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낭만적인 여자의 해변, 바람아래 해수욕장

숨겨두고 나만 알고 싶은 안면도의 보석


부모님이 한동안 안면도에 사신 덕분에, 예전에는 어쩌다 한번씩 놀러가던 안면도를 구석 구석 둘러보게 되었다. 나에게는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과 대하가 전부이던 안면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잔뜩 숨어있는 줄 몰랐네. 그 중 겨울에 아름다왔던 해변 3곳을 소개해 본다.



바람아래 해수욕장.

이름 부터 벌써 남다른 낭만이 쏟아지지 않는가.

서해안에서 검은뻘이 아닌 밝은 빛깔의 모래 사장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이 청초한 아름다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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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사실 블로그에 소개할지 말지를 두고, 혼자 심히 고민했던 곳이다.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 유명해지면 인파가 몰려들 것이고, 그럼 자연스래 유흥 시설과 쓰레기가 따라올텐데, 조용히 숨겨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좋은 것은 함께 나누라 배웠다. 이곳을 계속 이렇게 예쁘게 유지해서, 계속 다 같이 이곳에 올 때마다 행복하자고 신신당부하며 조심스래 올려본다.

다행히(?) 이 해변은 사람들이 몰려오기에 조금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안면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변으로 대부분의 해변들이 메인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반면, 이곳은 4km 정도를 이런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4km의 노력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매우 가치있는 노력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먼저 해변 뒤쪽으로 넓게 펼쳐친 갈대밭이 우수에 젖은 미소로 우리를 맞이한다. 대부분 해변 뒤쪽은 소나무 숲인데, 이곳은 독특하게 이런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겨울이라 어딘지 황량하고 쓸쓸하지만, 여전히 은근한 낭만을 흩뿌리며 사진기의 셔터를 재촉했다.



저 이국적인 느낌의 나무 펜스는 또 뭐람~ 아이참, 누가 이렇게 센스있게 >_<

확 트인 시야에 마음을 빼앗겨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옆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신나게 뛰라고 데려간 까비양이 그만 1m쯤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셔터를 눌렀더니 여느 때의 찰칵 소리 대신 꾸웩 하는 개잡는 소리가 난다.

헉! 까비~!!

아래를 내려다보니 잔뜩 쌓인 굴껍질 위에 어정쩡하게 까비가 앉아 있다. 코피를 뚝 훌리면서 ㅠ_ㅠ

젊었을 적 까비였다면 1m정도는 문제도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16살의 연로하신 몸이 아니던가. 침대 높이도 이제 잘 못 뛰어내리는데, 1m는 살인살견적인 높이다. 나도 오랜만에 번개같은 속도로 뛰어내려가 까비를 보듬었다. 눈이 침침해서 밝은 굴껍질이 있는 아래가 가까워 보였던 모양이다. 

흑흑, 까비야. 미안해 ㅠ_ㅠ

괜시리 데려와 크게 다친 건 아닌지 싶어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났는데, 몇번 쓰다듬어 주자 금새 꼬리를 확 치켜 올리면서 몸을 한번 푸르르 떨고, 촐싹맞게 달려간다.

너...정말 괜찮은거니?



바로 병원을 가야할까 싶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안면도엔 동물 병원이 없다. 머얼리 태안까지 가야한다. 부러진 곳은 없나 온몸을 살살 만져봤지만 별 반응이 없다. 그저 넓은 해변위를 뛰고 싶어 바둥거릴 뿐. 코피도 한방울 나서 내출혈이라도 있을까 싶어 호흡도 확인하고, 눈동자 움직임도 주시하는 등 나는 온통 걱정으로 휘감겨 있는데, 까비는 뭐냐며 빨리 달려가 놀아야 한다고 버둥 버둥 내 품을 빠져 나가려고 난리다.

결국 까비의 달리고 싶은 열정(?)에 어영 부영 휘말려 우리도 해변으로 쭐래 쭐래 발걸음을 옮겼다.


갈대밭을 지나 물가로 가자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졌는데, 대나무로 모래가 모두 쓸려가지 않도록 펜스를 만들어 세워 두었다. 그 덕에 어딘지 이국적인 독특한 느낌이 든다.



잔잔하고 얕은 물이 푸르게 빛났고, 흰 모래와 노란 모래, 약간의 검은 뻘 그리고 다시 흰모래가 나타나는 독특한 해변이 드넓게, 그야말로 드넓게 펼쳐졌다.



우리말고 해변엔 아무도 없어서 이 끝없는 해변을 모두 우리 것 인양 뛰어 다닐 수 있었다. 무지하게 넓기 때문에 끝까지 가려니 지쳐서 사실 중간에 되돌아 왔다 ^^;

사실 이곳은 오염과 현대화의 진행으로 해변을 모두 잃어가고 있었는데, 몇년 전 부터 꾸준한 노력으로 다시 넓은 모래 해변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지나치게 관광지화 되지 않고, 계속 예쁘고, 깨끗한 해변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난 괜찮아~ 코피 쯤이야, 훗


이렇게 넓은 공간에 묶이지 않고, 뛰어 본 지가 언제 던가? 까비도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정말 신나게 놀았다. 그래도 역시나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해서 걷는 속도가 확 떨어진다. 아까 떨어진 충격인지, 피로인지 몰라서 결국 돌아오는 길엔 오이군과 번갈아가면서 안고 와야 했다. 이넘, 어찌나 무거운지 우리는 바람부는 한겨울에 땀이 삐질 삐질.


