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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ia | 태평양의 섬들/South Australia | 남호주
캥거루 아일랜드, 1박 2일 여행코스 part 1
2013. 10. 8. 15:02

지금, 캥거루 만나러 갑니다
호주 캥거루 섬 이야기

 

우리가 이번에 애들레이드에 온 이유가 여행의 주목적, 백상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포트링컨으로 가는 관문이어서 였다지만, 사실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바로 캥거루 아일랜드에 가기 위해서 이다. 

예전 내가 호주에서 가난한 어학연수생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왔던 시절, 돈 싸짊어지고 놀러온 유럽 연수생들은 2-3개월씩 호주 전역을 돌고와서 사진을 늘어 놓으며 고학생의 염장을 질러댔다. 그 중에서 꼭 빠지지 않고 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캥거루 아일랜드였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곳이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거주 인구보다 동물의 수가 수만배에 이른다는 이곳은 그야말로 울타리 없는 동물원. 이름이 캥거루 아일랜드인 이유도 단순히 캥거루가 지인~~~짜 많아서라고 한다.

 

난 명상을 좀 해야겠어. 가을이니까...

 

시드니에 2년 가까이 있었음에도 야생캥거루를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던 나는 길에 밟히는게 캥거루와 왈라비이고, 각종 희귀 동물들이 넘쳐난다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나 캥거루 따위 필요 없다며, 그저 백상어가 최고라며 슬쩍 이곳을 일정에서 빼려는 오이군. -_-;

어렵사리 구슬려서 빠듯한 일정 중 이틀을 끼워 넣는데 성공했다. 아하핫, 드디어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를 내품안에!

 

 

 

 

 

 

호주에서 제일 비싼 페리 ferry?!
감자, 너는 못들어 간다

 

캥거루 섬에서 렌트카를 빌려 발길 닿는대로 다니고 싶었지만, 여유가 딱 이틀인데, 잘 모르는 곳에서 헤메다가 끝날까봐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 회사가 많은 만큼 코스도 다양한데, 그 중 우리 취향에 맞는 '자연'을 컨셉으로 잡았다. 최대한 섬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도록.

 

꼭두새벽 5시 50분 백팩커 앞. 

쌀쌀한 날씨에 잠이 덜깨서 비몽사몽간에 픽업을 받았다. 이번 여행을 같이 할 친구들은 스위스,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등등 대부분 유럽에서 왔고, 인도 남자애 한명과 함께 아시아 사람은 나까지 단 둘. 그리고, 오이, 감자 커플을 빼고는 모두 20대초반의 학생같아 보인다. 그래. 그 오래전 내가 가난한 어학연수생이었을 때 돈싸짊어지고 왔던 유럽애들과 비슷한 또래구나. 흠. 좋을때다.

우리는 그룹의 노장으로 조용히 구석에 앉아 못다한 잠을 청했다.

 

차가 덜컥 거려서 잠시 깼다가 여명에 어슴프래한 실루엣으로 유유자적 풀을 뜯고있는 야생캥거루 한마리를 보았다. 오. 나의 첫번째 야생 캥거루! 세상에나 멋지다. 엄마, 나 진짜 호주에 왔나봐! (호주에서 약 2년정도 지낸 적이 있었건만 그때는 시드시에만 머물러서 야생 캥거루를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중간에 조식을 해결하기 위해 다같이 카페에 들려서 오랜만에 미트파이 Meat pie 를 먹었다. 그리웠던 호주의 맛. 차암~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안티소셜한 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 일행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 알아가려고 노력하는데, 오이군과 나만 저어만치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버린 것이다. 귀찮아서 일행 근처로 옮겨 앉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노인네 둘이 참 쌀쌀하게 보였겠다. -_-;

 

 

드디어 페리 선착장에 도착. 

