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돌아온 원주의 아침

봄꽃 기다리다 만난 눈꽃


 늦겨울의 눈꽃핀 아침


오늘 원주에는 올겨울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도도하게 굴더니, 이제 이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른 봄 고개를 내민 야생화나 찍고 가겠다고 마음 먹자마자 샐쭉해진 눈꽃이 잔뜩 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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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부터 지붕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타고, 녹은 눈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에 참을 설쳤는데, 아침에 부은 눈을 겨우 뜨고 창밖을 내다 보았더니 온세상이 하얗다.



올 겨울의 마지막 눈꽃이지 싶어, 따뜻한 날씨에 다 녹아버리기 전에 급히 옷을 챙겨 입고 혼자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오이군은 아직도 꿈나라 여행 중.

현관을 여니 아랫층 개들이 이미 아침 일찍부터 눈밟기 놀이를 했는지 마당이 온통 개발자국이다.



일단 가지에 핀 눈꽃이 녹기전에 뒷산부터.

우리집 뒷산은 원주의 명산 백운산이다.

강원도로 오니 뒷산은 휴양림이고, 옆산 국립공원이다.



수북히 쌓인 눈이 계속해서 녹아 떨어지느라 사방에서 우수수 우수수 소리가 난다.

뭔가 분주한 숲속의 아침.





여길봐도 산수화.

저길봐도 산수화.

일상이 산수화.



새들도 가지에 덮힌 눈을 흔들어 털어내며 먹이 사냥에 바빠 보인다.

참새들이 잔뜩 앉아 반상회를 하고 있기에 카메라를 돌렸는데...

너 참새인 듯 참새가 아니구나. 

몸은 참새인데, 얼굴은 노오란 깃털이 카리스마넘치는 이녀석은 노랑턱멧새라고 한다.



이동네는 복숭아과수원이 많은데, 과수원에도 복사꽃이 피기전에 눈꽃이 피어났다.



그 복숭아 밭을 충성스레 지키는 녀석.

내가 아직 열리지도 않은 복숭아를 훔쳐갈까 정신없이 짖어댄다.



그러다가 만난 화조도 한폭.

꽃이 없지만 대략 그렇다 치고.

직박구리 한마리가 열심히 열매를 먹느라 바빠서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않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준다.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위에도 소복히 쌓인 눈.



좋구나아.

원주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 제대로 된 설경으로 소원풀이 하고 간다.



누가 내 롤케익 바닥에 던져놨어?!



한바퀴 돌고 왔는데 아직도 같은자리에서 먹느라 바쁜 아까 그녀석.



밖으로 나온지 두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아침 햇살이 닿는 곳엔 수북히 쌓였던 눈이 벌써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순간의 꿈이었던가.

집에가서 오이군을 깨우면 눈이 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 같다.




이사오던 첫날부터 열심히 장작 준비하던 이웃집 아저씨는 역시나 올 겨울 장작을 다 못쓰시고 저렇게 잔뜩 쌓아둔채 겨울이 끝나간다. 내년에 든든하시겠네.

마지막 굿바이를 멋지게 해준 원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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