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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크리스마스 이브, 명동 블루스
2014. 1. 9. 17:09

 

           

그래요,
미쳤다고 욕을 하세요

 

 

그렇다. 오늘 같은 날, 우린 그곳에 간것이다. 크리스마스날 가면 밟혀 죽어도 천국에 줄서서 들어가야된다는 명동에를...

그러나 어쩔것인가. 난 크리스마스날엔 명동이 제일 좋은 것을. 일단 빼곡한 사람들 덕분에 뭔가 파티분위기가 폴폴 난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맘대로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속에서 이리 따라, 저리 따라 흐르다보면 일단 스믈 스믈 흥이 나기 시작한다. 그럼 뱃속이 허할만큼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다. 그다음은 카페나 칵테일 바 인데, 이건 무리수가 많다. 운좋으면 바로, 아니면 절대 못들어 간다. 그런데, 왜 나는 여기에 가고싶은걸까?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롯데백화점 앞,
크리스마스 공원

 

 

예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롯데백화점 앞. 지금은 여기 저기 이런곳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역시 그 위세는 하나도 기울지 않았다. 2009년에 오이군과 왔다가 시간관계로 대충 눈도장만 찍고 떠나야 했던 그를 위해, 올해는 초저녁 부터 이곳으로 향했다. 어래? 근데, 왜 불이 안켜져 있지? 벌써 어두운데, 유령도시처럼 공원에 불이 다 꺼져있다. 올해는 전기절약운동이라도 하는걸까...오늘만 휴일 증후군이 여길 따라온 걸까? 그래도 크리스마스날? 아쉬워하며, 의아해하며 백화점안을 둘러보고(명동에 수십번을 갔지만 이 백화점안에 들어간건 처음인것 같다. -_-;) 나왔더니, 역시 환상적인 불이 기분좋게 켜져 있다. 그렇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왔던것이었다. 참 드믄 일이라서 일찍왔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Video. 크리스마스 명동 풍경

 

 

 

 

 

           

아웃백, 명동 그리고 외계인 출동

 

 

예상대로 뱃속이 허하도록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난 미리 알고 있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키키는 지루해서 눈이 나오나보다. 다행히 대기장소가 테라스 비스므리해서 우리는 지나는 사람을 구경하며 대기자에게 주어지는 닭날개를 뜯고 있었다. 감질난다고 생각하던 차에, 오이군 '그냥 이름 불려도 가지 말고 계속 기달리면서 공짜로 배 채울까...?' 라고 한다. 살림꾼 오이군같으니라구. 그렇지만 난 와구 와구 먹고 싶다구!

그런데, 오이군. 예전에 크리스마스날 명동에 왔을 때 처럼 신나하지 않는다. 한번 와봐서 일까, 나이를 먹어서 일까, 그냥 배가 댑따 고픈걸까...

막 즐거워해야 나도 같이 기분이 좋은데. -_-;

 

 

 

           

먹자, 먹자, 
젊어서 먹자

 

  

어릴적 먹고 싶은 리스트로 가득했던 내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나이가 드니 그다지 먹고 싶은게 없네... 요즘 내가 그 증상이었는데, 오늘, 어릴적 식욕이 돌아왔다. 음식을 받고, 시킨 양이 좀 너무 많은것을 알았지만 크리스마스 특집아닌가. 여기다가 올해 말까지 쓸 수 있다는 공짜 립쿠폰까지 써서 남은걸 다 포장 했더니, 오이군. 무서워 하는 눈치다. 

 

감자, 우리 오늘 어디가???

 

그렇다. 아직 말은 안했지만 사랑스런 마누라, 오이군에게 작은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Time's up!

 

 

여기 저기 초대형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눈을 즐기고, 시간을 보니. 앗! 10시다. 11시까지 서울역에서 약속이 있는 (오이군은 모르는) 우리 야채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감자는 오이를 이동시킬 빌미를 찾아야 했으므로 초대형 트리를 들먹였다. 뭐 일부러 거짓말을 할려던건 아니고, 시청앞 광장 트리를 잠깐 헤깔려 서울역 앞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이, 한국에서 가장 큰 트리 보러가자~

어? 진짜?

 

졸린 눈을 꿈뻑이며 대답한다. 음...졸린가부네. 그러면 안되는데. -_-;

서울역에 가면서 예전에 이곳에 살던 노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답은 간단히 나왔다. '아직도 거기에 있다.' 였다. 초현대식 서울역사 앞에 예전에 구릉에서 봤던 왕릉 사이즈의 '더미' 가 있다. 노숙자들이 추운 겨울 고군분투하며 거적을 쌓아 놓고 그 사이사이 들어가서 자고 있는것이었다. 정말이지...작은 거적데기, 인간승리의 산이 그곳에 있었다.

 

한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나의 본의아닌 거짓말을 무마해 주기 위해인지 서울역앞 건물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을 레이저로 쏴서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감상할 시간이 없다! 오이, 달려! 늦었어~ 그래. 이것이 우리 본연의 모습니다.

 

늦었다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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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