우리는 투어에 가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개인으로 오면 페리 요금이 항해시간에 비해 참 비싸더라. 왕복 인당 $98이고, 차량을 가져가면 왕복 $188, 거기에 카라반을 하나 달고가면 $188가 또 추가된다. 우리 가이드겸 운전사인 신디는 이게 호주에서 요금이 제일 비싼 페리라며 호들갑이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섬안으로는 꿀벌, 꿀, 감자(나?!), 여우, 토끼와 명시된 몇 몇 식물들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것으로다가 개 5마리, 고양이 6마리까지 신고하고 가져갈 수 있다. 누가 고양이 6마리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섬의 고유 동식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참 가상하다. 비슷한 룰이 호주의 주와 주 사이에도 적용 된다고 한다. 호주에는 그 나라에만, 그것도 특정 주에만 서식하는 동식물이 있기 때문. 따라서 우리 가이드는 다른 주로 이사갈 때 너무 너무 아끼는 미니 선인장 하나를 가지고 가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캔음료를 표안나게 열어서 선인장을 넣고 안쪽에서 본드를 발라 밀봉하는 고난이도의 기술로 그녀의 친구같은 선인장을 구했다니. (여자 레옹인가?) 같은 나라안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가지고 이동할 수 없다는게 참 이상하다. 역시 땅덩이 넓은 나라, 거리로치면 거의 해외여행하는 것과 같으니 뭐 그럴수도 있겠다.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 아일랜드가 가깝다고 했는데, '가깝다'는 것이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백팩커에서 선착장까지 약 2시간이 걸렸고, 다시 페리로 45분. 섬에 한발자국을 내딛는데까지 총 3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우리의 생활 리듬으로는 매우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는 너무 설레여서 차가운 공기와 눈부신 햇살을 만끽하며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우리 지조있는 오이군. 여행중이든 평소이든 아침엔 무조건 자야한다. 찬바람부는 벤치에 앉아 수면모드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캥거루 아일랜드 입도
Welcome to Kangaroo island

 

 

푸르른 섬이 조금씩 가까와지더니 환상적인 물빛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 위에서도 물속의 고기들이 가아~득, 정말 물속에 가득한 것이 보였다.

 

 

일단 신디는 이틀동안 먹을 음식 재료를 가지러 슈퍼마켓으로 갔고, 우리들은 우루루 주류가게 bottle shop로 몰려갔다. 맞다. 호주에는 주류만을 판매하는 가게가 따로 있었지. 술은 슈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고, 주류상점bottle shop에서만 판매한다. 그리고, 캥거루 아일랜드 같이 시골에가면 보통 펍 Pub에 작은 주류가게가 딸려있다. 신디의 말에 따르면 섬이라 공산품이 비싼데다가 섬 내부로 들어갈 수록 술값은 급상승하니 항구 근처의 주류상점에서 이틀동안 마실 주류를 미리 구입해 놓으라고 한다. 우리는 가볍게 위스키 콜라를 한캔씩 샀는데, 일행들은 맥주를 인당 3-4캔씩 산다. 순간 살짝 흔들렸지만, 안된다. 얘들은 젊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여행중에 과음하면 일주일을 날리는 수가 있다.

 

 

 

 

Welcom to Kangaroo Island

캥거루 섬 동남부

 

 

Day 1
페닝턴 베이 Pennington bay 

 

식음료를 가득 채워 마음이 든든해진 우리는 드디어 진짜 투어에 나섰다.

첫번째 목적지는 항구에서 25분정도 걸리는 페닝턴 베이. 

 

 

짧은 드라이브 후에 해변 절벽위에 올라선 우리는 모두 흐허헙하고 숨을 들이마실 수 밖에 없었다. 보통 투어가 가장 평범한 것에서 부터 시작해서 끝으로 갈 수록 점점 멋져지는 것이 아닌가? 여기는 뭐 그런것 없다. 처음부터 이런 말로 형용불가한 멋진 대자연의 모습을 펼쳐보이며 멋지게 한방을 날렸고, 모두가 저항없이 넉다운 Knock down 돠고 말았다. 다들 그저 히이야~를 연발하며 셔터 누르는 것도 잊은채 풍경 감상. 그러다가 신디가 한마디 했다. 여기 사진사들이 맘먹고 풍경담으러 오는 명소야. 너희들 카메라는 장식이니? 그제서야 모두 분주하게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찍고, 찍어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이 오묘한 바다색과 그위로 부서지는 순백색의 파도, 한해 중 강수량이 가장 많은 겨울이라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과 유칼립투스의 짙은 녹색을 어떻게 카메라로 정확하게 담는단 말인가. 또 오랜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인 절벽의 장엄한 디테일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길이 없다. 크으...3D카메라 사야되나...

 

 

이 아름다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는데, 가끔씩 엄청나게 높아지는 파도가 그 주인공이다. 파도가 셀 때는 9km떨어진 곳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수영이나 서핑을 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투명한 물속에 온몸을 첨벙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지금은 명색이 호주의 겨울이다. 기온이 15도 정도로 수영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서 풍경을 마음에 꼭꼭 담는것만으로 만족해야했다.

