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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깜짝 이벤트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좋아한다구요
2015. 2. 3. 20:15

오늘은 마리오 루이지 커플 8살 된 날
우리는 기념일도 참 많아

 

 

어제는 내가 콧수염을 붙이고, 오이군이 변기 뚫는 고무 압축기를 들고 결혼식을 올린지 딱 8년 째 되는 날이었다. (참고 포스팅 : 콧수염 붙이고 결혼한 여자)

얼마전 10번째 크리스마스를 들먹이더니 무슨 기념일이 이리 많노...

그렇다. 우리는 다양한 기념일을 챙긴다. 동사무소 결혼식 날, 교회 결혼식 날, 처음 사귀기로 한 날, 각자의 생일,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등등 뭔가 파티의 빌미거리가 있으면 빼지 않고 챙긴다. 서로 소소한 선물도 주고 받고, 집에서 분위기 잡고 밥도 차려먹고, 여행도 가고, 외식도 하고, 콘서트도 가고...긴긴 인생, 평생 한사람하고 살건데, 이런 소소한 이벤트라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지 않으면 삶이 너무 밋밋해 지지 않겠는가 ^^;

 

 

그러나 이번 결혼기념일은 아직 호주여행의 여독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듯하여, 맛난 저녁이나 차려 먹으며 소박하게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헬스클럽에 갔던 오이군이 이런 모습으로 돌아왔다. 푸하하...현관문을 열었다가 이러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오이군을 보고, 복도에서 이웃에게 민폐스럽게도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리본을 풀어보니 라면 상자에 오이가 하나 들어있네. 장미꽃 7송이하고 ^^

 

 

나름 운동복에 넥타이 까지 맸다.

(밝은 데서 찍으려고 베란다로 왔더니 빨래 건조대의 압박이. ^^; 덕분에 오이군 수면 바지 찬조출연.)

 

 

 

 

장미꽃이 7송이인 것은 마지막 한송이는 너야 같은 닭살 돋는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수학적 오류로 우리가 결혼한 지 7년 된 줄 알았기 때문이다. 왜 7송이냐는 질문에 왜긴 우리가 결혼한지 7년 됐으니까 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가 사실은 8년이라고 하자 황급히 마지막 한송이가 너라며 얼버무렸다. -_-;

뭐 아직도 나를 만난지 얼마 안된 것 같이 신선해서 그랬다고 내 맘에 들게 해석해 줘야지. ^^;

남녀 관계에서 뭐든 의미를 깊게 찾기 시작하면 싸움난다. ㅋ

 

 

어쨌든 예쁜 장미꽃과 오이가 든 선물상자를 받았으니 맛난 저녁으로 화답해 줘야겠지?

그러나 일주일간 장염으로 Dog고생한 오이군의 위장이 아직 온전하지 않을 듯 하여 메뉴 선택이 매우 제한적이 되었다. 너무 기름기 많은 것도 안되고, 크림 우유 들어간 것도 안되고, 해산물도 싫다고(오이군은 스위스 산사람이라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다생선도 안된대고, 생 야채도 안되고...뭐 먹을게 없네 -_-;

그래서 고민하다 준비한 부드러운 음식들.

오랜 시간 푹푹 삶아 부드럽고, 기름 완벽 제거한 갈비찜, 즙이 날아 가지 않아 부드럽게, 그러나 역시 기름기는 쫙뺀 닭다리 오븐구이, 부드러운 꾸스 꾸스와 역시 삶아서 부드럽게 만든 후 살짝 오븐에 구워준 야채들 그리고 촉촉한 딸기 브라우니로 마무리. 와인이나 샴페인을 한잔 곁들여야 분위기가 살지만 알콜 섭취로 겨우 진정된 위장이 또 난동을 부릴까 싶어 건강 포도즙으로 대체했다 ^^;;

 

 

이런 부드러운 음식들을 준비하며 느낀건데, 나는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하다는 거다. 장이 약한 오이군은 가끔 일주일씩 잡아 이렇게 탈이 날 때가 있는데, 생각해보니 바로 8년전 이맘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신혼여행으로 2주간 이집트에 갔는데, 새신랑이 1주일을 배탈로 고생했던 것이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추가로 1주일을 더 고생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배아프다며 장 보호 중인 새신랑

 

그렇구나!

