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송어 한마리 들고 가실까요?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몸도 즐거운 최고의 겨울축제


뭐니 뭐니해도 평창에서 가장 흥행하는 겨울 축제는 평창송어축제가 아닐까 싶다. 자리가 없어서 못들어 갔다, 고기보다 사람이 더 많다 등등 인기를 실감하게하는 소문이 들려와 가기가 살짝 망설여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던 바로 그 축제. 올 겨울은 강원도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김에 용기를 내서 송어 축제장도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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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50명은 앉을 수 있는 대형 얼음 벤치


축제장은 기대 이상으로 규모가 컸는데, 몇년에 걸친 노하우로 매우 질서 정연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름이 송어 축제지만 송어 얼음낚시 뿐만아니라 대형 얼음 조각상과 눈조각등도 설치되어 있고, 스노우 래프팅, 얼음 자전거, 눈썰매, ATV 등 11가지의 겨울 놀이 즐길 수 있는 전천후 겨울 축제였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 만점.



오이군이 자기는 송어 말고, 고래를 잡아보겠다고 해서 웃었는데, 바로 그 말이 끝나자마자 초대형 고래 눈조각이 나타났다. 오늘 오이군 정말 고래 한마리 잡는건가?



이글루와 얼음성 등이 낚시터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텐트 낚시터보다 일반 낚시터에 사람이 더 많다. 의자와 낚시도구는 개인지참 해야한다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을 안하면 현장 입장권이 매진되서 못들어 간다는 도시괴담을 들은 적 있어서 불시에 축제장을 찾은 우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입장권은 넉넉히 있는 모양. 장소도 두려워 했던 것에 비해 그리 붐비지 않았다.



이용 가격은 위와 같은데, 우리는 엄청 고민하다가 텐트낚시 종합권을 끊었다. 지난 밤 알펜시아 빙등제에서 강풍에 시달려 콧물이 줄줄 흐르는 오이군이 불쌍해 보였던게 결정적인 이유. 텐트 낚시터는 바람을 피할 수 있어 약간 더 따뜻하고, 아늑하게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종합권에는 한종목에 6천원씩하는 11가지의 놀이시설이 모두 포함되었는데, 낚시만 하는 것과 1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9가지 놀이 시설은 공짜인 샘. 절대로 철들지 않는 우리들이 눈놀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감기기운에 콧물이 괴롭혀도 오늘 우리는 두마리의 망아지처럼 신나게 뛰 놀리라! ^^;



일반 낚시터와 대조적으로 텐트 낚시장은 한산했다. 쪼르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텐트가 늘어 서 있고, 의자도 텐트당 두개씩 준비되어 있다. 낚시 도구는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역시 개인 지참.



낚시도구가 없다면 매표소 맞은편에서 구입하면 된다. 인공 미끼가 껴 있는 낚시대(3천-6천원)와 얼음 뜰채(4천원)가 필요하다


텐트 앞에 이렇게 두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얼음을 직접 뚫어야 재밌지 왜 미리 뚫어놨나 했는데, 얼음 두깨를 보니 직접 구멍을 내야했으면 오늘 낚시대 펴보기도 전에, 해가 질 뻔했다. 얼음이 약 20-30cm 정도로 얼어 있는데, 엄청나게 단단해서 흠집내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낚시도구를 사려고 하는데, 이미 낚시를 끝내고 돌아가던 커플이 와서 견지낚시대 하나와 얼음뜰채를 그냥 주고 갔다. 자기들은 이미 두마리 잡았다고, 그냥 가지시라며...마음씨 고운 사람들 덕분에 한파가 승승장구하던 날이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얼음뜰채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했더니, 구멍이 있어도 수면이 재빠르게 얼어버리기 때문에 텐트 사이사이에 비치된 묵직한 쇠끌로 퉁퉁 내려쳐서 종종 깨줘야 한다. 그리고 깨진 얼음을 퍼낼 때 얼음뜰채가 필요했던 것이다. 깨진 얼음을 그냥 두면 물속이 보이지도 않고, 송어가 잡혀 나올때 얼음에 걸려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볼 필요는 없고...


