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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 평범해서 소중한 일상
직접 기내식을 요리하다!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쿠킹클래스
2013. 10. 29. 19:50

여행 안가고 기내식 먹기
비행기 밖에서 먹는 기내식

 

기내식.

나는 기내식이 좋다. 

여행이 목적이든, 비지니스가 목적이든, 비행기는 내가 머물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과정이고, 이 변화는 나를 늘 설레이게 한다. 이런 설레이는 순간에 항상 등장하는 기내식 역시 설레임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개에게 밥을 줄 때마다 종을 쳤더니, 나중에는 그냥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처럼, 나도 이제 기내식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설레이게 되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설레임을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바로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체험단이 그것.

체험단으로 선정이 되면, 아시아나의 기내식을 준비하는 LSG에 가서, 기내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견학하고, 직접 기내식을 만들어보는 요리교실에도 참여하게된다. 특히 각 클래스별로 제공되는 기내식도 맛 보게되는 절호의 기회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언제 또 일등석의 기내식을 먹어보겠는가?

 

 

 

 

 

체험단은 이번에 4회째로, 회당 20명씩 선정되는데, 요번에 기적같이 내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지난 여름 호주에 갈때 아시아나를 이용했는데, 외국인들을 위해 먹는 법이 정성스럽게 적힌 메모가 사기그릇위에 예쁘게 올라와 있어 감동을 받은 바 있다. 메모도 메모지만, 비행기 안에서 사기그릇이라니, 비지니스나 일등석도 아닌데. 그래서 이른 아침 미팅시간에도 마다 않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앗, 그런데, 행사가 김포공항에서 이루어지는 줄 알았건만, 아시아나 통근버스로 다시 인천공항으로 이동을 하네? 음. 못다한 잠이나 마저 자야겠다. 

 

 

 

Welcome to LSG
비행기의 서비스는 내가 책임진다

 

 

정신없이, 침도 살짝 흘리면서 잤더니 순식간에 인천공항에 도착, LSG Sky chefs 라고 쓴 건물앞에 도착했다. LSG는 아시아나뿐만 아니라 스타얼라이언스 계열의 많은 항공사로 들어가는 기내식을 준비하는 곳이다.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공항 보안 센터에 온줄 알았지 뭔가. 삼엄하고 엄격한 분위기가 입구에 흘렀고, 내부에는 흰 가운 입은 분들이 계셔서 연구센터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생각해보니 비행기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인데, 경비가 삼엄한게 당연하겠구나. 

 

 

일단 행사에대한 브리핑과 LSG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항공사, 목적지, 제공 시간에따라 메뉴가 변경되는데, 몰랐던 사실은 특별식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채식주의자용, 당뇨나 기타 질환을 위한 음식 등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영유아식, 어린이식은 물론, 저염식, 종교에 따른 식단과 허니문 또는 생일 케익까지 총 21가지의 선택이 주어진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생일 케익을 알았더라면 작년 오이군 깜짝 선물로 도쿄갈때 부탁해 보는건데...다음을 기약하며 ^^

 

 

 

기내식 일등석 음식을 만들어 보아요
기내식 쿠킹 클래스

 

 

짜잔~

오늘의 요리사, 감자양 되겠습니다.

오늘 배워볼 요리는 일등석에 제공되는 안심 스테이크와 카프레제 샐러드. 일등석 음식이라닛,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 오늘 이렇게나마 살짤 엿보게 되었다. ^^;

 

 

 

안심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사실 일등석 뿐만이 아니라 비지니스나 일반석에도 제공이 된다. 지난번에 일반석에서 맛본 스테이크도 꽤 훌륭했는데, 일등석을 위한 스테이크는 어떤 맛일까? 

 

 

조리실에는 이렇게 안심이 통째로 준비되어 있었다. 주방장님은 안심을 손질하는 방법부터 차근 차근 보여주셨는데,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하얀 막, 즉 실버 스킨을 모두 제거하고, 덩어리로 붙어있는 기름을 모두 떼어낸다. 왼쪽의 빠알갛고, 깔끔한 덩어리가 바로 손질이 완성된 안심. 그러나 안심에도 또 부위가 나뉘어 그 명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 세세히는 여섯 부위로 나누기도 하지만, 크게 삼등분해서 머리쪽부터 필레미뇽, 샤또 브리앙, 테트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샤또 브리앙이 가장 부드러운 부분으로, 최고급 스테이크가 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일등석에 제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요 샤또 브리앙을 먹게 되시겠다. ^^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군침이...

 

샤또 브리앙의 환상적인 마블링.

 

주방장님은 일인당 140g을 정확하게 잘라 달인의 면모를 보이셨고, 고기를 많이 먹겠다고 선전포고한 감자양에게는 특별히 160g을 잘라주셨다. 옆에 남자분도 계신데, 내것만 더 크게 잘라서 조금 민망하긴했지만, 언제 내가 이렇게 최상급의 생고기 안심을 먹겠는가. 민망한거 눈 한번만 딱 감으면 되지. ^^;

 

 

요리법은 간단하다.

