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독특할 수 없다

신기한 것들이 가득한 보홀섬의 내륙의 볼거리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보홀섬만의 신기한 지형, 초컬릿 힐. 초대형 텔레토비 동산이 생각난다


필리핀의 보홀섬이 그 어느 곳보다 매력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발리카삭을 중심으로 수려한 바닷속 경관을 갖고 있는데다가 내륙에도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하루종일 바다속과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은 육지의 볼거리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보홀섬엔 툭툭 택시 이외의 대중교통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보통 내륙 여행에는 렌트카나 일일 관광을 이용한다. 우리는 그냥 맘편하게 일일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또 다른 곳에서 흔히 느껴볼 수 없는 호사를 누리게 해 주었다. 무슨 소린고 하니 일일투어가 무조건 우리 일행만 함께 여행하는 프라이빗 투어였던 것이다. 가격은 운전사겸 가이드 포함해서 2인기준 하루 약 7만 5천원 선. 인원이 늘어날 수록 인당 부담이 줄어드는 방식이다. 보통 동남아 일일 투어들이 하루에 1인당 십만원을 호가하는데, 여긴 둘이 합쳐 7만 5천원 내고 아침 9시 부터 저녁 5시까지 개인 운전사를 둔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프라이빗 가이드 투어라니, 갑자기 막 내가 갑부가 된 기분. ^^;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현지 회사에 직접 예약했는데, 한국 여행사들도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예약을 대행해 주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차피 가이드겸 운전사들은 한국인이 아니므로 그냥 저렴하게 현지 여행사에 예약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8시간동안 총 8곳의 장소에 들렀다.


 우리가 예약했던 싸이트 

www.boholbesttours.com/countryside.html



  Destination 1. 혈맹 기념비 Blood Compact Monument

스페인과 평화 동맹을 맺은 곳


내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보홀에 오면 한번쯤은 꼭 들러보는 코스다.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으나 보홀섬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인 장소로, 오래전 스페인 정복자와 보홀섬 족장이 처음으로 동맹조약을 맺은 곳이라고 한다.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며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뚫어 놓았으나 그는 결국 세부 막탄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마지막을 맞이하고 만다. 그 후에 포르투갈과 향신료 무역 경쟁을 벌이고 있던 스페인도 아시아로 진출했다가 보홀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처음에 원주민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전에 이미 포르투갈 함대가 주민 천명을 노예로 끌고 갔기 때문. 따라서 스페인 정복자는 그들이 포르투갈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열심히 어필했고, 설득에 성공해 원주민의 호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그 기념으로 이 자리에서 원주민의 방식대로 서로의 피가 든 와인잔을 바꿔 마심으로써 형제애를 다졌다. 이것을 필리핀어로 산두고 즉 혈맹이라 부르며 이자리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것이 필리핀의 첫번째 스페인과의 동맹이었으며 아직도 이를 기념하는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런 큰 의미가 있어 이 자리가 감동을 주는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으잉?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도로 변에 있는데, 정말 이 동상 말고는 볼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북적 북적해서 사진 찍기는 치열하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까지...



차라리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더욱 감동이면 감동이랄까. 이때는 3월 말로 필리핀의 건기였는데, 정말이지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바닷빛깔이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왔다.

혈맹기념비는 섬 투어중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냥 지나쳐 가도 무방할 것 같다.



  Destination 2. 바클라욘 성당 Baclayon Church

보홀섬의 가장 오래된 교회


기념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보홀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필리핀은 국민의 80%이상이 카톨릭인,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 꽤나 독실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첫날이 부활절 하루 전날이라 이곳 저곳이 예수의 시신을 들고 그를 따르는 촛불행렬로 가득했다.  



보홀섬에도 몇몇 오래된 성당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 바클라욘 성당은 400년이 훌쩍 넘은 성당이다.

