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백운산 자연휴양림 구석 구석 둘러보기

2월의 마지막 날, 백운산엔 폭설이


2월의 마지막 날.

드물게 찾아오는 2월 29일 기념이라도 하듯이 원주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 며칠째 블로그에 눈얘기만 하고 있는데, 도대체 멈출수가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눈부신 풍경 때문에.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소리기도 하지만 밖이 온통 하얀색이다보니 사실 문자 그대로 눈이 부시다. 집근처 수퍼에 갈 때도 썬글래스를 찾아 끼고 간다는 ^^;



휴양림 입구에서 본 용소계곡의 풍경은 눈이 많이오는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일본 북부 아키타의 설경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 저기 폭설이 내렸던 일요일은 물론 월요일까지 원주에는 눈발이 흩날려서 도무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언제 또 이런 양의 눈을 보겠는가. 오이군과 안절부절하다 결국 또 오늘의 할일을 살포시 뒤로 미뤄둔 채 가까운 백운산으로 향했다. 눈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을테니까.

나는 한국에서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산을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계곡길을 따라 오를 때는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설원의 로맨스로 유명해진 일본 온천지역, 아키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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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군은 사실 이날 몸이 좀 안좋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눈이 오는 것은 처음 봤다며 들떠서 같이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걷다가 먼저 집에 가겠다며...그런데, 설경이 너무 예뻐서 생각보다 더 많이 걷게 되었다. 그래놓고 그날 저녁에 몸이 쑤신다고 투덜 투덜 ^^;



든든하게 보드복으로 중무장 ^^;


백운산은 이번달에만 세번째 오르는데, 오늘은 산 정상에 가는 대신 지난번엔 차를 타고 쉬익 지나갔던 휴양림 입구에서 연립동 주차장까지에 해당하는 2km를 걸으며 설경과 함께 휴양림 시설을 하나 하나 살펴 보기로 했다.

임도(숲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총 11km로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고르게 잘 닦여있어 산을 잘 타는 사람은 물론 등산 초보들도 부담없이 걸어 올라갈 수 있다. 눈이 오면 열심히 휴양림 지기가 불도저로 눈도 다 밀어 놓아서 아이젠도 필요가 없다.


 관련글  백운산 등산로 소개와 산위의 풍경



매표소를 지나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눈이 잔뜩 쌓이니 전깃줄도 예뻐보인다. 이곳에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이용된다



휴양림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



계곡 옆에 위치한 쉼터



야외 공연장. 산비탈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식 객석과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번엔 휴양림 내부 주차장까지 차를타고 지나가서 몰랐는데, 매표소 전 음식점이 몰려있는 곳부터 2km나 되는 길 중간 중간에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림같이 예쁜 원두막 쉼터들이 드문 드문 마련되어 있고, 야외 공연장도 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작은 공연들이 열리는 모양이다. 이런 아름다운 숲속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뭘들어도 명곡일 것 같다.



공연장으로 건너가는 나무다리



다리위에서 바라본 계곡 풍경



다리를 건너는데, 풍경이 너무 예뻐서 하염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오이군이 눈덩이를 던지며 장난을(시비를?) 걸어온다. 

왜 같이 밖에 나왔는데 사진만 찍어서 자기를 심심하게 하느냐며 같이 놀자고.



앗, 심심하게 해서 미안 남편. 놀아줄께. 이정도면 만족해? ^^;



무대에는 공연이 없었지만 펑펑 내리는 눈 자체가 자연이 펼치는 공연이었다. 무대에 누워 구르며 스노우 엔젤...이 아니라 호빵맨도 만들고, 



마침 오이군이 간식으로 먹는다며 당근도 들고와서 울라프도 만들려고 했는데, 눈이 너무 뽀송 뽀송 뭉쳐지질 않는 관계로 포기. ^^;

머리에 팔달린 부은 울라프가 탄생했다.



짝퉁 울라프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여기서 부터는 오이군이 컨디션이 좀 안좋아서 먼저 집에 간 관계로 나홀로 산책이 되었다.

저 벤치에 앉아 화려한 설경에 취해있는...척 하는 걸 찍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혼자 남아버려서 그냥 텅빈 의자만 담았다.



