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거운 스키여행

클럽메드 스키리조트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지난 중국 야불리 스키 리조트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끊임 없이 나오는 무료 음식도, 뽀드득 뽀드득 가루눈의 위엄도 아닌 바로 전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스키/보드 강습에 있었다. 그렇다. 클럽메드 스키리조트에 투숙하면 가족 전원이 값비싼 스키 강습을 추가 비용 없이 투숙기간 내 질리도록 받을 수 있다. 그것도 한두시간의 짧은 강습이 아니라 하루 5시간의 수준 높은 강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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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말이라 사람이 많은 편이라는데...'많다'는 기준이 전혀 다른 듯


아무래도 이름있는 리조트이다보니 얼핏 보기에 숙박 비용이 딱히 저렴하지는 않았는데, 포함되어 있는 내역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전일정 리프트 패스는 물론, 프랑스 스키학교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들의 수준높은 5시간 짜리 강습이 그 가격에 전부 포함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10인 단체 단체 강습이 2시간에 7-8만원씩 하는데 이정도면 꽤나 매리트가 있는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주말에도 텅텅 빈 슬로프에서 밀가루처럼 보드랍게 흩날리는 자연설 위를 달리는 거라면 귀찮음을 무릎쓰고, 한번쯤은 중국까지 가 볼만 한 것 같다.



리조트 입구가 바로 스키장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건물 앞에서 스키를 신고 곤돌라로 향할 수 있어 편리하기도 했다. 맨날 무거운 장비를 낑낑거리며 리프트 근처까지 들고 가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운을 빼야했는데, 이곳에서는 에너지를 전부 스키타는데 올인할 수 있었다. ^^



게다가 리조트 입구에는 늘 이런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어서 스키타다가 당떨어졌다 싶으면, 입구에 잠시 스키를 벗어두고 잽싸게 빵을 한두개 집어 나올 수도 있다. ^^



어린이 스키강습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 수강 인원이 별로 없어서 거의 개인교습 수준


이곳이 특히 가족여행으로 좋을 것 같다 싶었던 이유는 키즈클럽이 매우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성인 스키스쿨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린이 스키교실이나 그냥 놀이를 위주로 하는 키즈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키즈클럽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 G.O(클럽메드 상주직원)들이 아이들 스키복 입는 것부터 모든것을 책임지고 관리해 주므로 부모들은 그냥 맘편하게 스키를 타거나 설원위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야불리 클럽메드는 중국에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에서 관리를 하는 체인 호텔이므로 스키강사들의 대부분이 영어가 가능한 프랑스어권 사람(프랑스, 캐나다 퀘벡)이었다. 덕분에 이들과 함께 스키를 배우다 보면, 글로벌 시대에 아이들이 커서 파란눈의 외국인 앞에서도 말문이 막히지 않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하긴 요즘 애들은 외국인에 이미 익숙한 듯 하지만 말이다.



리조트 앞 강습별 미팅 포인트


강습은 왕초보 부터 레벨 1-5까지 총 6개의 스키강습이 있고, 스노우보드는 그냥 레벨 1-3으로 나뉜다. 중국은 아직 보드 인구가 적어서인지 보드 강습 미팅 포인트는 대부분 텅 비어 있거나 한두명이 전부였다. 스노우보드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면 아주 좋은 기회일 듯 하다.



 강사랑 둘이 나들이 가는 오이군과 부러운 듯 쳐다보는 초급반 강사


내가 중급 강습을 받는 동안 오이군은 혼자 스키타기 심심하니 최상급 강습을 받아보기로 했다. 최상급 강습은 딱히 기술을 가르쳐 주기 보다는 리조트내 슬로프들을 소개해 주고, 소소한 자세를 교정해 주는 정도로 진행된다. 보통 레벨 4-5는 수강생이 없는데, 이날은 오이군이 수강을 받겠다고 하자 강사들이 서로 이 반을 맡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 그냥 둘이 씽씽 스키타고 놀면서 하루 근무시간 채우는 거나 마찬가지니 마음이 편해서 일 듯. ^^; 오이군이 강습을 맡게된 행운의(?) 주인공은 프랑스에서 온 20살의 미소년이었다. 나중에 바에서 보니 젊은 투숙객 여성들이 힐끔 힐끔 그를 쳐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듯 했으나 아쉽게도 그에게는 이미 중국인 여자친구가 있다고 ^^;

남정네 보고 얼굴 빨개지는 여자들을 보니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싶어 웃음이 났다. 요즘엔 잘생긴게 뭔지, 남자가 뭔지. 뭘 봐도 설레이질 않는다. -_-; 배고플 때 맛있는 밥 보면 잠깐 설레이던가?



처음 이틀은 날씨가 엄청나게 좋아서 정상에 오르면 화창한 햇살에 빛나는 야불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대신 중국도 이상기후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는지 원래 이맘때면 눈이 엄청나게 쌓였어야 하는데, 예년보다 훨씬 적은 적설량으로 야채들을 아쉽게 했다.