4백년이라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된 느낌의 소박한 교회 건물을 두리번 거리며 입장했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우리를 붙잡는다. 이때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성당에 들어가려면 어깨를 가리는 옷과 무릎을 덮는 옷이 필요하다는게 그 이유. 그래서 직원이 보자기로 어깨와 다리를 감싸주는데, 뭐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게 여자에만 해당된다는 것. 오이군을 포함한 많은 남자 여행객들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타났는데,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뭐 사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성스러운 곳이니까 하며 시키는데로 둘러입고 있었는데, 문제점을 지적한 건 오이군이었다. 성당이나 무슬림 사원들의 이런 남녀차별적인 방침은 바꿔야 한다며 분개.

가려야 한다면 다 가려야지 왜 여자만 그래야 하는데! 엉? 나 기분 나빠서 안들어가고 싶어. 넌 이런걸 수용하면서까지 여기 가고 싶어?

응...? 이건 이 사람들의 전통이니 그냥 존중하는거지 내가 그 생각을 수긍한다는 것과는 별개잖아. 안은 썰렁한데, 이러니 따뜻하니 좋구만 뭘. 궁금하니 보고 가자 ^^;



흥분한 오이군을 달래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온몸을 감싸 놓으니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신해 진다. 옷차림이 행동을 바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느정도는 맞는 듯. ^^;

이 교회는 다른 곳에서 보던 성당들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4백년이란 시간동안 벽을 한번도 보수하거나 청소 하지 않은 듯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고, 굉장히 열악산 시설에 어두운 분위기, 허름한 조각상과 물건들로 내부가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다른 곳들보다 부유할 법도 하건만 뭔가 엄청나게 소박해서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뭔가 핍박을 피해서 지하로 숨어든 교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화려했을 교단이 세월이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신이 교회의 화려함을 보고 오시지는 않을테니 유럽의 교회들처럼 과하게 삐까번쩍 꾸며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이끼를 손으로 긁어 낙서도 해 놓고 갈 정도


벽에 이끼가 잔뜩 껴있다고 더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은데, 청소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게다가 그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오래된 교회라면 더더욱 말이다.



더운 날씨지만 내부는 시원해서 딱히 에어콘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오래전엔 촛대를 놓았을 법한 벽에 지금은 선풍기가 놓여 있다.

어딘지 롤플레잉 게임의 던전같이 음울한 분위기의 벽에 난 소박한 스테인드 글래스 창. 그리로 비춰드는 햇살이 너무나 화창해서 상대적으로 내부가 더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생생한 생화로 정성스레 장식을 해 놓은 걸 보면 사람들이 신경써서 관리를 하긴 하는 모양인데...그냥 국민성이 다른건가? 교회를 청소를 하면 신성함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무언가가 있을거라며 애써 이유를 찾아 보았다.



교단 왼쪽으로는 분리되어 잠겨있는 곳이 있는데, 뱁티스트리라고 쓴 것을 보니 아마 세례를 주는 곳인 듯하다. 근데, 저리 찍어 놓으니 웬지 철장안에 갇힌 듯한 분위기.



교회 입구쪽 복도 천정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수많은 제비들이 보금자리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회 입구에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는 급수기가 있다. 한국 여행사에서 비치해 둔 듯 ^^;



교회 건물은 죽은 산호들이 퇴적되어 생선된 산호석으로 지어져서 흰빛을 띄고 있다. 대신 벽돌 표면에 구멍이 송송 뚤려 있다보니 세월이 지나면 먼지 등으로 검은 색이 된다. 특히 왼쪽의 종탑과 건물 돌출부에는 화재로 인해 그을음이 생겼는데, 그 돌출부 그을음 모양이 예수님의 얼굴처럼 보여서 이곳이 더 유명해 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재 저 종탑은 우리가 갔던날로부터 약 7개월 뒤인 2013년 10월 대지진으로 무너져서 보수공사 중에 있다고 한다. 



예수님의 모습으로 유명해진 교회 벽


2층은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사진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교회 자체는 무료로 입장 가능하나 2층 박물관은 1인당 25페소, 즉 한화로 약 600원의 입장료가 있다. 교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전체를 둘러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부담없이 들러볼 만 하다.


보홀섬 육상 투어 이야기 2부에서 이어집니다.

여행날짜 | 20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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