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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day 12. 잔느 망스 공원의 중세 기사들 그리고 거리의 악사들
2014. 9. 7. 07:30

몬트리올 생 로랑 거리 Boulevard Saint-Laurent
논스톱 파티와 예술이 뒤범벅 된 자유로운 영혼들의 성지

 

이번 이야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든 몬트리올에 가시거든 꼭 몽 로와이얄Mont Royal산에 올라가 보시기를, 그것도 꼭 주말에 가셔서 잔느-망스Jeanne-Mance공원도 둘러보시기를 추천한다. 왜? 감자와 오이는 그곳이야 말로 몬트리올 사람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몬트리올(Montreal). 지역 공식 언어인 프랑스어로는 몽ㅎ에알(Mont Réal). 

프랑스어의 R발음을 표기할 길이 없어 이렇게 적어보기는 했으나 한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발음. 목으로 숨을 내쉬며 목젖을 떨어 진동시켜 내는 소리이니 각자 알아서 비슷하게 읽으시길 바라며...오늘은 이 도시 이름의 기원인 몽ㅎ와이얄(Mont. Royal)산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주 퀘벡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언급을 했던 산인데, 기억 하실런지? 이 지역을 첫번째 발견한 자끄 까르띠에라는 프랑스인이 이 산에다가 중세 불어로 Mont Réal, 즉 왕의 산이라는 이름을 주면서 이것이 확장되어 도시 이름이 된 것이라고 한다. 현대 불어로 réal은 영어처럼 '진짜'라는 뜻으로 쓰이니까 왕의 산이라 하면 Mont Royal이 맞겠으나, 재밌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산이름은 현대화 되어 Royal로 변경되었으나 , 도시 이름은 중세불어를 그대로 따라 Real로 굳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산은 몽 로와이얄, 도시는 몽 레알(영어식 발음으로 몬트리올)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둘다 왕의 산이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에헴. 공부 좀 했냐고? no no. 방금 위키피디아에서 읽었음. ^^;

자 이제 여행 이야기.

 

이 당시 전세계를 강타했던 게임, 앵그리버드. ^^; 요즘 너희 어디로 사라졌니?

 

왕의 산은 야채들의 사육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물론 산이니 당연히 여러 방향에서 올라 갈 수도 있지만 우리쪽에서 가장 가까운 길은 생 튜뱅 Rue Saint-Urbain 길을 따라 잔느-망스 Jeanne-Mance 공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걷다보니 저어~쪽 골목이 시끌시끌 하다. 뭐지? 호기심 천국인 감자와 오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자동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그랬더니, 오오~ 이게 뭔가! 사람이 버글버글. 차도가 전부 보행자 전용도로로 임시 변경되어 있고,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는 작은 팝업상점들이 즐비했다.

 

 

바로 이번주가 프린지 수공예 시장이 열리는 주였던 것!

쉘부르크 Sherebrooke 길과 몽 로와이얄 Mont-Royal산 사이에이있는 생 로랑 Saint Laurent 길을 쭈욱 따라 열리는 벼룩시장으로 6월 셋째주 주말쯤 매년 열린다고 한다. 1년에 한번인데, 이걸 우연히 보게 되다니 운이 좋았네 ^^

 

여러 아기자기한 수공예 품들이 즐비했는데, 가격도 저렴한 듯하다. 귀걸이 종류는 평균 5달러. 보통 우리는 여행중에 짐이 무거운 것을 질색하므로 쇼핑은 절대 하지 않는데, 이런이런. 수공예 귀걸이에 유난히 사족을 못쓰는 나는 사실 탐나는 물건이 많아서 손이 엄청나게 근질근질했다. 오이군 눈치보면서 꿀꺽 참느라 매우 힘든 아침이었다는...

 

 

 

 

 

 

잔느-망스 공원 Parc Jeanne-Mance
자유를 찾는자, 이곳으로 오라!

 

 

지름신 강림을 힘겹게 억누르며 몽 로와이얄 근처에 다다랐다. 이리로 직진 하면 커다란 공원을 다 거치지 않고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듯 하여 가려는데...으잉? 저 아저씨 옷차림이 어째 좀 시대착오적이다? 100년동안 자다가 갓 깨어난 드랴큘라라고 우기기에는 벌건 대낮에 쫌 그렇지 않은가? 아 맞다! 캐나다에서 영화 촬영을 많이 한댔는데, 지금 영화 찍고 있는 건가? 어맛~! 어떻게해. 헐리웃 영화에 나 출연 하는건가? 지나가는 거라도 찍히면...아이참, 머리라도 만지고 나올껄. 어디서 찍는 걸까? 

카메라를 찾아 두리번 거렸으나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뭘까 하면서 걷고 있는데, 허걱! 갈수록 태산이다. 이상하게 입은 아저씨 둘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갑자기 액션에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힐끔힐끔. 아무리 둘러봐도 카메라는 없는데...정말 뭐지? 호기심 급증하여 우리는 산으로 직진하려다 말고, 저들을 따라 공원 진입구로 방향을 바꿨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별세계가 펼쳐 졌다. 이상한 나라의 감자와 오이가 된 기분. 

