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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America | 북미/East Canada | 캐나다 동부
퀘벡 시티 day 2. 전쟁과 평화, 아브라함 평원
2013. 10. 20. 12:30

 

           

강이 좁아지는 곳,

퀘벡  Québec

 

오늘 아침은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 상큼한 샐러드와 메이플 향이 은은하게 나는 베이컨으로 배를 채우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이것이 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집이 조용하고, 아늑해서 모처럼 숙면을 취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몬트리올 숙소에서 일주일을 뜬눈으로 보낸 통이라 퀘벡시티의 조용한 아침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아침은 빈약한 사회성을 가진 감자와 오이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지만, 어제 주인이 권한대로 그 집 발코니에서 먹기로 했다. 그집 가족들과 많이 마주칠 것을 대비해 심호흡을 27번쯤 하고 올라갔는데, 막상 그들은 이미 일찌감치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마당구석에 거름 만들기에 여념이 없더라. 외국 마당이 있는 집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음식물 쓰레기를 한곳에 흙, 지렁이와 함께 파묻어 거름을 만든다. 그래서 이런 집들에서는 지렁이들이 매우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나도 지구를 사랑하긴 하지만 이것만은 절대 불가능 한 일. 아무리 으깬감자를 만든다고 협박해도 절대 타협할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싹난 감자처럼 퍼렇게 질릴 마당인데, 지렁이라니! 어울리지 않게 국물 흐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벌레를 잘 못견디는 성격이라 나에게는 평생가도 불가능 한 일이다. 그런데, 오이군은 언젠가 마당있는 집이 생기면 꼭 그렇게 하겠다며 매번 다짐을 한다. 그런 날이 오면 아무래도 오이군 마당은 따로 사줘야 겠다. 우리집에서 머얼리 떨어진 곳으로...-_-;

 

그들은 마당에서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며 우리가 이미 아침먹고 나간줄 알았다고 소리친다. 아니, 아직 9신데 이미 나갔을 거라니. 우리 휴가중이라고, 이 사람들아...아침 잠이 없는 건 몬트리올사람이나 퀘벡사람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_-; 어쨌거나 이 밝고, 부지런한 사람들 덕분에 우리까지 기분이 업되서, 남의 집 발코니에서 여유를 쭉쭉 부리며 느릿느릿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시티투어에 나섰다.

 

여기서 잠깐. 대체 퀘벡(영어식 발음)또는 케벡(프랑스식 발음)이 무슨 뜻일까? 알고보니 이것은 영어도 불어도 아닌 바로 토착민이었던 알곤킨족의 언어에서온 단어로 강이 좁아지는 지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고 지도를 보니, 정말 그렇구나. 알아야 보인다는 말, 다시한번 실감.

 

이곳에도 집 근처에 여러개의 교회가 있었는데, 몬트리올과 마찬가지로 모두 내부를 볼 수 없게 정문을 잠궈 두었다. 못보게 하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지 평소에 교회에 다니지도 않는 오이군이 뿔이 나서 투덜투덜. (사진은 지못미...)

 

교회 지붕이나 일반 집 지붕이 반짝반짝 빛나는 양철인 경우가 많다. 깡통 로봇이 생각나서 뭔가 촌스럽기도 하고, 나름 화사한 것 같기도 하고...근데, 저런 양철 지붕은 여름에 너무 더운거 아닌가?

 

퀘벡시티도 몬트리올과 마찬가지로 중세, 근대, 현대, 프랑스식 건물들이 마구 뒤섞여있어 컬트영화를 한편 보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여기저기서 햇살에 반짝이던 촌스럽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은색 지붕들이 기억에 남는다.

 

물길을 만든건가본데, 그냥 하수구 옆에 아스팔트를 덧대어 놓았다. 뭐 이렇게 대충 안이쁘게 만들어 놨담...(좌) / 아까 뿔난 표정 사진을 만회하는 뜻으로 잘나온 오이군 투척 (우)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도시 외곽의 어정쩡한 마무리. 이게 임시로 방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스팔트를 대충 덧대 막아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임시라고 생각하기엔 누가 단단한 아스팔트로 임시 구조물을 만드나? 여기엔 몬트리올에서 퀘벡시티까지 오는 내내 보았던 다 부서져가는 도로 표지판이나 차선이 전부 지워져 있던 도로들 처럼 그 '한번 했으면 땡'이라는 사고가 적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퀘벡시티는 꽤 예쁜 도시라서 군데군데 옥의 티 같은 이런 지저분한 구조물들이 더 거슬리게 느껴졌다.