왜 물속을 보면서 낚시를 해야하느냐 물으신다면 그게 조금 더 쉬운 것 같기 때문이다. 낚시채를 살살 흔들며 유혹을 하다가 송어가 먹으려고 다가오는게 보이면 슬그머니 움직임을 중지한다. 그러면 한입에 앙~하고 문다고...옆에서 엄청 잘 잡던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



엄청 열심. 집중 집중


다녀온 사람들의 조언에 따르면 보통 개장시간인 9시 부터 11시까지가 가장 잘 잡히는 시간이라고 했는데, 아침잠 많은 우리가 이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도착했더니 이미 11시 반. 그럼에도 한시간 동안 바짝 땡겨 두마리를 잡고, 그걸로 점심을 해결한 다음에 눈썰매와 얼음 썰매로 오후를 보내자는 야무진 계획을 불태우며 낚시에 매진했다.



그러나 이렇게 멀뚱히 앉아 기다리는 놀이는 내 취향이 아닌 듯 하다. 30분 앉아있었더니 그새 지루해진다. 우리 아버지는 낚시가 평생의 취미셔서 2박 3일도 앉아 계시는데,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스믈 스물 추위에 발까락이 얼얼하고, 하품도 나고, 낚시 구멍에 빠져들 것 같길래 잠시 사진찍으며 딴청하는데....



옆에서 오이군이 어엇!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더니, 오잉, 얘가 진짜 나오네? 라며 구명에서 송어를 쑤욱 꺼내 올리는게 아닌가.

오오~ 사실 나는 그냥 재밌게 놀다 가는 것 만으로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진짜 잡게 되리라고는 사실 기대를 안했던 것 같다 ^^; 잡히는 피크타임도 지났다고 했는데, 어떤 눈먼 숭어가 그 가짜티 팍팍 나는 미끼를 물었을꼬...송어가 미끼 옆을 지나길래 한번 건들어봤더니 그냥 물고 나왔댄다.

오이군은 잠시 신기해 하더니 갑자기 송어의 머리를 얼음깨는 무거운 쇠끌로 두번 팡팡 내려쳐 단방에 보내버렸다.


꺄악, 자갸, 왜그래. 불쌍하게 왜그래.

응? 뭐야...먹을라고 낚시하는거 아냐? 그럼 산채로 잡아먹을라고?

아니...그래도 그렇게 까지 꼭 한방에 보내야해?

그럼 어떻게 보내? 산채로 회뜰라고? 그게 더 잔인하다. -_-;

아니...그냥 둬. 비닐에 넣어서...

뭐야. 그럼 물속에 살던 얘들이 공기에 아가미가 마르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천천히 죽을거 아냐. 그게 훨씬 더 잔인해. 그냥 한방에 고통을 덜어줘야지. 왜 고문까지 해.

ㅠ_ㅠ 그치만 불쌍해. 엉엉.

그래도 니가 제일 신나게 먹을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불쌍해. 엉엉. 근데, 그거 비닐에 싸서 얼음에 묻어 놓자. 죽어서 신선도 떨어진다.



송어는 인당 두마리씩 가져갈 수 있다. 더 많이 잡으면 다시 놔주거나 옆에 못잡은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아...역시 낚시, 사냥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야 -_-;

고기도 좋아하고, 생선도 좋아하면서 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하겠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동그란 눈을 번쩍 뜨고 살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생선을 보니 차마 죽일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또 오이군이 옆에서 얼음깨고 노는 사이에 나 혼자 낚시대 두개를 들고, 열심히 다음 식사 거리를 마련했다는...내마음을 나도 몰라. -_-;

그나저나 고기가 정말 있긴 한건가? 간간히 지나가는 것이 보이기는 하는데, 대체 물지를 않는다. 고기가 없다며 중얼 중얼 하는데 옆에서 오이군이 고프로로 물속을 촬영해 봤다.



그때는 고기가 별로 없는거 아니냐며 투덜거렸는데, 집에와서 비디오를 보니 엄청 많구나. 몇자리 건너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너무 잘 잡으셔서, 저 아저씨 때문에 나는 잡을 것이 없다고 했더니 그 사이에 그물도 쳐져 있었다. 물속이 그물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서 한사람이 송어를 독점하는 것을 막아 주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미끼를 잘 못 흔든건가부다...

어쨌든 그 잘 잡던 아저씨가 한마리 나눠주셔서 긴긴 인내심 테스트를 끝내고, 오이군과 신나게 송어손질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송어는 회를 뜨던, 구이를 하던 마리당 손질비 3천원을 받는다. 매표소 옆이 손질하는 곳으로,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줄을 서면 재빠른 손놀림으로 송어를 손질해 담아 주신다.



