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플레이스 경리단길을 걷다먹다

새것과 옛것이 만나는 오묘한 곳


몇년 전 부터 서울 데이트 장소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바로 경리단 길이다.

이름이 뭔가 옛스러운 것이 궁금해 찾아봤더니 바로 이태원 옆이네? 진짜 이름은 회나무길이지만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 경리단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야채커플은 시끌벅적 번화한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태원 근처라는 소리에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마침 이쪽에서 모임이 잡혀, 겸사 겸사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찾은 경리단길은 상상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태원 중심부처럼 번쩍 번쩍 시끄러운 젊음의 거리를 상상했건만, 80년대를 연상시키는 가게들과 골목 사이사이에 생뚱 맞으리만큼 현대적이거나 예술적인 음식점과 카페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연남동이나 상수동이 떠올랐지만, 골목이 훨씬 더 옛스럽다는 것이 이 길만의 독특한 매력인 듯 하다.



  Course  감자, 오이따라 걷는 경리단길 먹방 데이트


 점심 : 시래옥      소화 : 남산공원      디저트 : 에끌레르      산책 : 거리구경      휴식 : 버클리 커피      산책 : 폴란드 그릇 노바      장보기 : 더 베이커스 테이블      저녁 : 미 마드레      디저트 : 스트리트 츄러스 



  1  시래옥 : 시래기를 소재로 한 밥집



이날의 모임 장소이기도 했고, 든든히 먹어야 데이트가 즐겁기 때문에 일단 첫 코스는 밥집이다.

시래옥은 말 그대로 진짜 밥집. 시래기를 소재로 한 한식집인데, 요즘 맛집이라 일컬어 지는 곳이 대부분 외국음식인데 반해 당당히 한식 맛집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




시래기가 주제래서 풀만 무성하리라 상상했는데, 메뉴는 시래기 갈비찜, 시래기 고등어 조림, 시래기 불고기, 차돌박이 등 육류, 어류가 곁들여 있고, 깔끔한 맛이 입에 착 붙는게 다음에 또 찾고 싶은 곳이었다. 정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도 데이트로 굿. 


그런데...수다떨다가 음식을 보는 순간 이성을 잃어 메인메뉴 사진이 없다. 오이군과 감자양의 어린이 입맛엔 시래기 갈비찜이 착 붙었는데, 매운것을 좋아하신다면 고등어 조림도 괜찮을 듯.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25길 1

전화번호 | 02-522-9979

메뉴 | 고등어 조림+시래기 밥 13,000 / 시래기 불고기 25,000 / 시래기 갈비찜 소 40,000, 중 50,000 / 시래기 등뼈전골 소 35,000, 중 45,000

주차 | 발렛 가능, 공영주차장 도보 1분, 주말엔 도보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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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남산 공원 : 먹방여행 사이 사이엔 반드시 산책을



 3월 2째주, 이미 싹을 틔우며 봄기운을 흩날리는 남산공원


경리단 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길 입구에 들어서면 천천히 오르막이 시작되어, 마지막은 꽤나 산동네 느낌이 난다. (그냥 산동네는 아니고, 하얏트 호텔이 있는 럭셔리 산동네다) 그리고 그 끝은 바로 남산 공원. 식사후에 산책을 하기에 안성 맞춤이다.



먹방 여행을 하든, 먹방 데이트를 하든 꼭 빼먹지 말고 사이 사이 넣어줘야 할 것이 바로 이 산책인데, 건강을 생각하자는 뭐 그런 식상하고, 착한 이유는 아니고, 다음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소화가 덜 된 상태에서 다음 음식을 넣어주면 뭘 먹어도 맛이 쏘쏘. 괜히 괜찮은 음식갖고 트집잡지 말고, 일단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 ^^ 뭐 물론 건강에도 좋은 건 덤이고 ^^



그래서 우리도 바로 카페에 앉아 늘어지기 보다는 남산공원 산책을 선택했다. 아직 약간 쌀쌀했지만 벌써 생명들이 움틈기 시작해 봄분위기가 물씬 난다.