지난 주 오이군을 응급실로까지 불러들였던 급성 장염은 바로 결혼기념일 세레모니였어!

흠...내년 결혼 기념일엔 미리 위장 강화를 위한 한약이라도 지어놔야 겠다 ㅠ_ㅠ

 

 

 

 

 

나를 위한 이벤트는 남녀 모두 좋아한다구요!
가끔은 남편을 위해 깜짝쇼를, 아내를 위해 아침상을 준비 해보자

 

 

내가 요런 포스팅을 SNS에 올리면 가장 많이 달리는 답글이 좋겠다. 우리 신랑(남친) or 와이프(여친)은 어쩌구...이란 것이다. 그러나 읽으시는 분들이 한가지 간과하시는게 있는데, 정작 나는 상대방에게 감동 서비스를 해 준적이 있냐는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원만하게 유지된다. 내 남편에게 가끔 꽃을 받고 싶다면, 나도 그에게 가끔 그가 좋아 할 만한 것을 선물해 줘야 한다는 사실. 예를 들면 우리집은 게임 CD같은게 그것. ^^

 

생일날 오이군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 마당에 숨어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보 보니 이날도 오이군은 장염으로 자기 생일날 쫄쫄 굶었었네...(좌) / 다른 해는 오이군이 갖고 싶어했던 게임기를 선물했다. 촛불 이벤트도 함께 해준다고 집안 곳곳에 촛불을 200개쯤 켰는데, 엄청나게 뜨거워서 집이 오븐같이 달궈지더라는...오이군은 기뻐했지만, 실내 촛불 이벤트는 적당히 해야한다. 집 홀랑 타는 줄...(우)

 

예를 들면 나는 가끔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가 좋아하는 식단으로 아침상을 차려서,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침대로 아침상 서비스를 해준다. 주말에 침대에서 데굴거리며 아침을 먹고, 느긋한 오전을 보내면, 주중에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풀리지 않겠는가. 또 가끔 남편이 피곤해 보이면,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욕실에 촛불을 잔뜩 켜 놓고, 아로마 향 나는 목욕물도 받아 놓고, 초밥같이 간단한 음식과 와인 한잔을 준비해 휴식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생일엔 깜짝 파티도 해 준다. 남편 몰래 남편 친구들을 전부 집으로 초대해 방에 숨겨 놨다가 다같이 깜짝 등장해 준다거나, 불시에 여행을 데려가기도 한다. 몇년 전 우리의 첫 일본 여행은 이렇게 진행 됐었다. 

 

몇년 전 오이군의 생일날 깜짝 여행으로 갔던 도쿄 아키아바라. 나는 메이드 카페의 유일한 여자 손님이었다

 

생일이니 밖에 나가서 저녁 식사나 하자며,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며...그리고는 그가 오래전 부터 무지 가고 싶어했던 일본으로 고고씽. 얼떨결에 밥먹으러 나왔다가 덜컥 해외여행을 오게된 오이군이 어리둥절 좋아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여기서 일정을 짤 때 주의 할 점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가 아닌, 그가 좋아할 만한 코스를 짜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타쿠들 득실거리는 아키아바라와 메이드 카페 같은 곳에 관심있을리가 만무하지만, 이날은 그의 생일이고, 그를 위한 이벤트니 그가 좋아하는 것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을 뒀다면 내가 관심이 없더라도 같이 골프를 치러 가줘도 좋을 것이고, 트래킹이나, 평소 안하던 스포츠를 용기내서 같이 도전해 줘도 좋지 않을까?)

 

꺅~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바라기. 생일 오후 직접 구운 컵케익 간식 서비스

 

이러면 답변으로 가끔 나의 주말이나 생일날 아침 침대로 미역국이 올라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바람도 쐬주러 데려가주고, 퇴근길, 손에 꽃한송이가 들려있기도 하다.