아마도 롤 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는 듯? 각종 갑옷과 방패, 칼 등을 맘내키는 대로 착용한, 준수한 상의 탈의 청년들 사이에 칼부림이 났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보시면 다 큰놈들이 웬 전쟁놀이냐며 혀를 끌끌 차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컴퓨터 게임의 한 장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롤 플레잉 게임이 원래는 카드나 책에 컨셉과 캐릭터의 역할 등이 명시되어 있고 거기에 맞춰 각자 맡은 캐릭터를 몸소 뛰며 게임을 하는 것이다. 게임 마스터가 대략적인 롤(역할)을 정해주지만 자유도가 높고 각자의 노력에 따라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그래서 롤 플레잉.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처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야외에 나와 몸소 뛰면서 게임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게 아마 그거 인듯?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신기하다. ^^;

 

옴마야, 이청년 누구여. 조니뎁인게벼! @_@ 옆에 오이군 있는 것 30초 망각

 

그런데, 가만히 보니 롤 플레잉이 아니라 그냥 전쟁놀이인 것도 같고... 막 치고, 받고 하더니 죽은(?) 사람은 무릎 꿇고 앉아서 마지막 한명만 남을 때 까지 기다리더라. 근데, 여기는 그냥 평범한 동네 청년도 몸매가 미스터 코리아같네? 그냥 지나가는 여자 행인은 그냥 즐겁소이다. 눈이...

 

 

그냥 후드티에 칼과 방패만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이 놀이를 자주 해야 갑옷 값 빠지겠는 사람도 있더라. 새로 장만한 듯 햇살에 반짝여서, 눈 마주치기도 힘들었던 레알 된 중세기사. 저 큰 방패들고 1등 못하면 좀 민망하겠는데?

 

 

신기한 무리를 한참동안 구경하다 아무래도 공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언제 그런 난장판이 있었냐는 듯, 온통 평화로움으로 포옥 감싸진 드넓은 잔디밭이 나타났다.

어쩜 이렇게 여유로울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며칠이고, 이자리에 머무르고 싶다. 이곳에서 시간도 보지 않고, 달력도 보지 않고, 저 사진속의 누군가가 되어 지내다 보면, 어린 시절 늘 평온하고,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었으며,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 찼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활기차면서도 온화한 분위기의 힐링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이 공원 추천.

 

 

 

 

 

이곳에선 정말 아무거나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이하고 감자만 빼고 - 우리는 몰래 셔터를 눌러대느라 엄청 바빴다. )줄타기 하는 무리들. 여기 저기 나무에 줄을 매달고, 온 정신을 집중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이들로 가득.

 

 

줄타기가 싫다면 이건 어떤가? 공중곡예. 야외에서 이렇게 플라잉 요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잔디밭이라 떨어지면 조금 덜 아플라나...^^; 서커스단 지원자 동호회에서 단체 정모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보다보니 다들 그냥 데굴데굴 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대신 누군가 시켜서 하는것이 아니고 본인들이 정말 좋아서 하는 것들. 그들의 얼굴엔 진지함과 행복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서커스가 관심 없는 그대에겐 그럼 콘트라베이스를~ 하여간 특이다하. 공원엔 기타나 우쿠렐레 하나 들고 나와서 딩가 하는게 보통인데, 여긴 저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와서 연주를 하고 있다. 주차장도 멀더만 저걸 어떻게 들고 왔노...

 

 

천사의 도시 - 여기 로스엔젤레스인가? ^^;

천사의 수호를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평화로와 보였다. 저 천사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저쪽에서 무언가 난리가 났다. 쿵짝쿵짝하는데, 파티도 이런 파티가 없다. 제대로 난리가 난 소리.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것의 정체는 바로 드럼 잼 콘서트. 누가 주최를 한 콘서트도 아니고,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악기의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사람 두사람 나와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두드리다보니 서로 흥이 맞아서 즉흥적으로 열린 드럼 잼 drum jam. 두드리는 것도 정말 다양하다. 큰북, 작은북, 봉고, 탬버린등 진짜 악기류에서부터 페트병, 솥뚜껑, 방금 길에서 주워온 듯 듯한 나무 막대기까지. 그냥 자기 손바닥이나 허벅지를 두드리는 이들도 있다. 당연히 그 소리에 맞춰 춤추는 것도 당신의 자유~ 여기 저기 흥이나서 춤추는 사람들과 이것저것 두드리는 사람들, 그들을 비잉 둘러싸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론 그 풍경을 그리는 것도 당신의 자유~ 

사진만으로는 그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느낄 수 없는 듯 하여 비디오 한컷추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가득찬 도시 몬트리올. 바로 이 공원이 몬트리올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요약해 놓은 곳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고, 시끄러워서 정이 가지 않았는데, 하루 하루 지나며 우리도 점점 그들의 여유속에 동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난 아직도 신기해서 셔터를 마구 눌러대고 있기는 하지만.)

 

6월부터 10월까지 대형 무료 콘서트가 끊이 않는 도시, 주말이면 도시가 떠내려가라 음주가무에 심취하는 도시, 사방이 예술품으로 가득차 있는 도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엔 모두가 동의 할 것이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남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도시여행을 꿈꾼다면, 몬트리올 추천!

 

 

 

 

 

       

등산가다 삼천포로...

여행 일자 : 2011년 6월 19일

 

 

 

프린지 수공예 시장 FRÉNÉSIE DE LA MAIN


홈페이지
boulevardsaintlaurent.com (생 로랑 거리 이벤트 리스트)

일정
매년 6월

위치
생 로랑 거리 Boulevard Saint-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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