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용추계곡, 한여름에도 발끝 시린 계곡의 매력

계곡은 월차내고 평일에 가는게 진리?!


입추가 지나니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 졌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낮에는 햇살이 고개를 내밀며 이 여름,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깨끗하게 쥐어 짜는 것 같다.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덥다고 하게 되는데, 역시 올해도 어째 작년보다 더 더운 듯. 작년엔 집에서 에어콘을 일주일도 안켰던 것 같은데, 올해는 에어콘을 끈 기억이 별로 없다. 이달 말 전기세의 압박이 엄청나겠지만, 어쨌든 에어콘 덕에 가정불화와 업무능륭저하를 막았다며 애써 위로해 본다.



그런데, 올해는 어쩌다보니 가장 더울 때 휴가를 못가서 잠시 아쉬운 마음에 지난 용추계곡의 시원함을 살짝 들춰보았다.

역시 여름에는 계곡이 최고다. 쬐끔 힘들지만 중상류로 올라가면 사람들의 발길도 훨씬 뜸해서, 진정한 계곡의 매력에 흠뻑 취해볼 수가 있다. 특히 용기내서 하루 월차내고 남들 일하는 평일에 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곳이 계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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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가는 길목에 만난 오늘의 친구. 이녀석은 깨끗한 물 두고, 왜 구석에 썩은 물에서 신난다고 놀고 있는 건지. 손톱에 주황색 메니큐어를 바른, 웃기게 생긴 녀석이다. 참 독있게 못생겼는데, 계속 보다보면 허둥대는 모습이 뭔가 귀엽다.




차가운 계곡물에 시원하게 식혀진 맥주 한병.

여름 계곡의 낭만은 바로 맥주병 안에. (이게 웬 알콜중독 같은 소리...)



마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용추계곡의 바위들. 이게다 소고기라면...(음식 중독...?)

물가의 바위에서도 계곡의 흐름이 느껴진다. 




딱히 발을 담글 필요 없이, 맑은 물이 힘차게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만 봐도 이미 더위가 싹 가셨던 것 같다.



우리는 맥주를 별로 안좋아해서 위스키 콜라를 오늘의 여름 낭만으로 선정했다. 기분좋게 목을 축인 후, 바위에 누워 낮잠도 자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흥얼 흥얼 노래도 한곡조 뽑아 본다. 이것이 바로 신선놀음. (다 마신 병은 다시 가방에 넣어 가지고 오는 센스!)


평일에도 계곡 아랫쪽엔 사람이 많이 있어서, 펜션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위로 올라왔더니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인적이 드문 곳이 나타났다. 주말에는 이곳까지 인파로 가득 찬다하니, 역시 여름 계곡은 당일치기일지언정 주중에 오는 것이 진리다.



검은 날개에 푸른 빛을 띄는 제비나비들은 근처만 가도 민감하게 반응 하며 후다닥 도망가는데, 호랑나비는 웬만큼 다가가도 가만히 앉아 있다. 동글 동글한 까만 눈이 마치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넌 내게 반했어

솔직하게 말을해봐

도도한 눈빛으로 제압하려 해도

난 그런 속임수에 속지않어~


뭐 그런 노래가 떠오르게 했던 ^^;



오이군은 바위위에 누워서 잠이 든 것 같길래 혼자 오솔길을 따라 살짝 윗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사랑을 나누는 흰나비 한쌍. 허리 뿌라지겠다...



이름모를 꽃들과 로맨스에 심취한 나비들을 찍느라 정신이 팔려있다 계곡쪽을 내려다 보았더니...



자다 깬 남편이 두리번 두리번 나를 찾고 있는 듯 하다. 잠이 덜깬 듯한 동작으로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뭔가 귀여운 마음이 들어서 바람처럼 날아 서방님 곁에 살포시(마음만, 실제로는 우당탕) 앉았다.


어디 갔었어?

저~어쪽에 다른 커플(나비)이 러브 러브 하길래 구경 갔었어.

남 로맨스 신경쓰지 말고, 우리 로맨스 좀 신경써줘. 산속인데 없어져서 놀랬잖아.

에이, 누가 나를 납치라도 하겠어? 이런 힘쎄고, 무서운 녀자를. 하하!

아니, 자기 말고. 나 납치하면 어떻게해. 연고도 없는 불쌍한 외국인 흔적도 없이...

그...그래. 미안해. 마누라가 잘못했네. -_-;



그래서 다시 잠이 든 오이군 옆을 지키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여름의 낭만이리라. 그냥 비에 젖지 뭐, 어차피 물놀이 왔는데. 

라고 쿨한척 하고보니, 계곡물은 소나기에도 급작스럽게 불어난다고 들은 것 같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서 급히 물밖으로 달려 나왔다 ^^;

다행히 큰비는 아닌 것 같다. 시리도록 맑은 물 위로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바라보고 있노라니 잠시 생겼던 걱정은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가랑비에 옷젖는다는 속담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푸른 하늘이 찬란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엔 조금 더 상류로 올라 보았다. 한 이십분쯤 오르자 천상의 거북이가 돌이되어 앉아 있다는 귀유연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쬐끔 더 깊어서 가뭄에도 수영을 할 수 있다. 근데, 응달이다보니 물빛이 어둡게 보여 살짝 무서운 느낌이 조금 들더라. 나는 오싹한 느낌이 들어 들어가지 않았는데, 오이군은 드디어 몸이 다 잠기는 곳이 나왔다며 신나 뛰어들었다.



돌아오는 길엔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놀이를 하며, 오늘 우리에게 즐거운 장소를 빌려준 산에게 보답을 한다.

얼핏 보면 이렇게 꽃이 한들 한들 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산인데, 바닥을 보면 슬프게도 쓰레기로 뒤덮혀 있다. 



그래자 저쪽에서 다람쥐도 한마리 쪼르르 달려나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듯하다. ^^ 사실 고마울 것도 없는 당연한 일인데. 

사람들의 게으름에 늬들이 고생하는구나. 미안 ㅠ_ㅠ




오이군, 용추계곡에 가다!


결론은 한여름엔 역시 계곡이 진리다.


자연 물놀이에 목마른 녀자, 그날을 추억하며

여행날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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