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 블러프, 눈부신 서호주의 바다 Eagle Bluff in West Australia

세계자연유산, 유니크한 샤크 베이를 떠나며 Leaving Shark bay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하다니!


서호주에 온뒤로 매일 한포인트 옮길 때마다 생각 했던 한 문장이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샤크베이에 온 뒤로는 누가 밤사이 나를 외계 행성으로 옮겨다 놨다 해도 믿을 만큼 신비로운 풍경들이 끊이지 않았다.

살아 숨쉬는, 외계인의 알 같이 생긴 돌들이 있던 해멀린 풀, 100% 작은 조개껍질로만 이루어진 해변이 110km나 이어지는, 세계에 단 두 곳밖에 없는 쉘비치, 그리고 야생 돌고래가 해변까지 놀러나와 재롱부리다 돌아가는 몽키마이어까지. 모두 샤크베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이름이 샤크베이인 이유는 만의 모양이 상어를 닮아서라고 하는데, 음...지도를 보니 상상력이 좀 필요하겠다.

호주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마을, 덴햄Denham에서 하루를 묵은 우리는 아침 일찍 몽키마이어에서 돌고래들과 놀고...라기 보다는 돌고래에게 구경당하고, 이글 블러프Eagle Bluff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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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블러프는 서호주 특유의 황량해 보이지만 사실은 생명체가 풍부하게 살고 있는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로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공식 캠핑장은 없지만 도착하기 전에 미리 샤크베이 관리센터에 연락을 해서 허가증을 받으면 캠핑허용 구간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아무 편의 시설없는 와일드한 캠핑이 되겠지만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 멋진 곳을 혼자 온전히 독차지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니 모험심이 넘쳐나는 분들은 시도해 봐도 좋겠다. (차 한대당 $15, 샤크베이 관리센터 홈페이지)



전망대와 산책로는 퇴적암으로 된 절벽 위에 있어서 아랫쪽의 오묘한 색을 띄는 얕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그냥 멋진 풍경만 감상하는 거라면 여기가 그렇게 유명할 이유가 없다. 서호주에 풍경이 멋진곳은 넘쳐나니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이 얕은 물까지 상어나 가오리, 거북이 등이 놀러 나와서 물 밖에서 커다란 바다 생물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12-3월)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있는 듀공까지 나온다고 하니 이곳이 신기할 수 밖에.


평소 접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푸르름으로 가득한 샤크베이의 대지


황무지 같지만 그곳에는 수많은 사막의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곳의 이름이 이글 블러프가 된 이유는 전망대 앞에 있는 저 작은 섬에 매나 바다 독수리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 때문이라고 한다.

섬 주변으로 옅은 색으로 보이는 물은 따뜻하고 얕은데, 엄청나게 많은 수중 생물들이 살고 있어서 상어, 가오리, 거북이 등이 먹이를 먹기위해 이쪽으로 온다. 또 바다소라 불리는 듀공은 정말 소처럼 바닷속의 풀을 먹는데, 여기에 수초가 엄청 넓게 자라고 있어서 듀공도 즐겨찾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물빛이 정말 신기했다. 깊은 곳은 짙은 남색을 띠고 얕은 곳은 청록색의 오묘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수중생물들을 물 밖에서만 보는 것이 감질난다면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이 금지가 아니기 때문에 들어가도 상관없는데, 상어와 그 수중생물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일단 들어갔다하면 감동적인 개체수의 수중 생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뭐가 많다니 우리도 몹시 궁금했지만 다행히 이때가 겨울(호주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날씨)이라서 날씨가 조금 쌀쌀했던 덕분에 상어와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


그.러.나.

왜 물밖에서 아무것도 안보이지? 이론과 실제는 다른건가. 상어도 가오리도 거북이도 그 누구도 지느러미 끝트머리도 비추치 않았다. 



그래도 풍경이 워낙 신비로왔고, 메말라 보이는 땅에는 사실 수많은 사막 식물이 살고 있었으며, 마침 다양한 꽃까지 잔뜩 피우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이 다음 여행지는 호주 동부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와 견주어지는 서호주의 보석 닝가루 리프 였으므로 수중생물을 실컷 볼 예정이라 별로 아쉽지 않았다.



서호주인 샤크베이는 낮에는 남호주보다 살짝 따뜻해 졌지만 반건조기후라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사막에 가까와서 여름이라도 밤엔 거의 영도까지 떨어지는데, 지금은 겨울이다보니 긴팔이 필수.


 서부영화 속의 황무지에대한 로망을 갖고 있던 나는 서호주의 건조한 풍경에 매일 아침 날아갈 듯 신이 났다 ^^; 



구름 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 하얀 나무 그리고 새까만 까마귀.

호주에는 까마귀가 무진장 많은데, 서호주와 북호주의 까마귀들은 우는 톤이 아주 특이해서 우는 소리만 들어도 이게 호주 까마귀인지를 알 수 있다. 세번을 까악 까악 까악 같은 톤으로 운다음에 네번째는 고양이와 염소의 중간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리는 것처럼 톤이 줄어든다. 매일 이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여행을 하다보니 캠핑을 시작한지 한 15일쯤 되자 멤버들 전부 무의식 중에 까마귀 우는 소리를 흉내내면서 다니더라는 ^^;

영화 크로코다일 댄디의 도입부에서도 호주 북부 카카두 국립공원 풍경을 보여주는데, 배경소리로 이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녹음해 유투브에 올린 서호주의 까마귀 울음소리 링크)



  로드트립의 낭만

자고, 로드킬 구경하고 또 자고


서호주의 붉은 들판.