청순한 눈꽃 터널은 길이 좁아도 꼭 그 아래로 지나가보고 싶게하는 매력(마력?)을 지니고 있다. 왼쪽 밑은 계곡인데, 구태여 저 사이로 조심 조심 걸으며 혼자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혼자 걷다보니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정신차려보니 내가 혼자 중얼 중얼, 우와아~ 오와아...하며 걷고 있어서 누굴 마주치면 그사람이 나를 무서워 하겠더라. ^^;;



계곡가에는 여름철에 시원하게 앉아 물구경을 할 수 있는 평상도 있다. 위에는 등나무 덩굴이 얼기 설기 자라고 있어서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줄 것이다. 

휴양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런 포인트들은 전부 옆에 주차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걸어 와야한다. 휴양림의 통나무 집이나 캠핑장에 머무른다면, 조금 걸어야 하는 귀찮음이 예상되지만 그 귀찮음을 타파하고 얻는 보상은 꽤나 달콤할 듯 하다.



등나무 평상 앞 계곡. 눈으로 덮혀 있지만 눈 아랫쪽은 거의 다 녹아서 졸졸 소리를 내며 봄을 예고하고 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쭉쭉 뻗은 소나무가 잔뜩 자리한 사이로 계단이 나 있다. 이곳이 바로 산림욕장.



산림욕은 피톤치드를 몸으로 흡수하며 휴식을 취하는 과정인데,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은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좋다고 한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방출되는 조건이기 때문. 특히 활엽수보다 소나무, 잣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많이 방출되므로 이곳 산림욕장의 나무들도 전부 소나무 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여행에서 여름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놀이 인데, 백운산 휴양림에도 물놀이장 시설이 두개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 아래가 그 첫번째 이고, 두번째가 이곳인데, 뭔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운영을 중지한다고 한다. 계곡 옆에 그네와 의자, 테이블 등이 마련되어 있다. 시설도 비교적 새것이고, 계곡도 넓고, 평평하게 정비되어 있는데, 왜 중단한건지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이곳이 물놀이장으로 사용되었던 계곡이다. 꽤 넓고, 평평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계곡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지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원주 백운산 자연 휴양림에는 이제 물놀이장이 없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휴양림 트레킹의 메인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용소폭포.



그렇게 큰 폭포는 아닌데, 천년을 살던 이무기가 용이되기위해 승천을 준비하며 폭포를 열심히 기어올랐지만 결국은 실패해서 그 아래 연못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폭포가 크거나 물이 깊어서라기 보다는 물길의 폭이 좁아 뱀처럼 기일게 생긴 것 덕분에 이무기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폭포와 계곡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숲체험로도 나 있다. 휴양림에 머무른다면 긴 산책을 하지 않더라도 꼭 이 용소폭포 숲 체험로만은 걸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백미터도 안돼는 짧은 길인데, 계곡에 바짝 붙은 나무데크길이 숲속으로 나 있어서 더없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폭포의 윗쪽에는 또다른 작은 폭포가 둥근 소를 만들고 있었다.



용소폭포 숲 체험로



숲체험로의 끝은 산림문화휴양관으로 이어진다. 이곳이 지난번 백운산 등산에 이용했던 주차장이기도 하다. 산 정산이나 11km의 임도(숲길)을 모두 걸을 계획이라면 대부분 이곳에 주차를 한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목공예 체험을 하거나 숲 해설가에게 숲에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숲속의 야외교실. 아마 이곳에서 숲해설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휴양림 통나무집 연립동 가는 길


오늘의 산책은 휴양림 연립동까지.

휴양림엔 총 3개동의 산림문화휴양관이 있는데, 6인객실을 총 14개 보유하고 있다. 단체 휴양객을 위한 20인용 숲속 수련장도 2실 마련되어 있다. 

객실이 있는 통나무집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가봤는데, 가는 길에 갑자기 캐나다로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잣나무가 통나무집 주변에 많았는데, 거기에 하얀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오래전에 갔던 캐나다의 로키산맥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건물에는 6인객실이 4-5개씩이 배치되어 있다. 원룸형, 투룸형, 복층형의 다양한 타입이 있고, 주방과 욕실 주방용품등이 구비되어 있다.

