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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경주 숙소 : 서악서원의 도란 도란 이야기가 있는 밤
2014. 12. 10. 08:30

고택 체험, 서악 서원에서의 하룻 밤
금녀구역을 엿보다

 

 

지난번,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팀과 함께 했던 경주남산 여행의 첫날 숙소는 선도산 아래 위치한 작은 서원이었다. 서원은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충절로 죽은 사람들의 제사를 지내던 곳인데, 원래는 여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남자들만의 공간이다. 

 

 

 

 

서악서원도 예전에는 금녀구역이었겠지만, 지금은 신라문화원에서 고택체험 프로그램의 한 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커다란 영귀루가 있어 그간 이용했던 고택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귀루 위에 오르니 정면에 시습당이 보이고, 양쪽으로 동재, 서재가 차분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 주거용 한옥과는 다르게 마당에 흙이 아닌 잔디가 깔려있다. 

 

오이군이 오면 좋아하겠네. 맨날 한옥집은 마당이 흙바닥이라 아쉽다는데...마당에는 으레 잔디와 꽃을 심는 서양인들에게는 한옥의 흙바닥이 약간 어색한 모양이다. 뭔가 공사가 끝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오이군이 한옥의 흙마당을 보고 공사중인 거냐고 물으면, 친정 부모님이 처음 스위스에 오셨을 때가 생각난다. 시아버지 댁 집 안이 갤러리 풍의 노출시멘트스타일인데, 우리 부모님이 오셔서 집을 새로 짓는 중이냐고 물어보셨기 때문이다. 사실 그 집은 지은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완성된 집이었다.

 

영귀루. 고급스러운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 있다. 이런 기분 좋은 분위기라면 공부가 쏙쏙 잘 되지 않겠는가? 시도 술술 써 나갈 수 있을 듯 하다

 

지붕 넘어 보이는 나무에 모과가 탐스럽게 열려있고, 저 뒤쪽으로는 선도산이 푸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서원은 조선시대에 김유신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설립했는데, 후에 유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설총최치원의 위패도 함께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의 현판은 퇴계이황 선생이 직접 서악정사라 이름짓고 썼지만, 아쉽게도 임진왜란때 모두 불 타버리고, 현재의 것은 1602년 부터 중건에 들어갔을 때 당시의 명필 원진해 선생이 다시 쓴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던 시습당은 방이 크므로 대인원에 적합하고, 서재 뒤쪽으로 위치하고 있는 고직사와 사랑채, 행낭채는 2인이 머물기에 적합한 작은 방들을 가지고 있다. 

 

내가 묶었던 고직사의 작은 방으로 드는 아침햇살

 

창호지 문으로 스며드는 화사한 햇살에 누군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면, 행낭채가 마주보인다.

 

나는 요방에서 여행을 함께 했던 이웃 블로거 그린데이님과 머물렀다. 오랜만에 남편 아닌 다른이와 한방에서 자본다. ^^;;

대부분의 고택과 마찬가지로 방 바닥은 무지 뜨끈뜨끈한데, 위풍이 세서 밤에 잘 때 윗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더라. 그건 어떤 명품 고택엘 가도 정통 한옥이라면 마찬가지.

 

오랜만에 보는 우물이다. 근데, 뭔가 생긴게 테마파크의 가짜 우물 같이 생겼네. ^^;

그러나 물을 펌프로 끌어 올리는 진짜 우물이다.

 

사랑채 뒤쪽으로는 공용 욕실과 화장실이 있다. 

한옥의 화장실이라하면, 옛날 한옥의 퍼세식일까 지레 겁을 먹는 분들이 있는데, 요즘엔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런 화장실은 정말 드물다. 하물며 돈받고 빌려주는 숙소에 퍼세식이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공용 화장실과 욕실은 매우 깔끔하게 청소된 현대식 욕실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길 ^^

 

행낭채 사이로 난 문으로 나아가 보니,

 

그곳엔 소박하게 꾸며진 꽃 정원이 있었다. 아직 정원을 만들어 나가는 모양인지, 군데 군데 흙이 쌓여 있고 꽃이 좀 두서없이 자라고 있었지만, 다 정리가 되면 봄에 아주 아늑한 느낌을 줄 것 같다.

 

 

 

 

 

그리고 한옥에 오면 어김없이 놓여있는 고무신들.

평소에 신고 다니라면 질겁할 거면서, 한옥집에 민박을 오면 고무신부터 두리번 거려 찾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대청이나 디딤돌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 두쌍. 흡족하게 발을 끼워 넣고, 기념샷을 남기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한옥 신고식. ^^ 

 

그린데이님과 고무신 커플샷. 까만발이 내발. 양말을 신어도, 벗어도 내 피부색은 비슷...

 

 

옛날과 모양새는 좀 다를테지만, 서원에서 하는 것은 우리도 비슷했다. 커다란 시습당 방한칸에 둘러 앉아, 경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님이 들려주시는 신라 문화에 대해 들었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보니, 이야기는 자연스레 세계 곳곳의 여행지 문화 탐방으로 이어졌다. 

도란 도란 이야기가 들려오는 서악서원에서의 하룻 밤이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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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i.kr

 

 

 

       

경주 고택에서의 하루

여행날짜 | 2014.10.25

 

 

 

 

서악서원


홈페이지  sillaculture.cafe24.com/sub10/sub_02.html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서악동 615
전화  010-3570-1950
1박 숙박료  4만 - 12만 (홈페이지 참고)

  주의사항 가족을 제외한 미혼 남녀의 혼숙 불가

 

 

경주 남산연구소


홈페이지  www.kjnamsan.org
(주간, 야간 무료 가이드 투어 운영)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저자  김남경, 김수진, 박은하
출판사   길벗
구입  www.yes24.com

  이 여행은 경주남산연구소와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출판사 길벗에서 후원하여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