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에 딱 필요한 주말 나들이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일요일 아침, 싱그러운 햇살이 온세상을 뒤덮었다. 

사진만으로는 햇살아래 어여쁜 꽃들이 미소를 짓고, 연두빛 나뭇잎들이 한들 한들 춤을 추는 듯 온세상이 조화로워 보이나, 사실 이 사진이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날의 온도다. 여름도 아닌데, 벌써 어찌나 햇살이 따가운지, 화창한 날씨에도 나들이를 가는것이 벌써 꺼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주말에 집에서 뒹굴기는 심심하고, 영화관도 식상한데, 뭘 하면 좋을까? 어디 시원하게 더위를 피할 곳이 없을까?

바로 우리의 이런 고민을 한방에 날려준 나들이 장소가 있었으니, 바로 광명시의 가학 광산 동굴이었다. 동굴 주변 자연의 푸르름을 느끼며 나들이 분위기도 내보고, 서늘한 동굴안에서 더위도 식힐 수 있는 여름용 전천후 여행지. 게다가 서울 근처에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기까지! 야채커플같은 뚜벅이들에게는 아주 기특한 곳이다.



수도권 동굴 여행

서울 가까운 곳에 숲이 울창한 이런 곳이 있었어?

이 동굴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동굴은 아니다. 일제시대때 만들어진 광산으로 한때는 식민지 약탈의 현장이었다. 금, 은, 동, 아연 등이 났는데, 해방 전에는 모두 일본으로 가져가서 얼마나 많은 양이 묻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이 후 6.25때는 인근 주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고, 72년 폐광되기 전까지는 한국 근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바로 그 한국 역사의 현장이 2011년 다시 문을 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가학 광산 동굴은 경기도 광명시의 가학산아래 위치하고 있다. 경기도라고 하니 멀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서울 금천구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서울에서 지하철과 마을버스만으로 올 수 있는 곳이다. 신도림역에서 자가용으로 30분이 채 안걸리는 거리. 


공원에 도착하면 차는 광산 아래쪽 자원회수시설 건물앞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자원회수시설은 얼마전 새단장을 하며 이렇게 예쁜 새옷을 입었다. 오이군은 구름을 만드는 공장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파란 하늘과 선명한 자주색건물 그리고 주변을 가득 메운 녹음이 통통튀듯 활기차면서도, 기분좋게 조화를 이룬다.


서울 가까운 곳이라 믿을 수 없을만큼 주변은 숲이 울창했고, 그 위에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유자적 떠다녔다. 이런 이국적인 풍경이라니.

액티비티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커플도 혹시 강사와 텐덤으로 타 볼 수 있는 곳인지 알아보았는데, 아쉽게도 이미 혼자서 탈 수 있는 사람들만 이용가능한 모양이다. 업체에서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호회에의해 개발된 장소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아쉬워 입맛을 쩝쩝 다시며 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 약 5분쯤 걸으면 광산입구에 도착한다. 앗,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사람이 많네? 역시 우리만 더위를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나는 보통 동굴처럼 그냥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15분 간격으로 무리를 지어 해설사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땡볕아래 줄을 서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은행처럼 안내데스크에서 대기표를 뽑아 번호순으로 입장을 하기 때문이다. 다음 입장 시간과 입장 번호구간이 전광판에 나오기 때문에 주변에서 쉬고있다 입장시간에 맞춰 입구로 가면 되는 것.


그래서 우리는 동굴앞에 흐르는 시냇가에서 시간을 때웠다. 이 시내는 동굴에서 나오는 물을 이용해 만든 인공 시내인데, 지하에서 솟아나온 물인만큼 엄청나게 차가왔다. 스위스 알프스 산위의 빙하호수에 발을 담갔을 때처럼, 1분도 안되어 발가락의 감각이 사라져 버리더라는. 그런데, 아이들은 그 차가운 물에 철퍽 주저않아 첨벙거리고 논다. 히야, 젊은게 좋긴 좋구나 ^^;



동굴속 이모저모

전시, 사진전, 조명 예술까지, 포텐 터지는 공간

지하수 덕에 한여름에 꽁꽁언 발을 붙들고, 파라솔 테이블이 놓여있는 곳에서 조금 데굴 거렸더니 그새 우리차례가 되었다. 동굴 앞에는 딱히 상점이 없어서 각자 마실 것과 간식거리를 준비해 와야 한다. 그러나 음식물을 동굴 안으로는 가져갈 수 없으니 주의 할 것. 

번호표 순서가 되면, 입구에 줄을 서서 상자에 담겨있는 안전모를 착용하면 동굴탐험 준비 완료!

동굴은 꽤 높은 편이지만, 가끔 천정 높낮이가 달라서 고개를 돌리다가 머리를 부딛히기도 하기 때문에 안전모가 생각보다 유용했다.


동굴 안은 오색 조명으로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예전 이곳을 가득 채웠을 기계의 소음대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광부들의 힘겨운 한숨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처음 와 보았는데도, 뭔가 모르게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6.25때 피난민들이 이곳에 머물던 시절,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분이 몇해 전 환갑이 지나 이곳을 다시 찾으셨다고 한다. 슬픈 역사의 현장이 이렇게 문화공간으로 바뀐것을 보면서 얼마나 감회가 새로웠을까.


