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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눈의 결정의 신비로움에 빠져들다
2014. 12. 16. 08:00

대한민국은 눈의 나라
나는 눈 별로 안좋아 하는디 -_-;

 

 

올해는 12월 1일을 기점으로 눈이 참 많이 내린다. 그것도 부슬부슬이 아닌 펑펑.

나는 추운 것도 싫고, 녹으면 질척대고, 얼면 미끄러운 눈도 싫은데, 올해는 징하게도 춥고, 이틀건너 하루 눈이 오네. 나에게 맞는 겨울은 아닌가벼...

 

 

 

 

 

그래도 며칠전 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인생관을 200배 적용해, 시베리아와 맞먹는 베란다에서 창문열고 한시간 넘게 쪼그려 앉아, 눈 사진을 찍었다. 사실 한두컷 찍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이거 작아서 촛점이 안맞으니까 오기가 생기더라.

 

 

게다가 숨을 조금만 크게 쉬면 사르르 녹아버리기가 일수.

그래서 숨도 멈추고, (어쩌다 숨막히면 고개 돌려 한번 내쉬고,) 발이 저린지, 손이 얼어서 감각이 없는지도 깨닫지 못해가며, 혼자만의 놀이에 열중했다.

 

 

아쉽다. 마크로 렌즈가 하나 있으면 정말 자연의 신비에 제대로 빠져주는 건데, 일반렌즈를 가지고 찍었더니, 추운데 생쑈를 했건만 이정도가 최고다. 

 

 

그래도 찍으면서 느낀 건 눈 결정이 참 예쁘게 생겼다는 거다.

 

내 빨간 장갑에 떨어진 눈을 보다보니, 어릴 적 처음 눈 결정을 본 날이 생각났다.

7살때였나? 함박눈이 내린 어느 날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들다가 처음 눈결정을 보게 되었다. 그 전엔 눈이 오면 구르고, 먹고, 던지느라 바빴지, 눈을 자세히 바라 본 적은 없었다. 그때 처음 눈 결정이 만화 영화속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어찌나 신기하던지...애들이 내게 눈덩이를 던지고 장난을 거는데도 멀뚱히 장갑에 묻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 내가 눈덩이에 머리라도 맞고 정신이 나간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한참 뒤 눈 결정의 나라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와 친구들을 쳐다봤더니, 다들 아무말 않고 나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다보고 있더라. ^^;

 

 

 

 

 

그러고는 그날 저녁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만화영화속의 눈 모양 있잖아. 그거 뻥 아니다. 알고 있었어?

엄마는 싱긋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우리 딸 시력 좋네. 그걸 눈 결정이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그때 난 이해하기를, 내가 현미경 만큼 눈이 좋은 줄 알았었다. 

난 사물의 결정을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졌어!!! 초...초능력인가? 친구들에겐 비밀로 하는 게 낫겠지? 흠...

 

 

눈 결정은 웬만한 시력이면 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이지만, 어쨌든 눈결정 구경에 홀려 한시간 넘게 베란다 문을 열고 놀다 들어왔더니, 이번에도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눈 빛인데, 이거 어째 원망의 한기가 느껴진다? 내가 정신 줄 놓고 문을 열어놨더니, 온 집안이 알프스 산 꼭대기 같이 싸늘해 져버려서, 일하고 있던 오이군과 자고있던 까비가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를 둘이서 반쯤 찌그린 얼굴로 쳐다보고 있네...^^;;

 

감자  아...흠. ^^; 미안 가족들. 눈이 너무 예뻐서 말야...^^

오이  우리는? 우리는 안예쁘니? 엉?

감자  아, 이쁘긴 이쁜데, 맨날 보니까 감이 떨어져서...ㅋㅋㅋ

오이  나가서 눈하고 살아라, 눈이 싫다고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눈오면 제일 오래 나가 놀아.

감자  아, 남편 삐진거야? 에이, 남자가 쪼잔하게~

오이  추우면 다 여자같이 쪼잔해 지는거야. 원래 그런거야.

감자  음...? 무...무슨.......

오이  궁시렁 !@$##@

감자  으음??! ㅋㅋㅋㅋㅋㅋㅋ

오이  $%$(@(!

감자  미안~

오이  *(&!

감자  미아아안~

오이  !@(*&

감자  ㅋㅋㅋㅋㅋ

 

 

 

       

눈이 내리면 모두가 쪼잔해 진다 fin.

201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