 

 

절벽위에는 새로 돋아난 묘목들을 보호하기위해 이런 보호기구를 둘러 놓았더라. 사람손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풍경이었으나 구석 구석 자세히 보면 곳곳에 이렇게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호주인들의 노력이 묻어있었다.

 

 

 

Day 1
티즈비 산, 프로스펙트 언덕 Mount Thisby, Prospect Hill

 

다음엔 섬을 조금 높은 곳에서 둘러보기로 했다. 티즈비 산이 섬의 서쪽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데, 해발 93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따라서 이름도 2002년부터 예전의 이름을 살려 프로스펙트 언덕으로 바뀌었다.

 

 

높지않다고는 하지만 언덕 아래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전부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언덕이 많은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오이군은 산도 토끼처럼 빨리 오르고, 계단도 척척 잘 올라간다. 그러나 평지에 잘 닦인 아스팔트로 뒤덮힌 서울에서 나고 자란 감자양은 절반쯤 올라와 이미 숨이 턱에 찬다. 중간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푸짐한 몸매를 자랑했던 인도남자애가 온몸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뒤쳐지는게 아닌가. 아, 이런. 아시안은 모두 저질체력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아 나라도 잘 가야겠다고 결심, 죽을 힘을 다해 올랐다. 결국 정상에 다른 애들과 같은 속도로 올라 폭발하려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멀쩡한 척 하는데, 눈 앞이 다 핑핑 돌더라. 이게 뭐하는 짓이람.

흠. 앞으로 남은 호주에서의 5주 동안 하이킹할 일이 수두룩한데, 딸리는 체력이 조금 걱정이다.

 

 

어쨌든 헐떡이며 계단을 오른 보람이 넘쳐난다. 왼쪽으로는 아메리칸 강이, 오른쪽으로는 인도양이 보이고 끝없이 펼쳐지는 유칼립투스 평원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 여기 동물이 많다는 얘기만 들었지 이런 절경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캥거루 섬엔 안가도 그만이라던 오이군이 더 침튀기며 좋아한다. 자기는 녹음이 짙은 곳이 좋다며, 끝없이 펼쳐진 푸르름이 그리웠다며...

오이군 별로 내색은 안하지만 한국에 사는 동안 스위스의 푸른 언덕들이 내심 그리웠나보다. 

 

 

 

 

 

 

Day 1
대자연속에서의 바베큐 타임!

 

드디어 기다리던 호주스타일 야외 바베큐시간이 왔다. 지난번에도 소개했듯이 호주에는 곳곳에 무료 야외 바베큐장이 설치되어 있다. 시드니와 애들레이드는 대부분이 전기 바베큐였던 반면 이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동력이 가스라는게 다른 점. 이런 구석까지 테이블이 깔끔하게 설치되어있는, 지붕 딸린 바베큐장이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게 시설을 더할 나위없이 깨끗하게 쓴다. 쓰레기는 고사하고, 먹다 떨어진 음식 조각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고기를 구운 철판에도 물을 부어 늘어 붙은 것까지 깨끗하게 닦아 놓고 떠난다. 다음 사람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야생 동물들이 인간의 음식에 익숙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크다고. 호주인들의 자연보호 마인드 하나는 정말 칭찬할 만 하다.

 

 

오늘의 메뉴는 햄버거. 통통하게 고기가 살아있는 수제 패티를 철판에 굽고, 다같이 둘러앉아 토마토를 썰었다. 재잘거리며 양상추도 닦아 먹기 좋게 죽죽 찢어 둔다. 고기가 익을 때 쯤 빵 안쪽을 따뜻하게 구우면 오늘의 점심 준비 완료.

간단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들판을 반찬(피클?)삼아 과하게 두껍게 만든 햄버거를 와구 와구 베어 물었다. 시뻘건 소스를 접시위로 뚝뚝 흘리면서...

사회성 결여된 노친네, 식탐만 어마어마 하다고 생각하겠다.

 

 

 

Day 1
물개 만 Seal bay

 

드디어 감자양이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본격적인 동물 탐험에 나섰다.