 

1. 고기에 앞뒤로 소금과 후추를을 뿌린다. 소금은 단백질을 굳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구울 때 표면으로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백질 막을 형성해준다.

2. 올리브 오일을 앞뒤로 발라준다.

 

 

요것이 양념이 끝난 안심의 풍모. 아름답기 그지없다. 얼마나 훌륭한 맛으로 행복감을 안겨 줄까. ^^;

 

이렇게 준비한 안심을 굽는 일만 남았는데, 사실 스테이크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이 굽는 과정이다.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육즙으로, 구울 때 이 육즙이 빠져나지 않게 해 주는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고기 표면 단백질을 빠르게 굳혀 안쪽에 육즙을 가두어야 하므로 일단 그릴이나 프라이팬을 김이 날때 까지 뜨겁게 달군다. 프라이팬에서 김이 막 나기 시작하면 드디어 고기를 얹을 준비가 된것. 이렇게 하지 않고, 달궈지지 않은 프라이팬에 고기를 얹으면, 단백질이 천천히 응고해서, 맛있는 육즙이 천천히 다 빠져버리니 주의해야한다. 삼겹살도 이렇게 구우면 더 맛있다는 주방장님의 생활 조언.

 

 

 

 

 

사실 우리는 양념만 하고, 고기는 주방장님께서 직접 구워주시는건데, 고기굽는 과정도 직접 해보고 싶은 사람은 손을 번쩍 들라고 하신다. 요리교실에 왔는데, 직접 해봐야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손을 번쩍 들고, 격자무늬 만들기에 도전했다. 방향감각이 없는 사람은 요리사 몇년을 해도 격자무늬를 못낸다고 하셨는데, 감자는 가뿐하게 예쁜 바둑판을 만들었다. 주방장님께 고깃집 딸이냐는 칭찬(?)을 받고, 뿌듯하게 레어rare로 보기좋게 익은 스테이크를 한컷 찍어주고 다음 조리실로 향했다. 그렇다. 감자, 날고기 먹는 여자다.

앗, 여기서 잠깐. 익혀 놓은 고기를 바로 먹는것이 아니냐고?

아니다. 우리는 기내식 체험단이 아니던가. 기내식이 준비 되는 것처럼 미리 조리를 다 해놓고, 급 냉장한 음식을 먹기전에 바로 데워먹는다. 그러면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었지만 이건 있다 시식 후에 판단하기로.

 

 

 

카프레제 Caprese

 

오늘의 두번째 요리는 스테이크의 전식으로 먹을 카프레제 샐러드이다.

카프레제 샐러드? 이름이 생소했는데, 가서 보니 모짜렐라, 토마토 샐러드였다. ^^ 준비과정이 매우 간단한 반면, 맛이 훌륭하기때문에 스위스 살적엔 거의 매일 먹던 샐러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름이 카프레제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집에 돌아와 오이군에게 말했더니 그냥 모짜렐라 토마토가 아니었어? 라고 묻는다. ^^;

어쨌든 한국에서는 생모짜렐라가 소찬히 비싸기 때문에 거의 먹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싱그러운 바질잎과 함께 제대로 준비된 카프레제를 먹게 되서 조리실에 들어서는 순간 심히 설레였다.

 

 

앗, 샐러드 요리사님은 호주에서 오신분. 갑자기 요리강습이 영어강습으로 변경됐다. 

S발음을 강렬하게 하시기에 독일분인줄 알았는데, 호주분이라고. 호주라는 단어도 내게는 기내식처럼 설레임을 불러오는 단어다. 내 젊은 날의 최고로 활짝핀 꽃...잠시 추억이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처럼 쾅하고, 내리찍는 기분을 느끼며 수업에 임했다. 

 

늘 사서만 먹던 페스토 Pesto를 직접 만드는 것부터 강습이 시작되었다.

 

 

페스토소스 만들기

 

재료 : 바질 잎, 파르마산 치즈, 잣,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1. 믹서를 켠다.
2. 재료를 다 때려 넣는다.
3. 간다.
4. 묽기를 확인한다. 스푼으로 떠 봐서 뚝뚝 떨어질 정도면 된다.
5. 되직하면 올리브 오일을 더 넣고, 묽으면 오일이외의 재료를 더 넣는다.
6. 간다.
7. 5, 6번을 반복해도 되지만 양이 엄청 많아 지니, 혹시 맘에 안들어도 적정양에서 그냥 멈춘다. ^^

 

 

참고로 요즘엔 색다른 버전으로 바질잎 대신 루꼴라나 시금치, 깻잎을 넣기도 하고, 잣대신 아몬드나 호두, 마카다미아, 캐슈넛을 넣기도 한다. 깻잎이라니. 맛이 아주 독특할 것 같은데? 깻잎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주면 오이군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당장 내일 실험들어가야겠다. ^^

 

 

요리사님이 추천하신 완성품의 상태는 바로 이것. 접시에 덩어리 지지 않게 뚝뚝 흘릴 정도로, 슈퍼마켓에서 사는 병에 든 것보다 묽은 편이다.

