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며 맞이하는 설날

정초부터 일복이 터졌는가?



오늘은 한국인의 대 명절, 설날이다.

아무리 일 많이 시키는 회사라도 오늘만큼은 너그러이 휴일을 인정해주고, 오랜만에 보는 가족, 친지들과 삼삼오오 모여앉아 떡국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날. 



그러나 우리집의 설날 풍경은 조금 다르다. 

직장이 스위스 회사인 관계로 우리집엔 스위스의 공휴일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력 설을 세지 않는 스위스에서 오늘은 평범한 하루로 우리집도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과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평범한 하루라도 챙길건 챙겨줘야 하지 않겠는가.

더이상 한살 더 먹는 것은 설레이는 일이 아니지만, 떡국정도는 먹으며 민족의 대명절을 살짝 느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

15년을 함께하여 가족과 다름 없는 까비를 위한 야심찬 새해 선물, 개껌 피자다. 


며칠 전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신기한것을 발견하였으니, 개를 위한 피자에 케익까지 판매하는 것이 아닌가. 고구마 말린 것과 닭가슴살, 브로컬리 등을 섞어 만든것으로, 땀을 흘리지 않아 염분 배출이 잘 안되는 애견을 위해 무염 피자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나도 자주 안먹는 피자를 개가 먹는 다고 생각하니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까비는 이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지 않은가. 이녀석이 얼마나 더 많은 새해를 우리와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뭉클해 지며, 어느새 내 이메일엔 개껌 피자 주문 확인서가 날아들었다.



까비, 테이블로 초대받다

날 그냥 내버려둬 >_<



오늘은 대망의 설날, 개껌 피자 먹는 날이다. 다같이 오손 도손 떡국을 먹을 아침상에 난생처음 까비양도 초대를 받았다.



어리둥절 이게 뭔가 킁킁거리더니 내 눈치 한번 보고, 오이군 눈치 한번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나보다. 


냄새 쥑이네. 이거 나 먹어도 되나?




자, 까비야. 오늘은 테이블에서 먹어도 돼. 이거 니꺼야.

진짜야? 그걸 어떻게 믿어. 테이블에 있는 것 먹으면 나 혼난다. 근데, 냄새 진짜 좋다. 먹고 싶다. 빨리 식탁 밑에 내 밥그릇에 놓아줘. -ㅠ- 그르르르.




까비야, 먹어도 돼. 니꺼라니까?

지...진짜? 그...그럼 살짝 핥아만 볼까?



안돼. 못하겠어. ㅠ_ㅠ 테이블 위에 있는 건 핥아도 혼난단 말야. 이 밑이 내자리잖아. 테이블 밑으로 내려가야 되는데...내가 왜 여기 있는거야. 날 그냥 내려달란 말야.


우리 예의바른 까비는 결국 식닥위의 개껌에 혀끝 한번 대지 않았다. 나조차도 조금 놀랍도록 엄청나게 교육 잘 받은 까비. 먹고 싶어서 침이 흐를 지경인데, 쳐다만 보고 킁킁 거리다가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우리집 마루가 미끄러워서, 뛰어내리면 그대로 넘어진다는 걸 알기에 내려가지도 저 맛난 것을 먹지도 못하자, 자포자기한 듯 식탁밑에 머리를 넣고,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너희들...나 고문하는거니?


본의아니게 정초부터 인내심 테스트를 당한 까비에게 피자 두쪽을 주고, (물론 식탁밑 밥그릇에) 우리도 떡국을 들었다.



단백질 떡국

계란은 나의 친구



아무리 설날이라도 떡국을 그냥 먹을 순 없다. 맨 위의 때깔 좋은 사진은 촬영용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계란 흰자 지단을 4배 곱배기로 얹어주었다. 근육맨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남편의 의지를 존중한 단백질 떡국.





여보, 올해는 당신의 우상 아놀드 형님같이 되길 바래. 사실 아놀드 형님같은 남편은 좀 부담 스럽지만...당신이 정 원한다면 내가 눈 딱 감아 볼께.




오이와 감자의 인터넷 홈에 놀러오신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4년에는 깜짝 놀랄만한 즐거움과 가슴 벅차오르는 행복과 정신 없을만큼 신나는 일들이 가득 생기시길 바랍니다. 사랑과 건강, 재물운은 기본으로 받으시고요. ^^

2014년에도 자주 자주 만나요.


감자, 오이 그리고 까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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