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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 아시아/China | 중국
상하이 6. 써커스의 진수, 중국 기예단
2012. 10. 30. 23:30

세기의 서커스
화려한 마무리

 

오늘은 이번 짧고, 굵었던 중국여행의 마지막 날.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이벤트는 중국 기예단으로 낙찰 되었다.

중국에는 써커스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요즘들어 서양의 단어를 빌어 써커스라 부르지만 원래는 기예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라 칭송받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즐겨 줄 시간이 왔다. 기대 기대~

 

원래 일정에는 다른 써커스장으로 가게 되어 있었으나 우리 럭셔리하신 어르신들의 입김으로 조금더 고급 써커스장으로 장소 변경, 추가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원래는 노 옵션 투어였는데, 가이드 아저씨의 '지금 갈 곳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써커스장이다.'라는 한마디에 '그럼 다른 나라사람에게 유명한 써커스장이 따로 있는가?'라는 질문이 달렸고, '조금더 비싸지만 공연이 매우 훌륭한 곳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가면 관람객은 유럽사람들 밖에 없다. 아무래도 가격때문이지 않겠는가.' 라는 답변을 하셨다. 이에 발끈한 럭셔리 어르신들! 우리도 여기로 가고 싶다고 여론을 조성하셨고, 유럽인이 끼어 있는 (스위스는 사실 유럽 연합도 아닌데, 유럽대륙에 끼었다는 이유만으로...) 커플이라며 어영부영 동의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결국 추가금이 생겼다. 뭐, 원래 보기로 한 공연을 보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간 곳의 써커스는 추가금이 생각 안나도록 훌륭하긴 했다.

 

 

낮에 버스타고 지나가며 저 페레로로쉐 초컬릿 같이 생긴 건물은 뭔가 했었는데, 이곳이 바로 기예단 공연장이었다. 원래 보기로 했던 곳은 무대가 전면에 있는데, 이곳은 원형 돔으로 무대가 가운데있는 경기장 형식이다.

 

 

그 앞에 있던 또 다른 건물인데, 역시 모양이 독특하다. 뭐하는 곳일까? 

 

공연장 앞에 도착하니 여행내 찌뿌듯하게 웅크리고 있던 하늘이 드디어 비를 부슬 부슬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행중인 결혼 후 10년이 넘었다는 커플은 남편분이 잽싸게 겉옷을 벗어, 아내의 비단같은 머릿결이 젖을까 노심초사 자신의 팔을 지지대 삼아 우산을 만들어 주신다. dog부럽...

'오이군, 보고 있어? 저런걸 보고 배우란 말이야' 하는 텔레파시를 쏘며 오이군을 돌아보았는데, 비맞는 것을 개의 치 않는 오이군,  오히려 신이나서 철퍽거리며 물 웅덩이를 찾아 뛰어다니고 있다. 내..참......철딱서니 없는 우리 신랑이 어이가 없고, 보고 있자니 귀엽기도 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면 옆 커플이 부럽고, 실속없이 젖기만 하니 나도 뛰어 놀기라도 하자.'  그래서 오이와 감자는 비오는 날 미친NN처럼 물장구 치며 써커스장 앞을 뛰어다녔다. 

곧 혀를 찰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어르신 들, 망연자실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시다. ㅋㅋ

 

드디어 감동적인 공연이 시작되었고, 처음과 끝 장면을 비디오에 담아 보았다. 

 

 

Video  /중국 기예단

 

 

 

우리는 써커스를 좋아해서 이곳 저곳 다니며 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명성대로 수준이 매우 높은 공연이었다. 공연 자체가 독특하거나 신긴한 건 없는데, 완성도가 높았다고나 할까? 무대 조명이나 설비 뿐만이 아니라 그림자까지 고려한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라이브로 연주하는 밴드의 음악에 맞춰 가수가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를 하여,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 까지 주는 멋진 공연이었다. 누군가 중국 기예단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면 망성이지 않고 추천할 만한 곳.

 

 

 

 

 

우리의 즐거웠던 만남을 위하여!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

 

나름 럭셔리 했던 마지막 밤 호텔

 

모든 일정을 마치고, 꽤나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오늘의 숙소로 들어와 젖은 몸을 쉬려는데,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린다. 

중국말로 대답해야 하나, 영어로 해야하나, 그냥 한국 말로 해야하나를 망설이며 받아들기는 했는데, 망설이느라 결국 아무말도 못했다. 그러자 저쪽에서 '여보세요? 뭐야? 이거 전화 되는 건가...아무소리도 안들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알콩 달콩 커플언니구나. 휴우~

마지막 날이니 가기전에 가이드 아저씨와 가볍게 한잔하자는 달콤한 제안. 잘 됐다. 마침, 동파육 설명하며 이야기가 나왔던 황주가 무지 궁금했었다. 

 

그리하여 젖은 몸을 말릴겨를 없이 또 나와 가이드 아저씨안내로 따라 들어간 포장마차. 감기기운에 녹초가 된 오이군도 힘들지만 휘적 휘적 따라 나섰다.

