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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Chungcheong | 충청도
안면도 여행, 외계인이 살 것 같은 병술만
2014. 10. 11. 08:00

외계행성같은 병술만의 독특한 풍경
feat. 외계 생물 같은 개불도 많이 산다네

 

화산처럼 솟은 구멍이 바로 개불이 사는 구멍이다

 

지난 안면도 해루질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했던 병술만

양식장이라 조개는 갯벌체험료를 내고 채취가 가능하지만, 개불은 양식이 아니기에 개불 잡기 좋은 곳으로 소개를 했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그곳의 매력에 푸욱 빠진 이유는 개불도 조개도 아닌 바로 이곳의 풍경이었다. 마치 외계행성을 걷는 듯 했던 병술만의 독특한 풍경.

 

 

 

 

요것이 바로 개불 응아
개불을 잡으려면 끝이 삼각형인 가벼운 삽으로 구멍 주변을 엄청 빨리 파야한다. 개불은 상상이상으로 재빠르게 땅속으로 숨어들기 때문

화산같이 솟은 구멍 안에는 외계인 저리가라, 포스 넘치는 외모의 개불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갯벌을 지나 계속해서 걷다보면, 외계생물같이 생긴 개불의 고향답게 외계행성스러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관련글 : 해루질의 모든것

 

안면도 갯벌 체험의 모든 것 : 개불, 조개, 성게, 해삼, 게, 굴, 소라, 골뱅이, 홍합까지

안면도 청정 갯벌위의 맛있는 주말 신선한 해산물, 없는거 빼고 다있습니다 태안 국립 공원에 속한 안면도는 주변에 공장이 없어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해변을 가지고 있다. 드넓은 모래사장과

www.lucki.kr

 

 

 

 

병술만의 독특한 풍경에 푸욱 빠져봐!
외계 생명체의 알들이 그득?

 

내가 처음 병술만을 만났을 땐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밀물때라 물이 가득 들어왔을 때 였는데, 이쪽의 자갈깔린 해변과 반대편의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변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리고 저 넘어로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소나무 숲. 아니 서해에 이런 풍경이? 병술만은 뭔가 쓸쓸한 듯, 손타지 않은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런 곳이었다. 우리가 단숨에 마음을 뺏겨버린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그곳에 썰물이 되어 물이 다 빠져 버리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드넓은 모래갯벌에 시내가 되어 흐르는 바닷물. 탁트인 풍경에 나도 모르게 계속 심호흡을 하게 된다. 뱃속까지 힐링되는 기분 ^^ 병술만은 발이 푹푹 빠지는 검은 뻘이 아니라 입자가 가는 모래로 된 갯벌이다. 그래서 바닥이 단단하기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지지 않는다. 바로 이 단단한 갯벌에서 개불과 맛조개, 비단고둥 등을 잡는 것.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모래갯벌위에 정말 엄청나게 많은 비단 고둥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어떻게 지나는 가야겠는데, 도무지 얘들을 밟지 않고는 이동할 수가 없는 상황. 내가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리 하고 싶은데, 미안하다, 얘들아. 살이라도 조금 빼고 올껄 그랬네...

 

고둥들의 나라를 벗어나 바위해변 쪽으로 걸어나가는데, 앗, 이게 뭐지?

마치 영화 코쿤처럼 외계인이 내려와 알이라도 낳아놓고 간 듯 울퉁불퉁한 돌이 모래갯벌위에 드문드문 놓여있었다.

'엄마, 여기 뭔가 이상해!'

 

그 곳에서는 갯벌 한가운데 밖힌 오래된 나무 기둥 마저 특별해 보였다. 오랜 세월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 수많은 따개비 거북손이 들러 붙어있는데, 저걸 잡아 당기면 아래 숨겨둔 우주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외계인 알의 정체는 굴껍질 붙은 바위 덩어리
여기 외계인 알 채집중인 동네주민 포스의 여인은 사실 감자의 어무니 ^^; 해루질을 제대로 해보시겠다며 장화와 일체형은 방수바지까지 장만하셨다는...
외계인 알 같은 바위들이 물속에도 그득

 

가만히 보다보니 정말 어릴적 봤던 영화 코쿤에서처럼 돌에서 외계생명체가 나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거 진짜 그냥 돌일까? 

 

 

 

엄마찾아 삼만리
외계인, 엄마를 납치하다!

 

저렇게 물에 잠긴 돌틈을 더듬어 보면 작은 성게가 있다

 

검은 돌이 모래위에 외계인 알처럼 퍼져있는 곳에서 더 나아가면, 본격적으로 갯바위 해변이 나타난다. 갯바위 해변은 그야말로 장관인데, 비스듬히 누운 편마암 절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어머니는 돌을 더듬어 성게를 몇마리 잡으셨다. 나는 카메라 셔터누르느라 바빠서 원래의 목적이었던 해루질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 

 

검은 바위위에 서서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층진 바위와 파란 바다 그리고 나의 그림자가 전부였다. 

아...이 세상에 정말 나 혼자 밖에 없는 건 아닐까?

...

...?

혼자...? 

내가 혼자라고?! 엄마는?

잠시 외계행성에 혼자 남은 내 모습을 상상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전까지 저쪽에 보이던 엄마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저쪽 바위뒤에 계시겠지 싶어 다급히 넘어가 봐도 안계시고, 조금 높은 바위 끝에 서서 둘러봐도 없고. 아무리 사방 팔방 찾아봐도 엄마가 없다!

별일 없겠지 싶으면서도 한쪽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심장이 쿵광쿵광. 물살에 휩쓸려 가셨나? 발이라도 헛 딛어 기절해 계신건 아닐까? 