 

 

 

 

 

 

           

평화로운 전장의 기억, 전쟁터공원

Battlefield Park (Plains of Abraham)

 

우리 야채들은 퀘벡시의 지도나 그 흔한 스마트폰하나 없었으므로 숙소에서 미리 확인한 구글지도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 대략 발길 닿는대로 관광을 시작했다. (이때가 2011년이었는데, 우리는 아직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였다.) 그래도 어제 갔던 길은 최대한 피하자는 의도에서 남쪽을 향해 걸었는데, 우연히 도착한 곳이 무릉도원이네? 흠. 진짜 무릉도원은 안가봤지만 여기가 거기라면 의심 없이 믿겠다. 어느 공원에 다다랐는데, 내 평생 본 공원 중 가장 평화로운 느낌이랄까? 

 

진짜 공원이 드넓다. 여기 저기 피어난 꽃들과 뜨문뜨문 바닥에서 잔디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게 평화로와 보일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셀카 삼매경
공원 만으로도 이렇게 예쁜데 저 멀리 그림 같은 성까지! 시녀들과 피크닉하는 공주님은 어디에...
멋진 성을 찍고 싶었던건데, 왼쪽에 거슬리는 이건 뭐지...

 

저 멀리 보이는 성을 배경으로 세인트 로렌 강을 내려다보는 배나온 아저씨. 배가 언덕과 구분이 잘 가지 않았는데, '나의 배따위는 신경쓰지 않아' 라는 자세로 눈을 가늘게 뜨고 널어져있는 모습이 참 평화로와 보인다. 군데군데 커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데굴거리고, 아이들은 사방팔방 뛰고 소리지르며 에너지를 불태우고. 그런데도 서로 거슬리지 않을 만큼 공원은 드넓고, 여유로왔다. (규모가 약 12만평이라고 하니 그 넓이가 대략 짐작이 가실런지? 나는 짐작이 안가서 따져보니 우리집 기준 32평 아파트를 생각하면, 그런 아파트가 3750개 들어가는 사이즈란 소리.)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평화로운 공원에 저게 뭐지? 대...포?

애들 전쟁놀이 하라고 만들어 놓았다고 보기엔 너무 정교하고 튼튼해보이는 대포가 있어서 의아해 알아보니 이곳은 이름하야 배틀필드 공원, 바로 전쟁터 공원이라고 한다. 옛날 프랑스와 영국이 땅따먹기 하던 시절 전쟁이 매우 치열했던 곳이라 이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원이라고. 퀘벡지역이 지금은 캐나다라는 이름으로 통합이 되어 겉 모습만 보면 더없이 평화로운 곳 같지만 사실 아직도 이곳에는 은근한 기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스인들의 후손으로 여전히 영어 쓰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을 케벡 사람이라고 하지 캐나다 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분리독립하고 싶어하는 무리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전쟁이라는 것은 슬픔만 가득한 인류의 과오이고,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 후대에 이를 상기시켜 주기 위해 공원 곳곳에 대포나 요새 등 전쟁의 흔적을 조금씩 남겨 두었다. 그리고 역사속의 이슬로 사라져간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프랑스군과 영국군 모두의 위령비도 세워주었다.

 

지금은 슬픔에 젖었던 땅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원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도 나름 평화로운 표정...?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튼튼한 요새가 늠름하게 생겼길래, 이 기념비적인 곳을 놓칠세냐, 아시아인에대한 서양인의 기대(서양에서 아시아 사람들은 사진을 미친듯이 찍어댄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_-;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기들도 만만치 않다)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니 평화주의자인 오이군은 이런 군사시설 앞에서 사진찍지 말라고 계속 구박을 한다. -_-;

지금은 실제 사용하는 요새가 아니라자녀~ 잔말 말고, 그냥 한장 박아 봐라~

 

 

그런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누군가 삑삑 휘파람을 불어댄다. 자꾸 들리니 정체가 궁금하네. 너냐? 응? 