메말라서 동물이고 뭐고 없을 것 같은 이 붉은 땅에 끊임없이 나무가 보이고, 염소가족들이 심심치 않게 출몰한다. 그러나 마주오는 차를 거의 30분에 한대 정도 밖에 볼 수 없을 만큼 도로가 텅 비어있기 때문에 우리 운전사 겸 가이드 루크가 신나게 과속을 하고 있어서 귀여운 염소가족을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 귀가 긴 사막성 기후에서 사는 염소들인데, 귀여운 외모와 달리 쉬지않고 닥치는대로 먹어치워서 은근 골칫거리라고 한다. 안그래도 먹을 것이 없는데, 원래 이 땅에 살던 종도 아닌 것들이 천적도 없이 풀을 다 뜯어먹고 다녀서 소를 방목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무지 싫어한다고. 그러나 내눈에는 이 염소들보다 사방에 흩뿌려져있는 페트병과 비닐봉지가 더 문제로 보인다. 아니 사람도 살지 않는 거대한 사막에 웬 쓰레기가 이리 많은건지...다섯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쓰레기도 사막만큼 끊임없이 이어진다.


차타고 하염없이 달려도 끝이 안보이던 바나나 농장


버튼을 누르면 윗 부분이 자동으로 올라가며 넓은 공간이 생기는 카라반. 크으~여행자의 로망 >_<


아무 것도 없던 땅에 갑자기 건물들이 나타났다. 바나나와 복숭아인지 망고인지 무슨 과수원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건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동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사는게 마냥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자기 마을 이외에 다른 곳은 거의 안가고 살듯. 

우리는 차 기름도 넣고, 오래 앉아 있어 뻐근한 엉덩이도 좀 움직여 줄겸, 이곳에서 10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갈길이 아직 멀어서 길게 쉴 수는 없다.


문명세계로 오니 덩달아 모바일 신호도 잡히기 시작했는지 일행들의 핸드폰이 띠리링 띠리링 존재감을 드러낸다. 서호주는 재밌는게 도시에서 도시간으로 이동할 때 모바일 안테나가 싸악 사라진다. 나라가 어찌나 큰지 도시가 아니면 핸드폰도 안터진다는 -_-; 그래서 도시 외곽을 여행할 때는 모두 굿 사마리탄(어려움에 처해 보이는 사람을 무조건 도와주는 것)의 의무가 있다고. 만약 고속도로 중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핸드폰도 안되고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는데, 어려움에 처해 보이는 사람을 그냥 지나쳤을 경우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드.

캥거루 아일랜드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로드킬이 만만치 않다. 대신 동물 종류가 캥거루와 왈라비에서 염소와 토끼로 바뀌었다. 

염소도 토끼도 원래는 호주에 없던 동물들인데, 정복자들이 데리고 와서 몇몇을 놓친 바람에 호주 오지는 온통 염소와 토끼의 차지가 되었다. 둘다 번식력도 좋은데다가 천적도 없고, 풀떼기면 아무거나 잘먹고 잘살아서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동안 열심히 잡아먹고, 사냥하고 수를 줄이려고 노력해 봤으나 워낙 나라가 방대하다보니 전역으로 퍼진 녀석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아~ 난 서호주의 이 황량함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사막으로 내달렸더니 오이군이 놀래서 따라왔음 ^^;




또 한동안 열심히 허허 벌판을 달려가다가 건물 하나가 고독하게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주유소이자 수퍼마켓이자 화장실. 즉 휴게소인데, 정말 황량한 사막위에 우뚝 서 있는 건물 한채라 여기서 일하다보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고독한 건물 보다도 이곳의 붉은 흙과 툭 무심한 듯 자라난 유칼립투스 나무 그리고 보기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가시같이 단단한 잡풀들이었다.


남회귀선 펫말. 내려서 찍기에는 조금 귀찮아서 차에서 한컷. 성격 좋았던 가이드 루크는 협찬모델 ^^;


또 한참을 달리다가 기념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생겼다.

말로만 듣던 남회귀선(동지선)을 지나게 된 것이다. 

오오! 이제 이론적으로 열대지방으로 들어왔다. 뭐 선 하나 지난다고 바로 날씨가 훅~따뜻해지지는 않겠지만 이제 곧 백팩커스 생활 마감하고, 진짜 캠핑이 시작될 예정. 두근 두근.


북회귀선, 남회귀선은 태양이 머리위를 지나는 지점이 적도에서 가장 먼 곳을 이은 가상의 선이다. 영어로는 북회귀선을 게자리 회귀선 Tropic of Cancer (여기서 cancer는 암이 아니고, 게자리. 암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온 것)이라 하고, 남회귀선을 염소자리 회귀선 Tropic of Capricorn 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이 사이가 열대지방이다.



해가 뉘엿 뉘엿 질 무렵 우리는 오늘 밤의 목적지인 코랄베이에 가까와졌다. 

이글 블러프에서 5시간 반동안 무려 641km를 달려왔다. 서울 부산이 325km니 반나절에 서울부산을 거의 쉬지 않고 왕복한 셈. 아...진짜 호주여행 드라이버겸 가이드 하는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어떻게 저렇게 운전을 할까. 


석양이 금빛으로 물들어 창밖의 붉은 땅이 더욱 더 붉게 보인다. 15명의 캠핑 멤버를 실은 우리의 트럭의 그림자가 붉은 대지위로 기일게 늘어났다. 그를 보는 나의 기대도 들판위로 기일게 늘어 난다. 

아~ 내일은 또 어떤 멋진 것들을 보게 될까~


| 이글 블러프 Eagle Bluff

Eagle Bluff, Shark Bay WA 6537, Australia

| 여행날짜 | 20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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