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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오키나와, 이시가키
[이리오모테] 태고적 숲속을 엿보다, 맹그로브 크루즈
2013. 5. 3. 04:21

태고적 숲으로의 여행, 맹그로브 크루즈
자연 그대로의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지마(섬)

 

 

오키나와 현 아에야마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이리오모테는 사람손이 닫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섬이다. 90%가 열대 우림으로 덮여 있어 자연속에서의 모험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열대 정글속의 강위를 카약또는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 사이를 누비며 탐험하거나 정글사이에 숨은 폭포수를 찾아가는 하이킹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 정글에서 만날 법한 위험요소는 없으니 안심하시길.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이리오모테 고양이(원시 살퀭이의 일종)도 살고 있으니 하이킹 도중 이녀석을 발견하는 행운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세계에서 이리오모테에만 존재하고있는 이 원시 고양이는 그 개체수가 100여마리 남짓하고, 야행성이어서 이리오모테 지마의 주민들도 만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고립된 섬의 특성상, 아시아의 갈라파고스라 불릴만큼 이곳에는 희귀 동식물이 많이 존재한다.

 

 

 

 

 

 

 

 

섬에 도착하자 마자 곳곳에 이리오모테 고양이의 흔적이 보인다. 

다리 입구의 장식도 바로 요 고양이고, 차도에는 녀석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반복해서 붙어있다.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볼 수 없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자꾸 표지판이 붙어있으니 혹시 잠없는 고양이가 어슬렁 한번 나와주지 않을까 은근 기대를 하게 된더라. 그렇지만 그 수가 100마리 남짓 남았다고 하니 깨어서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나와 마주칠 확률은 거의 없겠구나...

 

 

우리 일행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건 바로 이 관머리 수리였다. 나름 새중의 왕이라 불리는 독수리이자 오키나와의 희귀 동물중 하나인 이 관머리 수리님께서 직접 전기줄에 앉아 우리를 맞아주셨다. ^^ 사진에서 보듯이 이렇게 뒷통수가 짱구라 관을 쓴듯 하다 하여 이름이 관머리가 되었다고 한다.

 

 

열대 우림의 진수인 맹그로브숲에서 크루즈를 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마주친 초등학교이다. 이곳에는 초등학교가 3개, 중학교가 2개있는데, 학생수나 선생님수가 거의 비등비등하여 개인교습 수준이라고 한다. ^^  따라서 아이들이 공부도 무척 잘한다고 하는데, 내생각엔 그것보다도 드넓은 자연에 둘러 쌓인 근심걱정 없는 이곳에서의 삶이 아이들의 집중력과 암기력에 도움을 주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는 없기때문에 학생 모두 이시가키섬으로 유학(?)을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한다.

 

 

 

 

선착장의 작은 감동
감동은 작은것에서 니온다

 

 

이리오모테에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기때문에 여행을 하려면 미리 투어 회사등을 통해 차량을 예약해 놓는 것이 편리하다.

오늘 우리를 맞으러 와 준 차는 바로 3번차. 버스 넘버가 아니라 차 번호판이 3번이다. 무슨 차 번호판이 이리 간단한지. 교통법규 위반하고 도망가기는 글렀다. ^^; 사실 신호등이 하나밖에 없다는 이 섬에서 위반할 교통법규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있을 필요자체가 없을테니까...

 

 

드디어 아름다운 햇살아래 나뭇잎이 나비같이 자라는 나무들이 가득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일단 선착장에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다름아닌 화장실.

웬 화장실에 감동하는지 하시겠지만 이 운치 있는 화장실이 소위 말하는 '퍼세식'이다. 그 20미터 전방까지 냄새와 파리가 솔솔 날아오고,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사용하고 싶지 않은 그런 화장실 말이다. 그런데, 크루즈하는 동안 화장실이 없다길래 쭈뼛쭈뼛 가보니 호텔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집 화장실 만큼이나 깨끗한거다. 냄새는 고사하고, 바닥에 앉아도 될 만큼 깨끗했다. 일본인 친구들이 해외여행할 때 가장 힘든게 화장실이라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세계 어떤 나라를 가도 화장실이 더럽게 느껴져서 괴롭다는 것이다. 일본에 와 보기 전까지는 까탈스럽다며 재X없게 생각했는데, 몇번 와보니 이제 이해가 간다. 퍼세식도 이렇게 깨끗한데, 바닥에 휴지떨어져있고, 침뱉어 놓은 공중화장실 보면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이시가키 바닷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왕조개껍질을 선착장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커다란것 하나에 300엔. 이곳에서는 대왕조개말고도 맹그로브 뿌리사이에 서식하는 대왕제첩을 채취한다. 정말로 우리가 알고있는 그 제첩인데, 크기가 어른 손바닥 만하다. 스튜 만들어 먹으면 너무 맛있을 듯. 