독수리가 내는 소리라고 보기엔 거리가 훨씬 가깝고, 메아리가 적은데...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소리의 방향으로 보면 아무래도 이녀석 같은데...휘파람을 불 것 같이 안생겼는데...

대체 이게 뭔가? 북실북실 오동통한것이 막 가서 쓰다듬고 싶게 생겼으나 잽싸게 도망가서 가까이 갈 수가 없다.

 

 

짜잔. 그 복실이를 10여분 쫓아댕긴 끝에 잡아낸 클로즈 샷.

그렇다. 그 휘파람의 정체는 바로 이녀석, 마르모트였다. 예전에 알프스에서도 한참 정체모를 소리에 여기저기를 뒤지게 만들었던 바로 그 녀석인것이다. 두더지같이 땅을 파고 들락달락, 하도 움직여서 사진사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얘는 두더지와는 달리 눈이 퇴화되지 않았고, 크기도 작은 개 정도로, 복실복실 한것이 너무 귀엽게 생겼다. 그런데, 이런 신기한 야생동물들이 공원에서 사방 팔방 삑삑거리며 나잡아 봐라라는 식인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애들이 쫓고, 어른이 기겁하고, 사진기 후레쉬 팡팡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을텐데...얘들 역시 몬트리올에서의 다람쥐 대접을 받는다.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모두에게 Dog.무.시.

그러나 난 이녀석을 이리 가까이 보기는 첨이어서 완전 들떠 12cm 킬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잔디밭을 후라이팬에 볶아지는 감자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6월의 싱그러움. 소나무과 식물인듯 한데, 통통한 바늘잎이 귀엽게 생겼다. (좌)

그리고 이건 웬 그냥 나무 사진? (우) 사실은 그냥 나무가 아니다. 얘가 그 유명한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액을 제공해 주는 메이플 나무다. 생긴건 그냥 평범한 잎이 조금 넓은 단풍나무 같이 생겼음. 이 나무의 수액을 받아서 오래 끓여 만드는 것이 팬케이크에 쫙쫙 뿌려 먹는 메이플 시럽이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나무라 담아 보았음.

 

냐하하, 같이 사진 하나 찍어 줘 자기야~ / 고만 찍고 와라, 좀. 가쟈 / 칫, 같이 안찍어 줘도 내가 같이 찍으면 되지 머... (굉장히 흔한 우리의 대화)

 

아이스크림 텐트 천막에 자리잡은 새 둥지와 아직 눈도 못뜬 아기새

 

엄마새는 아이스크림 사러 갔나보다. 성인 여자 키 밖에 안될 낮은 위치 였는데, 여기다가 이렇게 둥지를 틀고, 아기새를 낳아 놨다.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는 행운의 마스코트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기색.

캐나다, 이곳엔 이렇게 손닿을 곳에 자연이 삐약대고 있다. 

 

 

샛노란 나뭇잎을 가진 알수 없는 식물과 강한 대비의 말보로 점퍼소년 그리고 푸른하늘.

싱그러운 캐나다.

 

 

누가 차를 식탁에 올려놨어?

ㅋㅋ 얼핏보면 누가 피크닉용 식탁에 차를 파킹해놓은것 처럼 보인다. 사실은 광폭 타이어덕분에 차체가 높은 산악용 차. 캐나다에 온뒤로 이렇게 차체를 높여놓은 차를 많이 만난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도시를 벗어나면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라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토론토가 있는 온타리오 호수에서 시작해 몬트리올을 지나 퀘벡시티를 거쳐 북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생 로렌 (세인트 로렌) 강이다. 캐나다 동부의 젖줄 같은 강인데, 생각보다 맑고 투명하지 않아서 실망했던 곳 ^^; 그래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곧 바다로 나갈텐데, 강물은 설레이지도 않나, 유속이 변함없이 차분하다. 해탈 준비 완료.

 

 해탈하는 강물에 감동받아 덩달아 해탈하는 내머리 (머리 왜 이렇게 나옴? -_-;)

 

 

나는 기억한다.

