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휴양지 풍경이라도 좋다, 나는 지금 휴가중이 맞으니까

구수한 바베큐 냄새가 퍼지고 기분 좋은 라이브 콘서트가 열리는 곳


분위기좋고, 친절했던 알로나 비다 Alona Vida 레스토랑


알로나 비치. 어딘지 알로하, 하와이가 연상되는 이름의 알로나 비치는 하와이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필리핀 보홀섬 끝자락에 있는 해변이다.

이곳은 보홀 여행을 온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꼭 한번은 거쳐가게 되는 곳인데,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발리카삭 섬으로 가는 배들이 바로 이 알로나 해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다이버가 아니더라도 아일랜드 호핑 투어나 스노클링 투어를 간다면 100% 발리카삭을 가게 되므로 대부분의 여행객은 알로나 비치에 발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발리카삭의 위엄 보기



사실 알로나 비치는 보홀섬이 아니라 섬 남서쪽 끄트머리에 붙어있어 다리로 연결된 팡라오라는 작은 섬에 있는 해변이다. 본섬도 아닌 이 작은 섬이 유명해진 이유는 전적으로 바로 이곳이 발리카삭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 따라서 대부분의 숙소와 다양한 레스토랑과 펍 등이 이곳에 몰려 들었고, 밤이 되면 파티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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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기다리며

남편,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소...나는 망고스틴이나 먹으며...


우리는 이번 보홀 여행에서 다이빙이 주요 액티비티 였으므로 당연히 숙소를 알로나 비치 근처로 선택했다. 보홀섬은 제주도 두배가 넘는 크기라 아무생각없이 섬 북쪽이나 동쪽으로 숙소를 잡아놓고, 아침에 섬 남쪽 끝에서 배타고 40분은 들어가야 있는 발리카삭으로 다이빙하러 간다고 하면, 이동하다 야간다이빙으로 바꿔야 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


낮동안 신나게 다이빙을 즐기고도 체력이 남아있는 오이군은 마누라를 버리고 야간 다이빙을 하러 갔다. 그간 나는 모자른 현금을 채우고자 ATM 기계를 찾아 헤메이고, 약간의 과일 장을 봐서 숙소에 쟁여 놓기로 했다. 알로나해변 근처는 대부분 비포장도로로 골목이 좁은데, 관광객이 바글 바글해서 혼돈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름의 해결책으로 저녁에 해변 근처의 길은 모터를 이용한 이동수단을 통제하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은 보내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절대 못지나간다고 해서 운전자랑 경찰이랑 싸우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현금 인출기 앞에서 보고 있자니, 여자 혼자 돈을 찾아 들고가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어수선 하더라는.



어쨌든 무사히 현금을 찾아들고, 오는 길에 망고스틴을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아~망고스틴, 망고스틴.

나는 언젠가 한자리에 정착하게 되면 꼭 망고스틴 나무 세그루를 마당에 심으리라. 생각만으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구나.

사실 알로나 비치 주변의 과일 상점들은 망고스틴을 전혀 싸게 팔고 있지 않았다. 예전에 태국에서 1달러에 2kg 정도를 줬던것 같은데, 여기는 겨우 너댓개 담아 주는게 아닌가. 하긴. 그때가 10년전이기도 하고, 여기는 관광지니까 뭐. 그래도 한국에는 마트에서 냉동 망고스틴을 한개에 3천원씩 팔기 때문에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소중하게 모셔들고 숙소로 돌아 왔다. 오이군이 다이빙에서 돌아오면 오늘 물속에서 무얼 봤는지 수다를 떨어가며 오손 도손 까먹어야지. 엇,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혼자 절반은 까먹고 없는게 아닌가. 이런...안먹었다고 시치미 떼기에는 손가락이 이미 빠알갛게 물들어 버렸다. 에헴, 흠흠. 뭐 그럼 남은 거라도. ^^;



낭만 take 1.

하얀 모래가 발까락을 간지르는 해변에서의 바베큐 저녁식사


오이군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조마 조마 했는데, 무사히 늠름하게 저 음식점들 사이로 짠물을 흩뿌리며 다이빙 센터에 돌아왔다. 

