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느날 아파트 산책
단풍놀이 멀리 갈 것 있나요 ^^
지난 주말부터 감기로 골골대고 일어났더니 오이군이 다정하게 물려 받아 같이 골골대고 있네. 덕분에 집안 식구들의 외출이 뜸해지자 까비양도 덩달아 집순이가 되버렸다.
날도 화창하고, 낙엽도 굴러다니는데, 나 왜 안데리고 나가누?
애처로운 눈빛 공격.
결국 까비가 차가운 현관문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문틈으로 킁킁대며 하루를 보내는 시위를 하기에, 나는 혼자 한겨울이 되어 목도리를 칭칭감고 산책을 감행했다. 오늘은 날도 좀 따뜻하니까 괜찮겠지?
아싸 나왔다.
며칠만에 목적 달성한 까비양, 룰루 랄라. 가을 녀자할매.
집에서 부부가 나란히 골골대는 사이에 아파트 단지가 구석 구석 화창하게 물들어 있네?
히야. 우리동네 이쁘구나~
까비야, 니덕에 나도 눈이 호강한다.
하마터면 이 멋진 풍경들을 감기 핑계대고 놓칠뻔 했구나.
올해의 가을은 다시 오지 않을텐데.
올해는 단풍이 이미 끝난줄 알았었다.
늘 지대가 높거나 도심보다 기온이 낮은 산으로 들로만 단풍을 찾아다녔기에.
먼 곳만 바라보느라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구나.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거늘.
그냥 동네 산책이고, 까비 목줄도 잡아야 해서 카메라를 안가져 나왔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아쉬운대로 폰카로 열심히 찍었는데, 핸폰에서는 이뻐 보이드만 피씨로 보니 영...그냥 감성 사진이라 해두자. ^^;
어찌보면 삭막해 보이는 무채색의 아파트 단지도 이리보니 꽤 괜찮은걸? 항상 아파트가 알록달록 총천연 색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더라면 단풍이 이리 돋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별의 까비. ^^
미션 컴플릿.
할매는 신나게 산책을 하고, 오랜만에 목욕도 당하고, 지쳐 잠이 들었다. 평소에 무서워하는 오이군의 발인데, 오늘은 엄청 피곤했는지 발인지도 모르는 듯. ^^
까비는 사람의 발을 무서워 한다.
어릴적에 살던 동네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골목에 혼자 돌아다니게 풀어놓고는 했는데, 그러다 동네 아이들에게 좀 차인 모양이다. 어느 순간인가 부터 발을 들어올리면 화들짝 놀라 저어 만치 도망간다. 게다가 오이군 발은 초대형인지라 엄청 싫어하는데, 오늘은 다정하게 손도 얹고 그 위에서 잠이 들었다. 덕분에 오이군은 까비가 일어날 때까지 두시간 가까이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했다는...
발이 저려 발끝이 하얗게 보이는데도 끝까지 참아낸 오이군의 까비 사랑에 박수를! ^^
동네 산책 fin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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