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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낙동강의 황금빛 노을 풍경 낭만 사진관
2015. 12. 21. 08:30

안동의 겨울은 금빛으로 물든다
겨울은 하얗다는 고정관념을 버려~

 

 

뭔가 어이없게 파란만장했던 중국여행을 마치고, 다시 안동으로 돌아왔다. 삼일이나 지났건만 여행가방도 풀기 싫고, 한없이 늘어지고만 싶은 겨울. 남들은 봄이 되면 나른해 진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겨울인 것 같다. 전생에 곰같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었을까?

토요일 오후 소파에 앉아 데굴 데굴 사진이나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창밖으로 비춰드는 햇살이 죄책감이 들도록 화사하다. 힐끔 쳐다보니 하늘도 파란 것이 이렇게 계속 집 구석에 앉아 있을거면 대체 전세집은 왜 뺐나고 나무라는 것 같다. 그래. 우리는 지금 전국일주 중이었지. 그래도 몸이 무거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오이군이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했다. 

 

+ 주부, 이 식빵 오래되서 다 딱딱해졌는데, 어떻게해? 버려? (한국어 학원에서 주부라는 단어를 배워서 열심히 사용한다 -_-;)

+ 노노, 남푠. 음식을 버리면 쓰나. 강가에 오리들에게라도 나눠주자.

 

 

 

 

 

안동역 뒤 영가대교 아래엔 백조(고니) 사육장이 있는데, 유럽에서 수입되어 온 녀석들인 줄 알았더니 우리나라에도 찾아오는 철새라고 적혀 있다. 나는 한국에서 야생백조를 본 적이 없었건만, 오래전에 여의도가 아직 모래사장이었던 시절에는 한강까지도 찾아오던 새였다고 한다. 도시화가 이런 아름다운 새들을 몰아냈나보다.

 

멋진척 하는 숫백조는 밥도 저렇게 우아한 척 날개를 부풀리고 먹는다. 어차피 밥통에 머리 박고 첩첩첩 요란하게 소리낼거면서...

 

스위스에는 어딜가나 사계절 백조들이 호수에 가득해서 텃새인줄 알았더니만 백조가 철새였구나. 그런데, 이녀석들은 천정이 그물로 막혀 있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 본인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적혀 있다. 뭔가 슬프네. 목에 번호표를 달고, 고무 밥통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도 어딘지 안스럽다. 뭔가 무기징역 죄수 같은 ㅠ_ㅠ 

 

 

이 사육장에는 흑고니도 한마리 끼어있다. 우리는 호주 남부의 강에서 처음 보고,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그 흑조가 진짜 존재하는 거였다며 신기해서 보고 보고 또 봤던 녀석들인데, 한국의 안동에 떡 하니 살고 있었다니. 게다가 표지판에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으로 아주 드물게 월동을 와서 한국의 천연기념물로까지 지정되어 있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한국에는 오지 않는 외래종이라 야생상태에서의 발견은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도 쓰여있고. 뭐가 맞는건지 -_-; 그냥 어쩌다 한마리가 길잃어서 날아온게 더 맞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얘들은 소중하게 관리 받는 녀석들이라 먹이를 주지말라고 쓰여있다. 할 수 없지. 빵은 야생 오리나 줘야 겠다.

 

오리 찾는 오이군. 손에는 빵봉지를 들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낙동강의 오리들은 완벽하게 야생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사람들에게서 먹이를 받아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우리가 물가로 가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저어 멀리 스르륵 도망가 버렸던 것이다.

 

물가에 있다가 우리가 다가가자 스물 스물 강 중간으로 도망가는 오리떼
마음은 빵조각을 오리들이 있는 강 중간까지 던지고 싶었지만, 힘껏 던진 빵조각은 힘아리 없이 내 발 앞에 툭하고 떨어졌다 -_-; (체력장때 '던지기'를 특히 못했다)

 

혹시나 빵조각을 던지면 도망가던 오리들이 다시 되돌아 올까 싶어 조금 뜯어 던져 봤지만, 손을 쳐들자 더욱 화들짝 놀라기만 할 뿐 힐끔 힐끔 쳐다보며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시나요? 하는 표정들이다. 허허...참. 안때린다니까? 진짜야. 

 

스위스에서는 겨울철에 새들이 먹을게 별로 없으므로 사람들이 곡식이나 마른 빵들을 던져주러 종종 호수로 간다. 집 마당이나 연립주택의 창문에 새 먹이통을 걸어 놓는 것도 꽤나 흔한 일이다. 우리 윗집 할머니도 늘 새먹이통을 걸어놔서 아침에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집주변에 새들이 잔뜩 놀러와서 늘 숲속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마른 빵=새 먹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새들이 주는 먹이를 마다하는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뭐, 생각해보니 야생동물들이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것도 그리 좋을 것은 없을 것 같아 아깝지만 빵을 도로 가방속에 집어 넣었다.

 

 

 

 

미션은 실패로 돌아가고...자전거 머리를 돌려 집으로 가는 길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는 나들이는 아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

 

 

호주 북부에는 옐로우 워터라는 호수가 있는데, 해질 무렵이면 호수가 온통 노란 빛으로 물든다. 이날 낙동강의 풍경이 바로 딱 그곳을 떠올리게 하는 황금빛이었다. 오리가 둥둥 떠다니고, 잔잔한 물 속에 나무와 하늘이 그대로 들어 있고. 옐로우 워터에는 야생 악어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만 빼면 매우 흡사한 광경이었다. ^^;

 

 

강가의 포토제닉 모델은 뭐니 뭐니 해도 은빛 갈대가 아닐까. 오늘은 햇살을 머금은 금빛 갈대.

 

 

요정의 강 A golden fairy rising

안동 낙동강

Nakdong river in Andong

 

 

금빛 겨울 The winter in Andong

안동 낙동강

Nakdong river in Andong

 

 

강물에 그린 그림 The picture on the river

안동 낙동강

Nakdong river in Andong

 

 

오늘은 바람 한 점 없이 어찌나 잔잔한지 붉은 색의 영가대교가 물속에 그대로 들어앉은 듯 예쁘게 반영되었다. 이 다리는 밤이면 무지개빛 불빛이 켜져 화사하게 빛나는데,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모텔들이 같은 불빛을 켜고 대기하고 있는 바람에 우리끼리는 모텔다리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

 

 

 

 

 

강변 한켠에는 오랜만에 보는 연탄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나에게는 아주 어릴 적 겨울의 추억인데, 누군가에게는 현재일 겨울. 그들의 겨울이 부디 따뜻하게 지나가기를. 그런데, 오이군에게는 연탄이 삼겹살을 떠올리게 했던 모양이다. 연탄구이 삼겹살 집이 그리 흔하지도 않은데, 언제 오이군과 연탄구이 삼겹살집엘 갔던 걸까. 나는 기억도 안나는데, 오이군은 이거 근처 음식점에서 주문한거냐며 오늘 저녁은 삼겹살을 먹자고 아우성이다. ^^;

모든 사물에 대한 감상은 참...상대적이다.

 

 

 

       

안동의 삼겹살 향기 퍼지는 금빛 겨울

여행날짜 | 201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