 

 

다음은 생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라, 바질잎 또는 루꼴라 잎과 번갈아 가며 접시위에 보기 좋게 담는다.

그 위에 방금 만든 페스토소스와 발사믹 소스, 취향에따라 소금과 후추를 뿌리면, 상큼함과 고소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카프레제 샐러드 완성.

 

 

 

 

 

감자양의 완성작.

무슨 생각으로 샐러드를 이렇게 놨냐고? 정녕 모르시는 건가요?

아시아나의 로고를 샐러드로 표현해 봤다. 탑승객들이 샐러드의 상큼함을 맛보면서 아시아나를 떠올리시라고. ㅎㅎ

 

 

 

SF영화의 한장면이 되다!
비밀의 키친에 초대받다

 

요리교실이 끝나고 즐거운 만찬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을 둘러보실게요.

 

두근 두근, 뭔지 비밀의 장소로 초대받은 느낌. 우리는 이제 진짜 기내식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가게된다. 세계로 나가는 음식이니 보안과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하기때문에 이곳은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이다.

들어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것이 조금 있는데, 일단 첫번째로 이런것이 내게 주어졌다.

이게 뭔가? 헤어밴드?

 

 

이것은 바로 일회용 위생모자.

일단 파란 모자로 머리를 다 감싸고, 다시 목까지 내려오는 양봉장 모자 같이 생긴것으로 얼굴빼고 다 가린다. 목부분을 가운 안쪽으로 넣으면 견학준비 일차 완료.

 

에어샤워하는 모습. 이곳은 더이상 사진기를 갖고 갈 수 없는 구역이므로 인터넷에서 참고 사진을 가져왔다. 

 

온몸을 감싼 우리는 일단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온몸의 먼지를 구석 구석 제거한다음, 마지막으로 위의 사진과 비슷한 에어샤워칸 air shower chamber에 들어가게 된다. 공상과학 영화속 실험실 장면속으로 들어온 기분. 그곳에서 센 바람으로 온몸의 먼지를 털어내면 드디어 기내식을 만드는 초대형 부엌으로 들어갈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복잡해보이지만 한편으로 당연한 절차다. 음식이 오염되면 비행기에 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게되고, 각 국가로 돌아가 전염이라도 시킨다면 엄청난 대형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기내식 먹다가 머리카락이라도 하나 나오면 얼마나 큰 이슈가 되겠는가. 

 

부엌은 건물의 한층 전체가 부엌인데, 준비실에서 어류, 조류, 육류가 각각 요리하기 적합한 상태로 손질된다. 이 재료는 온식 부엌으로 옮겨지고, 이곳에서 조리된 음식을 급속히 식혀서, 냉식 부엌으로 옮긴다. 냉식 부엌은 닭살이 쪽쪽 돋는 차가운 기온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두툼한 옷을 입고 계시는 초대형 냉장고. 냉식부엌에서 용기에 분량을 나눠담고, 이렇게 준비된 음식이 각 항공사의 캐리어 안으로 차곡 차곡 정리가 되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은 음식뿐만아니라 각종 음료수, 기내 편의품도 이곳에서 준비된다는 것이다. 슬리퍼, 양말, 칫솔, 핸드크림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편의품과 일등석 손님을 위한 장미꽃까지. 일등석 손님은...장미꽃을 받는구나. 처음 안 사실이다. 일등석 갈 돈으로 한다발 사지 뭐...-_-;

 

 

 

기념촬영은 필수!
증거를 남겨라

 

행사에 기념촬영이 빠질 수 있겠는가.

촬영을 위해 어여쁘신 승무원 언니 두번이 등장하자 갑자기 남자 체험단 분들, 눈빛이 반짝반짝. 내가 봐도 이쁜데, 오죽하실까. 이해한다 이해해. ^^

 

 

잡지에 실리고 싶거나, 승무원이 꿈이어서 승무원 언니들과 나중에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싶거나, 그냥 관심있어서 말걸고 싶으신 분들 앞으로 나오시라는데, 그중 하나도 해당되는게 없어서, 나는 찍히기보다는 찍기로 했다. 

요리사대표는 호주분이 하시는 걸로. 오이군이 행사장 가면 일등으로 사진찍힘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

반대로 스위스 살때는 같은 이유로 감자양이 쓸데없이 지역신문과 티비에 자주 출몰하곤 했었다. 외국인의 운명.

 

 

이렇게 아시아나 기내식 체험단으로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후, 단풍이 곱게 든 공항의 풍경을 감상하며 집으로 향했다.

...

.....

뭐? 밥 안먹고 이렇게 포스팅이 끝나는거? 이거 낚시임?

 

아니예요. ^^;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해져서, 기내식 포스팅은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일등석의 진수성찬을 한자리서 감상하시겠습니다.

 

 

 

 

       

취재지원 : 아시아나 항공, LSG Sky Chefs

여행일자 : 201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