반짝 반짝 싱싱한 송어. 구이가 되려고 대기 중



다른 한마리는 회로 손질했다. 오이군은 회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한국인으로서 바로 잡은 생선을 어찌 회로 맛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까의 측은지심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절대식탐만 가득 남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생선을 굽기 위해서는 손질하는 곳 옆 텐트인 식당으로 가야한다. 거기에 이렇게 초대형 군고구마 통같은게 있는데, 아저씨가 생선을 넣고, 번호표를 주신다. 그러면 정확시 17분 후에 찾으러 가면 된다. 찾으러 안오면 아저씨가 제발 생선 좀 찾아가라며 막 방송으로 부르신다는. 민망하니 제때 제때 찾으러 가자. ^^;



장작 구이. 고소한 송어의 맛에 은은하게 나무냄새가 배어 감칠맛이 배가 된다



주황빛의 윤기 흐르는 살점을 보니 군침이 뚝뚝 흐른다. 구이는 펼쳐보고, 이게 웬 숯검뎅인가 식겁했으나 검게 탄 껍질 부분이 자동 분리되며 주황빛의 먹음직 스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여기에 쐬주한잔을 따악 걸쳤으면 완벽한 마무리였겠지만 아쉽게도 차를 가지고 와서 패스. 음료수 놓고, 분위기만 내는 걸로. ^^: 



의대생 해부 실습하는 것 처럼 엄청나게 조심 조심 가시를 발라내는 오이군. 보통 생선을 먹을 때 늘 이렇게 신중한데, 정말 생선 해체에만 30분이 걸릴 때도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당떨어진 오이군이 짜증을 내서 잠시 위기의 순간이 있었으나 먹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오이군은 더 없이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돌아오고, 나는 더없이 너그러운 아내가 되어 알콩 달콩 놀이 시설있는 곳으로 향했다. ^^



  겨울 놀이의 모든 것이 바로 이곳에

남녀노소 모두 모두 동심의 세계로



아이스 카트, ATV, 스노우 래프팅, 눈썰매, 얼음썰매, 스케이트, 얼음 자전거 등 11가지의 놀이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송어 잡는데 세시간 가까이를 소비하는 바람에 밥먹고 나니 놀이 시설을 전부 이용할 시간이 부족했다. 행사장 폐장 시간이 5시이기 때문에 만약 가신다면 오전에는 송어낚시를 하고, 그걸로 점심먹고, 오후에는 놀이시설에서 즐기시기를 추천드린다. 만약 야간 개장을 하더라도 낚시터만이라고 한다.


사실 눈썰매장으로 달려가면서 애들만 잔뜩 있는 곳에서 주책 바가지 아줌마, 아저씨 될까 슬그머니 걱정됐는데, 다행히 아이 어른 비율이 반반이다. ^^; 데이트 나온 연인들도 많이 있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놀러온 사람들도 많아서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



스노우 레프팅. 오토모빌에 래프팅용 고무보트를 매달아 눈위에서 신나게 달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날아가지 않으려고 줄에 매달려 있는데, 오이군은 마치 다른 차원에 앉아 있는 것처럼 줄도 안잡은 채, 고프로 들고 앉아서 여유만만하다.





눈썰매도 마찬가지. 목석같은 자세로 눈하나 깜짝않고 계속 셀카찍으면서 내려갔다. 



얼음위에서 타는 네발 자전거로 바퀴가 두툼해서 얼음 위에서도 잘 미끄러 지지 않는다. 금빛 석양아래 우아하게 말을 탔더라면 그림이 조금 더 살아날 뻔 했는데, 그보다는 게임, 마리오 카트의 한장면 같다. ^^;



이인용 카트는 미끄러워서 원하는대로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묘미인 듯. 그냥 되는대로 운명에 몸을 맡기고, 달려, 달려~




이것이 오늘의 복병이었다. 이름은 스윙카로 새로나온 쥬라기 공원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몸이 뒤로 엄청 기울어져서 다람쥐통 처럼 구를까 은근 무서웠다는. ^^;두 좌석 가운데 있는 스틱으로 운전을 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처음에는 오이군이 일부러 이렇게 무섭게 운전하는 줄 알고, 엄청 삐질 뻔 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얼음 위라서 그냥 맘대로 안되는 거였다. ^^ 나중에 얼음위가 아닌 땅에서 한번 타보고 싶다. 그때도 이렇게 무서운가 보게 ^^;


2016년 송어 축제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까지 운영된다.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없는 멋진 축제.

어른들도 즐겁고, 아이들도 신나는 전천후 겨울 축제이지 싶다.


| 평창송어축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경강로 3562
033-336-4000

| 축제기간 | 2016년 2월 14일까지

| 입장료 본문 내 참조

| 여행날짜 |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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