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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 일본/Japan | 도호쿠 : 아키타, 아오모리
[아키타] 타자와코 역주변의 밤거리 먹거리
2014. 3. 21. 00:30

아키타의 마지막 밤
타자와코 역주변의 밤문화 엿보기

 

설경의 매력을 한껏 뽑낸 아키타의 마지막 밤.

오늘은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보다는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같은 곳에서 마지막 밤을 화기애애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저녁무렵, 무작정 차를 몰고 산을 내려와 타자와코 시내로 출동. 역주변이니 무언가 있겠지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이...

 

 

 

 

가끔은 돌발 여행이 하고 싶다. 그 지역에 깊숙히 조사해서, 유명 포인트들을 놓치치 않는 여행도 재미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큼직 큼직한 동선은 정했지만 구석 구석까지 미리 알아보진 않았는데, 오늘 그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발휘됐다. 

아키타역이라면 모를까 타자와호역은 워낙 작은 시골역인지라 주변이 텅~비어있었던 것. 이자카야는 고사하고, 이렇다하게 밥먹을만한 음식점도 눈에 띄지 않는게 아닌가. 게다가 있는 상점들마저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모두 문을 닫고, 역주변엔 불빛 조차 없었다. 역사안은 드라마 아이리스 박물관으로 아이리스의 인기를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으나...우리는 그저 배가 고플 뿐.

 

1층에 전시되어 있던 박공예 등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의 소원은 배채우기

 

애초에 기대한 이자카야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따뜻한 노란 불이 켜진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역앞에 유일하게 불을 켜 놓은 곳이 바로 이 한 곳. 새하얀 형광등 불빛이 매력없게 새어나오는 이 곳이 음식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우리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커다랗게 라멘이라고 쓰여있어, 라면만 파는 줄 알았더니 메뉴가 무지 다양하다. 게다가 어떤 한국인 관광객이 친절하게 메뉴옆에 손글씨로 전부 번역을 해 놓은게 아닌가. 고맙게도 이번에는 깜짝메뉴가 아닌, 정말 내가 고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지역 명물인 이나니와 우동은 물론 각종 덮밥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평범하게 오야코동과 등심 돈카츠를 주문했다. 

 

나는 오야코동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아버지와 아들 밥. 일가족을 먹는다는 잔인한 느낌도 살짝 들지만, 그보다는 어딘지 다정한 느낌이 든다. 

 

쨍한 형광등 불빛 아래 서빙된 평범한 모습의 음식에 기대같은 것은 없었는데, 음식맛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타자와코역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떼우고 싶다면 부담없이 추천할만한 곳이다.

 

그런데, 밥잘 먹고 나와서 주변을 배회하다보니, 이렇게 우리가 찾던 느낌의 주점이 하나 있는게 아닌가. ㅠ_ㅠ

가게 안에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우리가 기다린 아키타의 마지막 밤은 바로 이런거였는데...

지금이라도 이곳에서 술이나 한잔 걸치고, 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차를 몰고, 눈 내리는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것 같았다. 할 수 없지 뭐. 또 지난 저녁 처럼 방바닥에서 우리만의 파티를 여는 수 밖에.

 

이곳은 타자와코 역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첫번째 골몰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편에 위치하니, 타자와코 역 주변에서 소박한 주점을 찾는다면 한번 들러보시기를.

 

 

 

 

 

 

아키타 수퍼마켓 산책
여행의 깨알재미

 

 

아키타역 근처의 커다란 수퍼마켓. 상점도 전부 불이 꺼져있고, 주변이 휑한데, 이 커다란 수퍼마켓하나만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우리만의 파티 재료를 구입하기로 했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일본인을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상품들이 눈이 띈다. ^^

 

오늘 수퍼마켓 투어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요 쫘아악 펴진 오징어.

정말 길다, 오이군처럼. ^^

 

 

 

역시 우리는 방바닥 체질
스위스 오이도 반해버린 땃땃한 방바닥

 

추운 밤거리를 쏘다니다 뜨끈한 다다미방으로 들어오니 온몸이 노곤한게 기운이 쪼옥 빠진다. 역시 주점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호텔로 돌아오길 잘했다며, 바닥에 우리의 파티음식을 펼쳐놨다. 일단 소중한 술부터. ^^ 

내일 오전에 공항으로 가야해서 가벼운 것으로 준비했다. 오른쪽의 사과맛은 꽤 맛있었고, 왼쪽의 살구맛은 아주 이상했다는.

 

 

 

 

일본 영화에 종종 등장하던 저 동글 동글한 떡꼬치, 어제 가이세키 요리의 전식으로 감질나게 제공되었던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회 그리고, 혹시 고향음식이 그리울 지 모르는 오이군을 위한 감자샐러드. 그날 밤 우리의 뱃살을 책임져 주신 분들이었다.

짧지만 알차고, 심히 즐거웠던 아키타의 주말이 이렇게 저물었다.

 

 

취재지원
이 포스팅은 아키타현 관광청에서 여행경비(항공권, 숙박비, 교통비, 식비)를 지원받아 블로거 본인이 자유롭게 여행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행날짜
201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