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숨겨진 명소, 백운산에 취하다

2월, 드디어 겨울다운 풍경이!


상고대가 신비롭게 맺힌 백운산


강원도 원주에는 두개의 높은 산이 있다. 유명한 국립공원 치악산(1288m)이 그 하나이고, 용의 전설이 깃든 백운산(1087m)이 다른 하나이다.

올해 강원도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지 않았는데, 지난 주 어느날 눈을 떠 보니 매일 보던 갈색의 산위가 그날은 새하얗게 물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보고싶던 겨울풍경이 봄이 다가오는 지금에서야 펼쳐진다며 급히 하던일을 멈추고, 숙소에서 가까운 백운산으로 향했다. 올해의 마지막 겨울 풍경일 듯 하여 절대 놓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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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양림부터 정상부근을 거쳐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11km의 백운산 숲길

백운산의 첩첩이 겹쳐진 산세가 자아내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하건만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덕분에 백운산은 공휴일에도 비교적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 아래 휴양림에서 시작하는 백운산 임도(숲길)는 산 정상 부근까지 길이 넓게 잘 닦여 있어서 남녀노소 산책하듯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겨울에도 튼튼한 신발만 있다면 특별한 장비가 따로 필요 없다. 따라서 한국걷기연맹은 이 길을 건강숲길 1호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백운산 숲길과 등산로 지도


지도상에 웰빙숲길걷기코스라고 나와 있는 붉은 점선 길이 바로 백운산 임도인데, 오른쪽 아래 위치한 휴양림 매표소부터 시작해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용소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휴양림 연립동 주차장에서부터 숲 안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숲으로 이어지더라도 길은 초입과 마찬가지로 시원시원하게 닦여 있다.



 휴양림 곳곳에 위치한 쉼터


매표소에서 부터 주차장까지 이르는 1.7km의 길은 간간히 차가 지나가긴 하지만, 사이사이에 숲으로 들어가는 샛길과 쉼터 등의 휴양림 편의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어 가벼운 산책과 힐링을 목적으로 온 분들께 적합한 곳이다.

백운산 휴양림은 다른 휴양림들과 마찬가지로 동절기(12월-3월)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겨울에는 백운산의 아름다운 설경과 정상의 신비로운 상고대를 모두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백운산 휴양림의 목공예 체험 교실


조금 더 여유롭게 백운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면 등산을 하기 전에 백운산 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내보실 것을 추천한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3개동의 산림문화휴양관을 가지고 있는데, 총 6인객실을 14개 보유하고 있다. 단체 휴양객을 위한 20인용 숲속 수련장도 2실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꽃누르미 부채, 알록달록한 나무 손거울 등을 만드는 목공예 체험교실을 통해 자연과 하나되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다.




 백운산자연휴양림이 끼고 있는 용소계곡의 겨울풍경


여름에는 용소계곡의 맑은 물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장이 2곳 마련되어 있어 피서지로도 인기가 있다. 겨울에는 이곳에서 물놀이 대신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물줄기가 흐르며 얼어붙은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인간으로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신비로운 모습에 넋을 잃게 된다.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


본격적으로 백운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 휴양림을 지나 임도(웰빙숲길걷기코스)를 따라 산위로 올라간다. 산이다 보니 당연히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지만 길이 워낙 넓고, 바닥이 고르게 되어있어서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이나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길 양쪽으로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온화하게 비춰드는 햇살에 마음이 평화로와지는 것을 느끼며 길을 걷는다.



 임도와 만나는 등산로


임도 중간 중간에는 백운산 정상이나 전망대로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들이 나 있는데, 이곳은 일반 등산로로 길이 조금 험해지니 겨울철에는 아이젠이 필수다. 중간 중간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으니 겨울철에는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등산로에서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모습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지름길인 등산로와 만나는 계곡들


등산로는 가끔 작은 계곡 줄기와 만나기도 하는데, 하얗게 얼어붙은 계곡 위에 햇살이 반사되어 신비롭게 빛나는 모습은 동화속의 요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계곡의 바위 위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은 하얀 산토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열심히 나무를 쪼며 먹이를 찾는 쇠딱따구리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쇠딱따구리들이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딱따구리 중에 가장 몸집이 작은 쇠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인데, 부리로 나무를 쪼아 그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곤충들을 먹고 산다.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 까투리의 뒷모습


가끔 발소리에 놀란 뚱뚱한 꿩이 푸드득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이나 초저녁에는 고라니나 너구리들이 숲길 주변에서 노닐기도 한다.

숲은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야생동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들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니만큼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여 그들의 겨울 식량을 빼앗거나 작은 것이라도 쓰레기를 남겨두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자.




푸른 하늘과 하얀 눈길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쉼터, 백운정에 도착했다.


산은 경쟁하듯 빨리 걸을 필요가 없는 곳이다. 경쟁과 시간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을 떠나 휴식을 취하러 왔는데, 이곳에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일상의 연장으로 마음이 바빠질 필요가 없다. 온전히 나만의 리듬으로 산을 음미하며 걸어본다.



 숲길의 중간 포인트, 백운정



 백운정에서 내려다 본 원주 시내


백운정에서는 원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물도 한잔하고, 가볍게 도시락을 먹는다. 소박한 김밥 한 줄도 수랏상보다 훌륭한 맛을 내게 하는 산의 마법을 반찬 삼으니 세상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백운산중계소 가는 길



 낮에 뜬 반달


백운정에서 임도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백운산중계소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백운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일반 등산로라서 가파른 산길이 부담된다면 백운산중계소로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임도와 마찬가지로 넓고 잘 정돈된 길이 중계소 안테나가 있는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백운산 정상보다는 그 높이가 낮지만 이곳에서도 겨울산행의 매력 포인트인 상고대를 볼 수 있다.

산 아래는 눈이 다 녹아서 햇살아래 은은한 봄기운이 묻어나는데, 산꼭대기는 새하얀 상고대가 생겨서 마치 알프스의 만년설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마침 낮에 뜬 반달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낙엽위에도, 소나무 위에도 상고대가 두툼하게 붙어있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까와진 모양이다. 하얗게 얼음꽃이 핀 소나무와 전나무 덕분에 산위는 2월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백운산중계소에서 내려다 본 풍경


그리고 대망의 정상에 올랐다. 이곳은 백운산 정상이 아니고, 백운산중계소가 있는 조금 낮은 봉우리 인데, 이미 그 풍경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굽이굽이 흰 파도를 만들고, 그 위로 푸른 하늘이 쏟아져 내린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




 가지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 내는 상고대


백운산 중계소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역시 좁은 등산로라서 겨울철에는 아이젠이 필수이다. 험한 길이 부담되면 이곳에서 하산한다 하더라도 전혀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이곳에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겨울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에 뒤돌아 본 백운산 정상의 풍경


백운산 둘레길은 이렇게 누구나 걷기 쉬운 길이면서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해서 모든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하는 장소이다. 기술이 필요한 등산이 아니라 경사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산책길과 같기 때문에 산을 잘 타시는 분은 물론 등산에 자신 없는 사람도 조금만 힘을 내면 충분히 가슴 탁 트이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봄이 와서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 전에 이번 주말, 올해의 마지막으로 겨울왕국, 백운산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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