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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Chungcheong | 충청도
하루에 두번 갈 수 있는 바다위의 사찰 서산 간월암
2014. 6. 10. 00:30

 

속세를 떠나서...
그러나 하루에 두번, 당신을 위해 마음의 길을 엽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홍성 IC를 지나 안면도로 가다보면, 간월도라는 곳을 지나게 된다. 예전에는 이름 그대로 바다위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천수만 간척 사업으로인해 뭍이 된 곳이다. 그 끝에 작은 돌섬이 하나 있는데, 오래전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며 깨달음을 얻어, 섬이름이 간월도가 되었고, 그 돌섬위의 작은 사찰도 간월암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안면도로 가는 중, 하루에 두번만 물길이 열린다는 이야기에 끌려 간월암에 가게 되었다. 물이 잔뜩 들어와 있으면 섬에 갈 수 없을까봐 물 빠진 시간에 맞춰갔는데, 이거 생각보다 물이 너무 많이 빠져있네. ^^; 섬으로 가는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한줄로 길게 빠져있을 때를 맞추려고 했는데, 이미 섬이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저머 만치 갯벌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간월암은 기대 이상으로 작은 섬위에 었다. 섬위에 건물 네채 있는 암자가 전부.

 

 

 

 

물이 가득차면, 작은 배를 타고, 줄을 잡아당겨 암자로 가는 모양이다. 당연히 한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는 없다. 사찰에 들어가면서 부터 차근 차근 차례를 기다리며, 여유를 갖는 연습을 하는 듯 하다. 아마 교통이 좋지 않았던 예전에는 그야말로 사찰 답게 속세와 단절하고, 조용히 마음의 수련을 쌓을 수 있었겠다. 그러나 하루에 두번 뭍이 되는 지금은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으로 작은 섬이 북적이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가 사실 살짝 더 운치가 있었다. 가까이 가니 투박한 쇠파이프로 만든 낭간과 수도 파이프들이 약간은 공사중인 듯한 느낌을 준다.

 

늘 그렇듯 사찰 주변에는 소원을 쌓아 올린 돌탑들이 있다. 이곳에도 물길이 열린곳 부터 암자까지 크고 작은 돌탑들이 많은 이들의 염원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아마도 아래 있는 돌탑들은 물이 들어왔을 때는 물아래로 잠길 듯 하다. 이 톨탑들이 풍파에 견뎌내는 만큼, 소원을 빈 이의 염원도 단단해져, 언젠가는 모두 이루어지겠지.

 

 

 

작은 사찰이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의 동자상과 익살스러운 작은 승려 인형들이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해서 다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찰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섬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다. 무학대사가 아무도 없는 고요한 이곳에서 물위에 비친 달을 보고 득도했다는 것이, 나도 사찰 마당에 서서 풍경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이해가 되었다.

 

사찰 마당에는 누구나 한잔씩 들 수 있는 연잎차와 민트 사탕이 무료로 제공된다. 따뜻한 사찰 인심.

 

이 사찰의 포토제닉 포인트이다.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는 사철 나무 앞에 인심좋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

이 나무처럼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

 

 

 

 

이 나무는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새들의 쉼터가 되어주었을까.

 

연잎차를 한잔 들고, 풍경에 취해 나무 밑에 가족들과 오손 도손 앉아보았다. 어릴적엔 가족여행도 참 많이 다녔는데, 어느샌가부터 가족이 다함께 모여 밥한번 먹기도 힘들어졌다. 바쁘더라도 더 자주 만나야지 하면서도, 어느덧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간다. 한살 한살 먹을 수록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간다.

 

세월에 색이 바랜 사찰의 단청과 내부가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사실 처음에 사찰 마당에 들어서며 힐끗 둘러보고는 생각 이상으로 조그마한 규모에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소문으로 들으며, 마음속에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차분히 연잎차를 들고 사찰 마당에 앉아있자니, 애써 꾸미지않은 편안함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찰을 나설때는, 크고 화려해서 부티나는 사찰보다는 이런 작고, 수수한 곳에서 사람들이 더 위안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월도의 보너스 관광거리, 어리굴젓.

이 간월도는 굴이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가 이곳에 수련하던 시절, 처음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서, 그때부터 진상품으로 각광받았다는 간월도의 굴. 보통 굴보다 작고, 고소한게 특징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리굴젓은 이곳의 특산물이므로, 매년 정월 대보름엔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라는 제도 거행된다. 간월암으로 오르는 입구에서 어리굴젓을 시식할 수도 있다. 푸근한 충청도 사투리로 쓰여있는 '생굴있시유'가 인상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