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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 아프리카/Seychelles | 세이셸
[마헤] 포트 로네 해양 국립공원. 세이셸의 특별한 바다를 만나다
2014. 5. 13. 00:49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풍경
우리가 꿈꾸던 세이셸

 

첫째날 보발롱 해변에서 세이셸 바다와 첫인사를 나누고, 이틑날은 본격적으로 마헤섬 투어에 나섰다. 보발롱의 흰 모래와 푸른 물빛이 아름다왔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세이셸의 바다와는 약간 달랐던지라, 오늘은 마헤섬 서쪽에 위치한 해양 국립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그럼 대체 우리는 세이셸에서 어떤 바다의 모습을 기대했던 걸까? 

 

 

바로 이것. 

장대한 화강암 기둥들이 투명한 물 아래까지 세로로 길게 늘어서 있는 해변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여행하는 대부분의 섬들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거나, 산호초가 융기해 만들어진 산호섬인 반면, 세이셸의 주요 섬들은 오래전 대륙에서 분리되어 만들어 진 화강암 섬이다. 따라서 거친 화산석이나 산호석 대신, 오랜세월 바다에 의해 맨들 맨들해진 화강암들이 섬을 뒤덮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정글을 뚫고, 서쪽으로
정글 드라이브 코스

 

 

포트 로네 해양 국립공원 Port Launay Marin National Park은 섬의 북서쪽에 있는데, 숙소가 있는 보발롱 해변 서쪽으로는 국립공원인 몬 세이셸로와라는 산으로 막혀 있다. 따라서 수도 빅토리아를 거쳐, 동쪽으로 비잉 돌아 가야하는데, 지도를 보아하니 산 아래로 나있는 길이 그리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세이셸의 도로 사정을 모르는 우리의 착각. 

일단 산 아래 나 있다고 생각한 길이 사실은 산 허리를 돌게 되어 있어, 결국 작은 산 하나를 거의 다 올라갔다 내려 가야 했다. 게다가 유일한 도로는 양방향 일차선인데, 좁고, 낭떨어지 쪽으로는 낭간도 없어서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도로는 어찌나 구불 구불 한지, 조수석에 앉아있었던 나는 멀미로 정신이 오락가락했지만, 맞을편 차와 마주칠 때는 물길이 깊게 파져 있는 쪽으로 붙어야 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비명도 지르느라 무지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확실한 어드벤쳐를 제공해 주고 싶었는지, 도로 표지판마저 울창한 나무들에 전부 가려져 있어서,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빠지는 길 찾는데, 엄청 헤메기까지 했다. 작은 섬이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길찾기가 그렇게 쉽지 만은 않더라.  

 

이런 몇가지 단점을 빼면, 도로 풍경은 사실 꽤나 멋지다. 산은 울창한 정글인데, 노오란 꽃이 가득 핀 커다란 나무들이 햇빛에 빛나고, 하트 모양 잎을 가진 덩굴들이 공중에 벽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또 처음 보는 꽃을을 발견하고, 호들갑 떠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림같은 풍경의 구멍가게를 만나는 것도 자유 여행의 깨알 재미. 뭘 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대부분의 진열대가 텅 비어 있더라. 이번 여행에서, 절대 미소 짓지 않는, 엄청나게 무뚝뚝한 점원들 조차도 여행의 이국적인 정취가 될 수 있음을 새로 깨달았다. 정말이지 세이셸 상점의 점원 또는 주인들은 절대 미소를 짓거나 친절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이 동네 사람들이 다 무뚝뚝한 것은 아니고, 말을 시키거나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그저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다를 뿐.

 

 

 

그래! 이맛이야~
섬 자체가 보물인 보물섬

 

 

숙소에서 30분 걸린다던 해양 국립공원을, 엄청 헤메이느라 1시간 20분쯤 걸려서 도착했다. 헤메지 않고 한번에 와도, 보발롱에서 50분은 걸릴 듯 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세시간이 걸렸다 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같이 투명한 물과 웅장한 화강암 절벽들, 그 사이에서 운치를 더하는 야자수들.

끼야하하하하~ 

이곳의 풍경은 나도 모르게 꼬리 밟힌 쥐 같은 비명을 지르며,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세이셸의 모습. 그래~ 이맛이야. >_<

아, 잠깐 잠깐, 그래도 이곳은 아직 그 세계 제일의 해변은 아니라는 사실. 여긴 순위에도 없는 해변인데, 그럼 다른 곳은 대체 얼마나 멋지다는 거야?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 눈에만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곳에서 자주 눈에 띄는 얼룩말 비둘기 Zebra Dove 한마리도 길가에 서서 풍경구경에 여념이 없다. 얼룩말 비둘기는 인도양 전역에 두루 서식하는 비둘기로, 한국 비둘기 보다 작고, 가슴팍에 얼룩말처럼 검고 흰 줄 무늬가 있다.

 

 

화강암의 멋진 바위 해변을 지나 계속해서 북쪽으로 올라오면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곳이 로네항 해양 국립공원의 입구로, 하얀 모래가 화사하게 펼쳐져 있는 해변가에 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보발롱보다 훨씬 더 북적였는데, 외국 관광객은 물론 주말에는 내국인들도 즐겨찾는 장소인 듯 하다. 콘스탄스 오펠리아라는 대형 리조트가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따로 해변을 리조트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아서, 공용 해변 뿐만 아니라 리조트 쪽으로 가서 마음껏 해변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부대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 이곳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어서, 물이 들어오면 넓은 해변이 감촉같이 사라져 버리니, 물때를 체크해 기왕이면 썰물 때 순백의 보드라운 해변을 최대한 즐기도록 하자.