 

 

이미 중국인 커플이 한켠을 차지하고, 비오는 날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꼬치종류로 결정, 직접 고르라는데,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신기한 동물(?)이 없다. 소, 돼지, 닭, 야채가 주류로 닭발, 닭똥집은 우리도 먹는거니 감흥이 없고, 그나마 제일 생소한 부위가 소 힘줄이었으므로 힘줄 꼬치를 주문했다. 이거, 등심 스테이크 먹을 때 질기니까 빼서 강아지 주는 부위인데...

 

힘줄 꼬치. 평소에 나는 버리는 부위인데, 오늘은 돈내고 사먹다니 뭐하는 건가...(좌) / 내장류 안좋아하는 오이군은 콜리플라워만 잔뜩 주문 ㅋㅋ (우)

 

그외에 콜리플라워, 염통, 아스파라거스 등등을 주문했더니 한데 모아 숯불에 구워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 매콤하게 나온다. 오 마이...정말 어렵게 선택했는데, 감자와 오이의 레벨로는 상당히 매웠으므로 우린 결국 맛만 보는 수준에서 멈췄다. 그러나 구수하고 매콤한 맛이라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아주 좋아할 것 같다.

 

근데, 재밌는 것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팔지 않는 다는 것! 다 그런건지 여기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초등학교 앞 떡볶이집도 아니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팔지 않는 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앞 슈퍼마켓으로 술을 사러 갔다. 슈퍼마켓도 다정하게 한국말로 써있네...

 

 

그렇게 공수해 온 고량주와 황주 각 한병 그리고 프랑스어로 쎄 봉 C'est bon. (It's good) 이라 써 있는 물 한병. 황주는 마차 주인 아저씨에게 데워달라고 하니 이렇게 양푼에 담아 데워주셨다. 사케랑 비슷한 맛을 생각했으나 굉장히 순한 맛으로 거의 술 맛이 안난다. 차라고 속여도 믿을 정도? 향이 은은하고 부드러워 소동파의 아내가 고기 소슨줄 알고 고기랑 넣고 끓였다는데,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것 같았다. 알콜향이 저언~혀 나지 않는 순한 술. 그러나 이래뵈도 와인과 비슷한 15-20도 사이라고 하니 아무생각 없이 벌컥 벌컥 마셨다가는 내일 비행기 놓치는 수가 있다.

 

우리의 즐거웠던 만남을 기념하며~ 치이즈!

 

찍고 나니 가이드 아저씨가 맨날 사진 찍으면 혼자만 덩그러니 찍힌다고 하시며 가족이 그리운 눈치를 보였다. 이야기 도중엔 태어난지 육개월 밖에 안된 딸래미를 일때문에 집에 자주 들어갈 수가 없어서 보고 싶어 죽겠다며, 사진을 열심히 보여주신다. 그리고 사진을 보시더니 자기도 모르게 너무 신이 난 목소리로 돌변하면서 너무너무너무 이쁘지 않냐고 물어보는 딸바보 아저씨. ㅋㅋ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 ^^"

'그리고 우리의 느릿 느릿한 리듬을 맞춰주며 어르신들이 너무 대충보고 빨리 다닌다며 같이 투덜거려도 주시고, 여행의 재미를 한껏 더해주신 알콩 달콩 커플분들도 감사했습니다! ' ^^

여행의 베스트는 역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아참, 포장마차 음식과 술 값이 빠졌네? 이거 다 합쳐서 50위안. 지금 환율로 9천원 조금 못되는 돈이다. 꺄우울...상하이가 한국보다 다 비싼데, 음식값만 싸다고 하더니 완전 싸다아~! 나중엔 식도락 여행을 한번 떠나봐야 겠다. 

 

 

 

 

 

안녕, 상하이!
여행의 마무리는 전리품 감상

 

 

이렇게 상하이와 훈훈한 굿바이를 하고 홈 스위 홈으로~

이번 여행에서 공수해 온 것을 정리해 보자면,

이것 저것 차 여덟 통, 족욕 약재 20팩, 우황청심환 한박스, 각질 제거용 누에 고치 두봉지 그리고, 나중에 내 칭구 이마니를 완전히 보내버린 죽엽 청주 한 병.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내 사랑스런 모카신을 떠나 보내야 했다. ㅠ_ㅠ

너무너무 좋아하는 신발이라 본드로 붙이고, 꼬매고 난리를 치며 지켜왔건만, 결국 오이군과 물장구 치며 오밤중에 뛰어다닌 것이 타격이 컸나보다. 도저히 신발이 지탱이 안되서 결국 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준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집에 왔다는...비행기에서 벗기 편하고 좋긴 하더라만 한국와서 공항에서 돌아다닐 때는 조금 민망하더라. ^^;

 

중국 호텔에서 부터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비행기도 타고, 공항에서 K-Pop 공연도 보고, 버거킹 햄버거까지 먹은 후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비가 안와서 다행 ^^;

 

이것으로 짧고 굵었던 중국 상하이 이야기,

The end

 

 

 

       

취재지원 : 원투고, 온누리투어

여행일자 : 201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