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키의 자존심, 야불리 스키장

눈이 안온다는 기준은 동네마다 다르다


어제 이곳 저곳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또다시 돌아온 겨울 스포츠의 계절.

요즘 쌀쌀해진 공기가 코끝에 감돌자 어느새 오이군이 스키용품을 슬쩍 꺼내 잘 보이는 곳에 둔 것이다. 때가 왔다는 묵언의 압력 ^^;

스키 고글을 보고 있노라니 작년 이맘때 즈음 다녀온 중국 야불리 스키장이 떠올랐다. 원래 눈이 많이 오고, 추운 곳이라 12월 초면 스키장을 개장하는데, 그 해는 눈이 너무 안와서 개장을 2주 미뤘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이미 겨울왕국. 뽀송뽀송한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이정도면 폭설인데...눈이 별로 안왔다는 기준이 지역마다 많이 다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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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야불리는 하얼빈 근처로 겨울철 기온이 매우 낮아 눈이 내리면 녹지 않고, 뽀송뽀송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일본 북부나 알프스 등지에서 스키 좀 타보신 분들은 공감하실텐데, 기온이 낮은 지역의 눈들은 가루같이 흩날려 우리의 물기를 많이 머금은 눈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내린지 며칠 지난 눈들도 딱딱하게 굳거나 얼지 않고, 가루상태를 유지한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곳의 눈을 관찰하면 이렇게 눈 입자위에 수증기가 계속 결정을 만들며 달라 붙어 천사의 날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위로 한발자국을 내딛으면 공기처럼 무게감 없이 사사삭 부서진다.

이 포근한 느낌이 그리워서 스키나 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먼거리도 마다않고, 해외 원정 스키를 나가는가보다. 



내가 특히 야불리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뽀송한 눈 이외에도 한적한 슬로프였다. 한국은 주말에 스키장 가면 리프트 기다리느라 볼일 다 보는데, 이곳은 곤돌라가 단 한대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대기줄이 전혀 없다. 

위 사진이 바로 주말 슬로프 컨디션. 사람이 가장 많아야할 초보 슬로프다.



이것은 평일 오전의 슬로프. 야불리는 북한보다도 훨씬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겨울에는 해가 오후 4시정도면 진다. 따라서 스키장은 햇살좋은 오전에 더 북적이는데, 이것이 평일 오전의 북적이는(?) 슬로프의 모습이다. 

거의 전세낸 듯 탈 수 있다. ^^;



평일 오후에는 이렇게 정말 전세를 내게 된다. 텅 빈 슬로프에 눈이라도 내리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로운 눈위를 제일먼저 가로지를 수 있다. 


나홀로 스키


아무도 없는데, 아무렇게나 내려가지 뭐...


 텅빈 슬로프. 마침 눈이 내려서 새로운 슬로프 개척자라도 된 듯, 갓내린 눈위를 신나게 누벼 보았다



그리고, 초보자에게는 너무 감사한 배려인데, 초급용 슬로프가 산 아래 뿐만이 아니라 산 꼭대기에도 있다는 것이다. 아랫쪽 보다 조금 더 짧은 코스지만 매직카페트가 설치되어있는, 경사도가 아주 낮은 슬로프가 산 정상에도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초보도 멋드러진 야불리의 산세를 감상하며 스키를 배울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슬로프가 다양한데, 회사가 둘로 나뉘어 있어 리프트 패스 하나로 모든 슬로프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슬로프야 올라가기만 하면 내려오는 거니 상관 없지만 모든 리프트를 이용할 수가 없다. 우리는 클럽메드를 이용해서 갔는데, 클럽메드에서 제공하는 패스는 지도상의 맨 오른쪽 곤돌라만 이용할 수 있다. 원래는 맵 중간에 있는 리프트도 이용가능한 것인데, 이 리프트는 워낙 이용객이 적어서 지난 2년간 운행된 적이 없다고 한다. 

왼쪽에 있는 리프트들은 현재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이용하려면 따로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오른쪽에 있는 슬로프들도 중급이상 된다면 충분히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특히 사람이 거의 없어서 딱히 다른 쪽으로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오이군은 눈산위에서는 오로지 스키 & 보드가 목적이고, 나는 여기저기 풍경 사진도 담고 싶기 때문에 중간에 헤어져서 각자의 취향을 따랐는데, 잠시 후 오이군이 다른 중국인 보더들과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혼자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자 옆에 있던 중국인들이 짧은 영어로 왜 혼자 타냐며 같이 다니자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자주 오는지 구석 구석 슬로프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래는 길이 아닌 산길로도 다녀서 더 재미있는 보딩이 되었다고 한다. 뭐 물론 길을 잘 모른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


야불리 스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95%가 현지인 즉 중국인인데,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종종 마주했던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그래서 우리 눈에 예의 없어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프트 탑승할 때 줄도 잘 서고, 뷔폐식으로 운영되는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음식에 달려들지 않는다. (^^;) 복도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전반적으로 예의바르고, 친절했다. 스키가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고급 스포츠로, 별로 대중화 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 어중이 떠중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지 않아서 그런 듯 하다. 


 오이군 혼자 다니며 찍어온 사진인데,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날아가면서 찍은 듯 ^^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드넓은 눈의 나라, 야불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가끔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들이 하얀 안개를 만들며 흩날린다


 산 정상에는 이런 종이 있는데, 올라오는 사람마다 꼭 한번씩 쳐본다 ^^; 사람 심리는 어디나 비슷 비슷한 듯


 따뜻했던 지난 가을의 흔적. 꽃 줄기가 한참 긴데, 눈이 30cm이상 쌓여 있어서 다 가려졌다. 눈이 '별로' 안왔다 했는데...



스키장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여 스키복을 입는데, 색깔이 빨간 색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슬로프위를 보면 온통 빨간 사람만 가득. 이곳에 가신다면 빨간색 의류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행 찾기가 정말 힘들 듯 ^^


산 정상에 있는 눈썰매장은 리프트 패스로는 탈 수 없고, 따로 현금을 지불하고 타야 한다. 



저 아래 보이는 것이 야불리 마을이다. 아주 작은 중국 시골마을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클럽메드에서 데이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더 트래블러 잡지에도 실렸던 오이군의 포스. 평지에서 자세만 잡은 ^^;



야~다 내려왔다아! 중상급 슬로프는 여전히 내려오고 나면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후련하다



우리에게 아직 생소할 중국 야불리 스키장은 고운 설질과 풍부한 적설량을 가지고 있어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북부로 일관되던 해외 스키에대한 선택을 폭을 넓혀준다. 한번도 비단결 같은 눈위에서 스키나 보드를 즐겨본 적이 없다면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키타는 동안 가방에 넣고 다니던 물이 얼어 버렸다


단, 야불리는 한겨울에 대낮에도 영하 20도 까지 떨어지는 추운 지역이므로 든든하게 차려입고 가야한다.

진정한 겨울왕국의 아름다움과 파워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으리라. ^^


 관련글  클럽메드 야불리의 시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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