가학산은 단단한 바위산이라서 동굴 내부에는 어느 곳에도 기둥이 없다. 구멍은 수평으로도 나있고, 천정 위로, 바닥으로 미로처럼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 있다. 이 중에 저 위쪽으로 보이는 공간은 넓은 방처럼 되어 있어 현재 공연이나 전시를 하는 공간으로 단장중에 있다고 한다.


특이한점은 동굴아래에서 지하수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것이다. 예전에 광산으로 사용될 때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잘 빠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는데, 아무리 물을 퍼내도 다음날이면 같은 수위로 차 올라 있다고 한다. 현재 산 아래에는 약 9만톤의 물이 고여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수질도 깨끗해서 예전에는 광부들의 식수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오랜세월 방치되어 있었던 관계로 식수까지는 아니지만 생활용수로 쓰기에는 전혀 지장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동굴 안에서 이 물에 1급수에서만 산다는 물고기들을 기르고 있었다. 인공 동굴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물이 고여 암석들이 반사되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신비롭게 느껴졌다.


▲ 동굴내부에는 이곳에서 채굴되었던 암석들을 전시하고 있다


▲ 동굴에도 녹색 식물이?!


요즘 가끔 지하철 역에서 보이는 컨셉이다. 태양광과 같은 인공 조명을 이용해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동굴내에서 녹색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식울을 기를 물은 동굴에서 솟는 지하수를 이용하고, 그 아래 수족관에서는 일급수에 산다는 갈겨니, 감돌고기등이 노닐고 있다.


이것이 새로 준비하고 있는 동굴의 야심작인데, 바로 동굴 와인바이다. 동굴 내부는 일년 내내 약 12도 정도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발효식품을 저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각지의 많은 동굴에서 새우젓 등의 젓갈을 보관하는 용도로 동굴을 사용하는데, 이곳에는 새우젓 저장고는 물론 와인 저장고가 있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와인은 올 가을부터 시판이 가능하고, 앞으로 와인창고를 여러개 지어 일반인들에게 분양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와인이 대세인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은 우리도 동굴안이라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바가 오픈하면 찾아오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동굴내부는 여러가지 전시물과 조형물들로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빛으로 동굴속에 살법한 여러가지 생물들을 표현해 놓았고, 오래전 광부들이 그들의 생각을 동굴 구석 구석에 낙서해 놓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제대로된 채굴 도구조차 주지 않아서, 농기구 등으로 채굴을 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던 광부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들의 낙서 속에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동굴 예술의 전당

동굴에서 보는 콘서트와 3D영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공굴 예술의 전당이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주말마다 여러가지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 중 오늘은 무형문화재 이춘목님이 기획한 심청전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공연들은 예약없이 선착순 입장하지만, 심청전 같은 기획 공연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우리도 미리 예약을 해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


평일에는 일 2회씩 이곳에서 3D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생각보다 넓은 관객석. 산 아래를 에멘탈 치즈처럼 구석 구석 뚫어 놓았는데, 기둥조차 없는 구조가 신기하다. 

7, 8월에도 이곳 동굴 예술의 전당에서 밴드공연, 섹소폰 공연, 퍼포먼스, 춤 등 여러가지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홈페이지의 스케줄을 확인해 보시기를.


스케줄 확인하기


오랜만에 다시 보는 심청전. 어릴적 동화책으로 많이 읽었는데, 그간 내용을 절반쯤은 까먹고 있었더라. 옆에서 전혀 감도 못잡고 있는 오이군을 위해 열심히 판소리 동시 통역에 들어갔다. 동굴안은 여름에도 12도 정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장시간 앉아 있으면 오싹 오싹 춥다. 따라서 작은 무릎담요나 겉옷이 필수.


오늘 공연은 다들 소리들은 참 잘하는데, 배우들이 표정이 없어서 어딘지 아쉬웠다. 심청전의 내용이 사실 상당히 스펙타클한데, 아이들과 뺑덕 어멈을 제외하고는 공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무표정. 아무도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보이더라. ^^; 그렇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매우 어리던데, 벌써 저런 낭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래도 이 더운날, 시원한데 않아서 이런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 


동굴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 그렇게 덥던 바깥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게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 ^^

동굴 옆 산길로 올라가면 동굴 전망대에도 오를 수 있는데, 모처럼 내려간 체온을 구태여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했다.


채석장을 멋진 공원으로 탈바꿈한 포천 아트벨리에 이어, 이곳도 버려진 폐광을 멋진게 재활용한 케이스이다. 오이군도 폐광을 이렇게 활용하는게 참 멋진 아이디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칭찬하면, 내가 한게 아니라도 뿌듯하고 참 좋더라. ^^ 앞으로도 한국 구석 구석에서 이런 아이디어 포인틀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여행일자 : 2014.06.15



광명가학광산동굴

홈페이지 : cavern.gm.go.kr
주소 :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17-1
전화 : 02-2680-6662


1호선 광명역 마을버스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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