쇠딱따구리도 열심히 잠에서 깨어난 꿈들이들로 봄맞이 식사하기에 바쁜 듯



벌써 개구리가 몽글 몽글 키위 씨같은 알을 낳아 놨다



 남산 공원엔 꿩도 산다. 장끼 한마리가 무지 바쁘게 달려가는 걸 간신히 한컷. 신나게 어디가누?



자연도 산책로도 여유롭고 아름답지만 뭐니 뭐니해도 남산공원의 매력은 서울 시내로 뻗은 전망. 꼭 산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경리단길과 맞닿아있는 남산 야외 식물원에서 충분히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리 보니 뭔가 이국적인게 우리나라가 아닌 것도 같고...



 표갤러리 마당에 있던 특이한 조형물


공원을 산책하고 사진도 찍다가 배가 좀 편안해지거든 디저트를 찾아서 다시 경리단길로 내려오자.

오는 길엔 표갤러리가 있으니 괜찮은 전시가 있다면, 내면의 감수성을 채우는 시간도 가져 보시길 ^^



히야 좋다아~ / 자기야, 뭐 보는데? 뭔대? 뭔대?


맨날 보는 남편이라 키가 큰 줄 못느끼고 사는데, 이럴땐 참...크단 말야. ㅠ_ㅠ 담장 넘에엔 뭐가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3  에끌레르 바이 가루하루 : 촉촉하고 과하지 않게 달콤한 시간



디저트는 여러 카페가 우리를 유혹했지만 이 에끌레르 가게 앞을 지나는 순간 둘다 뭐에 홀린 듯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에끌레르(영어식으로 발음해서 에클레어라고 써 있는 경우도 많다)는 프랑스 디저트인데, 슈크림 빵의 보드라운 빵에 커스터드 크림, 초컬릿 무스, 생크림 등등을 채워 넣은 것으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사실 오이군은 크림류를 별로 안좋아 해서 그리 선호하는 디저트는 아닌데, 아마 깔끔한 인테리어에 홀린 듯 ^^



나는 상큼한 피스타치오 딸기, 오이군은 고소한 다크초코


많은 종류의 에끌레르는 물론, 촉촉한 마카롱과 우유잼, 초코잼, 망고잼 등 다양한 잼도 판매한다.

단 내부에 자리가 5명 정도 앉으면 다 차고, 외부에는 노천 테이블이 두개 정도 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시간에 방문했다면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가 남산 공원에서 디저트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42

전화번호 | 02-337-8090

메뉴 | 에끌레르 개당 5,000-6,000원 선



  4  산책 : 경리단길 독특한 거리 풍경



디저트까지 챙겼다면 이번엔 경리단길 구석 구석을 구경해 보자.

뭔가 예술적인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요즘 보기 드문 레코드샵이 다 있네.



그냥 평범한 동네인 것 같은데, 갑자기 길가 벽에 멋지게 별자리를 장식해 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향수가 묻어나는 오래된 상점들이 툭 튀어 나오고.

서울 한복판에서 아직도 이런 사람냄새 나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니.

아파트촌에 살다보니 이런 소소한 가게들이 참 그립다.



어떤 중국 음식점인데, 푸핫...들어가 보고 싶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초호화 하얏트 호텔이 나오는데, 그 뒷쪽엔 이런 소박한 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뭔가 스위스 국기 같이 생긴 것이 걸린 카페인데, 마침 현관문 유리창에 스위스 직수입 오이군이 비춰졌다. ^^



골목길. 이런 곳에서라면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나겠다. 아파트는 위 아랫 층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데...



구멍가게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법한 슈퍼마켓인데, 다양한 수입맥주를 판매한다


신구의 오묘한 조화가 매력적인 경리단길. 이래서 이곳이 유명하구나. 

처음엔 왜 여길 걷자하나 이해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던 오이군도 어느새 구석 구석 두리번 거리며 골목 구경에 푹 빠져있다.




  5  버클리 커피 소셜 : 독서친구와 나른한 오후를



골목 구경에 심취했더니 다리가 슬쩍 피곤하기 시작한다. 

티타임 이구나!

