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삿포로, 첫인사는 대게 무한리필로

위가 한개여서 슬픈 동물


이야기는 지난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겟어바웃에서 홋카이도 겨울 성수기에 앞서 이곳으로 취재를 갔을 때 인데, 한국보다 북쪽이다보니 이미 이곳은 겨울의 문턱에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오싹하며 한기가 스며 들기에 남들보다 일찍 눈구경을 하나 기대에 찼지만...예상을 깨고 부슬비가 추적 추적 내리며 인사를 건냈다.

어라 내가 상상한 북해도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눈이 내리면 내렸지, 비는 옵션에 없었으므로 같이 간 일행들과 움찔 놀라며 투덜 투덜 삿포로 시내로 향했다.



 산토리즈 가든 소라 내부. 전반적으로 조명이 매우 어둡다. 개인실로 된 테이블도 있어서 일행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그쪽을 예약하면 된다


취재를 갔을 때 비가 오면 참 난감하다. 개인여행이라면 비오는 날은 그냥 일정을 취소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데굴거려도 되지만 취재로 초대를 받으면, 주최측은 어쨌든 광고효과를 최대한 뽑아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정을 강행군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은 취재 일정은 없고, 저녁식사후에 숙소로 가게 되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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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를 주문하니 찌개는 물론 제육볶음, 샐러드, 튀김 등과 함께 김치가 개인 접시에 담겨 나왔다


공항에서 이동해 오는 동안 날도 추운데, 비까지 내리니 온몸이 삐걱대며 피곤이 엄습해 왔다. 이거 첫날부터 컨디션이 이래서 되겠나...

그러나 다행히 비를 털고,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니 슬슬 여행을 왔다는 기분이 되살아 난다. 게다가 식탁위에 푸짐하게 쌓여있는 대게의 통통한 다리들을 보시라. 대게들이 두팔을 활짝 벌리고 환영을 해 주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다.



북해도는 북쪽의 추운 곳이다보니 커다란 게들이 많이 잡히는데, 대게와 털게가 유명하고 그 중 대게가 살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게를 전문으로 하는 산토리즈 가든 소라라는 음식점을 찾아오게 되었다.



 오동통한 내 게다리


북해도 대게라고 해서 평소 먹어보지 못한 엄청 독특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게는 역시 고소하고, 보들 보들, 통통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다만 북해도의 게 요리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뜨끈 뜨끈하게 쪄 나오는 반면 여기는 삶은 게를 차갑게 식혀서 먹는다. 

일행은 전부 4명이었는데, 서로 눈치 볼 것 없이 푸짐하게 한접시를 비우고 나니 그새 또 게를 듬뿍 담은 접시를 가져다 준다. 무한리필인데, 이거 이 정도로 되겠나. 포동 포동한 게를 원없이 먹어주겠다며 벼르고 들어갔건만 사람은 소와 달리 위가 한개밖에 없다. 다리가 워낙 커서 몇개 집어 먹으니 그새 배가 불러진다.



그러나 사실 비오는 날 삶은 게 보다도 더 반갑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연어 미소국이었다. 북해도는 게 뿐만아니라 연어로도 유명한데, 이것으로 구수한 미소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끄끈한 국물을 한 숫깔 떠 먹으니 비행하느라 뒤집힌 속이 시원하게 풀리며 온몸이 노곤해 진다. 다만 일본의 미소 된장국은 한국에서 먹던 것 보다 훨씬 짜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본도 유럽 못지않게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다.



짭짤한 안주 같은 찌개가 있는데, 삿포로의 유명한 산토리 맥주를 빼 놓을 수 없지. 가게 이름이기도 한 산토리 생맥주는 북해도에 와야만 마실 수 있는 프리미엄 맥주다. 사실 나는 맥주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전문가처럼 맥주 맛을 품평해 줄 수는 없었지만,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게 넘어가서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한 잔을 그새 다 비울 수 있었다.



튀김도 바삭했고, 제육볶음도 맛있었지만 오늘의 메인인 게 요리를 많이 먹을 수 없을까봐 최대한 자제했다. 일로 해외를 나가도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아지매 근성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

그러나 이 디저트 앞에서는 이성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북해도는 대자연에서 자라난 소들이 만들어낸 품질좋은 우유가 유명한데, 그것으로 만든 푸딩이 이곳의 명물이었던 것이다. 푸딩은 혀끝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 사라졌건만, 고소하고, 향긋한 풍미는 오래 오래 입안가득 남았다. 

이정도면 꽤나 괜찮은 북해도 환영인사라고 느끼며 음식점을 나왔다.


Suntory's Garden Sora

5Kita 5Jo Nishi, Chuo-ku, Sapporo, Hokkaido, Japan
+81-11-232-3100



  잠들지 않는 거리, 스스키노

삿포로 제일의 번화가


배가 차고, 몸이 따듯해지고나니 빨리 숙소로 들어가고 싶었던 마음이 언제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도시에 대한 기대로 가득찼다. 여기가 그 유명한 삿포로란 말이지?

비가 내려 거리가 조금 비어있는 듯 하더니, 가장 번화하다는 스스키노 거리로 나오자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북적 북적 했다. 사실 나는 삿포로에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눈 쌓인 들판과 푸른 호수, 여름에는 드넓은 라벤더 밭 등이 머릿속에 있는 북해도 이미지의 전부였으므로, 이런 번화한 도심은 조금 뜻밖의 것이었다. 내 눈을 가려놓고, 이곳에 데려온 후 이곳이 도쿄의 신주쿠쯤 된다고 해도 별 의심없이 믿을 것 같은 화려함이다.



오타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니카 위스키 양조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거리에 커다랗게 광고가 붙어 있었다. 니카 위스키는 오래전 직접 스코틀랜드에 건너가 살며 위스키 제조법을 배워온 일본인이 만들어낸 브랜드라고 한다. 정통 방식을 고집하며 장인정신을 가득 담아 만드는 명품 위스키로 유명하다. 양조장 건물도 스코틀랜드식으로 지어져 멋스럽고, 시설 견학과 테이스팅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비가 어찌 꽃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정말 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이번 취재 일정에는 시간상 끼워 넣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쉬움이 남아서 또 언젠가 오이군과 함께할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된다.



가지런히 서 있는 택시위의 불 모양이 전부 다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딘지 실생활이 만화스러운 일본의 풍경이다



삿포로에도 전차가 있다. 개인적인 여행이었다면 전차를 타고 이동해 다녔겠지만 우리는 취재 차량으로 이동해야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것도 다음 기회에 오이군과 함께 ^^



이곳은 재래시장 골목이라고 한다. 재래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모던하고, 깨끗해서 역전 지하상가쯤 되는 분위기다. 3일동안 취재를 도와주실 가이드분이 호기롭게 이곳을 소개해 주셨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9시 반 쯤으로 너무 늦어서 대부분의 상점들이 거의 다 문을 닫고 있었다.



시장 중간에 너구리 신을 모시는 작은 사원이 있다. 배를 만지면 행운이라도 오는 모양이다. 배만 반질 반질해진 너구리 상



드넓은 대자연과 흰눈이 소복히 쌓인 풍경을 상상하며 북해도에 왔는데,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 했다. 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삐까뻔쩍 화려한 대도시. 그것이 우리가 첫날 만난 북해도의 모습이었다. 삿포로라서 그런거겠지? 다음날은 소문으로 듣던 바로 그 북해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to be continued...


여행일자 | 2013.11.7

취재지원 | 겟어바웃 트래블 웹진. 하나투어, 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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