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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West Australia | 서호주
서호주 호록스 호스텔의 별이 빛나는 밤
2014. 12. 9. 12:30

퍼스에서 599km, 서호주의 첫날 밤
하루를 공친 새로운 멤버 등장!

 

신비로운 피나클과 눈부신 모래사장으로 서호주 백팩킹의 임팩트한 신고식을 치루고 나니, 뉘엿뉘엿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직 기운이 남아돌았지만 이제 숙소로 이동할 시간.

 

그런데, 가이드 루크가 숙소로 가지 않고, 우릴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왜...왜이러시는 건가요?

오늘밤 숙소가 있는 호록스 Horrocks라는 작은 마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 전에 마지막 큰 마을인 제랄드톤 Geraldton에 차를 멈춰 세운 것이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원래 퍼스에서 합류해야 할 멤버 하나가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제때 도착하질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를 픽업하러 제랄드톤 공항에 들려야 했던 것. 새 멤버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진 오이군과 나는 빈 동물 우리에 들어가 놀았다. 캐나다 몬트리올 숙소와 비슷한 야채 사육장 재등장. ^^

 

나중에 들어보니 새로운 멤버, 발렌타인은 비행기가 예고 없이 취소되어 하루를 공쳤으나,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라 하여, 생돈 이백불을 다시 지불하고, 다른 비행기를 타야했다고 한다. 마구 따지고 싶었을 테지만, 영어도 딸리고, 무엇보다 투어를 놓치는게 아까와서 대충 가장 빠른 표를 구입해서 일단 날아 왔다고. 그런데, 이 불운의 파란만장한 멤버는 놀랍게도 스위스 불어권 사람이다. 호주에 오면, 인구도 적은 스위스엔 대체 누가 남아있나 싶을 정도로 스위스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독어권 지역사람이게 마련이다. 어떻게 16명 밖에 안되는 작은 투어팀에 스위스 불어권 지역 사람이 둘이나 끼게 되었는지. 거참 신기하고, 반가왔다. 그런데, 이 친구 첫인상이 뭔가 낯가리고, 쌩~한것이 어딘가 오이군과 비슷하다. 이거...지역색도 아니고 참. -_-; 뭐 친해지면 오이군같이 사실은 활달하려나?

 

새 멤버 발렌타인 (사실은 불어 이름이므로 발랭땅이라 발음 한다. 그런데, 불어는 한글로 써 놓으면 엄청 이상하니까...^^;)을 기다린 덕분에 백팩커로 가는 길에 이미 해가 거의 다 져 버렸다. 루크는 원래 이런 단체 투어팀을 가이드 하게 되면 절대 야간에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늘은 예외. 야행성인 캥거루와 왈라비가 도로에 돌아다니므로 사고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서호주의 첫날밤 풍경은 꽤 만족 스럽구나. 어딘지 살짝 아프리카가 떠오르면서 ^^; 가본적도 없는 아프리카.

 

참, 방금 들렀던 마을, 제랄드톤에 있는 신호등이 엑스마우스 Exmouth에 도착 할 때까지 마지막 교통신호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교통신호등도 없는 진짜 서호주의 오지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호록스 호스텔 Horrocks Hostel
별이 쏟아지는 해변의 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타번에 들려서 맥주를 약간 사기로 했다. 저녁 먹으면서 기분좋게 우리의 출발을 축하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숙소가 있는 호록스는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가게가 없기 때문에, 가는 길목에 있는 노샘프턴 Northampton 이란 조금 큰 마을의 술집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이게 웬 술에대한 열정인가...^^;; 어쨌든 멀리서도 눈에 확실히 띄는 타번, 레일웨이 타번 Railway Tavern에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일지 일말의 의심도 할 필요가 없다. Tavern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놨으니까

 

참고로 호주는 수퍼마켓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술은 보틀샵 Bottle shop이라 불리는 술가게에서만 판매하는데, 이렇게 작은 시골마을에는 술집이 보틀샵을 겸하기도 한다. 가격은 술집에 앉아 마실 때 보다 병채로 사서 나올 때가 더 저렴하다. 따라서 주문할 때 확실하게 사서 갈 것인지, 그자리에서 마실 것인지를 말해줘야 하는데, 술 자체에 표시되어 있는 라이센스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타번은 한쪽은 바이고, 한쪽은 나름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드디어 호록스에 도착. 

오늘은 퍼스에서부터 총 599km를 달렸다. 철원에서 해남땅끝마을을 가도 520km정도가 나오는데, 남한을 종단하는 것 보다 더 긴거리를 달린거네? 도로위에 다른 차도 거의 없고, 교통신호도 거의 없긴 하지만 엄청난 장거리 운전에도 눈하나 꿈쩍 안하는 가이드 루크. 호주에서 이쯤은 장난이라며 웃는다. ^^ 예전에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 친구가 자기 친정집은 가깝다고 차로 5일밖에 안걸린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 

 

이곳이 오늘 우리가 머물 호스텔의 공용 거실.

바깥에는 호록스 호스텔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워낙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딱히 영업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가이드가 열쇠를 가지고 건물 문을 열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더이상 개인예약은 받지 않고, 투어회사를 통해 단체만 받는다는 모양.

 

어쨌든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인지 내부는 무지하게 깨끗했다. 부엌도 깔끔, 라운지도 딱히 예쁘진 않지만 깔끔, 방은 전부 4인실인데, 역시 깔끔. 특히 샤워장이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 청결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째 퍼스의 배럭스 백팩커스보다 훨씬 깨끗하고, 샤워장도 좋은 것 같아...왜 퍼스에선 그저 그런 기억만...씁쓸.

 

 

 

 

오늘은 반 야외식으로 된 넓은 테라스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요리사는 가이드 루크. 닭고기가 든 태국 카레를 만들어 줬는데, 괜찮네~ 여행지에서 맥주 한잔과 곁들인 식사는 사실 뭘 먹어도 맛있지. 첫날이라 어색 어색한 분위기가 맥주 한잔에 스르르 깨지기 시작했다. 연령층도 22살부터 40대까지 다양해서 대화 주제도 다양하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술도 한잔 했더니 급작스럽게 졸음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하긴 아침에 5시에 일어났으니 졸릴만도 하지.

 

앗!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아래층 방으로 내려가면서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누가 까만 하늘에 소금을 잔뜩 뿌려 놨어? 오랜만에보는 빽빽히 들어찬 하늘이다. 이런 하늘은 2006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보고 오랜만이네. 그래서 자려다 말고, 주섬주섬 카메라와 문어발 삼각대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난생 처음 찍어본 별 사진인데, 별이 진짜 찍히네? 히죽. ^^

Iso를 조금 더 올려 볼까...

속도를 좀 더 늦춰 볼까...

설정을 이것저것 바꿔보면서 놀고 있는데,

 

오이군이 쫓아다니며 방해를 하기도 했지만, 

 

 

이정도면 남반구의 매력적인 밤하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듯? ^^

헤헷. 은하수가 바다로 흘러 내리는 서호주의 밤이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서호주 백팩킹 첫날밤, starry night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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