캐나다는 각 주마다 주를 대표하는 문구같은 것이 있는데, 퀘벡시의 대표 문구는 "Je me souviens. 즉, 나는 기억한다" 이다. 여기서도 묻어나는 전쟁의 비장함. 우리의 핏줄과 문화를 잊지 않겠다 뭐 그런 뜻이라는데, 아기자기한 마을 모습과는 참 대조적이다. 참고로 록키 산맥이 있는 알버타주는 Wild Rose Country (야생 장미의 지방), 벤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Beautiful British Columbia (아름다운 브리티시 컬럼비아), 오로라 투어로 유명한 옐로 나이프가 있는 노스 웨스트 테리토리는 Spectacular Northwest Territories (장관이 펼쳐지는 노스 웨스트 테리토리) 등등으로 모든 주의 문구가 서정적인 편인데, 퀘벡주만 조금 특이하게 비장하다.

 

 

공원 구석구석에 간혹 이렇게 쌓여 있는 포탄을 볼 수 있다. 평화주의자 오이군은 또 찍지말라고 난리다. 존레논의 이매진 가사속에 나오는 드리머가 오이군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평화로운 강을 바라보는 대포. 전쟁이 끝난지 수백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그들은 쉴 수 없다. 끊임없이 올라타는 어린이들 때문에. 

대포에 올라앉아 놀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평화를 외치며 총구에 꽃을 꽂았던 히피들이 생각난다. 

 

 

 

 

 

 

           

나는 세계의 봉,

그 이름 관광객

 

 

공원을 벗어나 시내를 돌다가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온통 튼실한 성벽으로 둘러쌓인 미로같은 곳이다. 이게 뭐래? 설명을 찾아 어리버리 둘러보고 다니는데, 어떤 정부 기관 유니폼을 곱게 차려입은 언니가 우리곁으로 와서 상냥하게 묻는다.

 

도와드릴까요?

네, 이게 뭐예요?

이건 시타델 입니다. 점령해있던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영국군이 이곳을 차지했을 때 세운 요새지요. 가장 내부는 안내원하고 정해져있는 시간에만 들어갈 수가 있어요. 원하시면 가보셔도 되요.

 

이에 오이군이 기쁘게 '네~' 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제 아침 렌터카 빌릴때 마치 공짜인듯한 상냥함에 한번 당했잖아? 곱게 들여보내줄 이들이 아니지.

 

공짠가요오? 하고 내가 물었다.

아니요. 가이드비를 내셔야죠. 하고 그 상냥한 공무원 복장의 언니가 대답한다.

 

공무원이고 뭐고 짤도 없다. 우리만 보면 다들 돈내놓으라고 난리다. -_-;

우리는 전세계의 봉, 관광객이다.

 

 

어정쩡한 미소를 그 언니에게 찡그려주고, 그냥 성벽을 따라 돌아다녔는데, 무슨 요새가 참 크기도 하지. 저질 체력, 빛을 발한다.

 

그런데, 이 요새 위에는 군인이 아니라 자유롭게 비키니를 입고 썬탠하는 여인네들과 구릿빛 피부와 적당한 근육으로 범벅한 상의 누드의 캐네디안 남정네들이 몸매자랑에 여념이 없다. 도심 공원에서 썬탠하는 사람들은 호주에서 이미 많이 봤지만, 여전히 신기해 보이는구나. 그래서 열심히 본.다.

(스위스에도 간혹 동네 호숫가에서 탑리스로 썬텐하는 언니들이나 올누드로 뛰어다니는 남정네들이 있긴 했지만 호주나 여기 캐나다만큼 흔하진 않다.)

 

 

아~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시타델은 유럽풍의 도시 경관과 멋지게 어우려져 있었다.

음...? 그런데...저게 뭔가? 계단아래 줌을 당겨보니,

 

 

이런! 누가 도시락을 먹다가 패대기치고 가버렸다. 왜 대체 이 멋진 곳에 이런짓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걸까?

개념없이 아무대나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 또 그 개념없는 애들 돈 뜯으려고 사방에 상냥한 웃음으로 무장한 장삿꾼들. 스위스 시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야채들을 지치게 한다.

 

 

 

 

 

 

           

낮에 본 동화속 풍경

 

동화같은 퀘벡시티 구시가는 낮에 보니 훨씬 더 분주하고, 활기차구나. 어디선가 대장장이가 망치를 두드려 주면 완벽하겠다.

