집이 다대포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던 듯 하다. 주말에 엄마, 아빠랑 또는 이모랑 다대포 바다에 와서 게를 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백과사전에서만 봤던 말미잘도 실제로 처음 봤고, 군소, 거북손, 갯강구 등등을 실물로 보며 신기했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 다대포 해수욕장을 살포시 집어 넣어 보았다.



그런데, 세월이라는 것이 기억에 왜곡을 가져온 건지, 다대포가 엄청나게 달라진 건지 어느 하나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둘다겠지) 해변도 정비가 되서 공원이 생겼고, 갈대밭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수상보행로도 생겼으며, 음악에 맞춰 현란한 움직임으로 혼을 쏘옥 빼 놓는 음악분수도 생겼다. 그런 것도 멋지기는 한데...나는 그냥 옛날 아무 것도 없었던 자연 그대로의 그 바다를 한번 더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부산 - 영도대교와 자갈치 시장



영도대교위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에 자갈치시장건물은 얼핏보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슨 줄...


부산에는 영도대교라는 다리 한쪽이 위로 들려 열리는 것이 하나 있다. 

1934년 일제시대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용되어온 것으로 우리나라의 유일한 도개(다리가 열리는) 다리이기도 하다. 66년부터 도개를 중단했다가 2013년에 다리를 확장 보수공사하며 도개도 재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처럼 진짜 배가 지나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관광 심볼의 역할로서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자갈치 시장 구경갔다가 다리가 열려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 넋을 놓았는데, 사진찍기에 각도와 거리가 좀 안좋아서 나중에 찍지 뭐 했건만 알고보니 다리는 하루에 딱 한번 오후 2시에 열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찍지 뭐. 라고 생각해서 그 나중이 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사진에, 더 나아가 인생의 기회라는 것에 나중이란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를 악착같이 잡아야 한다. 난 이날 또 못잡았네...(-_-;)



자갈치 시장은 겨울에 오이군과 온 적이 있는데, 화창한 초여름 날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조금 더 활기차고, 역동적인 느낌이었달까.

알록달록 파는 분들도 등산복, 사는 분들도 등산복 ^^ 생기넘치는 사람들의 분위기와 생기넘치는 (다 죽었는데 무슨...) 해산물을 구경하다...구경 하다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생선이 제 아무리 신선하다한들 조리할 곳이 없는 우리에겐 무용지물 ^^;



  부산 - 알록달록 감천문화마을



원래 감천문화마을은 갈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영도대교위에서 충무동 쪽을 보고 있노라니 산비탈에 오밀조밀 자리잡은 집들이 인터넷에서 본 감천문화마을을 떠오르게했다. 맞다. 뜬지 한참 됐는데, 이곳을 안가봤네.



어린왕자랑 다정하게 찍으려고 했는데, 어째 죄수 연행하는 것 처럼 나왔...


전국에 작고, 오래된 마을들에 우후죽순으로 벽화마을이 생겨났는데, 일단 보기는 아기자기하니 이쁘지만 이로인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졌기보다는 사생활 침해로 불편을 호소했다고 들었다. 감천문화마을은 관광수입을 마을에 조금 환원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는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방문하는 사람들의 태도변화가 아닐까 싶다. 이런 마을들의 대부분이 집과 길의 경계가 없으니 남의 집에 구경가는 만큼 길에서 꺅꺅거리고 소리지르지 말고, (정말 어찌나 많은 젊은 아가씨들이 꺅꺅거리는지 같이 관광가는 입장에서도 무안할 정도 ㅜ_ㅜ) 길에 쓰레기(특히 테이크아웃 커피잔)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산 - 이국적인 해변, 광안리 해수욕장



밤에는 화려하다 소문난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머물렀는데, 우와. 홍콩의 야경 부럽지 않더라.

부산이 언제 이렇게 변했는고.



게다가 외국인도 엄청많고, 횟집과 가라오케, 노래방, 모텔로 한정되는 대부분의 해변들과 달리 펍이나 아기자기한 카페, 수제버거, 화덕피자, 스테이크 등등 음식 메뉴가 달라서 뭔가 이국적인 느낌도 들었다. 호주의 본다이비치나 뭐 그런 곳이 떠오르더라는.

