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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 대한민국 볼거리 먹거리/Gangwon | 강원도
양, 스위스 북극곰을 만나다. 대관령 양떼목장
2014. 1. 12. 09:00

조우
양, 북극곰을 만나다

 

 

크리스마스 강원도 여행의 두번째 목적지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양떼목장. 

스위스 백곰과 양떼목장의 양은 이렇게 만났다. 얼굴을 후려친 것은 절대아니다. 건초를 먹이는 중. 온통 농장으로 가득한 스위스 출신 오이군은 양도 익숙한지, 능숙하게 건초를 먹인다. 물론 이곳의 양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익숙한 듯, 건초를 다 먹고나면 축축한 혀로 손바닥까지 싹싹 핥아먹는다. 건초를 줄 때 혹시라도 양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위 사진처럼 손을 곧게 펴고 양의 입과 직각이 되게 주는 것. 물론 사진처럼 위에서 주진 않아도 된다. (^^;) 그저 당신의 섬섬옥수를 양들이 건초와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것.

 

 

 

 

 

오이   고넘, 참 복실 복실 하기도 하지. 그런데, 너 컴퓨터 너무 많이 하지마라. 눈이 네모낳구나.

복실이   췟, 이상하게 생긴게. 넌 오이냐, 곰이냐...

 

양 눈을 본적이 있는지? 눈동자가 네모다. 스위스 표현으로 모니터나 TV를 많이 보면, 눈이 네모네 진다고 하데, 바로 딱 그 눈인 것이다.

 

 

감자   야~ 너 머리 진짜 크다. 나 뒤로 안가서 찍어도 되겠다 야.

대두   너 참 웃기게 생겼구나. 귀에서 파란불나온다 야. 히죽.

 

내 귀마게에서 나오는 파란 LED불빛 때문일까? 양들이 나를 보고 히죽히죽 웃는다.

 

 

눈이 참 많이 와 있었다. 자연스레 지난 2년간 학교 다니느라 지겹게 보아온 스위스 르 로클 le Locle 을 떠올리게 되었다. 낮은 언덕들과 두툼하게 쌓인 눈. 소대신 양이 있다는게 조금 다를뿐? 근데,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하나. 로클보다 여기가 더 춥다는 것! 믿겨지는가? 춥기로 유명한 르 로클보다 한국이 더 춥다고라... 체감온도인지 실제온도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 귀가 잘 붙어 있는지 여러번 확인해야 했다.

 

 

저 개는 이 추운데, 왜 저러고 있나...코가 동상에 걸렸다. 그늘안이 추워서 햇살아래 앉아 있는 모양인데, 불쌍한 녀석. 개집안에 짚이라도 좀 깔아주지...시골개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고, 별로 길지 않은 줄에 매여 있다. 흑. 밤에 몰래 와서 구조해주고 싶게 생겼다.

 

 

예쁘다. 양떼목장, 예쁘다. 이국적인지 어쩐지는 모르겠고, 제주도 목장이 생각났다. 초여름 푸르를 때 한번 개인적으로 와서 여유롭게 걸어야겠다. 오늘은 두시간 정도 주어져서 헉헉거리며 이리 뛰며 저리 뛰었더니 시간이 다 가 버렸다. 두툼히 쌓인 눈을 보더니 키키는 보드 타고 싶어서 불타나보다. 이성을 잃고, 크르르 거리며 난간을 넘길래 내가 붙잡지 않았다면 언덕아래로 굴러버렸을 기세다.

 

오이, 양떼목장에 가다

 

산 위에 있던 작은 오두막. 잠시 추위를 녹이고~ 알프스 소년은 역시 눈밭에 굴려야 힘이 나는 모양이다. 아침 내내 피곤하다며 시레기 같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조심하세요. 한국에선 내린 눈은 꽁꽁 얼어있답니다

 

여기서 에피소드하나. 내가 스위스에 처음 갔을때 산악용품을 몇개 들고 갔는데, 그 중 아이젠이 끼어있엇다. 키키는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들고 왔냐고 마구 비웃었다. 난 불끈하여 이게 월매나 유용한대! 하며 같이 산엘 갔는데...그렇다. 그걸 몰랐던 것이다. 보통 스위스 눈은 한국 눈처럼 얼거나 뭉쳐있질 않다. 30센티가 내리던 1미터가 내리던 가루같이 보슬 보슬 해서 아이젠으론 턱도 없이 발이 푹푹 빠지고 마는 것이다. 스위스 산에선 라켓 (raquette à neige = snow shoes) 이라 불리는 테니스채 같이 생긴 신발을 신는데, 이걸 신으면 발이 빠지지 않고,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처럼 사뿐사뿐 눈위를 걸을 수 있다. 

 

꽁꽁 얼어 있는 눈위에서 스위스 군화를 신고 몇 번이나 트위스트를 춘 오이군의 한마디.

너네 산이 이렇게 생겨서 니가 아이젠을 들고 왔었구나. 여기서라면 유용하겠네. 인정~

그렇다니깐! 10년 묵은 채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았다.

 

 

질서 정연한 나무와 그 그림자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답다.

 

 

여름에 오면, 저어~ 길을 걸어서

 

 

이 오두막을 기웃거리고,

 

 

요오 길로 돌아와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 관계상 전부 생략.

패키지 여행으로 오면 이런점이 아쉽다. 아무리 좋아보여도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가 없다는 것.

 

 

따뜻한 양털 코트를 입은 양들이지만, 겨울엔 추울 수가 있으므로 집안에 옹기 종기 모아둔다. 왼쪽의 가지런한 엉덩이들. 귀엽구나...근데, 왜 허접한 개털 코트 입은 개는 밖에 묶어 뒀냐고! 하루종일 아까 그 동상 걸린 코의 개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마음이 아팠왔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 흥이 붙은 오이군은 눈덩이를 친구(?)라 부르며 신나게 발로 차서 부순다.

차가운 눈을 왜 맨손으로 만질까? 눈덩이를 친구라고 부르는 것보다 이 추운데, 저 차가운걸 손으로 들고 다니는게 더 이해가 안간다.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정서. ㅋ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