엄마아아아아~~~

애타게 불러 보았건만 파도소리에 휩슬려 나의 목소리는 개미의 비명보다도 작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독특한 지형때문에 바로 근처에서 이야기를 해도 소리가 잘 퍼지지를 않는다. 높낮이가 다르니 바위와 바위 사이에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면 보이지도 않을거고. 열심히 전화도 해 보았지만 늘 그렇듯이 묵묵부답(엄마는 전화를 잘 안받으신다). 걱정되 죽겠는데, 풍경은 왜 이렇게 멋진거야. 뭔가 외계행성 스러워. 걱정과 관계 없이 손가락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다. -_-;

 

흑. 엄마는 대체 어디로 가 버린걸까. 엄마가 출발했던 쪽으로 되돌아 왔다 하더라도 바위 해변이 생각보다 넓어서 서로 마주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엄마를 찾아 무작정 전진하면 길이 계속 있기는 한걸까? 중간에 물이라도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쩌지? 방수 채집복 벗어던지고 산위로 수영해 가야 하나? 엄마는 수영을 못하실텐데. 이상하게 생긴 이곳에서 정말 외계인이 엄마를 납치라도 했단 말인가 ㅠ_ㅠ

 

한번 실타래가 풀어진 걱정은 새장을 탈출한 잉꼬처럼 파닥파닥 정신없이 온 우주를 헤짚고 다녔다.

 

그때 저쪽에서 가늘게 무슨 소리가 들린다. 

가암자야~

어...엄마닷! 

개미보다 쬐끔 크게 누가 내 이름을 부른다. 급히 응답했지만, 바람이 내쪽으로 불어서 엄마는 내 대답이 들리지 않는가보다. 소리가 다시 저편으로 멀어진다. 

가지마~ 나 여기! 

환청인가? 바람소린가? 아니면 외계인?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날아 정말이지 바람같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진했다. 그러다가 앞에 서계신 엄마와 요란하게 부딛힐 뻔. 엥? 엄마가 생각보다 엄청 가까이 계신가 아닌가. 소리는 마치 100미터 전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는데. ( 외계인의 교란이 틀림 없어! ) 바위산을 하나넘자 바로 그 아래서 엄마가 서계셨고, 싱긋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별로 잡을게 없네. 가자~ 

라고...

난 엄청 걱정했는데, 엄마는 날 찾지도 않으신 눈치다. -_-;

 

 

 

신기하게 생긴 것들
네가 외계인이 아니란 증거를 대라구!

 

앗! 진짜 외계인 알이닷.

돌아오는 길에 바위틈에 요런 것들이 옹기 종기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몽글 몽글 이상하게 생겼네.

이것들의 정체는 바로...

 

말미잘이다.

새끼 말미잘들이 바위 사이에 넘실 넘실 붙어있다가 썰물때 물이 빠지면, 외계인 알처럼 몸을 꼭 웅그리고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다시한번 영화 에일리언의 한장면을 감상하며 터덜 터덜 걸어오는데 이번엔 진짜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두둥.

넌 뭐냣?!

니가 저 알들을 뿌려놓은게냣?

 

요것은 삼식이란 애칭을 가진 물고기 삼세기가 아닌가? 보통 바닷속 깊은 바닥에 사는 녀석인데, 왜 해변에서 이러고 있담? 못생기기로는 아귀와 쌍벽을 이루는데, 맛이 좋아서 회로도 먹고, 매운탕을 끓이면 오동통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한다. 쑤기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삼식이는 등 지느러미에 독이 없는 것이 다른 점. 방어체계라고는 못생긴 외모와 건드려봐야 몸을 살짝 부풀리고, 지느러미를 펴는 정도인 느리고, 순한 물고기이다. 이게 웬 횡재냐. 군침을 주륵 흘리며 엄마의 채집망태기 속으로 조심스레 모셨다. 그런데, 한동안 가만히 보니 그 못생긴 얼굴도 정이 가더라. 물밖에서 할딱대며 툭 튀어나온 눈을 꿈뻑이는데, 그게 나와 엄마의 여심을 건드렸던 것이다. 웬지 엄청 불쌍해 보여서 그냥 놓아주기로. 안녕, 나의 매운탕. 잡히지 말고, 깊은 물로 꼭 돌아가렴.

 

※ 혹시라도 삼세기인지 쑤기미인지 구분이 안가시거든 절대 만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쑤기미의 등 가시에는 독이 있는데, 만지면 며칠동안 정신이 나갈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 일부 쑤기미를 덥썩 손으로 잡은 낚시꾼들의 말을 빌리자면 차라리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이 희안하게 생긴 해변에 정말 외계인이 없단 말이야? 

앗! 니가 외계인? 정체를 드러내랏!

회색 백로가 갯벌위를 걸으니 보호색이 따로 없다. 

 

+ 엄마. 나 아까 엄청 걱정했어. 물살에 휩쓸려 간줄 알고. (사실은 외계인이 납치했을까봐)

- 걱정을 왜해~ 엄마는 이런데서 선순데.

+ 그래도. 뭔가 위험한 일이 있는데, 내가 발견 못하는 줄 알고.

- 그랬구나. 미안해. 엄마 혼자 막가서.

+ 응. 이제 나랑 꼭 붙어다녀.

- 뭘 붙어 다녀. 오이군 삐진다. 남편한테 가.

+ 시러. 엄마랑 있을래.

- 징그러. 얘가 왜이래.

+ 엄마앙~

- 저리 떨어져.

+ 이잉~ 시러

- 저리가.

+ 왜 날 거부해? 엄마가 외계인이지?

- 뭐래...

+ 그거구나. 엄마였어...

 

 

 

 

       

병술만, 엄마는 외계인 fin

여행날짜 | 20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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