아~ 반갑데이, 오이야. 밥무러 가쟈~ ^^


오이군이 담아온 알로나비치의 야간다이빙 영상 보기


둘다 꽤나 배가 고팠으므로 음식점을 멀리 찾아 헤매이지 않고, 그냥 다이빙 센터 앞에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이용한 다이빙 센터 이름은 필리핀 펀 다이버즈 Philippine fun divers로스트 호라이즌 비치 다이브 리조트 Lost Horizon beach dive resort 에 속해 있는 센터였다. 그 앞의 음식점 역시 로스트 호라이즌의 비치 레스토랑. 다이빙 센터는 친절하고 좋았는데, 음식점은 괜찮을려나?



하와이안 셔츠가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

잘못 건드리면 넘어질까 조마조마하게 생긴 야자수 아래를 오늘 저녁 식사 장소로 선택했다. 테이블이 모래사장위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신발은 훌렁 벗어리고. 

발까락 사이로 시원한 모래가 사르르 빠져나가고, 부드러운 바닷 바람이 귓가를 간지른다. 아~행복해서 밥안먹었는데, 배부르...지는 않았지만, 정말 기분좋은 시간.



알로나 비치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바베큐 식당으로, 진열되어 있는 해산물과 육류, 야채 등을 고르면 숯불에 천천히 구워 소스와 함께 테이블로 서빙해 준다. 이곳 역시 바베큐를 주 메뉴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음식을 정말, 정말, 정말...천천히 구워준다.

물론 잔잔한 숯불에 느긋하게 굽는 바베큐가 최상의 맛을 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배고픈 사람은 조금 센불에 구워주면 안되나...

사실 바베큐는 나중 문제고, 처음에 테이블에 앉았는데, 웨이터가 우리를 본채만채 다가오질 않았다. 음...뭐 사람은 많고, 일손은 부족해 보이니 이해를 해줘야지. 그래서 한 10분쯤 멀뚱히 기다리다 도무지 올 생각이 없어 보이길래 상큼하게 웨이터를 불렀는데...알겠다고 손짓만 하고 다가오질 않네? -_-; 한 10분쯤 더 기다렸더니 와서 하는 말이 음료는 자기에게 주문하고, 바베큐는 직접 굽는 곳으로 가서 주문을 하면 된다고 한다. 진짝 말해줬으면 바베큐 먼저 주문해 놨잖니. -_-;



그래서 일단 콜라를 주문하고, 바베큐를 주문했는데, 콜라가 거의 40-50분 걸려 나온 바베큐와 동시에 도착 했다. 목이 마르니 음료 먼저 달라고 한번 더 말했음에도 알겠다는 말만 반복. 낭만이고 뭐고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저쪽에 보이는 냉장고에서 직접 콜라를 꺼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늘은 즐거운 휴가니 참자. 참을 인자 300개를 그리며 구겨진 미소를 날리고 앉아 있는데, 서빙하는 남자가 느릿 느릿 기어오는 속도로 걸어서 콜라를 가지고 온다. 그것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이 무뚝뚝, 목석같은 얼굴로. 에잇, 미친척 하고 그냥 한대 때릴까?

테이블에 손님이 많아서 서빙이 느린 것이 아니고, 웨이터가 그냥 움직임이 느린거였다. 음...섬 사람들이 느긋하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이게 바로 그 무시무시한 섬의 느긋함인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첫번째 음식을 받기까지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밥 다먹고 계산서를 요청했더니 또 계산서를 가져오는데만 무려 25분이 걸렸다. 어차피 바닷가 인파에 섞이면 못찾을텐데, 그냥 가버릴까보다. -_-;


음식 가격은 작은 랍스터 한마리, 새우 두마리, 소세지 꼬치 1, 닭꼬치 1, 돼지꼬치 1, 야채꼬치 1, 밥 두접시 그리고 콜라 두잔에 2만원 쯤. 뭐 랍스터 같은걸 고려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필리핀 치고는 핫 플레이스에 있다고 무지 비싸게 받는 편이다. 특히 서비스가 불매 운동 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 웨이터가 특히 별로 였던 것인지 이 레스토랑이 별로인 건지 알 수 없으니 자제하는 걸로.