허름하면서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카페가 눈에 띄기에 들어갔는데, 이름이 버클리 카페네?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커피 이외의 음료가 있는 카페를 선호하는데, 여긴 이름이 버클리 커피라 웬지 다른 음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문앞에 번쩍 뜨이는 메뉴가 있으니 바로 아보카도 쥬스. 엥? 아보카도로 쥬스를 만들면 워떤 맛인데?

나는 고소하고 보드라운 아보카도를 무지 좋아하지만 샌드위치, 샐러드, 스시, 나초 소스 등이 쓰임새의 전부였는데, 주스로 만들면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연두빛의 뭔가 봄스러운 음료가 등장. 아보카도와 우유에 살짝 단맛을 가미해서 주스라기 보다는 부드러운 쉐이크같은 맛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데, 식후에 마시기엔 좀 부담되니 오후 3-4시쯤 간식으로 적절할 듯.

그 외에도 생과일 사과주스, 감귤 주스, 직접 만든 꿀 라임티 등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더 인상적인 음료는 바로 이 댄싱 쥬스 시리즈.

전부 뜨거운 음료에 알콜이 가미된 핫 칵테일이다.

뱅쇼(뜨거운 와인)야 워낙 많이 파니 아실것이고, 그 외에 핫 초컬릿에 위스키를 가미한 것과 레몬 홍차에 역시 위스키를 넣은 독서친구라는 이름의 칵테일 차가 있었다. 진정한 남좌~오이군의 선택은 당연히 알콜. 티타임에도 술을 마시겠다며...



그런데, 비주얼이 그닥 남자 답지는 않다. 이쁘게 마른 꽃이 띄워 나왔던 것. 오이군이 한모금 마시고, 씨익 미소를 짓길래 조금 뺏어 마셔 봤더니 오호? 이거 꽤 괜찮네? 과일향이 나고, 뜨거운 김에 알콜이 훅 올라 오는게 어딘지 뱅쇼랑 살짝 비슷하지만, 뭔가 덜 텁텁하달까? 게다가 장미꽃 향이 은은히 올라와 굉장히 매력적인 맛과 향이 난다. 단, 이름이 독서 친구라는 건 동의 할 수 없다. 쌀쌀한 날씨에 돌아다니다 뜨거운 칵테일을 마시니 노곤해 지는게 바로 잠들 것 같더만...독서는 꿈에서 할 듯.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17

전화번호 | 02-792-2048

메뉴 | 커피, 티 5,000 / 주스 7,000 / 댄싱 주스 10,000 (더치 커피가 인기 있는 모양)



  6  노바 : 폴란드 그릇 가게 구경



독서친구를 마신 오이군은 나른해서 늘어지고, 아보카도 주스를 마신 나는 배불러 늘어져 버려서 한참을 카페 의자에 붙어 있었다. 아주 작은 카페라 자리도 많이 없는데, 손님들이 왔다 만석이라 그냥 나가는 것 같길래, 잠도 깰 겸 다시 거리로 나왔다. 배회하다 눈에 띈 곳은 노바라는 폴란드 그릇집.



내려가는 길이 유럽풍의 음식점 같은데, 예전에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 본 것 같길래 주저하지 않고 씩씩하게 내려갔다.




내부에는 이런 폴란드 스타일의 그릇이 잔뜩쌓여 있는데, 우리가 한국에 계속 눌러 살거라면 이것 저것 한세트 들고 나왔을 것 같다. 그릇류는 꽤나 여성 취향이라 데이트 중 우연히 들렸다면 남친은 좀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여친을 데려가 머그 세트를 하나 선물하면, 센스있는 남자임을 과시할 수 있을 것 같다. ^^;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 26 한진서울치과

전화번호 | 010-8297-8696



  7  더 베이커스 테이블 : 내일 아침 식사 장봐서 가세요



데이트 중 뜬금없이 다음날 장을 보라고?

그러나 이 빵집에 들어선다면 뭐라도 하나 사지 않고는 못베길 것이다.