득도한 까비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면 왜 이름이 바람아래 해수욕장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로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던 것이다. 가족사진 찍자며 카메라를 쳐들었는데, 거센 바람에 우리는 결국 눈뜨는 데 실패. 까비만 도인같은 풍모를 자랑하며 꿋꿋하게 눈을 부릅떴다. 겨울이라 미용을 안해 줬더니 털이 길게 자라 스타워즈의 츄바카같이 되어가네. 까비 얼굴은 왜 또 사자같이 거대하게 나왔나. 



 요것이 바로 스타워즈의 츄바카



양식장 구역 표시 깃발인 듯 한데, 거센 바람에 뽑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오이군은 깃발 꽂아 놓고 흐믓해 하는 중. 까비는 갑자기 생긴 기둥에 영역표시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



이곳은 화장실 모양까지 마음에 든다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안면도 제일 끝에 있어 멀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한여름에도 그리 붐비지 않는 편이다.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고, 유흥시설이 없는 청초한 느낌의 해변을 좋아한다면 실망하지 않을 곳이다.



 2  거친 매력 남자의 해변, 방포 해수욕장

꽃지 해수욕장 바로 옆 숨겨진 명소

바람아래 해수욕장이 부드러운 여성적인 해변이었다면, 방포 해변은 터프함이 느껴지는 남성적인 해변이다. 이곳은 유명한 꽃지 해수욕장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기도 수월하다. 거친 바위 해변이라 물놀이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성게, 소라, 해삼등의 해루질을 하기에는 안성맞춤.


츄바카, 여기도 시찰 나옴



이곳에 갔을 때는 내 전속모델 오이군이 스위스에 있어서 동생을 부추겨 모델로 세웠다. 거친 바위와 어울리는 개척자의 느낌을 담아보라는 주문에 먼산 보는 중...^^;


병술만도 그렇고, 이곳의 바위들은 한 방향으로 층이 나서 가지런하게 빼곡히 서 있다. 그 모양이 영락없는 외계 행성. 넘어지면 참 난감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어딘지 황량하고, 드센 느낌의 바다가 보고 싶다면, 최적의 장소이다. 올 겨울, 이곳의 터프한 바위와 푸른 바다에게서 세상의 어떤 풍파도 꿋꿋하게 이겨낼 기를 한번 받아 보시길 ^^;


외계 행성 병술만 구경하기



사진 온라인에 올라가도 되냐는 질문에 막 팔려도 상관 없다며 쿨하게 응해준 감자 아들


우리 아들. 사실은 울 엄마 아빠 아들이지만,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어릴 때 부터 아들이라 불렀더니 이제는 입에 붙어 동생보다 아들이 편하다. 어릴 땐 조그마 해서 진짜 아들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누...

까비는 내 딸, 내 동생은 내 아들 (...응?)


이곳에선 불가사리와 말미잘 마저 국방색으로 치장하고 남자 답네 ^^;


방포 해수욕장은 바로 옆의 꽃지는 물론, 평화로운 풍경의 바람아래 해수욕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느낌이 달라진다. 안면도의 다양한 얼굴을 감상 할 수 있는 방포 해변. 꽃지에 들렸다 가볍게 왔다 갈 수 있다.



 3  안면도의 얼굴마담 꽃지 해수욕장

사계절 한 스타일 하는 꽃지의 매력

사실 꽃지는 너무 유명해서 소개하지 않으려다가, 주차장 난간에 고드름이 주렁 주렁 열려있는 바람에 오늘의 마지막 소개지가 되었다. 유명한 할매, 할배 바위 사이로 해 떨어지는 모습만 봤지 이렇게 고드름이 주렁 주렁 열린 건 처음 보네. 밀물때는 저 두 섬 아래까지 물에 잠기는데, 썰물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물때를 잘 맞춰 따라 나가면 간혹 느린 해삼이 바위 틈에 숨어있기도 하다.


엄마와 까비. 저기서 볼 때는 낭만적으로 보였는데, 어찌 보니 시리얼 킬러 포스가...쿨럭


바람아래 해수욕장 처럼 모래가 하얗지는 않지만, 꽃지도 뻘이 아니라 물이 맑은 편이다. 이곳은 넓기보다는 매우 긴 해변을 가지고 있는데, 주차장과 해변 산책길 등이 인위적인 느낌의 콘크리트로 깔려 있고, 음식점 등 유흥 시설이 매우 많다. 야생미를 좋아하는지라 내가 선호하는 해변은 아니지만, 편리함과 자연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가 볼만하다.


엄마와 아들과 개. 엄마 손에 (조개 캐신다고) 꽃삽까지 들려 있어 영락없는 도살장 주인 분위기


그러나 할매, 할배 바위의 풍경은 주변이 어찌 변해가건 그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사람이 없는 겨울에 보는 그 운치란...

그리고 저 두 섬은 해의 높이에 따라 시시각각 그 느낌이 참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는 직접 가서 느껴보셔야 한다고 말할 수 밖에.



동생 폼나게 역광 사진


 츄바카도 폼나게 역광 사진


꽃지 해수욕장은 유명한 만큼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음식점과 펜션, 호텔, AVT등의 액티비티 시설이 몰려 있다. 따라서 봄부터 가을까지는 휴식을 취하기 보단 친구들, 가족들과 파티 분위기를 내며 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에 겨울에 간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아주 오래 전, 꽃지 주변이 콘크리트로 뒤덮히기 전의 모습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겨울에 한번 가보시기를. 조용하고, 낭만적이었던 옛모습을 조금은 느껴보실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여행날짜 | 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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