 

서로 취미생활도 공유를 해주면 좋다. 주말 쇼핑을 가서도 내가 좋아하는 식품코너 대신 그가 좋아하는 전자제품 코너를 같이 돌아주기도 하고(남자라면 반대로), 나는 눈밭에 구르는 것과 속도 빠른 스포츠를 무지하게 싫어하지만 그를 위해 악착같이 스키를 배웠다. 그러면 그도 지루하기 그지없어 하는 출사 여행을 기꺼이 같이 가준다. 이렇게 서로 함께하는 시간과 노력해 주는 시간이 늘다보면 자연스레 사이도 좋아지게 마련.

 

스위스 스키장은 한국처럼 벼랑 끝 보호 네트 같은게 잘 되어 있지 않다. 정말 무서웠지만 눈 놀이 매니아인 오이군을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ㅠ_ㅠ (좌)  / 지루한 사진 여행. 트래킹이나 익스트림 스포츠같은게 끼어있지 않으면 오이군에겐 여행이 무의미 하지만, 감자를 위해 따라나섰다. 그나저나 오이군 머리 길 때 참 사진 찍을 맛 났었는데....^^; (우)

 

왜 서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걸 하며 에너지 낭비하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그게 사랑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해주면 사랑이 참 쉽다. 그러나 그게 어디 사랑인가. 나 혼자 즐기는거지. 가끔은 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이 기뻐하는 것을 함께 해 주며 노력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랑에 가치가 더 커지는게 아닌가 싶다. 좋던 싫던 함께하는 추억이 늘 수록 애정도도 높아지는거 아닌가?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그녀를 위해 힘들게 돈을 벌고 있고, 나는 그를 위해 뼈빠지게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이미 하기 싫은거 충분히 하면서 노력한다고 한다. 

나도 안다. 양쪽다 힘들다는 거. 그러나 그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다. 바깥일, 집안일 하는 건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내 삶이 조금 더 활기차고, 특별하길 바란다면, 남들도 매일 하는 그런 서비스 말고, 조금 특별한 이벤트로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면 어떨까? 

 

단, 이벤트와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에 별표 300개.

뭐 아로마 목욕쯤이야 남자들도 피로가 풀리니 좋아하지만, 로맨틱하다며 꽃을 주거나 인형을 선물하면, 뭐에다 쓸지 몰라 살짝 맨붕이 올지도 모른다. 남친을 위해 허브랜드나 로맨틱 장미 가든으로 여행을 준비해도 NG. 반대로 여친, 아내에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지도 않았는데, 골프여행권이나 IT 제품을 선물한다면 돈 낭비라고 오히려 바가지를 긁을 수도 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쑥스러워 말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필할 필요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받고 싶으면, 난 그런게 좋다고 몇달 전부터 애교스럽게, 어필한다. 생일날 미역국 챙겨먹는게 좋다면 그것도 미리 미리 귀뜸해 둔다. 아내와 마라톤에 출전하고 싶다면 그게 소원이라고 계속해서 어필한다. 필요한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두자. 그중에 몇개는 상대가 기억할 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선천적으로 기념일 챙기는 걸 중요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말해주지 않으면 상대가 그런 날을 챙기기 원한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한다. 둘다 관심이 없다면야 뭐 상관 없지만, 나는 좋은데, 상대가 관심없으면 그거 은근 섭섭하지 않은가. 구질 구질하게 말도 못하고 혼자 구석에서 삐지는 것 보다 미리 미리 말해두는게 서로에게 이롭다. ^^; 옆구리 찔러 절받기라도 일단 받고 보면 그것도 나름 기분이 꽤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부모님 빼고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가 남녀 모두에게 헛된 기대를 많이 심어주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 아무리 애정이 넘치는 신랑 신부라도 한세월 한쪽만 열심히 봉사를 하다보면, 차츰 열정이 식기 마련. 남편은 늘 이벤트를 해주는 데 와이프는 받는걸 시큰둥, 당연하게 여긴다거나, 반대로 와이프는 늘 생일상을 거하게 차려주는데, 남편은 와이프의 생일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던가 하는 것 말이다. 늘 서로 챙겨주며, 아껴주며 알콩 달콩 애정을 쌓아 나가시길~

 

뭐 물론 이렇게 요란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이어지고,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커플도 좀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답글이 많이 달리기에 한번 적어 봤다. 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어지느냐는 결국 부지런 떨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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