독일에서 3대째 빵집을 한다는 불랑제가 정통 독일식 빵을 만든다. 고소하고, 속이 튼실한 호밀빵과 몇가지 디저트류도 있는데, 이곳의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호밀빵이다. 이 고소한 빵과 샐러드, 수프를 곁들인 브런치도 판매하는데, 이 동네 외국인들의 아침식사는 이집이 책임진다는 소문이. ^^

우리 빵 좋아하는 외국인도 이성을 잃고 잔뜩 사들고 와서 몇날 며칠 빵만 먹었다는...

참고로 호밀빵은 하루 정도 숙성 시켰을 때가 더 맛이 있다고 한다.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44-1

전화번호 | 070-7717-3501 

메뉴 | 호밀빵 6,000 / 브라우니 2,000 / 토마토 수프 5,000 / 브런치 6,000-9,500



  8  미 마드레 : 스페인 스타일 가정식



음식점 이름이 울엄마. 뭔가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찾아갔다. 스페인 음식을 파는 곳인데, 꽤 유명해서 평일 저녁인데도 한테이블을 제외하고 모두 예약이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저녁 식사하기에 살짝 이른 시간에 들어가서 마지막 남은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곳에 오시려거든 평일이라도 예약을 권장한다. 유명한데, 테이블이 많이 없다는게 함정.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서비스로 부르게스타 두쪽이 나왔다



우리의 주문은 당연히 빠에야.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그래도 스페인 음식하면 일단 빠에야가 1등으로 떠오르니 어쩔 수 없다. 한국 살이 3년만에 오이군이 밥에 중독된 것도 있고. 앞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 됐을때가 걱정이다. 오이군이 이제 한국의 쫀득한 쌀에 김치찌개가 없으면 밥을 못먹겠다나. -_-;



그러나 해산물과는 절대 친해지지 않는 오이군이 모든 해산물을 다 긁어 내 접시위에 올려 놓고 있다. 대신 닭가슴살은 한쪽 맛만 보여주고 다 가져갔다는.

맛은 엄청나서 기절할 것 같은 그런 맛은 아니고, 적당히 평범하게 맛있다. 나는 사프란 향이 짙은 빠에야를 좋아해서 살짝 부족하다 느꼈지만, 어쨌든 가끔 커리파우더를 섞어 눈속임 하는 스페인 음식점이 있는데, 이곳은 정직하게 샤프란만 쓰는 듯헸다. 스페인 음식이 궁금하시거나, 스페인의 향기가 그리우신 분은 한번 가보셔도 좋을 듯.



요즘 잘나가는 하몽도 있다.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24-1

전화번호 | 02-790-7875

메뉴 | 빠에야 1인분 19,000 / 스테이크 23,000



  9  스트리트 츄로스 : 길거리에서 먹는 한밤의 디저트



멋진 바에서 술을 한잔 해도 좋겠지만, 이날은 사실 평일이었다. 다음날 일해야하니 술은 좀 힘들것 같지만, 그냥 이렇게 집에 가긴 또 아쉽지. 바로 이럴 때 들르는 곳이 스트리트 츄로스다. 츄로스도 스페인 음식인데, 오늘 저녁은 스페인 요리로 완성하는구나.



대학가 앞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직접 그자리서 짜내어 튀겨주는 츄로스다. 따뜻하고, 바삭하고 고소해서 그냥 먹어도 엄청 맛난데,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 초컬릿 소스.

그런데, 다른 곳은 찍어 먹기 좋게 반쯤 녹은 초코를 줬었는데, 여기는 빡빡하게 굳어있는 초코를 주네...

봄이라지만 아직 밤에는 쌀쌀해서 손도 얼었는데, 츄로스에 초코가 잘 안찍혀서 길에서 생쇼를 했다. ㅠ_ㅠ 겨우 손에 초코 범벅을 하며 먹어 치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츄로스는 맛있었다고 기억에 남는다.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22

전화번호 | 02-792-1489

메뉴 | 추로스 2,000 / 초코딥 1,000 / 뱅쇼 5,000 (아이스 뱅쇼도 있다. 해석하면 얼음든 뜨거운 와인인가? ㅋ) / 커피 2,500-3,000



녹사평역 육교 위에서보는 서울의 밤


경리단길 평일 데이트 fin

여행날짜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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