 

 

시타델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어제 늦어서 못가봤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 중에 특히 예쁘다고 소문난 노트르 담 성당에 가고 싶었는데, 흠...한도시에 노트르 담이 여러개 일 줄이야... 결국 헷갈려서 이름이 비슷했던 다른 노트르 담에 가고 말았다. -_-; 화사한 내부 장식이 매우 부티나는 성당이었는데, 관광객이 많은건 당연하고, 다들 줄서서 신부님과 사진을 찍느라 복작대고 있더라. 여긴 뭔가 성스러운 느낌이 부족하네...

 

 

그리고 대망의 프론트낙 성. 이야하...어제 밤에 본 모습도 멋졌지만 낮에 보니 그 위용이 더 당당했다. 참 그야말로 '성'같이 생겼네. 적당히 화려하면서도 믿음직한 튼튼함. 자태만으로도 뭔가 모를 압도적인 기운이 퍽퍽 뿜어져 나왔다. 뭘 봐도 감정표현이 드문 오이군도 "튼튼하게 생겨서 맘에 들어. 남성적이야!" 라고 했을 정도. 근데, 이거 사실은 옛날 성이 아니고 처음부터 호텔로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호텔 숙박 가격은 알아보고 싶지가 않구나. 못먹는 감 찔러보는 취미 없음. (또르르...)

 

 

그 다음은 지역 명물인 푸틴먹는 시간. 아좋아, 아좋아, 아좋아. 아좋아 >_<

갈색으로 튀긴 감자에 만든지 얼마 안되는 약간 플라스틱느낌이 나는 체다치즈와 그래비 소스 비스므래한 것을 얹어 먹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의 싸이즈 개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헝그리 오이는 대짜를, 동족상잔에 맘이 아픈 감자는 중짜를 시켰는데...위의 사진같이 나왔다. 뭐가 중자고, 대짠지 구분도 안가는 엄청난 양. 패미리 사이즈가 있었더라면 작은 마을 주민을 다 먹이고도 남겠다. 한참 열심히 먹고있는데, 주방장 아저씨가 나와서 정말 우리가 다 먹을거냐고 묻는다. 참고로 자기는 소자도 아닌 미니 사이즈를 먹는다고...그런건 주문전에 말해주면 안돼나?

 

 

맛난 푸틴으로 구석구석 채워진 배를 두드리며 쉬엄쉬엄 숙소로 돌아가는데 또다시 길가에 보이는 전봇대 위의 수백층의 광고지. 남의 광고지는 그 위에 덧붙이는 한이 있어도 절대 떼지 않는것이 미덕인걸까?

이쯤되면 지저분한게 아니라 예술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배가 너무 불러서 진짜 느릿느릿 집으로 들어왔는데도 아직 해가 반짝인다. 우리가 하루 일과를 일찍 끝마쳐서 그런건 아니고, 여기 위도가 높아서 대략 10시나 되야 밖이 어두워지기 때문. 저녁 9시가 다되가는데 아직 저녁 햇살을 즐기며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눌 수 있더라.

 

집마당에 앉아 맞은편 집 아저씨의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도촬했다. 사실은 그 집 벽에 무당벌레를 찍은 건데, 아저씨가 나옴. 당시에는 사람이 앉아 있는 줄도 몰랐다는. 아으~나도 울집 벽에 그림 그리고 싶어! >_<

 

오늘 시내 관광중 관광객의 본분에 충실하게 기념품을 하나 샀다. 캐나다의 상징인 메이플 시럽과 위스키로 만든 술이 바로 그것. 근데, 기념품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장기여행 중이므로 무거운 술병을 지고 다닐 수는 없는지라 오이군과 잠시 고민하다 기념품을 오늘 다 해치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 사실은 그냥 술이 마시고 싶었던 듯. 근데, 이게 위스키 베이스긴 한데, 시럽이 들어간 리커라 엄청나게 달더라. 단 술을 벨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입맛에는 하나도 안맞았는데, 어쨌든 돈주고 산 거라 버릴 순 없어서 꾸역꾸역 빨리 해치우기로. 맛없는 술을 빨리 먹으려면 게임을 하면 된다. 오늘의 선택은 앵그리버드. 파괴점수가 더 낮은 사람이 반샷씩 마시기로 했고, 결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

 

헤롱헤롱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앞에 어른어른한 채 그렇게 퀘벡시티의 하루가 저물었다.

 

 

 

 

       

전쟁과 평화 그리고 메이플주에 취한 앵그리 버드

여행일자 : 201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