다이아몬드 브릿지(광안대교)도 바다위의 다리라니 보기 전엔 생뚱맞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아름다운 조명과 라이트쇼로 화려함을 더해 이곳의 이국적인 느낌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 손때 묻지 않은 해변과 자연을 사랑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화려함 속에 묻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부산 - 2016 해운대 모래축제



이번 여행에서 통영에서 서쪽으로 가지 않고, 구태여 부산까지 왔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해운대 모래축제장의 대형 모래조형물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래축제는 2005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2-3일간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축제가 끝난 뒤에도 조형물은 일주일 가량 그대로 두기 때문에 계속 관람이 가능하다. 우리는 축제가 끝난 다음 주말에 와서 조형물들만 구경했는데, 정말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 인가 싶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부서지기 쉬운 모래로 어찌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 냈단 말인가. 모래작품들은 한정되어 있는 동안만 볼 수 있어서 더 매력이 더 큰 것 같다. 지금 안보면 다시 볼 수 없는 작품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길가다 군데 군데 만들어진 모래성만을 봐도 이 작품들이 보통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



Singin in the Rain~ 


그런데, 사실 아쉽게도 이날 비가 와서 기대하던 해운대의 열기를 느낄 수도 없었고, 모래작품들의 포스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여행을 구상할 때는 해운대에서의 해수욕도 끼워져 있었는데, 바람부니 닭살돋을 지경이건만 수영이 웬말인가. 

뭔가 전반적으로 부슬부슬, 누적누적한 분위기에 같이 기분이 다운되어 파라솔 밑에 어정쩡하게 앉아 조각케익을 씹었다. 그런데, 그때 저쪽에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비가 오건 말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그때 번뜩 든 생각이 있었으니...

그렇다. 비가 온다고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물놀이 하고 싶었다면 젖을 각오 했다는 건데, 그깟 비하나로 이렇게 기분이 다운 될 건 또 뭐람. 

이렇게 마음을 먹자 갑자기 뱃속에 있는 에너지가 품어져 나와 점프샷을 찍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래서 내가 이몸하나 불살라 뛸테니 어디 한번 잘 찍어봐라 하고 오이군에게 카메라를 던져주고는 해변으로 내달렸다. 그는 이 여자가 미칬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얼떨결에 신이나서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아~역시 뭐든 마음먹기 나름. 

신나게 뛰고나니 기분도 상쾌해졌다. 

오이군도 열심히 찍고나니 즐거운 눈치다.

음. 뭐 무릎이 아픈건 기분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옛날에는 하루종일 뛰어도 까딱없었는데, 무릎 쑤시고, 허벅지 땡기고, 골반 삐걱거리고...

어쨌든 기분만은 최고인 비오는 날의 해운대였다.



  부산 - 이름도 멋진 해동용궁사



블로그 지인분들의 부산 여행기에서 매번 눈에 번쩍 띄던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이 해동용궁사였다. 바닷가에 멋드러지게 서있는 사찰인데, 이름까지 용궁이라지 않은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이름에 반해 갔다고 보면 되겠다. 

사실 무언가를 보고 싶은데, 있어보이는 거창한 이유따위 필요없다. 살면서 가끔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하는 재미도 있어야지.


그런데, 용궁사는 생각이상으로 유명했던지 비가 끊임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음에도 사람들이 빼곡했다. 사람이 조금 덜한 순간에 사진을 찍으려고 한참을 망부석같이 서있었더니 (기다리다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옆에서 느긋하게 경치 감상하던 아저씨가 저쪽으로 가면 사람이 좀 적고 뷰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젖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옷 입은 여자가 비오는 날 다리위에 가만히 서있었더니 귀신같아 보였던 모양이다.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황금돼지 얼굴이 뒤에 서있는 나랑 닮았냐...볼도 눈도...


용궁사는 양양의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한국의 삼대 관음성지중의 한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관음보살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는 금장을 한 장식들이 많았다. 금불상, 금거북이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황금돼지!

귀여운 돼지가 큼지막한 것이 어찌나 복스럽게 생겼던지. 아래 복이라고 딱히 써 놓지 않아도 그냥 자체가 복덩어리처럼 보인다.

이글 읽어주신 분들도 사진 열심히 보시고, 돼지꿈 꾸셔서 좋은 일 가득 생기시길 ^^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남도여행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하나에 썼더니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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