하얀 모래알이 어찌나 고운지, 그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밟는 느낌이 폭신 폭신 한 것이, 그닥 낭만적인 비유는 아니지만, 딱 라텍스 베개 밟는 느낌이랑 똑같더라. ^^;

 

 

 

 

 

 

야채들, 물만났다!
세이셸 바닷속 일차 접선

 

이곳의 좋은점은 해변에서의 물놀이는 물론, 스노클링을 하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호 군락이 있는데, 썰물때는 해변에서 10미터도 안되는 곳에, 밀물때는 20-30미터쯤 되는 곳에 위치한다. 물이 별로깊지 않아서, 밀물때도 산호초가 있는 곳의 깊이가 약 2-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단, 이곳은 모래가 엄청 가늘다보니, 비가 온 후에는 모래가 떠올라 시야가 별로 좋지 않다.

 

아까 화강암 바위들이 있던 곳 처럼 크리스탈 같은 투명도를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모래사장 주변은 시야가 꽤 탁한 편이었다. 

해변 끝까지 걸어가면 바위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부터 천천히 물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보자. 흰 모래층을 지나면, 수초들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이를 지나면 다시 흰 모래로 덮여 있는데, 모래처럼 새하얗고, 커다란 물고기들이 이곳을 점령하고 있다. 사실 암녹색의 수초층이 징그러워서 스노클링을 포기할 뻔 했는데, 그랬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수많은 하얀 물고기들이 햇볕에 빛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는 드디어 산호초 군락이 나타났다. 그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무지개빛, 색색의 크고 작은 열대어들. 

체온과 비슷한 따뜻한 물속에서 오색빛 물고기들과 부유하는 이 느낌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신나게 스노클링을 하고 나왔더니 오이군이 빵터진다. 내 앞머린줄 알았건만, 나뭇잎 한장이 깻잎같이 붙어 나왔기 때문. 뭐 그렇다고 나뭇잎 안붙은 오이군도 딱히 스마트해 보이진 않는다. 미역처럼 착 붙은 앞머리 덕분에 커플 덤엔 더머 모드. 쓰면 멋지고, 예뻐 보이는 물안경은 대체 존재하지 않는걸까? -_-;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옷을 갈아 입는 과정에서 오이군 기준으로 엄청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오이군이 소금물과 습한 기후로 척 달라 붙은 셔츠를 벗다가 등쪽을 부욱 잡아 찢어버린 것이다. 나는 게으르게 단추를 다 안열고, 위로 벗어서 생긴 사고라고 생각하지만, 오이군은 요즘 조금 붙기 시작한 근육 때문이라고 악착같이 우긴다. 어쨌든 오이군이 가장 좋아하는 10살먹은 셔츠는 이렇게 수명을 다하셨다.

 

 

포트 로네 해양 국립공원을 지나 섬 북쪽 끝으로 올라가면 베 테르네 해양 국립공원Baie Ternay Marin National Park이 나온다. 이곳은 해변에서 약 500미터 전부터 차량이 통제되므로 걸어들어가거나, 보트를 이용해 바다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했는데, 매우 한적하고, 포트 로네 국립공원 이상으로 환상적인 수중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혜섬에서 스노클링 보트 투어나 유리바닥 보트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이 좋은 후보지가 아닐까 싶다.

 

 

 

 

 

 

노을의 로맨스를 잊지 마세요
서쪽 해변의 머스트 씨!

 

 

해가 지기 전에 산을 넘어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런 멋진 노을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붉게 물드는 열대 바다가 낡은 로맨스를 끄집어 내는 바람에, 갓길에 차를 대 놓고, 둘이 쪼그리고 앉아, 저편의 섬 넘어로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하고 말았다. 

 

음...감상 할 때는 좋았는데, 가로등도 없는 좁은 산길을 운전해 돌아올 때는 식은 땀이 줄줄. 게다가 그 컴컴한 산속에서 뜬금없이 나타나 찻길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또 뭐람? 그리고, 더 놀라운건 빅토리아 근처로 오면, 갑자기 어디선가 차들이 잔뜩 나타나 교통체증이 생긴다. 오마이갓. 이 작은 섬에서 교통체증을 만날줄이야. 걸어서도 2-3시간이면 다 둘러볼 작은 도시에도 교통체증은 있고, 엄청난 매연도 있다. 이건 아마 휘발류 품질이 좋지 않아서 그런 듯 하지만. 

어쨌든 도시 한폭판에 사는 나는 도시 여행이 싫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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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스노클링



세이셸 섬들에는 딱히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스노클링을 할 만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스노클 마스크와 튜브, 오리발 등이 있다면, 가지고 가기를 추천합니다. 만약 개인 장비가 없다면, 리조트나 호텔, 다이빙 샵에서 일 단위로 대여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노클링을 나간다면, 물때를 확인해서 기왕이면 물이 적당히 빠져 있을 때 가는 것이 볼거리가 많은 산호초까지 수영 거리를 줄여줘서 편합니다. 햇살이 꽤 세니 주의하시고, 조류와 파도 높이 등을 잘 확인하셔서 개인 안전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해변에 안전요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 여행일자 : 201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