그러나 섬 사람들이 느리고 무뚝뚝하다는 편견은 다음날 바로 깨졌다.

이튿날 저녁 찾은 음식점은 알로나 비다 Alona Vida라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인데, 자리에 앉자마자 발랄한 여종업원이 상큼하게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역시 어제가 이상했구나. 어젠, 콜라도 캔에 빨대를 절반 꺾어서 꽂아 줬는데, 여기는 병 입구를 냅킨으로 막아서 빨대가 쑥 빠지지 않도록 신경써서 준다. 어제 그집은 대체 왜 빨대를 꺾어 부러뜨려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바베큐 재료를 직접 가서 고르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여기도 동일한데, 접시에 담긴 모양이 훨씬 더 호감이 간다. 그냥 바베큐와 소스만 떡 나오는게 아니라 볶은 야채를 곁들여 줬던 것.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기분이 다른 것을. 좋은 서비스라는 것이 사소한 것 차인데 말이다.


이곳에서는 샐러드 한접시, 잭피쉬 한마리, 목살 한덩이, 소고기 야채 볶음 한접시, 미니 감자 그라탕 2개 그리고 콜라 2병에 2만 3천원이 나왔다. 가격도 전날의 레스토랑과 비슷 비슷했지만 훨씬 더 마음이 편했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알로나 비치의 레스토랑들은 관광지이다보니 전반적으로 필리핀 치고 비싼 편이지만, 음식도 괜찮고 무엇보다 휴양지의 낭만이 솔솔 흐른다. 일정 중 하루 저녁 정도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낭만 take 2.

별이 쏟아 지는 해변에 누워 칵테일 한잔


배를 채웠으니 다음 코스는 시원한 맥주 또는 칵테일 한잔 ^^

마음에 드는 펍이나 바를 찾아서 해변을 따라 구경하며 느긋하게 산책을 했다. 대부분의 펍에서는 라이브 가수나 밴드들이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었다. 각양 각색의 노래가 중구 난방으로 들리는데, 풍경이 멋지니 그것 마저도 좋더라. 

별이 쏟아 지는 해변으로 가요오~

그래서 또 하나의 곡조를 더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해변의 끝자락.



아니, 이것은 요정의 성인가?

알로나 비치 북쪽 끝은 알로나 팜 비치 리조트로 막혀있었는데, 낮은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밤에 보니 어딘지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리조트가 궁금하긴 했지만, 어딘지 프라이빗한 느낌이 들어서 더 가지 못하고, 그냥 근처의 바에 가서 칵테일을 주문했다. 

캬하~ 달 밝은 바닷가에 퍼지는 달콤한 열대 과일의 향기.

테이블에 앉을까 하다가 그냥 바다 가까운 모래사장에 인어자세로 기대 눕기로 했더니 그곳까지 친절하게 서빙을 해줬다. ^^



달빛이 이렇게 밝았던가?

그야말로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야간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저편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아련하게 섞여든다.

낭만 지수 200%



가사에 나왔던 별이 쏟아지는 해변이 바로 여기 였구나!



초대형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키작은 야자수에 매달려 있던 코코넛과 오이군의 충돌 사고가 있었다 ^^;


알로나비치는 분명히 전형적인 관광지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로컬들이 찾는 숨은...어쩌고 하는 곳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이런 곳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고, 낭만이 흐르는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가끔은 또 저렇게. 이것 저것 세상의 다양한 면을 두루 볼 수 있다는 게 진정한 자유여행의 매력 아닐까? 



관광객, 여행객 양분화의 오류

여행날짜 | 2013.03.30




INFORMATION


Alona Vida restaurant

주소 | Alona Beach, Tawala, Panglao Island, 6340 Bohol, Philippines

홈페이지 | www.alonavida.com


대부분의 바베큐집에 꼬치 메뉴 중에 동그란 경단 같은 소세지를 주욱 꽃아 놓은 것이 있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돼지고기라 믿고 있지만 사실 무슨 고기가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바베큐 드시게 되면 한번 맛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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