이곳은 이름하야 씰 베이.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이 이곳에는 물개와 바다사자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캥거루섬에 사는 물개들은 모두 뉴질랜드 퍼 씰 New Zealand fur seal이고, 바다사자는 호주 바다사자 Australian Sea lion인데, 이렇게 호주 사람들 이름짓는 센스는 매우 직관적이다. 캥거루가 많아서 캥거루 아일랜드, 물개가 사는 베이면 씰베이, 호주에 사는 바다사자니까 오스트랠리언 씨 라이언, 캥거루 섬에 사는 캥거루는 본토에 사는 녀석들과 생김새가 좀 다른데, 그래서 이름이 캥거루 아일랜드 캥거루 Kangaroo island kangaroo라고 한다. 그냥 이름만 들으면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 멋은 없지만 외우기는 좋은 이름. 학교 시험에 성적이 모두 좋을 듯...ㅋ

 

해변 왼쪽에 뾰족한 것이 바위가 아니라 홀로 포효하는 바다사자다

 

바다사자들은 물개보다 더 육중한데, 워낙 게으르기도 해서 어린 새끼들이 데굴거리는 아빠 밑에 깔려 죽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죽어가는 새끼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아빠~ 제발 살좀 빼!

 

 

야생동물 보호법에 바다사자 주변에 3미터이상 가까이 못가게 되어 있는데, 가서 한번 쓰다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가 매우 힘들더라. ^^; 가끔 호기심 많은 녀석들이 사람 주변으로 열심히 걸어오기도 하는데, 물밖에서는 행동이 엄~청나게 느리기 때문에 3미터를 계속 유지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어떤 한 녀석이 해변에서부터 우리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는데, 오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기다리다 해 저무는 줄...

그런데, 혹시라도 주변에 아무도 감시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바다사자나 물개를 몰래 만지거나 하지 말자. 동물에게도 각종 인간의 병균을 옮겨주는 해가 될 뿐만 아니라 깜짝 놀란 녀석들이 앙 물면 그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인근에는 병원도 없기 때문에 물렸다가는 대략 난감.

 

 

 

씰베이 Seal bay

홈페이지  www.parks.sa.gov.au/experiences/seal-bay (방문전 온라인 예약필수)
입장료  가이드 투어 : 성인 38$,  어린이 21.50$, 가족 93$   /   셀프 투어 : 성인 17$, 어린이 10.50$, 가족 45$   
(2022년 기준, 성인 16세 이상, 어린이 4-15세, 가족 성인 2명+어린이 2명 또는 성인 1명+어린이 3명, 추가 어린이는 어린이 요금에서 50%)
오픈  9am - 5pm (마지막 입장은 4pm)
가이드 투어 : 9:15, 10:00, 10:45, 11:30, 12:15, 1:15, 2:00, 3:00, 4:00 (45분 소요)
야간 투어는 여름에만 운영

※ 겨울에는 새끼를 낳는 시즌이라 아기 바다사자를 많이 볼 수 있음

 

 

 

Day 1
리틀 사하라 Little Sahara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진만 보면 이곳이 어디인지 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옥빛 바다와 푸르른 들판은 어디가고 갑자기 황량한 모래언덕이.

방금전 까지 있었던 씰베이에서 약 25분간의 이동이 가져다준 결과이다.

섬 중앙 남쪽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리틀 사하라라는 곳은 커다란 사구(모래언덕)이다. 어떤 언덕은 해발 70미터에 달하는 등, 모래언덕의 규모가 꽤 커서 바다가 보이지 않으므로, 정말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쌀쌀한 기온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곳은 원래 보드나 썰매를 타기 좋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때가 겨울이라 모래가 살짝 젖어있는 상태. 열심히 썰매와 보드 바닥에 파라핀칠을 해서 매끄럽게 만들었건만 모래위에 자석처럼 붙어서 내려갈 생각을 안한다. 여러번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는 고된 노력 끝에 찾아낸 해결책은 뒤에서 부터 달려와 속도를 이용해 튕겨 날아가기.

 

 

Video. 사막위에 피어난 오이 한송이

 

 

 

 

 

 

Day 1
비본느 베이 Vivonne Bay

 

아까 본 바다사자가 생각보다 뚱뚱하지 않다며 한참 수다를 떠들고 있었는데, 가이드, 신디가 그 말이 거슬렸던 것일까? 더 뚱뚱한 것을 찾아보자고 한다. 지금이 고래들이 지나가는 계절이니 숙소로 가기전에 고래를 찾아보자며 한군데를 더 들리기로 했다. 고래라는 말에 솔깃, 모두 대 찬성으로 비본느 베이에 가게되었다.

 

고래 찾는 감자

 

비본느 베이는 오늘 들렸던 사랑스러운 느낌의 해변들과 달리 남성적이고 격한 느낌의 바다였다. 바위는 크고 울툭 불툭 퉁명스럽게 생겼으며 파도는 사람들이 서있는 곳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온다. 실제로 오래전 어떤 관광객이 사진을 찍다가 사진사와 함께 파도에 휩쓸려 갔는데, 그 둘을 구한 가이드는 결국 기운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신디는 아직은 세상에 조금 더 살고 싶다며 제발 바위 끝으로 가지말라고 신신당부.