 

 

가격표와 지도를 직접 그려 놓았다. 삐뚤삐뚤한 선들이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이 섬과 분위기가 맞는 것 같이 보인다. 지도 중간중간에 볼것들이 표시되어 있는데, 크루즈로는 한곳만 들르고 나머지는 카약투어를 할 경우에만 가볼 수 있는 듯 하다.

 

 

선착장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깔의 카누. 자연보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가야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할 것은 카누가 아니라 크루즈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카누인지라 조금 아쉽.

이 섬은 보호지역이므로 동력을 이용해 공해를 일으키는 크루즈는 니카마가와 강에서만 운행한다. 그 외의 모든 투어는 에코투어로 직접 노를 젓고, 두발로 걸어야 한다. 섬에 도로도 동쪽 해안을 따라 단 하나만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이 섬을 자연그대로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리오모테의 열대 숲속을 거닐다
맹그로브 숲 사이사이로

 

 

드디어 배가 출발했다.

같이간 일행들은 모두 동남아 어딘가에서 이미 맹그로브 크루즈를 해 본 모양인데, 나는 처음이어서 매우 두근 두근 설레였다. 오이군도 같이 왔으면 진짜 좋아했을 텐데...집에서 혼자 일하고 있을 오이군이 생각나서 은근 또 미안해진다. 남편도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데, 애들이 있는 엄마 마음은 오죽할까.

 

감자기 어렸을 때 일이 떠올랐다.

엄마가 어디선가 처음 본 말린 열대과일들을 대접받고보니 내 생각이 너무 간절하게 나서, 주인이 안보는 틈을 타 접시에 담긴 말린 과일을 한웅큼 집어 오셨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 내미신 적이 있다. 그때 나는 9살이었는데, 단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과하게 달았던 말린 망고나 파인애플, 파파야 등이 사실 입에 맞지 않다. 그래도, 조마조마해가며 주머니에 넣으셨을 엄마가 어린 내 생각에도 귀엽고, 고마워서 맛있는 척 먹었던 생각이 났다.

 

 

배가 크지는 않았지만 강변가까이로 가면 자연을 훼손할 확률이 커지므로 배는 강 한가운데로 다닌다. 신비로운 맹그로브 숲을 여유롭게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다음에는 저사람들 처럼 카약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를 짠물에 박고 열심히 소금을 걸러내며 자라는 맹그로브
물 한가운데서도 잘 자는 맹그로브
꽃이 잔뜩 핀 맹그로브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맹그로브

 

열대 강위의 크루즈여행.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의 회귀.

 

 

저어 산 중턱에 보이는 열대 야자 나무 군락. 에코투어 하이킹을 하면 세계에 몇 안되는 야생 야자 군락 사이를 걸을 수 있다고 한다.

 

 

 

 

 

호흡근이라 불리는 수면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특이한 맹그로브 뿌리는 커다란 조개들과 게 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준다. 나뭇 가지는 수많은 열대 새들에게 휴식을 제공해 주고, 나무들이 모인 숲은 동물들의 은신처가 되어 준다. 이렇게 맹그로브는 수상생물과 육상생물 모두화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나무이다.

 

 

나비족의 숲.

이 나무를 보는 순간 처음 떠오른 건 영화 아바타였다. 신비롭게 빛나던 숲 한가운데있던 생명의 나무가 바로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크루즈의 마지막 지점에다다르자 모두 내리라고 한다. 간이 선착장에서 10미터쯤 걸어들어가자 보는 순간 와아...소리를 절로 나게 하는 이 사키시마스오우 나무가 서 있었다. 벽오동과의 상록수라고 하는데, 판근이라고 하는 뿌리가 벽처럼 자라오르는 신기한 나무이다. 사진의 오른쪽 구석에 사진찍으시는 할머니가 보이시는지? 거대한 나무의 크기가 짐작이 가시리라. 나무와 넓적한 뿌리가 신비로와서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오오오~ 스고이네' 하는 소리만 연신 들리지 않았았더라면 말이다. ^^; 예전에는 이 넓적한 뿌리로 배의 노를 만들곤 했다고 한다.

 

  

사키시마스오우 나무의 열매. 이 이리오모테 부근의 섬들이 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라고 한다. 

 

이리오모테 섬에서 이 때묻지 않은 자연을 보지 않고서는 이시가키를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없다. 꼭 힘든 하이킹이나 카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보트 유람만으로도 충분히 이곳의 태고적 자연을 느낄 수 있으니, 이시가키에 가거든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하는 곳.

 

 

이리오모테지마 나카마가와 강 투어

- 요금  |  카약 : 약 5,000-6,000엔 (시간에따라 다름),  크루즈 : 대인 1,500엔, 소인 750엔
- 시간  |  8:30 - 17:30
- 주소  |  다케토미초 오하라
- TEL   |  0980-85-5304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하나투어, 겟어바웃 트래블 웹진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