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Asia | 아시아/China | 중국
소주 1. 네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한산사
2012. 10. 30. 20:00

소주로 가는 길
마시는 그 소주 말고, 쑤저우!

 

 

항저우 군호 국제 호텔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아침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 객실에서 차한잔을 마시며 가만히 창밖을 내려다 볼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볼것이 많은 풍경은 아니지만 가만히 사람구경하는 것과 지나가는 차구경 하는 것이 은근한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 도로...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차선이 깨끗이 지워져 있다. 중앙선은 물론이고, 2차선도로인지 3차선도로인지도 알수 없으니 적당히 알아서 달리면 되는것 같다. 가이드 아저씨 말로는 중국 차도를 보면 빵빵대고 들이밀어서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속도를 많이 올리고 달리는 차가 없어서 큰 사고가 날 확율은 매우 낮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오늘은 소주로 가서 운하유람을 하는 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날이어서 발거음도 사뿐 사뿐. 어제처럼 어르신들이 버스에서 에헴 으흠 하시며 기다리실까봐 조금더 일찍 버스로 갔다. 그런데, 음...이번엔 어르신들이 늦으시네? ㅋ

 

 

소주로 가는 길에 보이던 주택 단지인데, 건물 모양도 예쁠뿐 더러 모두 지붕위에 태양열 전지판이 달려있다. 오염없는 에너지, 태양열판이 이미 유럽 주택들 에서는 드물지 않은데, 한국 주택, 아파트에도 널리 사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엔 이미 이런 집들이 도시에서도 간간히 보이는 것이 아닌가. 중국이 대충 살 것 같았던 편견을 깨끗이 지워주는 단면이다.

 

감기 걸려서 뻗어 있는 오이군과 피곤에 쩔은 감자

 

창밖이야 어쨌거나 오이군, 오늘 상태가 않좋다. 어제 전조 증상을 보이던 감기가 심해지는 모양이다. 옆사람의의 기분 상태와 반응에 민감히 영향을 받는 감자양도 은근 기분이 다운되는거 같다.

 

 

어제 가이드 아저씨 소개에 이어 이분은 우리의 4일을 편안하게 해 주실 운전사 아저씨. 이분은 진짜 중국 분으로 한국어는 전혀 못하시지만 내리고 탈때 항상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 주셔서 늘 기분좋게 버스여행이 시작된다. 가이드아저씨가 알려준 중국인 아저씨와 친해지는 팁. 이분을 부를 때 운전사님이나 아저씨보다 '따거 (형, 오빠)' 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친밀감을 조성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70살 어르신들께도 이분은 '따거~'가 되셨다. 껄껄껄. 어릴적 홍콩영화에서 많이 듣던 따거를 내가 불러볼 날이 올 줄이야.

 

 

 

 

 

한산사, 노란벽의 활기
손을 꼭 잡으세요. 길을 잃습니다

 

항주에서 약 한시간 반쯤걸려 드디어 소주에 도착. 이곳에 오니 숨어있던 해가 또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이 수줍은 중국의 해, 이날도 사진 찍기 적당할 만큼만 살짝 비춰주고 역시 완전히 얼굴을 내밀지는 않는다. 햇살이 쨍쨍하면 오이군의 감기가 도망갈 것 같아 기대해 보았으나 오늘도 글렀군.

 

소주운하유람에 앞서 그 앞에 있는 한산사에 들르기로 했는데, 오~ 이곳, 생각지도 못한 매력을 쏟아낸다. 한국의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있는데, 이 절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노오란 정문이 인상적이다, 소림사가 떠오르는 노란색

 

대부분의 불교문화가 중국을 통해 들어온지라, 한국절과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 활기 넘치는 노란 벽이라니. 한국의 사찰이 고요하고, 적막하면서 평화로운 느낌이라면 이 중국의 절은 뭔가 힘이 있고 박력이있어서 보호 받을 수 있을것 같은 기개가 느껴진다. 소림사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이런 분위기라면 소림사의 스님들이 무림고수가 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

 

특히 지붕이 한국과 매우 다른데, 중국식 전통가옥의 지붕처럼 처마 끝이 뾰족하고, 기와가 짙은 먹색이다. 장식도 위의 사진처럼 그림보다는 부조를 사용해서 입체감이 있는데다가 그 분위기가 장엄하기보다는 익살스러워서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중국 전통 건축 양식중 가장 매력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 복층 건물들. 꼭 탑이 아니더라도 전통 양식의 2. 3층 건물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현대 건물과 달리 나라의 색을 분명하게 드러나게 해 주고, 복층이다보니 실용적인데다가 화려하다. 