알겠어. 한장만 후딱 찍고, 갈께.

그날 물에 빠진 사람들도 이러면서 갔겠지...

 

점프할 때는 몰랐는데, 나 엄청 잘 뛰네? ^^;

 

웬지 고래는 못볼것 같아서 기대없이 절벽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엇하는 소리가 들린다. 

급히 돌아보자 저어 멀리 무언가가 물을 뿜으며 지나가는 듯 하더니 큰 물보라를 튀며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너무 멀어서 무슨 고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미션 완료! 고래를 본것이다. 옴.마.야. 진짜로 고래가 있네!?!

히야.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기쁨의 점프샷!

 

 

 

 

 

 

Day 1
플린더즈 체이스 농장 Flinders chase Farm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 긴 하루보내고, 드디어 지친 몸뚱이를 뉘일 시간다.

오늘 우리의 숙소는 섬의 서쪽에 있는 커다란 양목장. 때에 따라 목장에 있는 동물의 종류가 바뀐다는데, 올해는 양을 기르는 해인지 넓은 들판에 양이 가득했다. 목장은우리같은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데, 개인실부터 단체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우리는 왁자지껄 단체실로~

 

다같이 둘러 앉을 수 있는 모닥불도 있다
나무로 지어져 농장 느낌 물씬나는 라운지

 

여름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눌 수 있고, 겨울에는 아늑한 통나무집 벽난로 주변에 모여 앉아 핫초코 또는 맥주를 마시며 여행의 낭만을 불사를 수 있다. 

 

 

허기졌음에도 반그릇을 채 비우기 힘들었던 엄청난 요리사 (-_-;) 신디의 스파게티 볼로녜즈를 꾸역꾸역 쑤셔 넣고, 농장 밖으로 나왔다. 거참. 내가 웬만하면 뭐든 맛있게 잘 먹는 편인데...

맛없는 걸 맛있는 척 먹어주느라고 피곤함이 두배개 되었음에도 야밤에 우리가 밖으로 나온 이유는 바로 캥거루와 왈라비가 야행성이기 때문. 농장 주변에까지 얘들이 돌아다닌다기에 플래쉬 라이트를 들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는데, 어찌나 민감한지 콩콩 뛰는 소리만 들리고 보이지를 않네? 대체 너희들 어딨는거냐?

 

결국 조심스레 이리 보고 저리 보다가 답답해서 그냥 무작위로 플래쉬 라이트를 휘둘러 보았다. 아니 그런데, 이런! 알고보니 우리가 캥거루와 왈라비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던것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방에서 뛰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많은 수가 있는 듯 했다. 갑작스레 불을 들고 마구잡이로 휘둘러보자 당황한 캥거루들이 사방으로 뛰기 시작한다.

퉁~퉁~ 캥거루 특유의 묵직하게 뛰는 소리가 난다.

통~통~ 등치가 작은 왈라비는 캥거루보다 가벼운 소리가 난다.

캥거루와 왈라비를 본 우리도 신이 나서 그들과 함께 날뛰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밤눈이 밝은 동물들에게 플래쉬 라이트는 치명적으로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같아 플래쉬를 아예 꺼버렸다. 어차피 있으나 없으나 캥거루와 왈라비는 빠르게 도망가서 보이지도 않는 걸 뭐...

그런데, 그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잠시 후 휘엉청 밝은 달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제서야 농장에 양보다 더 많이 퍼져있는 야생 캥거루와 왈라비들이 잔뜩 눈에 들어오는거다.

어머나 세상에.

달빛을 조명삼아 감자와 오이, 캥거루, 왈라비가 함께 드넓은 농장을 뛰어 다녔다.

 

보름달이 뜨면...

광기가 고조된다고 한다.

 

 

 

플린더스 체이스 농장

홈페이지  www.flinderschasefarm.com.au/
주소 Flinders Chase Farm Accommodation, 1561 West End Hwy, Kangaroo Island

※ 2020년 호주에 큰 불이 났을때 이 농장도 피해가 컸나봅니다. 아직도 재건중에 있고, 다시 렌트가 가능해 지면 홈페이지에 공지한다고 합니다.

 

 

       

내인생 첫 야생 캥거루도 당신과 함께

 여행일자 : 2013.06.19