저 건물위로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가 날아 들어가고 있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이다. ^^



건물 앞쪽으로 펼쳐지는 풍경. 발코니가 있는 객실에서는 이런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휴양림 숙소앞 풍경. 캐나다 록키산맥 주변이 떠오르기도 하고, 스위스 서쪽에 있는 쥬라산맥의 어느 길이 떠오르기도 한다.



숙소가 있는 통나무집은 3동이 있는데, 각 건물 옆에 바베큐장도 마련되어 있다. 객실이 총 14개인데, 바베큐 테이블이 12개쯤으로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산불방지기간 (보통 11-12월 중순, 2월-6월 초 즈음. 홈페이지 참조) 에는 바베큐장 사용이 전면 금지되므로 날짜를 잘 체크해서 준비해 가야한다.



그런데, 전날 눈이 너무 많이 온 나머지 곳곳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많이 보였다. 산책을 하는 동안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나뭇가지들은 눈을 좀 털어 부러지지 않도록 도왔는데, 높은 곳에 위치한 가지들은 눈을 가득 싣고 휘어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지나가다 나뭇가지와 함께 눈폭탄을 맞을 수도 있으니 눈이 많이 오는 날 산에 갈 때는 머리위의 나뭇가지가 얼마나 휘었는지 확인하며 다닐 필요가 있겠다.



다시한번 백운산의 설경에 감탄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재밌는건 저녁때즈음 되자 산 위쪽은 바람에 날려 나뭇가지위의 눈이 많이 떨어져 버렸는데, 산 아랫쪽은 바람이 없어서 여전히 아침과 같이 겨울왕국의 풍광을 뽑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눈 온 다음날 백운산 설경을 오후에 구경하러 왔다면 산 정상부근 보다는 휴양림 입구에서 휴양관 주차장까지의 길을 추천한다. 이곳에 눈이 더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설경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백운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용수골 계곡


계곡물이 녹아서 졸졸졸 소리가 정겨운데, 겉보기에는 마치 빙하처럼 눈 아래가 꽁꽁 얼어 있을 것만 같다.



보석처럼 빛나며 녹고있는 눈꽃


풍경이 너무 황홀해서 넋을 놓고 다니다 보니 혼자 배회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오이군이 집에서 혼자 목을 빼고 기다리겠군.

마음은 날 기다릴 님에게 후딱 돌아가고 싶은데, 재밌어서 일부러 발이 푹푹 박히는 눈위로만 걸어다녔더니 은근 피곤했던 모양이다. 마음과 다르게 다리가 무거워서 빨리 움직여 지지가 않는다. 타박타박 느린 속도로 집으로 향하는데, 길가엔 봄기운이 묻은 햇살의 힘을 빌어 나무들이 열심히 눈꽃을 털어내고 있었다. 

이제 이 눈이 모두 녹으며 저 가지에서 연두빛 싱그러운 새싹이 돋겠지. 

저녁 햇살에 은은하게 빛나는 마지막 남은 눈꽃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히죽 히죽 웃음이 났다. 혼자 이곳의 봄풍경을 생각하니 설레여서 그랬는데, 마침 개끌고 지다가던 어떤 아저씨가 미친X 쳐다보듯 힐끔거리며 저편으로 돌아서 가신다. 뭘 또 그렇게까지... -_-;



그러나 나의 혼잣말과 감탄사는 도무지 멈출수가 없었다.

이런 풍경이 자꾸 자꾸 펼쳐지는데, 어떻게 끽소리도 안내고 길만 걸을 수 있단 말인가. 바쁘게 셔터를 눌러대며 히야~ 이야~ 를 반복했더니 이번엔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우리동네 참 예쁘지요? 사진 많이 찍었어요? 하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신다. 뭔가 진짜 시골같고 기분좋은 느낌이다. 상상하던 전원생활의 한풍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길에서 마주친 이와도 반갑게 한마디를 나눌 수 있는...^^;




주렁 주렁 탐스럽게 열린 고드름이 천천히 녹으며 햇살에 빛나는 모습과 핑크빛으로 물드는 하늘에 감동하며 그렇게 백운산 휴양림 산책을 마쳤다.

이번 주말 즈음에는 무채색의 흰눈이 가득했던 이곳에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고개를 내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


| 원주 백운산 자연휴양림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산166
033-766-1063 
숙박비 | 6인객실 비수기, 주중 4만 6천원 / 성수기, 주말 8만 5천원

| 여행날짜 |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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