 

 

스님들이 가꾸는 텃밭인것 같다. 연녹색 야채들이 노란 벽과 싱그럽게 어우러져 있는데, 이 텃밭의 길이가 놀랍다. 입구에서부터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한산사는 6세기에 묘리보원탑원이란 이름으로 건축되기 시작해서, 7세기 한산대사가 정착함으로인해 한산사가 되고, 8-9세기에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절을 둘러보기위해서는 말을 타고 달려야 했다고 한다. 음...지금도 이렇게 큰데, 그 당시의 면적이 대체 얼만했을까? 

 

 

 

 

 

이 크고, 활기찬 절, 향도 통크게 피운다. 한국에서 보던것 처럼 한두개 피워서 기도하며 조심스레 모래에 꽂는게 아니라 이렇게 불이 활활 타는 향로에 한묶음을 던져 넣고 기도한다. 사실 기도라기 보다는 연기가 세고, 불이 뜨거워서 순간적으로 질끈 눈을 감았다 후다닥 피하는 걸로 보이기는 하지만 ^^;.

 

 

이곳에는 특히 일본 관광객이 많았는데, 한산대사가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같은 모양의 절을 지었다고 한다. 그 연유로 일본인들에게는 쌍둥이 절로 잘 알려져 인기있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한다. 

 

역시 중국인들은 붉은 색을 좋아한다
오이군은 본의 아니게 이 사찰과 잘 어울리는 빨간 스웨터에 주황색 점퍼를 입었다 ㅋㅋ

 

이 붉은 끈을 묶는 것이 아마 소원을 비는 방법인듯 하다. 나무에도, 기둥에도, 향로에도, 울타리에도, 촛대에도 어디든 묶을 수 있는 곳엔 전부 이 붉은 리본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의 붉은 소망이 푸른 나무, 먹색 지붕과 어우러져 이곳의 아름다움에 흥을 더해준다. 그들의 소망도 이 네번의 화재와 재건을 반복한 한산사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한산사는 전화와 민란, 항쟁등으로 4번이나 불어타 사라지고 재건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한산사는 1906년에 재건된 것으로, 남아있는 건물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근데, 이 엄청난 규모의 사찰을 다 새로 지었단 말이야?!

 

 

오옷, 지붕위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났으니 바로 서유기 멤버들. 손오공이야기를 일본 만화, 드레곤볼로만 알고 있는 오이군을 위해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졌다. 원래는 중국 장편소설로 원작에 여의주(드레곤볼)는 나오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에 충격받은 오이군. 손오공의 임무가 매번 초사이언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쌈박질하는게 아니라 경전을 구하러가는 삼장법사를 도와 81요괴를 물리치는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뭔가 슬퍼하는 눈치다. '아...초사이어인이 되지 않는다니, 무슨 그런 청천벽력같은 소린가.' 라는 듯한 표정...감자가 8살때 산타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받은 충격과 같은 것이었을까? 

 

 

이 탑위에 올라가 볼 수가 있었다. 주변 사찰건물들은 모두 낮은 1-2층건물이어서 시야가 확트여있다. 들은대로 정말 넓어서 사찰이라기보다는 왕궁같은 느낌이 들었다.

 

 

탑 맞은편 지붕위의 동전들. 동전을 던져볼 거리가 되는 곳엔 던져보고 소원 이루어진다고 우기는 것은 세계 공통 현상인것 같다. 어느나라를 가봐도 분수, 호수, 조형물, 바위 등등 어디든 던져볼만은 한데, 다시 가져오지는 못하게 생긴 곳엔 동전이 종종 쌓여있다. 앗, 사진 중간에서 약간 오른쪽 아래에 지폐도 접어 던져져 있네! 이런...빗자루로 싹싹 쓸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구나. 

 

 

 

 

오이군 눈 풀어진 것 보소...어디 여행가면 종종 이런다. 배탈과 감기 둘 중 하나를 꼭 앓는다는...연약한 내남푠

 

왕궁같이 넓고, 화려한 한산사. 사찰이 이정도 인데, 진짜 왕궁은 어떨까?  갑자기 자금성을 비롯해 중국 궁 탐방이 떠나고 싶어졌다.

 

탑 내부의 붉은 기둥과 보살상. 외부는 노랗고, 내부는 빨갛고 알록 달록한 중국의 사찰

 

이곳은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신관인데, 바닥과 조경부터가 구관과 확연히 달랐다. 삼일내 사라지지 않는 안개덕분에 그렇게 멀지 않은 사찰이 저어 멀리 신기루같이 보인다. 정원의 나무가 울창하고, 기분좋은 오라가 풍겨나와 둘러보고 싶었는데, 오늘 일정에 이곳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특히나 모든 어르신들이 이미 주마산간으로 절을 훑어보고 향냄새에 머리가 아프시다며 벌써 오래전에 다 나가버리신지라 일정을 조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안녕~

 

 

 

       

취재지원 : 원투고, 온누리투어

여행일자 : 201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