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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yeongsang | 경상도
경주의 숨은 보석, 동남산 산책길 Part 2
2014. 11. 24. 17:03

차없이 한들 한들 경주 산책 중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는 그 맛에 걷지

 

남산불곡마애여래좌상을 구경하고, 산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마을로 들어섰다.

탑골이라는 마을 뒷쪽으로 걷다보니 이런 예쁜 코스모스가 한들 한들 피어있네. 어쩜 이렇게 누군가 꽃잎 끝을 붓으로 살짝 색칠해 놓은 듯, 예쁜 색을 가졌을까. 걷기 여행은 이래서 좋다. 차를 타고 씽 지나가면 눈에 들어오지 않은 소소한 아름다움, 이런 작은 아름다움까지 하나하나 음미할 수 있기 때문에. 

 

 

동남산 산책길 Part1 보기

 

경주 남산 1박 2일 여행, 동남산 산책길 Part 1

차없이 떠나는 경주 주말여행 수학여행때 갔던 그 경주가 이 경주 맞아? 경주.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다녀왔을 곳이다. 대부분 수학여행으로 발도장을 찍었을 테고, 나역시 마찬가지다.

lucki.kr

 

 

 

 

05  /남산탑곡마애불상군

 

탑곡마애불상군을 찾아서 탑골마을뒤 오솔길로 들어서니, 그새 시내가 흐르는 자연속으로 폭 파묻히게 됐다. 시골의 매력이다. 집 뒤로 대자연이 펼쳐지다니...우리집은 아파트 숲이 펼쳐지는데.

 

10월 말인데도 아직 단풍이 들락 말락 한다며 아쉬워하는 일행들의 투정을 들었을까? 옥룡암 입구에 다다르자 빠알갛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화사하게 우리를 반겼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온화하게 자리잡고 있는 옥룡암은 사실 지금 불무사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옛이름을 그대로 부르고 있다.

 

옥룡암을 오른쪽에 끼고 오르면 드디어 탑곡마애불상군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9m나 되는 커다란 사각형의 바위둘레에 거의 빈틈이 없이 다양한 상을 새겨 놓았다. 분명히 조각인데, 마치 스토리가 있는 한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면에는 신라의 황룡사에 있었다는 9층 목탑을 본뜬 조각이 있고, 그 옆에 새겨진 7층 목탑도 모양이 거의 같다. 9층 목탑은 기록에따라 추정하는 높이가 70-80m 정도였다고 하니 당시의 기술로서 놀라울 따름이다. 이게 지금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참 멋졌을텐데, 아쉽게도 1238년에 몽고와의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남쪽에 있는 여래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면에 새겨져 있는 부조상인데, 4면에 비잉 둘러 불상, 보살상, 스님상 등이 무려 23구나 새겨져 있다. 이렇게 불상을 한곳에서 잔뜩 보기는 처음이네. 신라인들의 불교에 대한 신앙이 무지 깊었음을 보여주는 단면. 

 

누가 스님상을 보면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가지런한 돌탑을 쌓아 놓았다

 

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비천상

 

이곳의 불상들은 너무 신성하기 보다는, 살짝 어딘가 다정하고, 익살 스러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우리가 고개를 돌리면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불상들이 서로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며 다시 옥룡암으로 내려왔다. 

 

 

 

06  /헌강왕릉, 정강왕릉 가는 길 - 동남산 둘레길 최고의 매력 포인트

 

모두 오랜만에 수학여행 온 아이들처럼 장난기가 발동했다. 소리내어 웃으며 사진을 찍고, 방해를 하고, 그래도 신나고.

 

탑곡마애불상군에서 다시 탑골마을로 돌아나와 남천을 따라 걷다보면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나온는데, 여기서부터 서출지 까지가 경주 동남산 둘레길 중 최고로 걷기 좋은 길이 아닌가 싶다. 차도와 분리된 기분좋은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림환경연구원은 생태 연구를 위해 인공으로 조성된 숲이라고 하는데, 커다란 나무들이 시원 시원하게 뻗어 있어 지나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이 느껴진다. 딱 한주만 늦게 왔더라면 단풍이 곱게들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경주동남산 둘레길. 바닥에 멍석이 깔려있다. 완전 흙바닥이 아니라 걷기 편하면서 시멘트가 아니라 자연적인 느낌이 든다

 

헌강왕과 정강왕은 형제로 헌강왕이 별세하자 정강왕이 왕위를 물려받아 차례로 신라 49대 50대 왕위를 이어갔다. 그래서 인지 두 왕릉은 약 200여 미터 사이를 두고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데, 신라의 쇠퇴기인지라 왕릉이 비교적 간소한 편이다.