그러나 삼일째 되는 날 아침. 창밖을 여니 온세상이 하얗다. 우리가 하도 눈타령을 했더니 하늘이 들으셨는지 밤새 쉬지않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이런 풍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와하하. 그래, 바로 내가 원하던 야불리의 모습이야~ 자연설이 수북히 쌓인 스키장으로 가는 동안 잘생긴 남자사람보고도 안떨리던 심장이 콩닥 콩닥 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를 스키타고 스르륵 지날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히죽 히죽 웃음이 났다. 해 보신 분들은 고개를 끄덕 끄덕 하고 계시리라. ^^



중급반을 맡았던 장폴은 40년 강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다. 기본이 충실하다. 준비운동은 언제나 철저히~


정상에 올랐는데,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앞도 잘 안보였지만 엄청나게 쏟아진 눈을 보며 다들 기분이 좋아져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한국에서 자연설이 쏟아질 때는 보더들이 쓸고 간 곳에 눈 더미가 생겨서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이곳은 워낙 사람이 없어서 눈더미가 생길일이 거의 없다. 그냥 타면 내가 첫번째 지나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프트를 타고 되돌아 오면 이미 계속 내린 눈이 소복히 덮혀 우리의 흔적이 사라진, 새 슬로프가 기다리고 있다.



눈 내리는 아침, 첫번째 라이딩. 두근 두근 


나는 총 3일중, 2일만 강습을 받았는데, 보통 한 강사와 계속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일정내내 강습생과 강사가 같다. 실력이 늘면 다 같이 반이 올라가는 방식인데, 첫날은 나보다 잘 못하던 우리반의 강습생들이 둘째날 하루 건너뛰고 다시 만났더니 금새 일취월장하여 나를 제치고 신나게 급경사를 달려 내려갔다. 역시 뭐든 거북이같이 꾸준해야 하는구나 -_-; 나는 아직 무서운 경사라 씁쓸한 표정으로 천천히 일행의 꽁무니를 쫓았다. 



눈이 내리건 해가 쨍쨍하건 슬로프는 언제나 이렇게 한산하다. 따라서 주변에 걸리적 거리는 사람들이 없으니 배운 기술들을 마음 껏 연습해 볼 수 있다 ^^



1분만 안움직이고 가만히 있으면 바로 눈사람 신세



3일간 우리반을 이끌었던 강사, 장폴


다른 강사들도 잘 가르치겠지만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장폴 선생님이 우리반을 이끌었는데, 정말이지 몸에 쏙쏙 흡수가 되게 강습을 진행해서 다들 하루 하루 다르게 실력이 느는 느낌을 받았다. 스물 몇살에 처음 강습을 시작해서 지금은 40년 경력이라니 60세가 훌쩍 넘었다는 소린데, 어찌나 활기차고, 재밌던지. 하루종일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에너지를 자랑했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운동도 열심히 해야 늙지 않고, 즐겁게 사는 듯 ^^ 게다가 장폴의 프랑스 집도 야채커플이 살았던 뉴사텔에서 멀지 않는 곳이라 저녁에는 고향이야기로 한참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틀간 어미닭 쫓는 병아리처럼 강사만 열심히 따라다녔다


이곳의 강사는 전부 프랑스 스키학교, ESF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선수 출신도 있어서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오이군은 본인의 강사 말고도 그날 쉬는 날이라 놀러나온 강사와 함께 스키를 타러갔는데, 꼭데기서 동시에 출발했건만 오이군이 5미터도 전진하기 전에 이미 강사가 슬로프 끝에 도달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키를 타기 보다는 그냥 절벽에서 자유낙하하듯 날아 내려갔다며...^^;



전부 만족스러운 강습과 스키장 컨디션이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올인클루시브에 장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스키장비는 개인 소유한 사람들도 있으므로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장비가 없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대여해야하는데, 하루에 약 6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락커가 포함되어 있어서 첫날 대여를 하면 투숙기간동안 락커안에 넣어 놓고, 아무때나 타고 싶을 때 타면 되니 편리하기는 하다.



도착하면 일단 1층으로 내려가 전원 사이즈를 체크해서 장비를 배부해 준다. 강사들이 직접 미세 조정을 해주는데, 오이군은 발이 워낙 커서 맞는 장비 찾느라 또 한참을 헤맸다는 ^^; 키가 커서 보기는 참 좋은데, 신발사고, 옷사려면 늘 고통이 수반한다. 사람이 다 가질 순 없지. ^^;


클럽메드 야불리는 환상적인 설질과 맛난 음식, 포근한 객실로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겠지만 특히 가족이나 일행 전원이 스키강습을 받고 싶을 경우 최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병아리 체험 ^^;

여행날짜 | 2015.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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