 

이 두 왕릉은 가는 길이 참 상쾌하니 기분이 좋다. 소나무가 울창한데, 나무들이 키가 커서 사이 사이로 빛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밝고, 온화한 느낌이 드는 숲. 이곳이라면 두 왕께서 편안하고, 아늑하게 쉬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7  /전설의 서출지 

 

두 왕릉을 지나 통일전을 지나면 서출지라는 연잎이 가득한 연못이 나타난다. 연꽃이 피는 계절에 오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어슴프레 해가 지고 있는데도, 소박한 느낌의 나무 정자가 꽤나 운치 있더라. 이 건물은 신라시대 건물은 아니고, 조선시대에 임적이라는 사람이 지어놓고 풍류를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아쉽게 모두 잠겨있어 그 위에 올라 앉아 그가 즐겼던 풍경을 감상해 볼 수는 없었으나, 그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연못은 둘레가 약 200m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규모이나, 유명해 진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 근처를 지나는데, 까마귀와 쥐가 와서 사람말로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이하게 여긴 왕은 신하를 시켜 따라가 보게 하였다. 그런데, 이 근처 연못에 이른 신하는 그만 돼지 두마리가 싸우고 있는 모습에 정신이 팔려 까마귀가 간 곳을 놓치고 말았다. (돼지가 길에서 싸우면 신기하긴 하겠다...^^;) 신하가 까마귀를 못찾아 허둥대고 있자, 그때 이 연못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편지를 하나 전해주었는데, 거기에는 이것을 열어보면 두사람이 죽고, 보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는다고 쓰여있었다. 왕은 두사람보단 한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 생각하여, 열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하늘의 뜻을 읽는 일관이 한사람은 왕이요, 두사람은 서민이니, 열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읽어보니 (그래서 열었단 말인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서민이라서? 별로 공감 안되지만 이야기니 딴지 걸지 말아야지. -_-;) 거문고 집을 활로 쏘라고 되어있었다. (이쯤 되면 생각 나는 영화 없으신지? 강동원이 주연이었던 전우치에 이런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왕이 거문고 집을 쏘게 하자, 마침 향을 피우는 중, 분수승과 궁주가 그 안에서 역모를 꾀하고 있다가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못에서 서신이 나와 나라를 구했다고 하여, 연못 이름을 서출지라 하였고, 정월 대보름에 까마귀가 도와 줬다 하여 오기지일이라 부르며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정월 대보름에 찰밥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봄이 예쁘다고 광고 중인 가을 개나리

 

연못 주변은 온통 벗나무에 목련, 개나리가 가득한 것을 보니 봄에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빛을 발할 것 같다. 밤에도 조명을 설치하였다고 하니 안압지처럼 밤에도 분위기가 있을 듯 하다.

 

 

 

08  /남산리 삼층석탑 

 

가을 국화가 소담스럽게 핀 무량사

 

서출지에서 무량사를 지나 약 500m정도 걸으면 넓은 공간에 두개의 탑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양피사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곳인데, 그 절의 모습은 알 수 없으나 탑만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특히 서탑이 인상적이었는데, 탑을 비잉 둘러 여러가지 신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악기를 타고 춤을 추며 인간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는 건달바(건달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왔다고 한다. 그 뜻은 조금 바뀌었지만), 손에 무기와 해와 달 등을 들고 있는 전쟁의 신 아수라, 귀신의 왕 야차, 물의 신 용왕, 용을 먹고 산다는 거대한 새 가루라 등 다양한 인도의 신들이 새겨져 있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에 전해진 신들이 그 오래전 우리나라에까지 이렇게 전해져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음?

인도의 신들을 봤더니 공중부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갑자기 일행들이 공중부양 따라잡기에 나섰다. 고요한 절터에서 웬 난린가 싶으실 수도 있지만, 소림사에서는 심성을 수련하기 위해 무술을 연마 하지 않는가. 종교도 지역과 세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실천되기 마련.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공중부양을 연습했다. ^^; 아마 젊고(저기 뛰는 이들은 정말 젊었다. 무려 20대 초반이라는!) , 즐거운 에너지를 가득 뿌려서 부처님도 따뜻한 미소로 봐 주지 않으셨을까. ^^;

 

 

 

       

동남산 산책길 fin

여행날짜 | 2014.10.25

 

 

 

 

INFORMATION


경주 남산
경주남산연구소(주간, 야간 무료 가이드 투어 운영)
www.kjnamsan.org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정보저자 : 김남경, 김수진, 박은하
출판사 : 길벗
구입 : www.yes24.com

취재지원 : 이 여행은 경주남산연구소와 차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 출판사 길벗에서 여행경비 전액을 지원하여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